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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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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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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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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4
글자수 :
457,252

작성
23.05.23 22:40
조회
7,040
추천
190
글자
12쪽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DUMMY

영주는 내가 내놓은 음식을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음!?”


쩝쩝쩝


“으음···! 이건 참으로 오묘한 맛이 나는군.”


그는 포크를 버리고 손으로 집어먹기 시작했다.


쩝쩝 쩝쩝


“야채인데 어째서 이렇게 고소한 것이지? 마치 고기를 먹고 있는 듯 입이 즐겁구나! 이걸 뭐라고 부른다고?”


“감자튀김입니다.”


“감자튀김! 정말 맛있구나! 자네들도 한 번 먹어보게. 이건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야.”


영주는 구경하던 공자들과 신하들에게 자신이 먹던 음식을 권했다. 그의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은 처음보는 음식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와아!”


“이 이건!”


“정말로 고소하고 풍미가 좋군!”


“게다가 짭조름한 맛은 식욕을 돋군다. 방금 식사를 끝냈는데도 계속 먹게 돼!”


사람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예상된 반응이었다. 감자는 소박한 서민의 음식이자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구황작물이지만 그것만이 감자의 매력은 아니다.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천상의 맛을 내는 재료가 바로 감자라는 야채의 매력이다. 아마도 처음 먹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충격적인 맛일 터.


나는 놀라워 하는 영주에게 자신만만한 태도로 물었다.


“입에 맞으셨는지요?”


내 물음에 영주는 극찬을 내렸다.


“맛있냐고? 이건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니다. 심지어는 내가 지금까지 먹어온 음식이 쓰레기처럼 느껴진다. 당장 요리사를 너로 바꾸고 싶어질 정도야.”


'역시 좋아할 줄 알았어!'


나는 올라가는 입고리를 억누르며 설명을 이어갔다.


“감자는 간편하게 통으로 굽거나 삶아 먹기도 좋고 이렇게 다양하게 요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 빵을 구울 때 섞어 밀가루를 절약하기도 좋구요. 무엇보다 밀보다 키우기 쉬운 작물이고요.”


내 설명에 영주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 나는 솔직히 독초라는 인식 때문인지 먹는 게 꺼려졌었다. 하지만 이거라면 영민 대다수도 납득할 거다. 심지어 이걸 주식으로 해도 상관 없을 정도야. 와하하하하!”


‘성공이다!’ 나는 이쯤에서 확답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주님, 그렇다면 이 작물을 채집하고 키우는 걸 허락해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지! 그러고보니 예전에 숲 통행 허가증을 내어 달라고 한 녀석도 너였구나! 식물을 연구하겠다고 했을 땐 못미더웠는데 이걸 먹고 모두 납득하고 말았다.”


그는 어느새 비어버린 접시를 내밀며 말했다.


“더 만들어라! 이거 은근히 맥주랑도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이거라면 밤새도록 마실 수 있을 것 같구나.”


‘좋아! 이 기세를 몰아서 확실히 얻어내야겠다.’


나는 촌장과 아버지를 돌아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이 것으로 우리 마을의 경제를 단 번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영주님, 음식이 마음에 드셨다면 한 가지만 더 청하고 싶습니다.”


“일단 이것부터 만들어주고 나서 얘기하자.”


“저에게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알았다. 얼른 말해보거라.”


“감자 재배의 독점권을 저희 마을에 주셨으면 합니다.”


“응? 재배의 독점권을 달라고? 내가 다스리는 영지 내에서라면 가능한 얘기지만··· 그런 걸 가져서 뭐하게?”


“감자는 방법만 알면 키우기 쉬운 작물이라 금방 영지에 퍼질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재배 방법을 저희 마을 사람들 밖에는 모르죠. 그 정보의 격차를 이용해서 이윤을 남기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영주는 웃음기를 거두고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어린애가 특정 작물을 독점 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건 어떻게 안거지?”


그건 상식이었지만 나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책에서 읽었어요. 교회가 적포도 재배와, 포도주 판매권을 독점하여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이야기요.”


그는 더더욱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책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고? 어린애가 마치 자유도시의 상인들처럼 말하는군.”


리안의 기후와 토양은 감자 농사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것도 확인한 바 있었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영지내에 감자 생산량이 급증하게 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생산량이 급증하면 반드시 가격이 하락한다. 그렇기에 정보의 격차를 이용해서 최대한 생산량을 통제하면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영지뿐 아니라 왕국의 모든 사람들이 이 감자를 즐겨먹게 될 겁니다. 그렇지만 그 때까진 오마 마을이 이득을 보고 싶습니다.”


“호오~ 결국 그 얘기를 하고 싶어서 나를 만나러 온게로군. 하지만 그 작물을 일정기간 독점하는 것이 마수의 새끼들로 환심을 사면서까지 얻어내야할만큼 귀중한 작물인지는 모르겠다.”


