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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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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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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7,252

작성
23.05.2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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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8화. 떡갈나무 정령의 보은

DUMMY

각성이란 마법과 달리 세계의 규칙을 다시 쓰는 일. 한 사람에게만 부여된 예외 조항 또는 특약 같은 것이다. 그래서 예외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능력의 무서운 점은 절대성에 있다.


[식물 지배: 모든 식물을 지배하는 능력]


모든 식물의 범주에는 당연히 가시나무왕도 포함되었다.


[이··· 이게 무슨···! 그만! 그만둬! 으아아악!]


나는 나의 이능으로 가시나무왕을 침식하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강력한 영물(靈物)이라도 본성은 기생 가시나무라는 식물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식물이 나의 각성 능력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가시나무로 이루어진 인형(人形)을 향해 나는 입을 열었다.


“이것 좀 풀어주지?”


나의 지배 하에 들어온 가시나무의 말단이 휘감은 덩굴을 풀고 나를 땅에 얌전히 내려놓았다.


그것이 이 지역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으면 내가 완전히 지배권을 빼앗기까지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모양이었다.


[너만 아니었어도! 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이 숲은 내 것이었다! 이 저주스러운···]


“닥쳐.”


기생 가시나무가 침식한 것은 비단 귀신 떡갈나무 뿐이 아니었다. 이 근방의 모든 나무들은 모두 이 영물의 침식에 정기를 빼앗겨 고사했거나 고사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동물의 뼈도 흩어져 있는 걸 보니 접근한 마수나 영수도 당했던 모양이었다.


가시나무왕은 땅아래 아주 깊고 넓은 영역까지 뿌리를 뻗어나가 땅위의 일부만 베어내도 무한히 재생할 수 있는 기반을 이미 구축해 놓고 있었다. 떡갈나무가 나만이 자신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한 게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정말로 내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이길 수 없었겠군.”


그것은 참으로 지독한 식물이었다. 설령 이 일대를 모두 불태워버린다 한들 땅속 깊은 곳까지 뻗어내린 뿌리까지 완전히 소멸시킬 순 없었을 것이다.


한 뼘의 뿌리만 살아 남아도 다시금 싹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강인한 이 식물은 애초에 거대한 숙주인 귀신 떡갈나무를 만나게 두어선 안됐다.


지독한 생명력을 지닌 기생 식물과, 오랜 세월을 살아온 거대한 영물의 만남이 이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걸 새롭게 깨달았다.


“이제야 완전히 지배했군.”


나는 말단부터 뿌리 끝까지 ‘가시나무왕’이라 불리는 식물을 완전히 지배하에 두고 명령을 내렸다.


“이제 떡갈나무와 다른 식물들을 풀어줘.”


[네 주인님.]


그가 내 머릿속에 울리는 전음(傳音)에는 아까까지 느껴지던 살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거대한 떡갈나무를 수십겹이나 휘감았던 그 굵은 가시덩굴들이 스스륵 풀어지고 일대를 뒤덮었던 거대한 가시덤불 중 일부가 뭉쳐 점차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갔다.


잠시 후 내 눈앞에 암록색 머리카락을 지닌 젊은 남성의 모습을 한 정령이 나타났다. 그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가시나무의 정령 기드입니다. 감히 주인님의 몸에 상처를 낸 죄. 남은 평생 갚아 나갈 수 있게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시길···.”


나는 떡갈나무의 정령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보다는 저쪽에게 사과해야할 거 같은데?”


떡갈나무의 정령 이루릴은 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시나무왕은 떡갈나무의 정령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떡갈나무의 정령은 몸을 완전히 돌려버렸다. 어둡던 일대에 다시 햇빛이 들이치자 처참하게 죽어있던 동식물들의 잔해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목숨을 잃었을 터. 쉽게 용서할 수는 없겠지.'


“기드. 네가 한 짓을 생각하면 당장 이자리에서 소멸시켜도 할 말이 없겠지만 앞으로 내 명령을 잘 따르겠다고 맹세한다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는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지금부터 너를 휴면시켜 내 몸에 봉인하겠다. 봉인 중에도 의식은 살아 있겠지만 내 허락 없이는 너는 세계에 개입할 수 없다. 다만 내가 널 필요로 할 때는 일시적으로 봉인을 해제하도록 하겠다.”


