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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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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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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252

작성
23.05.2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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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9화. 입성

DUMMY

간밤에 마신 술이 다 깨기도 전에 안장 위에 올랐다. 오늘은 입성일이었기에 아침 댓바람부터 부지런 떨었던 것이다.


“먼 길 떠나는 애한테 무슨 술을 그렇게 먹여요? 애가 아주 얼굴이 반쪽이 됐잖아요.”


오늘 아침에도 아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 세례를 잔뜩 받아내고 있었다. 어젯밤 송별회 때 나는 술을 마시고 토하고를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마신듯했다.


“전 괜찮아요. 엄마.”


나는 술 깨는데 좋은 헛개나무 열매를 질겅질겅 씹으며 속을 달랬다. 아버지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우리 아들 출세했구나! 열다섯의 나이에 영주의 부관이 되는 건 대단한 일이야.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하하 너무 그렇게 띄워주지 마세요. 제가 가서 자리 잡으면 우리 가족 전부 울프문트 성내 마을로 모실게요.”


“우린 여기가 더 편해. 우리 땅도 여기에 있고, 이웃도 다 여기에 있잖아?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네 출세에만 신경 써라.”


어머니도 아버지의 말을 거들며 덧붙였다.


“그래 윌리엄, 너는 맞이라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유난히 어른스럽더라구. 엄마 아빠는 괜찮을 거니까 걱정 말고 네 생각만 해.”


“알겠어요. 하지만 토미랑 제니가 나이가 차면 울프문트로 데려와도 되죠? 특히 제니는 머리가 좋아서 왕도의 아카데미도 노려볼 수 있는 아이니까 여기서도 꼭 학교에 보내주세요. 근데 제니는 어디 갔어요?”


아버지는 토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녀석은 어제부터 방에 틀어박혀 펑펑 우느라 여태 안 나온다. 아무튼 네 동생들은 걱정마. 특히 토미는 아빠인 나보다 형인 널 더 존경하는 거 알지?

거기 가서도 멋지게 성공해라! 토미는 뭐든지 널 따라 하고 싶어 하니까.”


남동생 토미는 아버지를 닮아 검에 제법 소질이 있었다. 나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이후부터는 아버지를 졸라 매일 검술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토미. 기사가 되고 싶다 했지? 넌 힘이 세고 운동신경도 좋으니 매일 연습하면 분명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있을 거야.”


“응! 나도 형처럼 강해져서 언젠가 울프문트의 기사가 될 거야. 지켜봐줘.”


마을을 떠나 울프문트로 향하는 길. 마을 어귀에선 마을 사람들이 잔뜩 몰려와 있었다.


가는 길에 먹으라고 넣어준 파이나 육포 따위를 말안장에 걸어주는 아주머니들, 축복의 말을 전하는 노인들, 그리고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또래 청년들이 있었다.


“어이! 윌! 받아.”


쩔그럭!


난데없이 날아온 주머니를 받아내자 묵직한 금속음이 들렸다. 조프리 콜먼이었다.


“응? 이게 뭐야?”


“뭐 별건 아니고··· 나 요즘 장사 시작했어. 그건 내가 일해서 번돈의 일부야.”


“이건...?”


놀라서 열어본 주머니 안엔 반짝이는 은화가 여러개 들어 있었다. 언뜻봐도 은화 30개는 넘어 보이는 거금이었다.


“조프리형··· 이렇게 큰 돈을 내가 어떻게 받아?”


그는 멋쩍어하면서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하고 그냥 받어 임마. 땀흘려 일하는 게 기분 좋은 일이란 걸 알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야. 솔직히 너 아니었음 아직도 시장통에서 삥뜯고 살았을 거다.”


옆에 있던 토비아스 형이 한 마디 거들었다.


“맞아! 넌 우리 콜먼단한텐 영웅이나 다름없어. 우리중 가장 먼저 출세하다니 솔직히 부럽다. 짜샤!”


“우리 모두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할 거야. 나는 장사로, 너는 영주님 곁에서 각자 열심히 달려가다보면 또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그 때까지 몸 건강해라.”


마지막으로 촌장이 다가와 나에게 낡은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이건 내 선물이다. 여기엔 내가 모험가 현역으로 뛸 때 사용하던 재보가 들어 있다.”


“헉! 그러면 더더욱 받을 수 없어요. 이렇게나 귀한걸 제가 어떻게 받아요?”


촌장의 눈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내가 모험가를 그만둘 때만해도 솔직히 언젠가는 다시 던전으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지. 그래서 쓸만한 모험가용 재보들은 팔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을 전쟁으로 잃고 난 뒤부터는 삶의 의지를 잃고 살아왔어. 그러다 네가 나타난 거다. 존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네게서 내 아들을 비쳐보고 있었던 거 같구나.


