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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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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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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252

작성
23.05.1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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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
13쪽

4화. 감자를 수확하다

DUMMY

밭고랑을 만들고 감자를 심은지 벌써 두 달 가까이 흘렀다. 감자의 잎과 줄기는 내 허리까지 올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고 예쁜 꽃도 한 번 피었다가 졌다.


"때가 된 건가···?"


지난 두 달간 나는 매일아침 밭으로 달려가 물이 필요한지, 벌레를 잡아줘야 하는지 체크하며 정성을 다해 키웠다.


맏이인 내가 농사일에 열중하니 어린 동생들도 관심을 갖고 도와주기 시작한 게 어느새 당연한듯 감자밭은 아이들 담당으로 되어버렸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나는 어른들의 도움 없이 감자를 수확하기로 결심했다.


“얘들아. 가자!”

“가자~!”

“우와아아!”


감자는 부드러운 흙에 심어져 있기에 어린아이들도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쑥쑥 잘 뽑았다.


“우와. 이거봐!”


다행히 어린 동생들은 감자 캐는 게 무슨 놀이라도 되는 양 쑥쑥 뽑는 걸 재밌어 했다.


“우와~ 오빠 여기좀 봐! 감자가 이따만해.”


제니는 커다란 감자를 들고 자기 머리랑 비교해보며 신기해했다. 정말 감자의 크기가 제니의 머리만큼 큰 것도 있었다.


“정말이네! 올해 감자 농사 대박이다!”


나의 첫 이세계 감자 농사는 대성공이었다. 고작 1타르 밖에 안되는 땅에서 감자 수확량이 예상치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오빠 이제 없어! 다캔거 같아.”


우린 밭옆에 쌓아놓은 감자를 보며 뿌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정말 우리끼리 해냈네! 너희들 모두 수고했으니까 내가 상으로 맛있는 거 해줄게.”


내 말에 동생들은 뛸듯이 기뻐했다.


“정말?”

“우와! 신난다! 맛있는거 뭐?”

“조금만 기다려줘. 이것들 전부 창고로 옮긴 다음에.”


나는 나무 수레를 이용해서 수확한 감자를 모두 창고 안으로 실어 날랐다. 손수레 하나당 감자가 평균 50개 들어가는데 여섯 번에 걸쳐 날랐으니 대략 수확량은 30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감자 하나 하나의 크기는 내가 원래 살던 곳의 감자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무게로 따지면 훨씬 수확량이 많은 셈이었다. 동생들은 감자 옮기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줬다.


“다 옮겼다! 이제 맛있는 거 해줄 거야?”


“어 오늘 점심은 내가 만들거니까 엄마 아빠한테 가서 기대하고 있으라고 말해줘.”


동생들이 부모님이 일하시는 먼 밭으로 뛰어나간 사이 나는 감자 다섯 개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적은 양으로 배부르게 먹으려면 역시 스프 밖에 없겠지. 좋아. 감자 스프를 만들자.”


먼저 감자 껍질을 깎아서 여러 토막으로 썬 다음 갈판에 넣고 갈았다. 빈 솥에는 어제 먹고 남은 밀가루 죽이 조금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위에 간 감자를 모두 쏟아 넣고 버터를 조금 넣어 볶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지글지글 지글지글


버터가 녹으며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감자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아진 다음엔 물을 부었다.


촤아아아!

부글부글 부글부글


잠시 후 물이 끓으며 감자의 전분과 버터의 유분이 어우러지며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국자로 조금 떠서 맛을 봤다.


“음··· 맛있군. 하지만 뭔가 부족한데···.”


주방에서 굴러다니는 말라 비틀어진 야채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표고버섯 조금과 당근 조금, 그리고 양파 반개.


“그래 이거라도 넣자.”


탁탁탁


표고버섯 당근 그리고 양파를 잘게 썰어 끓고 있는 감자 스프에 흘려 넣었다. 양파가 익으면서 흘러나오는 단맛과 버섯의 향이 밋밋하기만 하던 감자 스프의 맛을 조금씩 채워주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스프가 걸죽해질 때마다 물을 조금씩 보충해주며 계속해서 저었다.


후루룩.


“음··· 쩝쩝··· 맛있어!”


예전 세계에서 먹어본 감자스프의 맛과 얼추 비슷한 맛이 났다. 우유가 있었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이런 곳에서 신선한 우유를 먹으려면 직접 젖소를 키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으니 참아야겠지.


“그래도 버섯의 향이 밋밋한 맛을 잡아주는 걸?”


서둘러 화덕의 불을 줄이고 완성된 스프를 그릇에 담아 식탁으로 날랐다.

그 때쯤 집안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빠의 손을 이끌고 들어온 동생들의 소리였다.


“얼른 와~ 오빠가 맛있는거 해준대!”


“어머 이게 무슨 냄새야?”

“우왓! 맛있는 냄새다!”


