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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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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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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7,252

작성
23.05.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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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DUMMY

꿀꺽 꿀꺽 꿀꺽

탁!


“크으으으!”


영주는 맥주가 가득 들어 있는 잔을 단숨에 비우고 입을 소매로 닦았다. 나는 그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대체 몇 잔째지?’


그의 불룩 나온 배는 마치 무한한 아공간처럼 무서운 기세로 술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귀한 마수의 새끼를 선물을 가져왔으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어서 말해보거라. 원하는 게 뭐냐?”


촌장은 아까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여전히 벌개진 얼굴을 들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 네?”


그러자 영주는 답답하다는듯이 촌장을 재촉했다.


“안건이 두 개라고 하지 않았느냐? 설마 내게 선물을 주기 위해 힘들게 여기까지 온 건 아닐테고, 진짜로 원하는 걸 말해 보라는 말이다.”


촌장은 그제야 생각났다는듯 말했다.

“아··· 네. 실은 저희 마을에서 새로운 농작물을 시도하여 큰 수확을 거뒀다는 보고입니다.”


영주는 흥미롭다는 듯이 수염을 만지며 촌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촌장은 가져온 자루를 열어 감자 한 개를 꺼내어 영주에게 내밀었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게 뭐지?”


“감자의 덩이줄기입니다.”


“감자?”


역시나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이는 영주를 향해 촌장은 다급하게 말했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감자의 덩이줄기에는 독이 없어 먹을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영주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귀족과 기사들 모두 소스라치게 놀라며 촌장을 바라봤다.


“심지어는 꽤 맛있습니다. 저희는 지난해 이것을 심어 대량으로 수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영주는 뭔가 꺼림칙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수고들 했다. 하지만 조금 이해가 안가는군. 어차피 한정된 땅에 심는 거라면 좀 더 쓸모가 많은 밀을 심는 편이 낫지 않았겠나?”


“저희는 휴경중인 땅에 감자를 심어 수확했습니다.”


“뭐? 자네들은 내년 농사는 버린 건가? 어째서 그런 무모한 짓을 저릴렀나?”


여기까지도 예상 범위 내의 반응이었다. 촌장은 대뜸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실은 감자의 덩이줄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과, 휴경중인 땅의 지력을 곧바로 회복하는 방법을 발견한 건 저 아이입니다.”


“푸하하하!”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저 아이가 마법이라도 부린다는 거냐?”


“와하하하하!”


뭔가 조롱당하는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촌장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뒀다.


“제가 농담이나 하자고 여기까지 온줄 아십니까?”


그가 정색하자 마치 찬물을 끼얹듯 좌중이 조용해졌다.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영주는 민망한듯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긴···. 내가 알던 진 헤크는 원래 실없는 농담 따윈 하지 않지. 실례했다. 이제부턴 진지하게 들을테니 계속 얘기해보게.”


촌장은 다시금 예의 그 인자한 노인의 얼굴로 돌아와서는 나를 일으켜세워 모두에게 소개했다.


“제가 한 말은 모두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입니다. 이 아이는 비록 나이는 어려도 생각이나 안목이 무척이나 비범합니다. 소인이 비록 늙었어도 아직 사람 보는 눈은 죽지 않았으니 한 번 믿어보시지요.”


“흐음··· 자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영주는 아직 완전히 납득하진 못한듯 말꼬리를 흐리며 나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는 흐트러진듯한 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지만 그 눈빛 만큼은 잘 드는 검처럼 예기(銳氣)를 잃지 않은 채였다.


그는 일견 호인인듯 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남자가 아니다. 오히려 자유분방한 모습 뒤에 치밀하고 냉혹한 면을 숨기고 있는 남자로 보였다.


그는 탐색을 마쳤다는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얘야. 네가 직접 얘기해보거라. 감자를 먹을 수 있다거나 휴경지의 지력(地力)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긴 믿도록 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그래서 네 목적이 뭐냐?”


곧바로 핵심을 찔러들어오는 그의 질문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저··· 그게···.”


목적? 그래 원래 내가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 먹었던 목적이 있었다. 그건 가족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영주는 그걸 제대로 떠올리게 해줬다.