이 나이에 내가 다시 모험을 시작할 순 없잖니? 그러니 네가 내 꿈을 이어다오. 난 그걸로 만족한다.”


‘젠장. 안울려고 참고 있었는데 이 노인네가···.’


나는 가까스로 눈물을 참아냈다. 그는 나에게 은인이자 스승같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비어버린 소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의 꿈을 잇는다는 것. 생각보다 멋진 일인 것 같았다.


“촌장님, 다음 번에 찾아뵐 때는 저의 모험이야기를 해드릴 게요.”


“그것 참 기대되는군! 기다리고 있겠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15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오마 마을에서의 삶동안 나도 생각보다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순박하고 강인한 사람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진채 다시 태어난 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배울점이 더 많았다.


나는 말 허리에 박차를 가했다. 말이 흙먼지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늑대성으로 가는 길.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아쉬움이 한동안 뒤섞인 마음을 안은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



울프문트에 도착한 것은 노을이 지고 있는 저녁 즈음이었다.


“생각보다 춥군.”


울프문트는 오마 마을보다는 남쪽에 있지만 그래도 북부는 북부. 초봄의 쌀쌀한 날씨에 나는 클록에 딸린 후드를 뒤집어 쓰고 옷깃을 여몄다.


취임식에 늦지 않으려고 말을 거의 쉬게 하지 않고 달려왔지만 해가 짧은 계절 탓에 벌써 해가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말린 건빵과 유포 따위를 씹으며 계속 말을 달려왔기에 몹시 허기졌다. 그래서 성질 급한 영주님 때문에 부임 당일에 취임식을 마치고 업무 인수인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불만스러웠다.


리안의 영주 로버트 핼포드 남작은 일찍이 만나봤듯이 성질이 불같은 즉흥성과 얼음장 같이 차가운 냉철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양면적인 인물이었다.


솔직히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타입의 직장 상사였다.


히히힝! 푸드득!


울프문트의 내성이자 남작저인 늑대성의 문 앞까지 도착한 나는 말에서 내려 문을 두드렸다. 잠시후 문 너머로 인기척이 들리고 초로의 신사가 나와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윌리엄 애커만님. 저는 집사장인···.”


“헥토르 마이어님이시죠?”


“오오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하지만 소인에게 ‘님’자는 빼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윌리엄님은 곧 준귀족의 신분에 오르실 분. 저같은 평민과는 신분이 다르답니다.”


노인의 말에는 몇 가지 반박하고 싶은 사항이 있었지만 먼 길을 달려와 피곤하기도 했고, 중요한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그에게 굳이 반박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응접실에서 잠시 모셨다가 곧바로 영주님의 집무실로 모시겠습니다. 여기 따뜻한 물을 드시면서 몸을 좀 녹이시지요.”


오랜만에 들어와본 늑대성의 내부는 단촐하고 아늑했다. 화려한 장식이 없고 실용적인 가구 외엔 그 흔한 양탄자 하나 깔려 있지 않은 내부는 성주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응접실의 커다란 벽에는 그 동안 영주가 사냥해온 마수나 맹수의 머리의 박제가 열을 지어 걸려 있었다.


벽난로에서 일렁이는 불꽃이 만들어내는, 흔들리는 그림자가 흉측한 머리 박제들의 인상을 더욱 무섭게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잠시 후.


집사장이 다가오며 나를 불렀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저와 함께 집무실로 가시지요.”


보통 먼 길을 달려온 손님에게는 하루 정도는 여독을 풀 수 있게 배려해줄 법도 한데 헬포드 남작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나쁘게 말하면 성질이 급한 사람이고, 좋게 표현하자면 행동력이 뛰어난 사람.

집사장의 안내에 따라 집무실에 들어서니 리안의 기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헬포드 남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예법에 따라 영주가 앉아 있는 곳 앞까지 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 손을 가슴에 갖다대며 인사했다.


“소인 존 애커만의 아들 윌리엄 애커만이 영주님을 뵙습니다.”


···


“하하하! 콩알만하던 꼬맹이가 이제는 제법 사내 티가 나는구만!”


영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 존 애커만에게 어찌 이런 똘망똘망한 아들이 태어났을꼬?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겠구나. 밥은 먹었고?”


“아··· 아직···.”


그는 집사장을 향해 눈을 희번득 뜨며 말했다.


“뭐하는 거냐? 이 친구 밥부터 안 차려주고?”


집사장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임관식이 우선이라고 아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에이! 이 고지식한 사람들···. 영주가 자기 부관 서임하는데 예의나 격식 같은 게 필요하겠냐?