그들은 주방에 차려진 식사를 보고 다들 놀라워했다. 어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윌! 이게 다 뭐니?”


“오늘 수확한 감자로 스프를 만들어봤어요. 한 번 드셔보세요.”


아버지도 신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내게 물었다.


“이야~ 이걸 네가 만들었다고? 어디 먹어 볼까?”


후릅. 가족들은 스프를 한 입 떠서 입에 가져간 뒤로는 말이 없어졌다. 스프와 입 사이로 스푼만 빠르게 왔다갔다 할 뿐 스푼과 그릇이 부딪히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한참을 이어졌다.


“꺄악! 맛있어!”


시작은 어머니부터였다. 이어서 터져나오는 환호들. 가족들은 맛있다는 소리를 연발하며 스프를 싹싹 긁어먹고 있었다.


“윌! 이거 정말 니가 만든거냐? 뭐가 이렇게 맛있어?”


“오빠 지난번에 구운 감자 먹었던거 보다 이게 훨씬 맛있어.”


“형. 이거 한그릇 더 먹어도 돼?”


“응. 많이 했으니까 배부르게 먹어도 돼.”


“얏호!”


우리 가족 모두 이렇게 배부르게 먹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엄마 아빠도 많이 드세요. 오늘 수확한 감자가 꽤 많아요.”


얼떨떨 하면서도 기뻐하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보람이 느껴졌다.


“윌. 감자의 땅속 부분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그걸 재배하고 이렇게 요리까지 만들다니 엄마는 너무 놀라 말도 잘 안나와.”


어머니가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난해 우리 마을은 유독 흉작이 극심해서 아버지는 손에 물집이 터져라 일해도 소득은 적었다.


점점 바닥이 보여가는 밀가루 항아리를 보며 한숨 짓는 어머니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었는데 오늘 이렇게 보탬이 되어 정말 기뻤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나는 휴경 중인 10타르의 밭 전부에 다시 한번 감자를 대규모 경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족 전원이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저한테 나머지 10타르의 땅을 전부 맡겨 주셨으면 해요. 겨울이 오기 전에 감자를 심어 더 많이 수확하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알다시피 그 땅은 내년에 농사 지으려고 휴경중인 땅이잖니. 만일 네가 거기에 감자를 재배하면 내년엔 농사지을 땅이 하나도 없어질 거야.”


“그 때 말똥 기억나세요? 그게 효과가 있었어요. 정말로 땅이 비옥해졌다고요.”


내 얘기를 듣는 아버지의 표정이 미묘했다.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안일까? 감자를 수확한 것으로 내능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버지 입장에선 그것만으로 가족의 목숨줄을 걸순 없을 것이다.


“윌 잠깐 아빠랑 얘기좀 하자.”


식사가 끝난 다음 아버지는 나를 잠깐 집밖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나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윌리엄··· 아빠가 요 몇달간 너를 쭉 지켜봤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너는 천재인 거 같다.”


“네?”


“감자를 먹을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가르쳐준 적 없지만 너는 그걸 스스로 알아내고 우리에게 가르쳐줬어. 게다가 그 감자를 밭에 심어 이렇게나 많이 수확 했고 그걸로 처음 먹어보는 스프를 당연한듯이 만들어줬다. 이게 일반적인 열살짜리가 할 수 있는 일이겠냐?”


“아··· 그건···.”


내가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는 성인 남성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아버지는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넌 이런곳에서 썩을 아이가 아니야. 나는 널 나처럼 농사나 짓게 두고 싶지 않다. 내가 오늘 마을 촌장에게 잘 얘기할테니 영주님께 보내어 기사님의 시동이 되게 해야겠어.”


이곳에서 평민의 아이가 신분 상승할 유일한 방법은 기사의 시동이 되어 경력을 쌓고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는 것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시동이 될 기회도 못얻고 평범하게 살다가 가지만 아버지에게는 뭔가 연줄이 있는 눈치였다.


나는 갑작스러운 제안에 조금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되면 엄마 아빠랑 같이 살지 못하잖아요. 난 가족과 헤어져서 따로 살고 싶진 않은데요.”


아버지는 내 말에 감동한듯 눈시울이 붉히며 말했다.


“나도 당연히 너와 헤어지고 싶진 않아. 하지만 남자는 좀 더 큰물에서 놀아야해. 남자가 출세하려면 결국 검을 잡아야 한다고.”


나는 이미 전생에 출세를 위해 노력이란 노력은 다해본 사람이었다. C급 능력을 각성한 이후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S급에 올랐는지 아버지는 알지 못하겠지. 하지만 한 번 노력해서 성공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나에게 있었다.


“아빠. 저는 아직 아빠한테 배우고 싶은 게 많아요. 전에 아빠가 보여준 검을 처음 보고 깨달았어요. 아빠는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병사였을 거란 걸요.”


