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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 and one

E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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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나던
작품등록일 :
2021.12.15 20:29
최근연재일 :
2022.01.24 08: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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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2
추천수 :
595
글자수 :
230,550

작성
22.01.11 08:00
조회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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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9.추방자들과의 만남(3)

DUMMY

해가 뜨기도 전에 제이드는 눈을 떴다.

칼과 세이는 이미 자리를 정리하고 없었다.

숲속의 밤은 길고 추웠다. 모닥불을 지피지 않고 긴 밤을 보낸 것이다.

체력의 수치가 점점 증가하면서 추위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지만, 정신적인 감각은 어쩔 수 없었다.


불에 몸이 붙으면 타듯이 완벽한 고통차단은 아니었다.

동상에 걸릴 수 있었다.

여기서 동상이 걸리게 된다면 어떤 공격이든 두 배의 피해를 받게 된다.


제이드는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자신이 강해진 것도 시스템에 의한 것일 텐데, 아무 소용도 없는 짓을 했던 것일까?

추방자들을 만나고 생겨난 의문은 계속해서 머릿속을 두드렸다.


그때 칼과 세이가 돌아왔다.


"일어났어?"

"어."


칼은 제이드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잠은 잘 잤어?"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 뭐. 일단 출발하자."


한참을 말없이 걷던 그들은 갈림길에서 멈췄다.

나무줄기들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하늘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칼과 세이는 이곳에 어떤 물건을 찾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그 물건이 무엇인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칼을 갈림길을 가리켰다.


"어제까지만 해도 왼쪽 길로 가려고 했지."

"그런데?"

"너 때문에 반대로 가야겠어."


제이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칼이 먼저 말했다.


"너, 어젯밤에 이상한 꿈 안 꿨어?"

"아까도 그러더니, 뭐가 문제야?

"그게 문제야. 아무것도 문제가 없는 게 문제라고."

"..."

"어제 먹은 저녁에 내가 무슨 짓을 했거든."


제이드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곰들과 전투가 끝나고 노숙할 자리를 찾아서 이동했다.

바람을 막아주고, 짐승의 습격에도 유리한 자리를 찾았다.

그곳에서 칼이 끓여준 죽을 먹었다.


'죽에?'


칼의 말이 사실이라면 죽에 무슨 짓을 했다는 건데.


"죽에는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잎사귀를 갈아서 넣었어. 거기에 도플갱어의 생명초를 더해서 넣었지."


도플갱어의 생명초.

이것은 칼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약초였다.


"원래라면, 어제 너 자신을 만났어야했어."


칼과 세이는 제이드가 발작을 일으킬 것을 예상하고 긴장한 상태로 그를 지켜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최대한 제이드를 도와주기 위해서 약간은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위험이 있을 지라도.


"이상해. 대부분 환각에 빠지고도 남을 양이었는데...그래서."


칼을 오른쪽 길을 가리켰다.


"그래서 이쪽으로 가야 돼. 네 덕분에 말이지."

"이쪽으로 가면 뭐가 있지?"

"세 마리의 보스 중 하나."


세 마리의 보스.

이곳에 존재하는 보스는 총 세 마리였다.

칼과 세이는 보스를 잡으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보스를 잡으려는 것은 온전히 제이드를 위한 것.

지금 그들이 가는 곳에 있는 보스는 도플갱어였다.

칼이 원했던 그림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


심채림은 생각보다 길어지는 회의에 불안했다.

제이드가 던전에 빨려 들어간 게 벌써 어제의 일이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제이드가 위험할 거라는 생각과 이미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자니 죽을 맛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길드 마스터들이 나왔다.


"제기랄. 이런 놈들이랑 같이 던전을 공략하라고?"

"누가 할 소리. 네놈들이야 말로 던전에 들어가서 등에 칼을 꽂을 녀석들이지."


레드홀이 발생하려는 던전으로 인해서 일이 겹치면서, 4대 길드를 제외하고 데칼코마니 길드의 마스터도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심채림은 자신의 길드 마스터, 황광명이 마지막으로 나오자 달려가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응? 아직도 기다렸어? 가서 이야기 하자."


