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345,004
추천수 :
9,204
글자수 :
457,252

작성
23.05.17 22:50
조회
7,586
추천
209
글자
11쪽

8화. 겨울이 온다

DUMMY

“이거 갈수록 놀라게 하는군. 솔직히 말해라 존. 이거 네 생각이 아니지? 윌 네 생각이냐?”


촌장의 날카로운 눈이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며 말했다. 확실히 노인네가 눈치는 빨랐다.


“존. 내가 자네를 하루이틀 봤나? 자넨 우직하지만 머리를 쓰는 타입은 아니야. 그럼 한 번 말해보거라 윌. 무슨 목적으로 그걸 원하지?”


촌장의 강렬한 안광이 찌를 듯이 나를 보았지만 어차피 아쉬운 쪽은 촌장이므로 주도권은 나에게 있었다. 어리다고 주눅들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저는 새로운 농사법을 개발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숲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좀 더 연구하고 싶거든요.”


“식물들을 연구한다?”


촌장은 짧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내 말을 곱씹듯이 되뇌었다.


“네. 제가 감자를 농사 지은 것도 숲에서 우연히 다른 동물들이 감자를 먹은 걸 봤기 때문이에요. 숲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감자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었을 거라고요.”


나는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서 말했다. 촌장은 뭔가 미심쩍어 하는듯했지만 굳이 더 따지고 들지는 않았다. 마침내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혼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식물을 연구하겠다고? 넌 어린애가 마치 왕의 박물사처럼 말하는구나. 알았다. 지금 확답은 어렵겠지만 내 영주님께 최대한 잘 말씀드려서 허가증을 받아다 주마. 그럼 이걸로 된 거냐?”


“네.”


사실 숲은 지금도 몰래 들어갈 수 있었지만 영주의 허가증이 있다면 만에 하나라도 내가 숲에 들어갔을 때 일이 잘못되어도 부모에게 책임이 가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었다.


게다가 영주의 허가증이 있다면 마을의 병력도 대동하여 탐색할 수 있으니 나 자신의 안위에도 중요한 일이었다.


“존. 아들 간수 잘해야겠어. 이녀석 보통 놈이 아니야. 하하하”

촌장은 귀엽다는듯 나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지난번 숲에 들어갔을 때, 잠깐이었지만 나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그 중엔 분명 재배하여 먹을 수 있는 식물도 많았을 것이다. 오로지 밀과 보리 농사만 짓는 이 단조로운 농사에서 해방되려면 신품종을 찾는 게 필수적인 일이었다.


“자 그럼 너도 약속해야지? 우리 마을 사람들을 위해 감자 재배법을 알려주겠느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



촌장은 결단력 뿐만아니라 행동력도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다음날 아침 일찍 영주가 사는 늑대성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는 떠나기전 일부러 우리집에 들러 인사까지 하고 출발했다.


“너희들! 조금만 기다려라. 내 금방 성에 다녀오마.”


촌장의 결단에 따라 이 오마 마을에선 감자라는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는 도전이 시작되었다. 사실 평균 기온이 낮고 비가 자주 오지 않는 이 곳 리안은 감자를 키우기 최적의 땅이었다.


야생 감자를 그냥 가져다 심기만 해도 풍년이 들정도의 좋은 조건이었지만 그래도 감자 농사의 기초적인 부분은 전수할 필요성이 있었다. 경비대장 스벤은 성으로 떠난 촌장을 대신해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흠 흠. 다모인 것 같으니 얘기할게요. 이미 들으셨겠지만 존네 아들 윌리엄이 마을 최초로 감자 재배에 성공했잖아요? 저도 먹어봤지만 빵과는 또다른 맛이 나는 게 엄청 맛있더라구요.”


스벤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맞장구를 쳤다. 토비아스의 어머니 헬라 아주머니도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들 녀석도 허구헌날 말한다우. 매일 감자 먹고 싶으니 우리집도 감자농사 좀 짓자고. 호호호.”

원래 농부들에게 새로운 작물을 도입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본인이 잘 알고 몸에 익숙한 작물이 아닌 이상 새로운 작물을 배우는 건 어렵고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먼 패거리가 각자 집으로 가져간 감자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상당히 열린 상태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럼 지금 우리 마을의 천재 농부 윌리엄에게 감자 농사 짓는 법을 배워보자구!”


