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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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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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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252

작성
23.05.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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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7화. 가시나무왕

DUMMY

마을을 가로질러 동쪽 마을 경계에 다다르자 벌써부터 공기가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태고적부터 존재했다던 이 거대한 숲은 왠만한 왕국 하나를 통째로 집어 넣고도 남을 만큼 컸다.


나는 촌장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너도 이제 마나를 느낄 수 있을 테니 알겠지. 숲에선 마나가 쌓여 공기가 무겁게 느껴질 거다. 마나가 모이는 곳엔 정령과 마수도 모여들기 마련이지. 그러니 단독 행동은 삼가거라.


‘쳇 마나는 진작부터 느꼈다고.’


나는 그 동안 안전을 위해 늘 마을 경비대원들과 함께 숲을 탐색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히히힝! 푸드득!


나는 타고온 말의 콧잔등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수고했어. 엘로, 여기서부턴 나 혼자서 걸어가야 해.”


밝은 황갈색 털을 가진 이 예쁜 짐승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이내 발길을 돌려 터덕 터덕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후우~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들어가볼까?”


성인식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숲의 깊은 곳까지 가서 신성한 옹달샘의 물을 한 병 떠오는 것으로 끝인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나는 긴장을 풀기 위해 괜히 허리에 찬 레이피어의 자루를 한 번 쥐어 보았다. 하루에 만번. 아버지와 촌장은 지난 5년간 이 검을 매일 만번씩 휘두르게 했다.


전생의 나 역시 검을 안다뤄본 건 아니었지만 새로운 몸에 새로운 검술을 익히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였는지 촌장과 아버지의 훈련은 생각 이상으로 혹독했다.


“윽··· 또 생각났다.”


나는 그 지긋지긋하고 토나오던 훈련의 시절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고 싶어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검이라면 꿈에서도 휘두를 정도로 몰아붙여진 탓이었을까? 어느새 이 무기를 손에 쥐면 무엇이든 벨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단단하고 차가운 칼자루의 감촉을 느끼며 점점 숲의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음··· 여긴 처음 와보는 곳이라 그런지 못보던 식생이 있네?”


나는 그늘진 곳에 나 있는 고사리를 발견하고 얼른 달려가 새 순을 땄다.


“이건 말려 먹으면 맛있지.”


허리에찬 주머니에 고사리를 넣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제 슬슬 먹을 걸 찾아야할텐데.”


성인식을 목적으로 숲에 들어갈 때 무기를 제외한 어떤 것도 들고 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여기엔 물론 물과 식량도 포함이었다. 결국 위험한 곳에서 3일간 자력 생존할 수 있느냐가 성인식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바스락!


그 때 내 눈에 띈 것은 숲토끼였다.


‘있다!’


나는 조용히 풀잎을 뜯어 손에 쥐고 스킬을 시전했다.


‘단단하고 날카로워져라.’


그러자 부드러운 풀잎이 잘드는 비수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나는 사냥감을 향해 칼날처럼 된 풀잎을 던졌다.


휘익!


퍽!


끼익!


날아간 풀잎은 빗나가 땅에 박혔고, 놀란 숲토끼는 펄쩍 뛰어 그 길로 사라져버렸다.


“젠장! 놓쳤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시 길을 나섰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이었을까? 한참을 걷다보니 배고픔과 갈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슬슬 먹을 걸 찾아야할텐데···.”


먹을 것은 고사하고 마실물을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다른 참가자였다면 굉장히 고전했을 상황이었지만 나에겐 대비책이 있었다.


“맞다! 이럴 줄 알고 가져왔지.”


나는 옷소매 속에 몰래 숨겨온 오이 씨앗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심을 자리를 물색했다.


다행히 숲의 흙은 물기를 머금은 부엽토로 이루어져 식물을 키우기에 적당해보였다. 나는 땅에 오이 씨앗을 심은 뒤 그 위로 손을 뻗어 스킬을 사용했다.


“발아. 급속 성장.”


손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잠시 후.


씨앗을 심은 자리에서 싹이 나오고 곧바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오이의 줄기는 옆에 있는 나무를 감아 오르며 줄기를 굵게 성장시켰다.


식물이 단시간에 성장하려면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한 법. 나는 오이를 심은 흙의 수분이 바싹 마르고 식물 주변이 살짝 어두워지 게 느껴졌다.


‘식물이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단시간에 끌어당겨 주변이 어두워진 거로군.’


내가 각성한 능력 [식물 지배]의 하위 스킬 [급속 성장]은 특정 범위의 식물의 성장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었다.