결국 심채림이 예상했던 대로 자신은 S급 던전에서 제외됐다.

그녀는 레드홀 직전의 던전을 공략했던 경험을 인정받아, 이번에도 그곳에 들어가게 됐다.

안전을 위해서 S급 헌터를 붙여주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한태규 회장이 심오한에게 부탁을 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였어."


심오한은 A급 헌터 중에서 강자다. 그가 레드홀이 일어나려는 던전에 들어간다면 상당한 전력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심채림, 신명훈, 엘리나, 심오한을 포함한 10명의 A급 헌터가 레드홀 직전의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던전에 입장하면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아무도 몰랐다.

물론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경우에.


S급 던전에는 대부분의 S급 헌터들이 입장하게 됐고, A급 헌터가 추가되어 공략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모두가 던전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수치를 들었고 위험을 알았다.

그렇기에 한태규 회장은 제안을 받아들일 시, 던전에 들어간 개인과 길드에게 혜택을 주기로 약속했다.


"출발은 내일 오전 12시. 나는 길드에 남은 팀장들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

"네. 저는 내일 바로 출발할게요. 대장 조심하세요."

"그래. 심오한 그놈이 성격은 차가워도 믿을 만 하니깐 걱정 말고."

"네."


*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남아있던 한태규 회장은 손목에 찬 시계를 들여다봤다.


톡. 톡. 톡.

일정한 간격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한태규 회장.

12번의 두드림.

혼자 남은 회의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분명 아무도 없던 자리에 챙이 넓은 검은색 중절모를 쓴 남자가 앉아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어, 왔는가? 던전을 공략하는 팀들이 내일 출발하네."

"내일이요? 생각보다 늦어졌군요."

"서로의 의견이 분분했어. 이제 결정됐으니, 자네의 일도 진행해주게."

"그러죠."

"놈들의 신상만 파악해. 절대 싸우지 말게."

"알겠습니다."


바람이 분다싶더니 중절모의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한태규 회장은 한국에 존재하는 강한 헌터들이 동시에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 사태를 유도한 어둠의 조직이 있다면, 지금이 활동하기 최적의 시간이었다.

그는 자신이 믿는 사람에게 어둠의 조직을 알아보라고 부탁했다.


*


퍽!


"쿨럭!"


제이드는 무릎을 꿇고 피를 토해냈다.

칼의 주먹이 복부에 꽂히며 쓰러진 것이다.

도플갱어 보스에게 가는 방향을 잡고 난 뒤로는 훈련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눈을 가리고 칼과 대련하는 중이었다.


"내 기운이 느껴져?"

"...거의 안 느껴져."


칼이 제안한 첫 번째 훈련은 눈을 가린 채 전투를 하는 것이다.

던전에 오기 전, 도시에서 느꼈던 주변의 에너지들이 던전에서는 희미했다.

아무래도 던전이라는 특정 공간이 제이드의 힘을 억제하는 것 같았다.


"세이."

"왜?"

"이렇게 한다고 시스템을 벗어날 수 있을 확률이 얼마인지 알아?"

"글쎄."

"0.0001% 정도 되려나? 아무튼 엄청 희박하다고.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어차피 제이드도 원하고 있잖아? 전투에 도움도 될 테니 상관없고."


제이드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칼이라면 가능할 것처럼 말하더니?"


세이가 다가왔다.


"네가 사는 세상을 봤을 때는 주어진 시스템을 따르는 게, 속 편할 수 있어. 하지만 그 다음은?"

"..."

"그 다음이 올지, 안 올지도 몰라서? 군소리 말고 그냥 해."


제이드는 아무 대답하지 않고 안대를 써서 눈을 가렸다.

훈련을 계속하겠다는 무언의 의미였다.

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주먹을 내질렀다.


"커헉!"


제이드는 허리가 꺾이며 위액을 뿜어냈다.


*


그 뒤로도 훈련의 연속이었다.

몬스터가 등장하면 시스템의 힘을 키웠고, 몬스터가 없을 때는 칼과의 대련으로 훈련을 계속했다.