기생 가시나무는 애초에 다른 식물의 생명력을 흡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식물이었다. 이대로 풀어주면 또 언젠가 다른 식물을 고사시킬게 분명하니 차라리 휴면시키는 편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기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살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주인님의 손과 발이되어 충성을 다해 섬기겠습니다.”


“이걸로 너도 불만 없는 거지?”


떡갈나무의 정령 이루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곳에서 그걸 사라지게만 할 수 있다면 뭐든···.”


나는 즉시 기드를 향해 손을 뻗어 스킬을 시전했다.


“식물 휴면. 식물 봉인. 대상 가시나무왕 기드.”


그러자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가시덩굴이 내 손바닥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땅속 깊은 곳까지 뻗어나간 뿌리까지 흡수하고 나서야 봉인은 완료되었다.


가시나무왕을 봉인한 왼팔에는 손목부터 어깨까지 휘감는듯한 가시덩굴 문양의 문신이 새겨졌다.


‘굉장하다. 재앙급 영물을 소환수(召喚樹)로 삼다니. 내 이능력이 이곳에선 생각보다 강력한 능력이 될 수도 있겠다.’


나는 왼팔의 소매를 내려 문신을 가린 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레이피어를 집어 들어 다시 칼집에 꽂았다. 갈 길은 먼데 생각보다 많이 지체해서 마음이 급했던 것이었다.


“휴우··· 다 끝났네. 이루릴이라고 했지? 너도 이제 햇빛을 좀 쬐도록 해. 그 동안 정기를 빨리느라 많이 야윈것 같네.”


“응 고마워.”


그녀는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뭔가 할말이 더 남아 있는듯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하하 걱정마. 난 너까지 지배할 생각은 없으니까. 이제 그럴 마나도 남아 있지 않고 그럴 마음도 없어. 그럼 잘있어. 나 이제 간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녀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내뱉었다.


“저기··· 안가면 안돼?”


“뭐?”


그녀는 눈을 사선으로 내리깔고 말했다.


“그게··· 나랑 함께 있어줬으면 좋겠어.”


‘이건 무슨 상황이지?’


상대는 수천년 아니 어쩌면 수만년을 살아온 영물이다. 그런데 그녀가 보여주는 태도는 마치 17살 소녀나 다를바 없이 수줍은 모습이 아닌가?


“아니··· 그럴···수는···.”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너 같은 인간을 만날 순 없었어. 너는 강하고 상냥해. 그리고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지켜줬어. 그래서 난 네가 좋아. 좋아하니까 같이 있고 싶어.”


나는 촌장이 해줬던 경고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숲에서 마주치는 인간 형상을 한 존재는 정령이든 악령이든 얽히면 성가신 일이 발생한다던 그 말.


“미안하지만 나는 돌아가야할 곳이 있어. 너도 지켜야할 숲이 있잖아? 그러니까 인간과 정령은 함께 할 수 없어.”


내가 거절하자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이 눈물로 가득차올랐다. 아깐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찬찬히 뜯어보니 그녀의 얼굴은 굉장한 미형이었다.


‘윽··· 이렇게나 예쁜 정령이 갑자기 울면 마음이 약해지는데··· 하지만 이런데서 발목을 잡힐 순 없다. 어차피 상대는 인간이 아니야. 여기선 강경하게 나가자.’


“미안하지만 네 바람은 들어줄 수 없어. 애초에 나는 숲에 속한 인간도 아니고 나중엔 숲을 파괴해야하는 입장에 서게 될 수도 있거든.”


그러자 그녀가 다급하게 내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 꼭 가야 한다면 이걸 가져가.”


그녀는 적갈색의 머리카락 한가닥을 뽑았다. 머리카락은 곧 붉은 빛을 내며 저절로 움직이더니 내 오른팔목을 휘감았다.


잠시후 붉은 빛이 사라지자 내 손목에는 적갈색의 광택이 나는 나무 팔찌가 생겨났다. 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이건 뭐야?”


“생명을 구해준 보답. 이걸로 우린 어디서든 이어질 수 있어.”


나는 팔찌를 통해 마나가 몸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청명하고 시원한 느낌의 마나가 내 몸 구석구석을 흐르며 채워지고 있었다. 떡갈나무 팔찌는 마치 안테나처럼 나와 떡갈나무를 연결해주고 있는듯 했다.


“굉장해! 너의 마나를 나한테 보내고 있는 거야?”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가시나무왕과 싸우느라 마나가 바닥났지? 앞으론 내가 힘이 되어 줄게.”


