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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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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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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7,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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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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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1화. 전리품 분배

DUMMY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몸을 일으키려하자 가슴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끄응···."

단단히 감겨진 붕대 밑이 뜨겁게 욱신 거렸다. 발톱에 베인 상처가 꽤나 깊은 모양이었다.


"흠··· 내가 얼마나 잤지?"


주변을 둘러보니 환한 낮이었다. 이능을 써서 펜릴 늑대를 쓰러뜨린 다음부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 때 기술을 쓴 뒤 기절했구나. 단기간에 쓰기엔 기력 소모가 너무 컸어···.’


나는 손을 펼쳤다 쥐었다 하며 몸을 움직여 보았다. 몸안의 미약한 기력을 의도적으로 손으로 흘려 보내기도 하면서 몸상태를 점검했다. 기력의 흐름이 분명히 느껴지는 걸 보니 그건 꿈이 아니었다. 나는 확실히 그 때 이능을 각성했다.


'하지만 어째서 지금?'


상태창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전생에서 내가 각성했던 것 그대로인 능력이였다.


‘그러고보니 전생에서도 지금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각성했었지.”


[식물 지배]

말그대로 모든 식물을 지배하여 조종할 수 있는 능력. 전투에 특화된 능력은 아니었지만 의외로 범용성이 높았던 능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각성이라는 것은 시공과 육체를 초월하여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인가?'


분명 펜릴 늑대는 내가 이세계인이란 걸 아는 눈치였다. 환생을 했기에 내게 남아 있는 전생의 흔적은 전혀 없었을텐데···


‘현대 한국과 이곳 사이엔 아무런 접점이 없을 텐데 어째서 이세계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이지?’


‘아니면 과거 전생의 세계에서 차원의 틈이 무작위로 열렸을 때 내가 사는 곳과 연결된 적이 있었다거나···.’


'에잇! 더는 생각하지말자.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모처럼 각성한 이능력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지다.'


나는 이미 전생에서 똑같은 능력을 활용하여 S급 헌터가 된 경험이 있었다. 전투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이 [식물 지배]라는 능력을 짐스럽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나만이 각성했다는 희귀성. 그리고 내 본업인 농사일에 활용할 수 있다는 범용성. 이 두 가지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가난한 집안을 일으키고 이세계에서 출세하고자 하는 내 목표를···.


그 때 마침 방문이 벌컥 열리며 어머니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윌!"


어머니가 방안으로 달려들어오더니 나를 끌어 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흑흑 우리 아가··· 얼마나 아팠어? 응? 몸은 좀 어때? 말은 할수 있니?"


잠시후 후다닥 소리가 나며 아버지와 동생 토미 그리고 제니가 뒤이어 따라들어왔다.


"형!"

"오빠!"


"어이! 정신이 들었냐?" 아버지가 방에 들어오려하자 어머니가 도끼눈을 뜨며 말했다.


"당신은 들어오지 마세요."


즉시 발걸음을 멈추는 아버지. 거대한 펜릴 늑대 앞에서도 전혀 움츠려 들지 않던 남자가 어머니의 한마디에 꼼짝도 못하는 걸 보고 깨달았다. 우리집에서 최강자는 어머니라는 사실을···.


"당신은 걱정할 자격도 없어요. 썩 나가요!"


풀이 죽은 표정으로 방문을 나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것은 큰 일을 겪은 후에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음을 알게 되어 느끼는 안도감 같은 것이었다.


"엄마, 사실은 제가 어른들한테 졸라서 억지로 따라간 거에요. 제가 다친건 다 제 잘못이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위험한 사냥에 널 데려가는 어른이 어디있니? 제정신이 아닌거지!"


살면서 그렇게 화난 어머니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에 나 역시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 때 눈치 빠른 제니가 내옆으로 슬그머니왔다.


"오빠 다친덴 괜찮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다 얼른 와서 품에 안기는 제니. 나에겐 동생이라기보다 이제 딸처럼 느껴지는 아이다.


"윽. 아직 조금 아파..."


내가 일부러 엄살을 부리니 역시나 제니는 울상을 짓는다.


"히잉. 그럼 내가 호~해줄게. 가만있어봐. 호오~~ 호~~~."


바로 이런 걸 기대했다. 얜 정말 하는 짓이 너무 귀엽다···. 나는 제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 제니~ 이제 안아파."


"정말?"


제니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럼~ 우리 제니가 호해주니까 이제 하나도 안아프네~."


“만세!”


다시 표정이 밝아지며 웃는 제니. 얼른 내 얼굴에 뽀뽀를 쪽하고는 방방 뛰기 시작했다. 나의 이세계 생활 중 가장 큰 힐링은 사실 제니였다. 천사가 환생한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반면에 토미는···.