어서 식당으로 가자. 일 얘긴 원래 배에 먹을 게 들어가고 입에 술이 축여져야 술술 나오는 법이지!”


···


영주의 식탁에서 메이드들이 부지런히 식기와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음식이 다 차려지기 전까지는 남작부인과 남작가의 공자들, 그리고 헬포드가의 기사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자네 부친이 전쟁 때 아주 대단했지.”


“네?”


“존 애커만 그 친구 말이야.”


기사단장 브란 휘태커가 멋들어지게 기른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내게 말을 붙여왔다.


“아버지가 헬포드 휘하 북부군의 병사였다는 얘긴 익히 들은 바 있습니다만 전쟁 얘긴 통 하질 않아서 제가 잘 모릅니다.”


안 그래도 뻘쭘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었는지 기사단장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땐 아마 내가 초급 기사였던 거 같군. 자네 부친과 마을 청년들은 영주님이 직접 징발해온 병사들이었어. 지금이야 맘씨 좋은 아저씨들 같이 보이겠지만 그땐 아주 살기가 장난 아니었지.”


나는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반갑기도 하고 또 호기심도 동해 귀를 기울였다.


“존과 마을 청년들한테는 내가 기초적인 검술 교육밖에 가르치지 못하고 바로 전선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네. 워낙 전투가 치열했거든.”


기사단장은 먼저 나온 맥주를 홀짝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투입한 뒤 하루나 이틀 버티면 오래 버틸 거로 생각했어. 거긴 강한 기사들도 3일 안에 죽어 나가던 전장이었으니까.


그런데 웬걸? 이 친구들이 죽기는커녕 적국의 기사들을 상대로 제법 버티는 거 아니겠나?


특히나 존은 아주 적을 완전히 곤죽을 만들어 놓는 싸움 스타일 덕분에 적진에선 ‘도살자 존’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였네.”


‘도살자 존이라니···.’


아버지의 순박한 농부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안 어울리는 별명이라는 생각에 나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데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음식이 차려지고 내 앞의 술잔에도 리안의 특산주 허니버터 맥주가 가득 찼다. 영주는 잔을 두드려 잠시 이야기를 멈추게 하고 말했다.


“자자 술과 음식이 왔으니 사담은 잠시 중단하고, 오늘의 공식 행사를 거행하겠다. 우리 늑대 성의 새 부관 윌리엄 애커만은 자리에서 일어서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주는 엄숙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잔을 들고 무릎을 꿇어라. 윌리엄 애커만.”


내가 한쪽 무릎을 꿇자 그는 식당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나 리안의 수호자 로버트 헬포드 남작은 윌리엄 애커만을 나의 손. 부관으로 임명하노라! 윌리엄 애커만은 그대의 주인 나 로버트 헬포드와 내 가문, 그리고 이곳 리안을 위해 피와 뼈를 바치겠는가?”


나는 촌장이 미리 일러둔 대로의 맹세를 읊었다.


“소인 윌리엄 애커만은 저의 주인 로버트 헬포드와 그 가문, 그리고 이곳 리안을 위해 피와 뼈를 바치겠노라고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는 일곱 신들과 기사 앞에서 맹세합니다.”


영주는 단검을 꺼내 팔뚝을 그어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내가 들어 올린 술잔에 떨어뜨렸다. 이어서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똑같이 피를 내어 내 잔에 섞기 시작했다.


‘이거 참 난감한 풍습이네. 혈액을 매개로 한 감염병, 예를 들면 에이즈나 간염이 옮으면 어쩌려고 이런 짓을···’


속이 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리안에선 리안의 법도를 따라야 하니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셔라.”


나는 여러 사람의 피가 섞인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꿀꺽 꿀꺽 꿀꺽


탁!


“크으···.”


술잔을 모두 비우고 입에 묻은 거품을 닦으니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이에 영주는 성큼성큼 다가와 그 굵은 팔로 내 목을 끌어당기며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크하하하! 이 녀석 이거 계집애처럼 곱상하게 생겨 가지고 술도 제대로 못 마실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잘 마시는군. 그래? 집사장! 뭐하고 서 있나? 술이 떨어지지 않게 바로바로 채워 놓도록 해라.”


“하오나 주인님. 오늘 안에 업무 인수인계를 시작하라고 조금 전에···”


“에이~ 이 답답한 사람아! 지금 이게 업무 인수인계지 뭐 다른 게 업무 인수인계겠나? 잔말 말고 술이나 더 가져와. 내가 지금부터 중요한 업무 얘기를 할 텐데 목이 말라서야 되겠느냐?”


‘아··· 적응 안 된다. 이런 분위기.’


영주는 시뻘겋게 핏발이 선 눈으로 내게 말했다.