그 스킬 덕분에 방금 심은 오이는 눈깜짝할 새 꽃을 피우고 지고 그 자리에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이건 언제봐도 신기하군.”


그건 마치 식물의 성장 모습을 촬영해 수십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보는 것과 같은 장면이었다.


[급속성장] 스킬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할 경우엔 그에 비례하여 성작 속도가 둔화되지만 식물 하나로 범위를 좁히면 이렇게 단시간에 열매를 맺을 수 있을 정도로 식물을 키울 수 있었다.


나는 주렁주렁 열린 오이 중 하나를 따서 얼른 베어 물었다.


아그작.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입안에 가득차 갈증을 달래줬다.


아그작 아그작.


“오이가 달군. 내년엔 이걸 좀 더 많이 심어봐야겠어.”


단숨에 오이 두 개를 먹어치우니 얼마간의 허기와 갈증이 해결되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다시 걸을 수 있겠다. 남는 오이들은 나중에 먹게 따로 챙겨야지.”


탐스럽게 열린 오이 몇 개를 더 따서 자루에 담는 와중에 문득 등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뿔싸! 내가 상대에게 등뒤를 허용하다니!'


나는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누구냐!”


나의 등 뒤 한 열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서 전라의 여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옷대신에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나체를 가리고 있었다. 반쯤 뽑히던 칼이 멈췄다.


나는 대번에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내뿜는 마나가 아니었다.


‘요괴? 마인? 아니면 환각?’


무엇이 되었든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는 위험하다. 나는 큰소리로 그녀를 향해 경고를 했다.


“셋 셀동안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고 베겠다.”


대답이 없자 나는 즉시 레이피어의 검집과 자루를 잡고 온몸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것은 단숨에 검을 뽑아 적을 베는 북부식 ‘발검의 자세’였다.


“하나.”


···


“두울···.”


“세···”


“도와줘.”


그녀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문득 촌장이 예전에 한 말이 기억났다.


숲에서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라. 그건 인간이 아니야. 정령이거나 악령 둘중의 하나. 둘 다 인간에게 호의적인 존재는 아니지. 명심해라.


“젠장.”


나는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 셈. 그 땐 망설임 없이 베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동시에 다가오지 말라고 빌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사람을 벤 적은 없었다. 사람의 형상을 한 그 것이 정령이든 악령이든 쉽게 검이 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금 내게 말했다.


“도와줘. 이방인.”


“뭐?”


“넌 여기에 속한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세계의 법칙에 얽혀있지 않아. 너만이 날 도울 수 있어.”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번에도 그 때와 똑같았다. 마수 펜릴 늑대를 마주했을 때 그 짐승은 내가 다른 세계에서 환생한 존재라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서둘러줘. 안그러면 나는 오늘 죽고 말아.”


나는 반쯤 뽑힌 검을 칼집에 도로 집어 넣었다. 나에게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능력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에는 사악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얘기를 들어보자.'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란 말이야?”


“나 대신 가시나무왕을 죽여줘.”


“뭐?! 누구?”


그녀는 대답 대신 손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나온 녹색의 빛이 가느다란 실처럼 이어져 가야할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둘러줘. 내가 죽으면 이 숲은 끝나.”


나는 그녀의 말대로 녹색 빛의 실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



그곳에 다다르자 거대한 가시덤불로 둘러싸인 흉측한 장소가 나타났다. 그녀가 만들어낸 빛나는 녹색의 실은 그 가시덤불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발검 자세를 취했다.


“후우··· 후우··· 흐읍!”


서걱!


내 레이피어가 마치 울타리처럼 빽빽하게 얽혀 있는 가시덤부를 베어내자 들어갈 틈이 생겼다. 나는 재빨리 몸을 굴려 그 안으로 들어갔다.


“헉! 이게 뭐야?”


그곳은 가시나무가 마치 거대한 돔처럼 둘러싼 장소였다. 빽빽한 가시나무가 사방을 둘러싸 한점 빛조차 통과히지 못하는 불길한 곳이었다.


나는 옷소매에서 호롱불꽃 씨앗을 꺼내 땅에 뿌렸리며 말했다.


“발아. 급속 성장.”


잠시 후 땅에서 자라나 꽃을 피운 호롱불 꽃이 자체적으로 발광하자 칠흑같던 어둠이 얼마간 밀려났다.


주변이 밝혀지자 나는 그 안에 있는 존재를 똑똑히 인식할 수 있었다. 그것은 촌장이 절대 다가가지 말라고 나무. ‘귀신 떡갈나무’였다.


그곳엔 어른 열명이 감싸 안아도 다 감싸지 못할 정도로 굵은 아름드리 나무가 버티고 서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굵은 가시나무 덩쿨이 나무를 휘감고 있었다.