“쳇! 나도 따라갔어야 했는데!”

그 말에 어머니는 흠칫 놀라며 토미를 돌아봤다.


“그게 무슨 소리니?”


“치사하다고! 그런 엄청난 사냥에 형만 가고 나는 왜 안데려 가냐고!”


덕분에 나는 어머니의 따가운 눈총과 잔소리에 한 시간 내내 시달려야했다. 대충 ‘네가 형이 되어 모범을 보이지 않아서 괜히 토미가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듣고 있자니 다시 상처가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으윽···. 엄마 저 배고파요.”


내가 재빨리 말을 끊자. 어머니는 이제야 생각났다는듯 말했다.


“어머! 그래. 사흘이나 잠만잤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지. 엄마가 맛있는거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


아들이 배고프다고 하니 어머니의 얼굴에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간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얼굴이 무척 수척해졌다.


‘다음부턴 걱정끼칠 만한 일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겠다.’



***



그 날 저녁. 마을에선 사냥에 참가한 사람들만 참석하는 연회가 열렸다. 연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 아직 몸이 불편한 나를 업고 마을 회관으로 걸어가는 아버지의 걸음 걸이가 왠지 신나보였다.


아버지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우리 마을은 원래 큰 사냥이 끝난 다음 날에 참가자만의 연회를 여는 게 관례였거든. 하지만 이번엔 다들 너 깨어날 때까지 절대 연회 안한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하하하.”


아버지는 아들이 어떤식으로든 두각을 나타낸 것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아참 촌장님은요? 그 놈에게 팔을 물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괜찮으세요?”


“녀석, 빨리도 물어본다. 그 정도 부상으로 그 분이 끄떡이나 할거 같으냐? 촌장님도 너 언제 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가서 직접 인사드려.”


우린 눈이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길을 걸어 마침내 마을 회관에 들어섰다. 그곳엔 사냥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잔뜩 모여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일동은 우릴 쳐다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왔구나!”

“윌리엄! 어서와라!”

“어여와서 여기 앉아라!”


마을 어른들은 나를 업고온 아버지를 둘러싸고는 내 등을 두드리며 저마다 큰 소리로 격려의 말을 해주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남자가 진심으로 상대방을 인정할 때 나오는 눈빛이었다.


“네가 오늘의 주인공인데 왜이리 늦게 왔냐? 어서 저기 가 앉아라! 네 자리는 촌장님 옆자리야!”


인정이라··· 사실 내 전생 30년의 인생은 바로 그 인정을 받기 위한 고군분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싶었다. 아카데미 동기들에게, 동료 헌터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에게···.


하지만 우습게도 30년 동안 받은 인정보다 환생한 뒤 10년간 받은 인정이 더 많았다. 뭔가 기쁘지만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마을 회관의 정중앙부에 기다란 식탁이 놓여져 있고 그 위에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식탁의 상석에 앉아 있던 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양팔을 쫘악 벌리며 나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팔이 있어야할 곳의 소매가 축 늘어져 있었다.


“촌장님···.”


비어있는 소매를 보자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났다.


“어? 이녀석 우네?”

“야 우냐?”


재밌다는듯 떠들어대는 어른들을 뒤로하며 나는 촌장에게 가서 와락 안겼다.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흐르고 있었다.


“미안해요. 촌장님, 괜히 제가 따라가겠다고 졸라서···.”


촌장은 내 등을 팡팡 두드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뭐가 미안하냐? 넌 나한테 미안할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네가 무사해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촌장님 팔이··· 촌장님 오른손잡이인데 이젠 칼도 못잡잖아요?”


그는 비어있는 소매를 들어보이며 대수럽지 않게 말했다.


“팔? 아~ 이거? 망할 늑대놈이 물어 덜렁거리길래 내가 직접 떼버렸다. 마음쓰지마라 이 진 헤크에게 이정도 패널티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것보다 너는 어떠냐? 상처가 꽤 깊다고 하던데?”


“전 참을만해요.”


촌장은 남아 있는 왼팔로 내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좋아. 올 사람은 다 왔군. 그럼 다들 잔을 들어라! 우리 마을 새로운 사냥꾼의 탄생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어른들은 커다란 나무 컵에 담긴 맥주를 숨도 안쉬고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식탁에 쾅하고 내려놓으며 외쳤다.


“한잔 더!”


이번엔 경비대장 스벤이 일어서서 잔을 채우며 말했다.


“촌장님의 오른팔을 위하여! 건배!”


“건배!”


벌컥벌컥 술마시는 소리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번엔 조지 아저씨가 일어서서 잔을 들어보였다.