“배고픈 게 싫어서요.”

아이다운 언어로 순화하여 표현한 내 말에 그는 눈이 둥그래져서 되물었다.


“그 정도로 배고픈 날이 많았느냐?”


“네. 아버지는 손에 굳은살이 잡힐 정도로 매일 일하시는데 저희집엔 늘 먹을 게 부족해요. 그래서 저는 가족들이 굶지 않게 해주고 싶어요.”


내 말은 의외로 영주의 가슴에 깊게 들어와 박힌듯했다. 그는 한 동안 말없이 곱씹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영민이 자주 굶는다는 건 영주인 내가 변변치 못해서다.”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 반박했다.


“당치도 않습니다! 영주님께 부족한 게 있을리가···.”


“시끄럽다! 나도 나에 대한 세간의 평을 모르는 게 아니야. 그냥 모르는척 할 뿐이었지.”


그는 주먹으로 식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힘만 세고 무식한 영주 로버트 핼포드! 검을 휘두르는 것 밖에는 할 줄 몰라 중앙에서 밀려난 멍청이. 그게 나에 대한 평이다. 내 말이 틀렸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식탁을 내려다보며 숨도 편하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


“잘 대답해주었다. 어린 농부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다른 것보다 먹고 사는 일이다. 원래 너희 같은 농부들이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지켜주는 게 영주가 하는 일이지. 그렇다면 너는 이 감자로 뭘 하고 싶으냐?”


드디어 본론에 다달았다. 나는 준비해둔 말을 꺼냈다.

“영주님께서 감자를 식용 작물로 공인해주세요. 농사짓고 남는 감자를 다른 마을에 팔고 싶습니다.”


“굳이 내가 공인해줄 거까지 있나?”


“감자는 원래 독초로 알려져 아직도 먹기 꺼려하는 영민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하지만 영주님께서 공인해주신다면 다른 마을 사람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내 말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고놈 참 똑부러지게 말 잘한다. 알았다. 내 마을마다 공문을 붙이라고 하겠다. 단, 한가지 조건이 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영주의 입을 바라봤다.


“이 감자로 내가 반할만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다오. 내가 납득하지 못하는 걸 남보고 먹으라고 할 수 없지 않잖냐?”


그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물론 나는 이런 일이 있을줄 알고 미리 생각해둔 음식이 있었다.


“맛있는 요리라면 곧바로 해드리겠습니다. 잠시 주방좀 써도 될까요?”



***



성의 주방.

영주의 요리사는 못마땅한듯 팔짱을 끼고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신성한 주방에 너 따위 하찮은 어린애가 들어오다니 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요리사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걸리적 거리니까 좀 비켜주실래요?”


“뭣?! 감히 내 주방에서 나를 모욕해?”


“자꾸 방해하면 영주님께 가서 아저씨가 방해한다고 말할 거에요.”


“끄응··· 영주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야? 이런 말도 안되는 명령을 내리고. 쯧.”


그가 비켜서자 나는 재빨리 주방 도구를 찾았다.

“여깃다!”


내가 찾던 건 속이 깊은 커다란 팬이었다. 그리고 기름.


“아저씨 이건 무슨 기름이에요?”

내가 기름병의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자 그는 비웃듯이 말했다.


“네가 기름에 대해서 아냐? 그건 귀중한 유채씨유다. 함부로 만지면 안··· 으악!”


내가 유채씨 기름을 팬에 들이 붓자 그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소리쳤다.


“야! 너 그게 얼마짜린 줄 알고 그렇게 함부로 쓰는 거냐?”


이곳에선 유채도 귀한듯했다. 대체 여긴 얼마나 가난한 세상인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불평의 말이 튀어 나왔다.


“고작 유채씨유 갖고 째째하게···.”


“뭐? 고작? 천박한 농부의 자식이라 그런지 물건 귀한줄 모르는구나. 너 그게···.”


요리사는 다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내가 살기를 내뿜으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그게 무슨 건방진 눈빛이냐?”


“아저씨 농부는 절대 천박한 직업이 아니야. 대체 누가 이 영지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농부가 좋은 농작물을 거두지 못한다면 아저씨는 아무것도 못만들잖아?”