“네가 오마 마을에서 이뤄낸 업적은 이곳 울프문트에서도 인상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헤크가 그러던데 자네가 농사 쪽으로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던데?”


“과찬입니다. 소인 보잘것없는 재주로 운이 좋았을 뿐. 마을 사람 모두가 이뤄낸 성과이옵니다.”


“제법 겸손도 떨 줄 아는구나. 허나 내 앞에선 겸손 같은 거 필요 없다. 나는 오로지 능력만 본다.


자네가 평민이건 귀족이건 심지어는 노예 출신이라 해도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 부관이 되었다면 성과를 내어라.”


“소인 어떤 성과를 내라는 말씀이신지···?”


“수십 년간 부관이 없던 이 늑대 성에 왜 자네를 굳이 데리고 와서 앉혔는지 진짜 모르겠느냐? 자네가 제일 잘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란 말이다. 내 영지의 다른 마을들을 모두 네 마을처럼 부유하게 만들어라.”


결국 그런 것이었다. 돈이 몰리는 곳엔 사람도 몰리는 법. 안 그래도 오마 마을에 소작을 지으러 유입된 농노들이 부쩍 늘어 왕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건 리안의 영주 로버트 헬포드의 명성도 함께 올라간다는 뜻이었다.


“널 내 부관이자 영지의 농사를 전부 관장하는 감독관으로 임명한다. 마침 우리가 약속했던 오마 마을의 ‘독점 재배권’도 이제 슬슬 만기가 되었지?”


놀랍게도 그는 5년 전 획득했던 독점권의 효력 기한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권리의 만기는 5년이 지난 올해 봄. 즉 지금 이 순간부터였다.


“내 영지 전역에 감자 농사를 짓게 할 생각이다. 네가 책임지고 농사 기술을 전수해서 전 영지의 수확량을 오마 마을의 수준으로 끌어올려라. 1년 주겠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내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이걸로 업무 인수인계 끝! 자 뭣들 하냐? 어서 술잔을 채워라! 어이 조쉬! 넌 인마 아까 안 마시는 거 내가 다 봤어. 넌 냉큼 비우고 새로 받아라.”


방금 막 나의 주인이 된 로버트 헬포드는 언뜻 사람 좋은 주정뱅이처럼 보이지만 내 눈은 못 속인다.


지금 그의 모습의 절반은 연기다. 내 눈엔 소탈한 겉모습으로 커다란 야망을 숨기고 있는 냉철한 야수와 같은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크하하하! 내 부관이 먼저 마시면 나머지는 전부 따라 마시는 거다! 만일 한 방울이라도 남기는 놈이 있다면 야밤에 훈련장 열 바퀴씩 돌고 들어오게 할 거니까 각오들 해!”


1년 안에 영지의 모든 농토의 감자 수확량을 오마 마을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것은 나에게 쉬운 일이었다.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감자의 생산량이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가격은 내려간다.


그렇다면 이제는 감자를 원재료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할 때가 된 것이었다. 나는 앞으로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술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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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뭐니뭐니해도 머니엔 술장사죠 +4 23.05.29 6,226 166 14쪽
» 19화. 입성 +5 23.05.28 6,579 173 17쪽
19 18화. 떡갈나무 정령의 보은 +4 23.05.27 6,763 182 16쪽
18 17화. 가시나무왕 +6 23.05.26 6,730 173 12쪽
17 16화. 기분 좋게 돈쓰기 +5 23.05.25 6,832 185 15쪽
16 15화. 독점 판매 계약 +3 23.05.24 6,913 191 16쪽
15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2 23.05.23 7,040 190 12쪽
14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4 23.05.22 7,040 194 11쪽
13 12화. 늑대성의 주인 +7 23.05.21 7,200 196 15쪽
12 11화. 전리품 분배 +10 23.05.20 7,526 202 17쪽
11 10화. 능력 각성 +7 23.05.19 7,489 206 11쪽
10 9화. 늑대 사냥 +4 23.05.18 7,541 190 13쪽
9 8화. 겨울이 온다 +2 23.05.17 7,586 209 11쪽
8 7화. 계약 +4 23.05.16 7,745 211 14쪽
7 6화. 결실을 거두다 +8 23.05.15 7,775 208 13쪽
6 5화. 대규모 경작에 도전하다 +11 23.05.14 7,978 191 14쪽
5 4화. 감자를 수확하다 +14 23.05.13 8,119 214 13쪽
4 3화. 감자 농사를 시작하다 +9 23.05.12 8,411 207 12쪽
3 2화. 감자가 맛있다니 +4 23.05.11 8,629 226 14쪽
2 1화. 내가 가난하다니 +4 23.05.10 9,447 227 10쪽
1 0. 내가 환생이라니 +15 23.05.10 11,082 22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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