나는 그 날부터 매일 마을 사람들에게 감자 농사법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각자 휴경중인 땅에 거름을 뿌려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법부터 시작했다.


우리집이 독점 계약한 말농장이 아니더라도 마을엔 소나 돼지, 닭 같은 가축을 키우는 집이 많았다. 심지어 가축의 분뇨가 아닌 사람의 분뇨도 충분히 거름으로 쓸 수 있으니 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양의 분뇨를 모아 뿌리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오래 말린 똥만 거름으로 쓸 수 있어요. 가급적 버려진지 오래된 똥을 긁어 모아야 해요.”


그 다음은 밭을 만드는 법, 즉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심을 자리를 형성하고 ‘북주기’를 통해 감자가 자랄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주는 법을 가르쳐줬다.


“아빠~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이정도 높이는 되게 흙을 쌓아야해.”


이미 나와 함께 한 번 감자 농사를 지어본 소년들은 오히려 자기 부모들을 답답해하며 감자 농사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마을 사람들의 휴경지는 점점 비옥한 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감자의 싹이 두 세개 정도 되게 감자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심으면 적은 감자로도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어요.”


···


“감자의 자른 면은 하루 말렸다가 심거나 재를 묻혀서 심어야 썩지 않아요.”


···


“감자를 심는 간격은 어른 팔 하나 간격 정도는 되어야 감자가 크고 맛있게 열려요.”

“물은 흙이 속까지 말랐다 싶으면 여러번에 걸쳐 흠뻑 주셔야해요. 그리고 한 달 뒤에 한 번 더 거름을 줘야하는데 그 땐 제가 다시 알려드릴게요.”


나는 3일에 걸쳐 내가 아는 감자 재배법을 열심히 가르쳐주었고, 마을 어른들은 그걸 열심히 배웠다. 때론 귀중한 재배법을 아낌없이 공개하는 나에게 이유를 묻는 어른도 있었다.


“윌. 이렇게 엄청난 정보를 막 공개해도 되는 거냐? 이거 공짜로 듣기 너무 미안해서 그래.”


내가 마을 사람들에게 농사 정보를 전부 오픈하는 이유는 내가 특별히 이타심이나 공명심이 투철해서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오마와 같이 작은 마을은 마을 단위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세금에 대해선 연대 책임처럼 되어버린다.


그건 즉, 마을 사람들의 경제사정과 우리 가정의 경제사정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풍족하게 살려면 좋든 싫든 다같이 잘사는 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우선은 마을 전체의 경제 수준을 끌어올린다.’


지금은 쉬운 감자를 심지만 이건 단순히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일 뿐. 잘 찾아보면 더 가치가 높은 농작물을 재배할 기회가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 걸 위해서라도 촌장은 꼭 허가증을 갖고 돌아와야 했다.


***


며칠 후.


“여어!”


늑대성에 방문했던 촌장이 5일 만에 돌아왔다. 그는 품속에서 고이 접은 종이 증서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내게 건넸다. 펼쳐보니 고풍스런 필체로 적힌, 말미에 영주의 인장까지 찍힌 진짜 숲 출입 허가증이었다.


“우와! 해내셨군요?”


“허허 내가 누구냐? 이 촌장 진 헤크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며칠만에 만난 촌장은 얼굴이 활짝 펴있었다.

“근데 왜이리 오래 걸리셨어요? 여기서 성까진 하룻길도 채 안되는데.”


“아 그야. 우리 손녀 만나고 오느라 늦었지.”


“아참 리사는 잘 있어요?”


“그럼! 메이드 수업을 배우고는 있는데 아직 어려서 일을 많이 시키지는 않는 것 같더구나. 힘들지 않고 지낼만하다고 해서 내 한결 마음이 놓였지 뭐냐? 하지만 그 어린 것이 엄마랑 떨어져 지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겠지··· 쯧쯧.”


늙은 촌장의 얼굴엔 잠시 그늘이 깃들었다 사라졌다.


“맞다. 올 때 보니 마을 곳곳에 새로운 밭이 생겼더구나. 감자 농사법은 벌써 다 전수 한거냐?”


“일단은요. 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해서 농사 일정이 조금 빠듯하긴 해요.”