가시에 찢긴 상처도 덩달아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오! 너 굉장하다!"


그녀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찾아와. 여기서 기다릴게."


"알았어~ 너도 몸 좀 잘추스려. 또 놀러올게~"


나는 그렇게 떡갈나무가 있는 곳을 벗어나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이루릴··· 만나보니 나쁜 정령 같진 않은데 왜 귀신이란 악명이 생긴걸까?


어쩌면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근처로 오지 못하게 위협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녀가 나의 모든 마나와 상처를 회복시켜준 덕분일까? 나는 신성한 옹달샘까지 가는 길에서 왠지 피곤을 느끼지 않았다.


···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깊은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햇빛이 닿지 않는 대신 발광 식물들의 빛이 대신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나는 은은한 보라색 빛으로 발광하는 꽃의 군락 앞에 멈춰서서 관찰했다.


"전부 처음 보는 꽃이군. 이건 예뻐서 무드등으로 쓰면 좋겠네."


나는 식물을 향해 스킬을 시전했다.


"식물 감정."

[발광 붓꽃: 외떡잎식물. 여러해살이풀. 충매화. 밤에는 꽃술 안에서 발광체를 분비하여 꽃가루 매개충을 유혹한다. 뿌리는 약용으로 쓰이며···]


스킬로 감정한 식물의 정보는 식물 정보용 상태창에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몇 포기를 향해 다시 스킬을 썼다.


"식물 종자화."


발광 붓꽃 몇 포기가 씨앗으로 바뀌어 손으로 들어왔다.


"나중에 돌아가서 심어봐야겠다. 그나저나 여긴 햇빛이 닿지 않아서 그런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네. 잠깐 쉬어갈까?"


나는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시계초와 방향초 씨앗을 꺼내 땅에 심었다.


"식물 발아. 급속 성장."


방향초는 어디에 있든 남쪽을 향해 꽃이 피어 나침반 대용으로 휴대하고 다니는 식물이었다.


그리고 시계초는 어디에 있든 현재 태양의 위치를 향해 꽃을 피운는 식물이었다. 나는 피어난 꽃의 방향을 통해 방위와 시간을 가늠할 수 있엇다.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네. 옹달샘의 위치는 동쪽이라고 했으니 저 방향이니 서두르자."


아그작.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오이로 허기를 달래며 발길을 서둘렀다. 정령을 구해주느라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려면 배고파도 참아야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옹달샘의 물을 떠오지 못하면 탈락이라고 했던가?”


성인식에 실패한다고 성인 취급을 못받는 건 아니지만 이 의식의 통과 여부는 리안의 남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한참을 더 걸은 끝에 나는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찾았다!"


신비한 옹달샘의 주변을 푸른 빛을 내는 님프들이 술래잡기 하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님프들이 내는 푸른 빛이 옹달샘의 물에 비쳐 마치 물에서 신비로운 빛이 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푸른 빛을 내는 물이 있다는 건 이런 걸 얘기했던거군. 하루만에 찾았으니 이정도면 성공적이네.”


나는 준비해간 물통을 열어 옹달샘의 물을 담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물을 떠서 한모금 마셨다.


“후릅. 꿀꺽 꿀꺽. 캬~.”


시원한 샘물이 목구멍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에 얼마간 남아 있던 피로마저 싹 풀리는듯 했다.


“물맛 죽인다.”


나는 옹달샘 옆에 앉아 님프들이 노니는 것을 멍하니 구경했다. 그것들은 사람이 보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킥킥 대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듯 했다.


‘정말 굉장한 하루였어. 목표 지점엔 도달했고, 이제 3일 안에만 되돌아가기만 하면 성공이다. 시간이 좀 남으니 좀 더 이 근처를 탐색하다 가야겠다.’


“오늘은 여기서 노숙해야겠네.”



***



다음날 아침 나는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다양한 식물들의 표본을 채집할 수 있었다. 내가 성인식 참여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었다.


평소에 허락된 장소가 아닌 곳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식물을 채집해야하는 나에겐 매력적인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불꽃을 내뿜는 샐러맨더꽃, 상처에 찧어 바르면 피를 즉시 멎게 하는 피멎이풀, 통증을 잠시 잊게 하는 마약성 진통제 성분이 있는 사르르 꽃과 매우 위험한 독이 있는 검은은방울꽃 등 각종 진귀한 식물들을 종자로 변환한 뒤 주머니에 넣어 올 수 있었다.