“죽은 대니의 말을 위하여 건배!”


“건배!”


무서운 기세로 잔을 비우는 어른들을 보니 사실 건배사는 아무래도 좋았고 중요한 건 술마실 구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럴듯하던 건배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말도 안되는 얘기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국왕 폐하와 영주님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


“건배!”


“와하하하! 사냥을 끝내고 마시는 술맛은 각별하군!”


촌장은 얼굴이 벌개져서 큰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잘린 팔이 무척이나 아플텐데 전혀 아픈 기색도 내지 않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어떠냐? 너도 한 잔 마셔볼래?”


술은 상처에 좋지 않았지만 분위기상 한 잔 정도는 마셔야할 것 같았다.


“그래 윌! 원래 우리 마을에선 단체 사냥에 참가했으면 어른으로 취급받는다. 넌 이미 성인식을 치른 거나 다름 없으니 술을 마셔도 괜찮아.”


“그래 윌! 너도 이제 우리 오마 마을에서 한 몫을 하는 일원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어른들이로군.’


나는 마지못해 잔에 담긴 맥주를 한 입 마셨다.


꿀꺽!


“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 나에게 촌장이 물었다.


“어떠냐? 맛있지?”


그것은 내가 알던 맥주의 맛이 아니었다. 뭔가 훨씬 더 걸죽하고, 달콤한 것이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었다.


“맛있어요! 이 거 무슨 맥주에요?”


“이건 허니버터맥주라고 하는 거다.”


“허니버터맥주?”


“맥주를 이렇게 걸죽하게 만들어 버터와 꿀을 첨가해 마시는 북부식 맥주지. 옛날엔 전투에 나가기 전에 이 허니버터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싸웠어.”


변경 영지 리안에서 맥주는 단순한 술 이상의 의미를 지닌듯 했다. 고된 전투를 앞둔 남자들이 약간의 알콜과 함께 흡수가 빠른 고칼로리 음료를 마심으로써 싸울 용기와 힘을 얻었던 것 같다.


“자자! 다들 자리에 앉고 주목해라. 오늘은 우리가 힘을 합쳐 마수를 사냥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스벤! 그걸 가져와라.”


촌장이 말하자 스벤과 제이드는 둘이서 낑낑대며 둘둘 말린 무언가를 들고왔다. 커다란 양탄자인줄 알았지만 펼쳐보니 검은 펜릴 늑대의 털가죽이었다. 그것을 줄에 걸어 당기자 마을 회관의 한쪽 벽면을 모두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털가죽이 보였다.


그러자 저마다 다가가서 가죽에 뚫린 구멍을 만져보며 말했다.


“이건 내가 찌른 창자국이야.”

“이건 내가 낸 상처다.”

“아니야. 그건 내가 낸 거다.”


그들은 족히 10년은 우려먹을 수 있는 안줏거리를 얻게 된 것이 신난듯 큰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촌장이 스벤에게 눈짓을 주니 이번엔 나무 상자를 하나 들고와서 안에 든 것들을 꺼냈다.


“오오!”

그건 죽은 펜릴 늑대의 송곳니와 발톱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놈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나버렸기 때문에 온전한 머리를 전리품으로 얻을 순 없었다.” 그렇게 말하던 스벤이 내 쪽을 처다보며 한쪽 눈을 찡긋 했다.


“대신에 이빨과 발톱은 몇 개 추릴 수 있었지. 펜릴의 송곳니와 발톱을 지니면 전쟁의 신이 지켜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공적에 따라 이것들을 나눌 생각이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스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먼저 네 개 밖에 없는 송곳니 중 가장 큰 것은 윌리엄의 것이다. 다들 이의없지?”


“오오!”

“좋아!”

“이의 없다.”

“그 애는 자격이 충분해.”


“다음 하나는 크게 다친 촌장의 것이다. 이의있나?”


“이의 없다!”


“촌장은 두 개 가져도 이의없다.”

누군가 말하자 유쾌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와하하하!”


“다음은 우리 중 가장 손해가 큰 대니 차례다. 이의있나?”


“이의없다.”

“힘내라고 댄!”

사람들은 브라운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


그렇게 펜릴의 이빨과 발톱을 모두 나눈 뒤 스벤은 상자에서 커다란 붉은 돌을 꺼냈다.


“오~”


“저게 뭔지 아냐? 윌?”


아버지가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냐? 저걸 안다고?”


아버지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당연히 알고 말고. 저건 마석이었다. 내가 던전에서 잡은 몬스터의 시체에도 똑같은 게 있었다. 다만 저렇게 큰 마석은 헌터 경력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촌장 할아버지가 얘기해줬어요. 마수의 시체에선 붉은 돌이 나온다고요. 그걸 마석이라고 부르는데 마법에 쓰여서 무척 비싸다고 들었어요.”