“흐음···.”


불과 두 달 뒤면 북풍이 불어닥치는 겨울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감자가 얼어죽기 전에 재빨리 거둬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좀 더 겨울이 늦게 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땅이 척박한 곳이라고 불평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이제부터 우린 남은 2개월 동안 마을 단위의 감자 농사를 성공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마을 전체가 세금을 내고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이 생길 것이다.



***



2개월 후.


하늘이 잿빛으로 낮게 깔리고 벌판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씩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겨울이 오고 있군.”


아버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숲 너머의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늘 중으론 감자를 전부 캐서 저장해야해요.”


“그래야겠구나.”


리안의 날씨는 정말이지 순식간에 바뀌어서 우물쭈물하다가는 늦어버린다. 우린 서둘러 감자를 수확하여 미리 파둔 땅속 구덩이에 차곡차곡 저장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밀농사는 예상대로의 결과를 보여줬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흉작. 기온이 낮은 곳에서 밀농사가 잘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요즘은 흉작이 너무 심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집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대부분이 감자 농사를 함께 지어 흉작을 만회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올해는 정말이지 이 감자가 없었다면 다같이 굶어 죽을뻔했겠어.”


아버지의 말은 사실이었다. 밀은 흉작이었고, 겨울은 점점 더 길어진다. 세금을 내고 남은 식량만으로는 아마도 절대 이번 겨울을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


“윌리엄. 이게 다 네 덕분이다. 정말 장하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아버지의 손바닥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어 뭐지? 이건 무슨 감정이지?’


돌이켜보면 전생의 내 부모는 칭찬에 후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물론 속으로는 다들 나를 사랑하셨을테지만 자식을 강하게 키우는 것이 옳다고 믿는 부류의 어른들이었다.


나 역시 그런 걸 당연하게만 여겨왔다. 힘들어도 약한소리는 하지 못했다. 11살 때 나는 C급 능력을 각성했다. 그 때 온가족이 적잖이 실망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S급이라는 목표가 내게는 너무도 뚜렸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S급만 단다면, 나를 무시하던 친구들, 친척들 심지어는 부모들까지 멋지게 한방 먹여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 그렇게 노력해서 정말로 S급 헌터가 되었을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이 더 행복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숲 너머의 어둠을 노려봤다. 리안의 겨울은 비단 지독한 추위만이 위험한 게 아니었다. 겨울은 인간이 아닌 마물들의 시간. 그렇게 길고 추운 겨울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0화. 뭐니뭐니해도 머니엔 술장사죠 +4 23.05.29 6,226 166 14쪽
20 19화. 입성 +5 23.05.28 6,579 173 17쪽
19 18화. 떡갈나무 정령의 보은 +4 23.05.27 6,763 182 16쪽
18 17화. 가시나무왕 +6 23.05.26 6,730 173 12쪽
17 16화. 기분 좋게 돈쓰기 +5 23.05.25 6,832 185 15쪽
16 15화. 독점 판매 계약 +3 23.05.24 6,913 191 16쪽
15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2 23.05.23 7,040 190 12쪽
14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4 23.05.22 7,040 194 11쪽
13 12화. 늑대성의 주인 +7 23.05.21 7,200 196 15쪽
12 11화. 전리품 분배 +10 23.05.20 7,527 202 17쪽
11 10화. 능력 각성 +7 23.05.19 7,489 206 11쪽
10 9화. 늑대 사냥 +4 23.05.18 7,541 190 13쪽
» 8화. 겨울이 온다 +2 23.05.17 7,587 209 11쪽
8 7화. 계약 +4 23.05.16 7,745 211 14쪽
7 6화. 결실을 거두다 +8 23.05.15 7,775 208 13쪽
6 5화. 대규모 경작에 도전하다 +11 23.05.14 7,978 191 14쪽
5 4화. 감자를 수확하다 +14 23.05.13 8,119 214 13쪽
4 3화. 감자 농사를 시작하다 +9 23.05.12 8,411 207 12쪽
3 2화. 감자가 맛있다니 +4 23.05.11 8,630 226 14쪽
2 1화. 내가 가난하다니 +4 23.05.10 9,447 227 10쪽
1 0. 내가 환생이라니 +15 23.05.10 11,082 221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