아버지는 놀란듯 되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아빠가 검을 놓은지 10년이 넘었는데 칼날에 녹슬지 않고 날카로워 보였거든요. 아마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우리가 잘 때 무기를 계속해서 손질해 오셨겠죠. 그런것만 봐도 저는 아빠가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내 안목에 말문이 막힌듯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좋게 봐줘서 고맙다. 그럼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성인이 되는 열 다섯살까진 계속 여기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사는 동안 아빠한테 검술을 배우고 싶어요.”


나의 눈에는 아버지가 진심으로 감동한 것 같았다. 그는 내 작은 몸을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들아··· 모르는 사이에 정말 훌륭하게 자랐구나. 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굳이 지금 널 기사의 시동으로 보내진 않으마. 대신 아버지랑 같이 살면서 검술을 연마하자. 너라면 금방 배울 거니까 무사 수행을 한 아이들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


“아빠.”


“응?”


“아까 하던 얘기를 계속해도 될까요?”


감동에 젖어 있던 아버지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원래 주제로 돌아왔다.


“아 맞다. 농사 얘기를 하고 있었지? 감자 농사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으니 휴경 중인 내 땅을 쓰고 싶다고···.”


“네.”


아버지는 생각에 잠긴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버지가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만약 내 말이 틀렸다면. 소모된 지력(地力)만큼 줄어들 내년의 소득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잠시후 그는 마음을 굳힌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휴··· 알았다. 허락해주마.”


“얏호!”


아버지는 기뻐하는 나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잠깐··· 아직 더 들어라. 다만 조건이 한 가지 있어. 내 땅 10타르를 나나 네 엄마 도움 없이도 경작할 수 있다면 빌려주겠다.”


“저 혼자요?”


“그래. 내가 땅을 빌려준다 해도 그것을 경작하는데 필요한 노동력이 공짜는 아니거든. 나는 올해도 밀농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너를 도울 여력이 없어. 그 부분은 확실히 해두마.”


이것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아버지 입장에서도 가족의 안위를 위협할 정도의 리스크를 무턱대고 떠안을 순 없는 일. 즉, 리스크의 크기 걸맞는 능력을 먼저 증명 하라는 얘기였다.


만일 내가 혼자서 10타르를 경작낼 정도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거름에 관한 내 말 또한 신뢰할 수 있을테고, 만약 실패한다면 농사는 진행되지 않을테니 리스크는 사라진다.


나는 선뜻 조건을 받아들였다.

“좋아요. 감자 농사는 저와 동생들의 힘만으로 할 게요. 그럼 아버지 땅 10타르 써도 되는 거죠?”


“좋아. 농사일이 생각보다 만만하진 않을 거다.”


어느정도 일단락이 나자 우린 다시 돌아가서 감자 스프 파티를 계속했다. 정말로 가족 모두가 오랜만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형 정말 맛있었어. 내일 또해줄 수 있어?”

“나두 내일 또 먹을래~”


동생들은 그 날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감자스프를 또 먹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다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침대에 누워 조용히 다음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다음 농사 목표는 10타르의 땅에서 두 달만에 감자 2,000개 수확. 그것도 어른 노동력 없이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뭐. 나한텐 식은죽 먹기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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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입성 +5 23.05.28 6,578 173 17쪽
19 18화. 떡갈나무 정령의 보은 +4 23.05.27 6,763 182 16쪽
18 17화. 가시나무왕 +6 23.05.26 6,730 173 12쪽
17 16화. 기분 좋게 돈쓰기 +5 23.05.25 6,832 185 15쪽
16 15화. 독점 판매 계약 +3 23.05.24 6,913 191 16쪽
15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2 23.05.23 7,040 190 12쪽
14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4 23.05.22 7,040 194 11쪽
13 12화. 늑대성의 주인 +7 23.05.21 7,200 196 15쪽
12 11화. 전리품 분배 +10 23.05.20 7,526 202 17쪽
11 10화. 능력 각성 +7 23.05.19 7,489 206 11쪽
10 9화. 늑대 사냥 +4 23.05.18 7,541 190 13쪽
9 8화. 겨울이 온다 +2 23.05.17 7,586 209 11쪽
8 7화. 계약 +4 23.05.16 7,744 211 14쪽
7 6화. 결실을 거두다 +8 23.05.15 7,775 208 13쪽
6 5화. 대규모 경작에 도전하다 +11 23.05.14 7,978 191 14쪽
» 4화. 감자를 수확하다 +14 23.05.13 8,119 214 13쪽
4 3화. 감자 농사를 시작하다 +9 23.05.12 8,410 207 12쪽
3 2화. 감자가 맛있다니 +4 23.05.11 8,629 226 14쪽
2 1화. 내가 가난하다니 +4 23.05.10 9,447 227 10쪽
1 0. 내가 환생이라니 +15 23.05.10 11,082 22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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