그것들은 제대로만 연구한다면 여러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보물들이었다.


‘이번 탐색은 대성공이다.’


예정된 날보다 하루 일찍 숲의 입구로 빠져 나왔을 때, 나는 저 멀리서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촌장과 경비대장이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나의 사람들. 내게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알고 미리 와계셨어요?”


내가 놀라워하며 묻자 촌장이 내 물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물통에 담긴 물이 가까워지면 이 수정이 빛나게 되어 있거든.”


촌장이 꺼내든 수정 목걸이는 신비한 옹달샘의 물과 공명하며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버지는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치며 말했다.


“네 어머니는 네가 없는 동안 한숨도 못잤어.”


“이제 어린애도 아닌데요 뭘.”


어머니는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윌리엄 이제 너도 이제 어른이 되었네. 내 눈엔 아직 아기처럼 보이는데 벌써 내 품을 떠날 때가 되다니···.”


“하하 제가 어딜 떠나요? 전 계속 이 마을에 살 건데요?”


그러자 촌장이 내게 말했다.


“실은 이미 5년 전에 영주님이 내게 당부하신 게 있다.”


“뭔데요?”


“네가 성인식을 마치면 성으로 데려오라고.”


“네? 왜요?”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촌장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 능력을 눈여겨보신 영주님이 네가 성인식을 치르면 데려다가 부관으로 쓰겠다고 결정하셨다는 얘기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오마 마을을 떠나게 되리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15세에 영주의 부관이라··· 생각보다 빨리 출세한 셈이었다. 하지만 섭섭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전생의 나는 성공 하나만 바라보고 아득바득 밑바닥부터 기어올라갔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리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성공이 너무 빨리 찾아오고 있었다.


느리게 나아간 덕분에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일 수 있었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은 섭섭했다.


아버지는 등짝을 때리며 말했다.


“뭘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자고로 사내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하는 거다. 네가 뜻을 펼치기엔 이 오마 마을은 너무 좁아.”


“아버지···.”


촌장은 나와 아버지의 목을 동시에 끌어 안으며 말했다.


“하하하. 오늘은 마을 잔치를 열 거니까 각오들 해두는 게 좋을 거야. 윌리엄 애커만의 송별회니까 다른 때보다도 더 성대하게 열거라고.”


아버지는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너도 이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군. 성인식은 아직 끝난게 아니야. 마을 어른들의 술을 한잔씩 다 받아내어야 비로소 성인으로 인정받는 거다.”


그렇게 오마 마을에서의 내 어린 시절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김설명 독자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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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뭐니뭐니해도 머니엔 술장사죠 +4 23.05.29 6,226 166 14쪽
20 19화. 입성 +5 23.05.28 6,579 173 17쪽
» 18화. 떡갈나무 정령의 보은 +4 23.05.27 6,764 182 16쪽
18 17화. 가시나무왕 +6 23.05.26 6,730 173 12쪽
17 16화. 기분 좋게 돈쓰기 +5 23.05.25 6,832 185 15쪽
16 15화. 독점 판매 계약 +3 23.05.24 6,914 191 16쪽
15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2 23.05.23 7,041 190 12쪽
14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4 23.05.22 7,040 194 11쪽
13 12화. 늑대성의 주인 +7 23.05.21 7,200 196 15쪽
12 11화. 전리품 분배 +10 23.05.20 7,527 202 17쪽
11 10화. 능력 각성 +7 23.05.19 7,489 206 11쪽
10 9화. 늑대 사냥 +4 23.05.18 7,541 190 13쪽
9 8화. 겨울이 온다 +2 23.05.17 7,587 209 11쪽
8 7화. 계약 +4 23.05.16 7,745 211 14쪽
7 6화. 결실을 거두다 +8 23.05.15 7,775 208 13쪽
6 5화. 대규모 경작에 도전하다 +11 23.05.14 7,978 191 14쪽
5 4화. 감자를 수확하다 +14 23.05.13 8,119 214 13쪽
4 3화. 감자 농사를 시작하다 +9 23.05.12 8,411 207 12쪽
3 2화. 감자가 맛있다니 +4 23.05.11 8,630 226 14쪽
2 1화. 내가 가난하다니 +4 23.05.10 9,447 227 10쪽
1 0. 내가 환생이라니 +15 23.05.10 11,082 22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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