영주는 더는 못참겠다는듯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에잇! 알았다. 알았어! 얼른 감자튀김을 다시 만들어서 가져와라. 대신 네가 원하는 대로 내 영지 내에서의 감자 재배의 독점권은 오마 마을 사람들로만 한정하겠다. 됐지?”


“해당 내용을 공문으로 남겨 각 마을에 전파해주셨으면 합니다.”


영주는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차며 집사장을 불렀다.


“헥토르! 당장 그러한 내용의 공문을 작성하여 각 마을 촌장에게 배포해라. 이제 됐지? 만족했으면 서둘러라! 빨리 그걸 먹고 싶단 말이다.”


“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얼른 만들어서 가져오겠습니다.”


나는 접시를 들고 다시 주방을 향해 뛰었다. 감자튀김은 얼마든지 만들어주마! 그걸로 몇 백배나 가치있는 독점권을 얻었으니 내가 그 거 하나 못만들어 줄까?


이번 방문으로 얻어낼 건 다 얻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드디어 나는 마을을 일으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한 국면이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



늑대성의 방문은 대성공이었다. 우리는 마을로 돌아오고나서 며칠 내에 마을 내 잉여 감자의 수를 파악했다. 촌장은 집집마다 방문하여 감자 여유분을 기록하여 계산하는 나를 보며 놀라워했다.


“윌, 너 셈을 할 줄 아는 거냐? 학교에도 다닌적 없는 애가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냐? 하하 그렇지. 대답하지 않아도 다 안다. 마을 도서관에서 스스로 깨우쳤구나.”


이곳에서는 글을 읽고 쓴다거나 간단한 산수를 할 줄 아는 것도 굉장히 드문 지식이었다. 마을의 어른들도 간단히 읽고 쓸줄은 알지만 산수를 배워 할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수학이 기초 교육 과정에 포함된 세상에서 살아온 나에겐 어이 없을 만큼 쉬운 수준의 수학도 왕도의 아카데미에선 몇 년에 걸쳐 가르친다.


“내년 수확시기까지 마을 사람들이 먹을 양과, 다시 심어야할 씨감자의 수를 제외하고 계산했어요. 우리 마을 전체에서 남는 감자의 수는 총 이정도는 되네요.”


촌장은 내가 내민 목판을 보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생각보다 많구나! 이 많은 걸 정말로 팔아도 괜찮은 거냐?”


“네. 어차피 감자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작물이 아니니까 남기면 썩거나 말라서 곧 못먹게 될테니까요. 차라리 팔아서 돈으로 바꾸는 게 나아요.”


이제 슬슬 겨울을 날 식량이 줄어드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식량이 귀해지는 시기라면 분명히 비싸게 팔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감자를 팔려면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판로. 우리가 일일이 감자를 팔러 다닐 수 없으니 대량의 감자를 한 번에 사줄만한 도매상이 필요하다. 나는 촌장에게 물었다.


“영지에서 제일 큰 상회가 어디죠?”


“리안엔 큰 상회가 없어. 가끔 방문하는 보따리 장수들만 있을 뿐이지.”


“아···.”


‘상업이 발달하지 않은 영지라 그런지 상인들조차 자리잡지 못했구나···. 이렇게 되면 감자를 팔 수 없게 되는데 어쩌지?’


내가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자 촌장은 마음이 쓰이는듯 내게 한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가끔 울프문트에 발란의 상단이 방문하는데 그 중 마차 한 대분량의 생필품을 실은 상인이 오마 마을에도 들를 예정이다. 그 사람을 만나게 해주마.”


“발란이라면··· 그 자유도시 발란이요?”


“그래 상인들의 도시이기도 하지. 평소라면 그런 대상단이 이런 시골 깡촌까진 좀처럼 오지 않지만 이번엔 운이 좋았구나. 어쩌면 감자의 판매처를 알아봐줄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그 편으로 판매할 수도 있을 거다.”


“좋아요! 발란의 상인이 도착하면 꼭 알려주세요.”


이곳 운토스 대륙에도 대상단이 있다는 건 다행인 일이었다. 상인들이 오랜 세월 개척해놓은 판로와와 시장은 하루 아침에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시스템.


‘모든 걸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야한다.’



***



며칠 후. 정말로 발란의 상단이 울프문트를 비롯한 리안의 마을들에 도착했다.


상인은 아버지보다 젊은 남자였다. 이름은 콰이트 파묵. 발란에서 온 사람 답게 옷차림이 무척 화려하고 붙임성이 좋아보였다. 그는 긴 술이 달린 소매와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는데 허리에 찬 검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레이피어다!’


중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을 주력으로 쓰는 파라곤 왕국의 검에 비해선 무척이나 가벼운 검이었다. 내가 검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는 붙임성 있는 말투로 내게 인사했다.


“검이 신기하구나! 역시 남자 아이들은 다들 여기에 관심이 많네~ 자 구경하게 해줄테니 조심히 만져봐라.”