아버지는 내 머리를 장난스럽게 헝크러뜨리며 말했다.


“어쩜 너는 모르는 게 없냐? 이 아빠도 아는체할 기회 좀 달라구!”


전생의 세계에선 저 마석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기존의 배터리 재료보다 훨씬 에너지 밀도가 높은 마석은 분말로 가공하여 고성능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전략 무기였다.


하지만 대륙 남쪽의 마법사들은 저걸 모아 마법 스크롤을 만들거나 마도구를 만드는데 쓴다고 들었다. 분명 극도로 효율 낮은 사용 방법일 것이다.


스벤이 큰 소리로 말했다.


“펜릴의 가죽과 마석은 대륙 남쪽에선 무척 귀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이건 돈으로 바꿔서 사냥에 참가한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질 생각이다. 이의있나?”


“이의없다!”


마을사람 모두가 술잔을 들어보이며 외치자 스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스벤이 눈짓을 하자 제이드 아저씨가 옆방으로 가더니 무언가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끼잉···끼잉··· 낑···.


그것은 목줄에 묶인 펜릴 늑대의 새끼 여섯마리였다. 아직 솜털이 가득한 어린 개체였지만 크기는 다자란 중형견의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컸다. 새끼늑대들은 잔뜩 겁에 질린 눈망울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촌장이 내게 설명해줬다.


“너는 기절해서 못봤을 거다. 사실 사냥이 끝나고 근처에서 발견했단다. 우리가 죽인 펜릴은 어린 새끼가 있는 어미 늑대였던 모양이더구나. 그냥 죽이기 뭐해서 일단 데려왔는데 어떻게 처분할지는 오늘 결정할 생각이다.”


스벤은 새끼 늑대 중 하나를 들어올려보이며 말했다.


“아무리 사나운 마수라도 새끼를 죽이는 건 영 내키지 않아서 말이지. 이것들은 산채로 영주님께 바치려고 하는데 어떤가? 이의있나?”


“이의없다.”


전리품 분배는 그것으로 끝났다. 그러자 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어보였다. 마을 남자들은 각자 잔을 채우며 촌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니의 말을 물어간 마수는 우리 손으로 죽였다.”


브라운씨는 잔을 들어보였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거다.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사람이든 짐승이든 반드시 쳐죽인다.”


“쳐죽인다!”


다시 한 번 잔이 부딪히고 거친 남자들의 왁자지껄한 무용담이 밤새도록 끝날 줄을 몰랐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즈음 촌장은 내 옆으로 와 조용히 말했다.


“윌, 나는 조만간 널 영주님께 인사시킬 생각이다.”


“네?”


내가 놀라서 묻자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새끼 늑대를 영주님께 바치러 가는 길에 감자 농사에 대한 것도 보고할 생각이거든. 그러니 나랑 같이 늑대성에 가자. 농사에 관해서는 네가 이 마을에서 제일 잘 알잖냐?”


드디어 영주의 성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다. 안그래도 영주는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춥고 길기로 유명한 리안의 겨울. 농사 일이 없어서 심심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이거 지루할 틈이 없잖아?’


나는 신이 나서 대답했다.


“좋아요! 영주님이 사는 성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작가의말

김설명 독자님 소중한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더 힘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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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2 23.05.23 7,040 190 12쪽
14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4 23.05.22 7,040 194 11쪽
13 12화. 늑대성의 주인 +7 23.05.21 7,200 196 15쪽
» 11화. 전리품 분배 +10 23.05.20 7,527 202 17쪽
11 10화. 능력 각성 +7 23.05.19 7,489 206 11쪽
10 9화. 늑대 사냥 +4 23.05.18 7,541 190 13쪽
9 8화. 겨울이 온다 +2 23.05.17 7,586 209 11쪽
8 7화. 계약 +4 23.05.16 7,745 211 14쪽
7 6화. 결실을 거두다 +8 23.05.15 7,775 208 13쪽
6 5화. 대규모 경작에 도전하다 +11 23.05.14 7,978 191 14쪽
5 4화. 감자를 수확하다 +14 23.05.13 8,119 214 13쪽
4 3화. 감자 농사를 시작하다 +9 23.05.12 8,411 207 12쪽
3 2화. 감자가 맛있다니 +4 23.05.11 8,629 226 14쪽
2 1화. 내가 가난하다니 +4 23.05.10 9,447 227 10쪽
1 0. 내가 환생이라니 +15 23.05.10 11,082 22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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