내가 대뜸 따지자 그는 말문이 막힌듯 입맛을 쩝 다시더니 한 마디 더 쏘아붙이고는 입을 닫았다.


“흥! 알았다. 네 마음대로 한 번 휘저어봐라. 다만 거기 있는 식기들은 전부 비싼 것들이니 함부로 다루다가 깨뜨리기만 해봐라. 내가 반드시 배상하게 만들어줄테니까.”


'휴... 시끄러운 놈. 드디어 조용해졌네.'


나는 드디어 요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기름을 부은 팬을 화덕 위에 올려 불을 켰다. 튀김을 하려면 온도가 족히 200도는 넘게 올라가야 한다. 나는 장작을 잔뜩 넣어 화력을 점점 더 올리기 시작했다.


‘기름의 온도가 오르기 전 재료를 준비하자.’


먼저 씻은 감자의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채를 썰었다. 그리고 감자를 물에 잠시 담가 전분을 뺐다. 마지막으로 물에서 감자를 건져 물기를 꼭 짜는 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나는 감자로 한 요리 중에 가장 중독성 있는 요리를 하나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감자튀김’.


나는 길게 썰은 감자를 기름에 투하했다.


치이이익!


순간 맛있는 냄새가 났다.


지글지글 지글지글


뜨거운 기름에 감자가 둥둥 떠오르며 노릇노릇 익기 시작했다. 감자가 연한 갈색이 되자 나는 얼른 감자를 건져 접시에 놓았다.


지글지글


감자의 표면에선 아직도 뜨거운 기름이 끓고 있었다. 이쯤되니 궁시렁대던 요리사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내가 하는 일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소금 어딨어?”


그는 말없이 찬장을 가리켰다.


“에이 굵은 소금이네···. 어쩔 수 없지.”


나는 아직도 뜨거운 감자 튀김에 소금을 뿌렸다.


“어디···”

바삭!

"맛있다!!"

완성된 감자튀김을 입에 넣으니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었다. 짭조롬한 소금과 기름에 튀긴 감자의 고소함의 조화. 이건 맛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럴수가! 이건 제대로다!”


나는 아직 뜨거운 감자튀김을 접시에 담아 연회장으로 달려갔다.


작가의말

김설명 독자님! 매번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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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뭐니뭐니해도 머니엔 술장사죠 +4 23.05.29 6,229 166 14쪽
20 19화. 입성 +5 23.05.28 6,585 173 17쪽
19 18화. 떡갈나무 정령의 보은 +4 23.05.27 6,766 182 16쪽
18 17화. 가시나무왕 +6 23.05.26 6,733 173 12쪽
17 16화. 기분 좋게 돈쓰기 +5 23.05.25 6,835 185 15쪽
16 15화. 독점 판매 계약 +3 23.05.24 6,916 191 16쪽
15 14화. 발란에서 온 상인 +2 23.05.23 7,044 190 12쪽
» 13화. 감자튀김은 맥주안주 +4 23.05.22 7,043 194 11쪽
13 12화. 늑대성의 주인 +7 23.05.21 7,202 196 15쪽
12 11화. 전리품 분배 +10 23.05.20 7,530 202 17쪽
11 10화. 능력 각성 +7 23.05.19 7,492 206 11쪽
10 9화. 늑대 사냥 +4 23.05.18 7,545 190 13쪽
9 8화. 겨울이 온다 +2 23.05.17 7,590 209 11쪽
8 7화. 계약 +4 23.05.16 7,748 211 14쪽
7 6화. 결실을 거두다 +8 23.05.15 7,778 208 13쪽
6 5화. 대규모 경작에 도전하다 +11 23.05.14 7,982 191 14쪽
5 4화. 감자를 수확하다 +14 23.05.13 8,122 214 13쪽
4 3화. 감자 농사를 시작하다 +9 23.05.12 8,415 207 12쪽
3 2화. 감자가 맛있다니 +4 23.05.11 8,633 226 14쪽
2 1화. 내가 가난하다니 +4 23.05.10 9,451 227 10쪽
1 0. 내가 환생이라니 +15 23.05.10 11,086 22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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