그는 허리에 찬 검을 검집 채로 뽑아서 내게 들려주었다.


“헉! 보기보다 무겁네요?”


좁은 날을 가진 날렵한 무기였지만 그래도 검은 검이었다. 어린애의 몸인 내가 간신히 휘두를 수 있을 정도의 무기다. 이거라면 나도 수련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이건 안팔죠?”


그는 귀엽다는듯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검이 마음에 드니? 미안하지만 그건 파는 물건은 아니란다. 우린 먼 길을 여행해야 하기 때문에 늘 도적들이랑 싸워야 하거든.”


“우와! 그럼 아저씨도 검술에 뛰어나세요? 저희 아빠도 검술이 뛰어나거든요.”


“하하! 그러니? 리안의 남자들은 강한 걸로 유명하지. 하지만 발란의 남자도 검술에 강하단다. 발란은 무려 대륙 제1검 카리온 포를 배출한 도시라고.”


“으응? 카리온 포라구요? 저는 대륙 제1검은 우리 영주님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포장했다.


“아··· 무 물론 너희 영주님도 뛰어난 검사이긴 하지. 하지만 뭐랄까··· 검술의 지향성이나 스타일이 다르달까? 아무튼 이 얘긴 민감한 얘기니까 그만하기로 하자. 그나저나 검 구경은 잘 했니?”


나는 그에게 검을 돌려주며 말했다.


“네. 정말로 멋진 검이에요. 형은 여기에 어떤걸 팔러 오셨어요?”


그는 어린애의 질문에도 전혀 귀찮은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친절히 설명했다.


“없는 게 없지~ 주로 등유를 파는데, 귀중한 양초도 있단다. 그 밖에 소금을 비롯한 각종 양념들, 절인 생선, 말린 과일 같은 먹거리도 있고, 화려한 무늬의 옷감과, 장신구 같이 여자들이 좋아하는 물건도 있고. 책도 조금 있어.”


그의 마차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쉽게 보지 못하는 물건들이었다. 얼마 후 물건을 구경하고 가격을 묻는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서 나는 젊은 상인과 더 얘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얼마 후.


“어라? 너 아직 안갔니?”


상인은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친절하게 다가와 주었다.


“왜?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네. 하지만 그것보다 팔고 싶은 물건이 있어요.”


그는 의외라는듯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하하. 이제보니 계획적이었구나. 그래. 어떤 물건을 팔고 싶은데? 형이 이래봬도 유능한 상인이거든? 허접한 물건이면 절대 안사줄거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품에서 감자 하나를 꺼냈다.


“이걸 팔고 싶어요. 그것도 아주 많이.”


작가의말

김설명 독자님 응원 정말 감사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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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23.05.23 23:45
    No. 1

    각성했다고 힘이 쎄지는 건 아니었군요! 과연 레이피어를 얻을 수 있을지, 능숙하게 다루게 될 지 기대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한편만Tn
    작성일
    23.06.15 22:25
    No. 2

    전신 판금 발달하면서 결투용 무기로 나온 레이피어라니 저기 마물이 나오는 세상이면 저건 그냥 귀족들이나 쓸꺼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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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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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뭐니뭐니해도 머니엔 술장사죠 +4 23.05.29 6,226 166 14쪽
20 19화. 입성 +5 23.05.28 6,579 173 17쪽
19 18화. 떡갈나무 정령의 보은 +4 23.05.27 6,763 182 16쪽
18 17화. 가시나무왕 +6 23.05.26 6,730 173 12쪽
17 16화. 기분 좋게 돈쓰기 +5 23.05.25 6,832 185 15쪽
16 15화. 독점 판매 계약 +3 23.05.24 6,913 191 16쪽
»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2 23.05.23 7,041 190 12쪽
14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4 23.05.22 7,040 194 11쪽
13 12화. 늑대성의 주인 +7 23.05.21 7,200 196 15쪽
12 11화. 전리품 분배 +10 23.05.20 7,527 202 17쪽
11 10화. 능력 각성 +7 23.05.19 7,489 206 11쪽
10 9화. 늑대 사냥 +4 23.05.18 7,541 190 13쪽
9 8화. 겨울이 온다 +2 23.05.17 7,587 209 11쪽
8 7화. 계약 +4 23.05.16 7,745 211 14쪽
7 6화. 결실을 거두다 +8 23.05.15 7,775 208 13쪽
6 5화. 대규모 경작에 도전하다 +11 23.05.14 7,978 191 14쪽
5 4화. 감자를 수확하다 +14 23.05.13 8,119 214 13쪽
4 3화. 감자 농사를 시작하다 +9 23.05.12 8,411 207 12쪽
3 2화. 감자가 맛있다니 +4 23.05.11 8,630 226 14쪽
2 1화. 내가 가난하다니 +4 23.05.10 9,447 227 10쪽
1 0. 내가 환생이라니 +15 23.05.10 11,082 22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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