“저게 가시나무왕이야.”


“아 깜짝이야!”


어느새 다가왔는지 내 등뒤에는 아까본 그 여자가 서 있었다. 나는 떡갈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와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마나가 같은 마나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럼 네가 그 귀신 떡갈나무야?”


“난 떡갈나무의 정령 이루릴. 귀신이 아니야.”


“그러니까 네 말은 저 가시나무가 널 죽이고 있다는 거지?”


“응. 가시나무왕이 날 죽이면 이 일대의 숲의 식물들은 모두 죽고말아. 더는 시간이 없어.”


그녀의 설명을 듣고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그제야 일이 어떻게 되고 있었는지 감이 왔다. 가시나무왕이란 자가 떡갈나무의 정령을 감싸 생명력을 흡수하면서 이 일대를 침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건 기생 가시나무로군.”


나는 떡갈나무를 휘감고 자라는 가시나무의 정체를 간파했다. 그것은 흔한 기생 식물 중 하나였지만 영물인 귀신 떡갈나무에게 기생하자 강대한 힘을 흡수해 악령이 된 것이었다.


“가시나무왕이야.”


“아니 저건 기생 가시나무야. 실제로 존재하는 식물이고 충분히 제거할 수 있어.”


그녀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마워.”


순간 날아든 가시나무 줄기에 그녀의 영체가 맞아 흩어지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몸을 날려 날아드는 가시나무 채찍 공격을 피했다.


쾅!


내가 있던 자리의 땅이 굉음과 함께 패였다.


‘저건 맞으면 골로 가겠군.’


다시금 날아드는 가시나무 덩굴들. 나는 단숨에 발검하여 그것들을 베어버렸다.


키이에엑!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듯한 끔직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잘린 덩굴들은 다시금 몇 배로 재생하여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서걱!


베어도 베어도 끝도 없이 날아드는 가시 덩굴에 결국 나는 팔목을 잡히고 말았다.


콰악!


날카로운 가시가 팔목 깁숙히 박히자 불에 지지는듯한 고통이 엄습해왔다.


“끄아아악!”


이윽고 가시덩굴들은 나의 팔과, 다리, 그리고 온몸을 감싸 조였다. 검을 놓친 나는 그대로 공중으로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는 가시덤불이 서로 뭉쳐 점차 사람의 형상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이계인이여. 나는 가시나무왕. 앞으로 이 숲의 지배자가 될 자다. 넌··· ]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나는 어이없는 사실 한 가지를 떠올리고 말았다.


‘아 맞다. 나 식물 지배 능력자였지?’


나는 온몸의 마나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주절주절 떠드는 가시나무왕에게 식물지배 능력을 사용했다.


"식물 지배. 대상은 기생 가시나무.”


작가의말

김설명 독자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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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뭐니뭐니해도 머니엔 술장사죠 +4 23.05.29 6,226 166 14쪽
20 19화. 입성 +5 23.05.28 6,579 173 17쪽
19 18화. 떡갈나무 정령의 보은 +4 23.05.27 6,764 182 16쪽
» 17화. 가시나무왕 +6 23.05.26 6,731 173 12쪽
17 16화. 기분 좋게 돈쓰기 +5 23.05.25 6,832 185 15쪽
16 15화. 독점 판매 계약 +3 23.05.24 6,914 191 16쪽
15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2 23.05.23 7,041 190 12쪽
14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4 23.05.22 7,040 194 11쪽
13 12화. 늑대성의 주인 +7 23.05.21 7,200 196 15쪽
12 11화. 전리품 분배 +10 23.05.20 7,527 202 17쪽
11 10화. 능력 각성 +7 23.05.19 7,489 206 11쪽
10 9화. 늑대 사냥 +4 23.05.18 7,541 190 13쪽
9 8화. 겨울이 온다 +2 23.05.17 7,587 209 11쪽
8 7화. 계약 +4 23.05.16 7,745 211 14쪽
7 6화. 결실을 거두다 +8 23.05.15 7,775 208 13쪽
6 5화. 대규모 경작에 도전하다 +11 23.05.14 7,978 191 14쪽
5 4화. 감자를 수확하다 +14 23.05.13 8,119 214 13쪽
4 3화. 감자 농사를 시작하다 +9 23.05.12 8,411 207 12쪽
3 2화. 감자가 맛있다니 +4 23.05.11 8,630 226 14쪽
2 1화. 내가 가난하다니 +4 23.05.10 9,447 227 10쪽
1 0. 내가 환생이라니 +15 23.05.10 11,082 22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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