호수를 발견하면 칼은 아무 말 없이 제이드를 던져 넣었다.

끊임없이 시련과 고통으로 제이드를 밀어 붙였다.


한시도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없었다.

처음 몬스터 무리를 만나면 칼과 세이에게 절반 이상을 맡겨야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이드가 잡아내는 몬스터의 수가 늘어났다.


모든 아이템을 제이드가 독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며칠의 시간이 흘렀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지낸지 14일이 되는 날, 제이드는 날짜를 새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마침, 칼이 말했던 보스와 마주하고 있었다.


도플갱어.

현재 제이드의 능력치는 평균 1500정도였다.

나오는 모든 아이템을 독식 했지만,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몬스터의 사냥보다 칼의 훈련 시간이 많았다.


도플갱어는 제이드의 모습과 능력을 복사했다.

제이드의 앞에는 자신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가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칼과 세이는 이곳에 없었다.

주변에서 그의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

도플갱어의 시선에 칼과 세이가 보이면 그들을 복제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멀리 떨어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은 달라진다."


도플갱어를 마주하기 직전, 칼이 했던 말이 그의 머릿속에 떠다녔다.


제이드는 도플갱어를 향해 달렸다.

동시에 달려드는 도플갱어.

깡! 깡! 깡!

수차례의 검을 주고받은 그들은 동시에 멀찍이 떨어졌다.


'마검까지 완벽하게 복제했다.'


도플갱어는 정말 완벽하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검을 주고받으면서 발생한 라이트와 파이어 스피어.

확률적으로 발동하는 순환의 마법이 약간의 차이를 보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생긴 전투로 허름해진 장비들까지 독같이 복제한 상태였다.


놈이 순간적으로 뛰어올랐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내려치는 검에는 엄청난 기세가 담겨있었다.

제이드는 검을 들었다.

막아내며 옆으로 흘리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압살'의 기세가 담겨있는 도플갱어의 내려치기는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도중에 힘에 눌린 것이다.

보기 좋게 바닥에 쓰러지면서 몇 미터를 밀려났다.

도플갱어는 밀려나는 제이드를 향해서 파이어 스피어를 날렸다.

지능이 높아지면서 파이어 스피어의 크기와 속도가 상승했다.


뒤로 굴러서 일어선 제이드는 날아오는 파이어 스피어를 검으로 쳐냈다.

손이 얼얼했다.


"후...후..."


숨을 몰아쉬는 그의 눈에 도플갱어의 상태가 보였다.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

정말 자신과 똑같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군.'


S급 던전.

자신은 얼마나 작은 우물에서 살고 있었는가.

이곳에 들어온 이후로, 한 번도 제대로 이기질 못한 기분이다.


달려온 도플갱어의 검을 막아낸 그는 '지독한 어둠'을 사용하여 시야를 장악했다.

놈은 지금 앞이 안 보이는 상태일 것이다.


'네 놈도 한 방 먹어봐라!'


'압살'을 시전하며 검을 내려쳤다.

제이드는 이번이 내려치기 5회 째였다.

5회 내려칠 때, 무조건 치명타가 발생하는 능력이 발동됐다.

'압살'의 기술에 '강타'가 부여되어 공격력이 2배 상승하고, 치명타가 발생하여 630% 상승된 피해를 가했다.


푸확!

도플갱어의 팔 하나를 날렸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도플갱어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발차기로 제이드를 멀찍이 날렸다.


뒤로 밀려나는 제이드에 의해서 흙먼지가 일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공터에서 발생한 흙먼지는 한동안 시야를 어지럽혔다.

제이드와 도플갱어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서서히 가라앉는 흙먼지 사이로 도플갱어의 모습이 보였다.


엄청난 회복력으로 점차 아물어가는 상처.


'최후의 발악이 발동한 건가?'


이정도 상처로는 생명력이 10%이하로 떨어졌을 리가 없었다.


제이드와 도플갱어의 몸에서 사무치는 한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사이로 푸른 연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초당 1단계의 기를 모아서 최대 5단계까지 모으는 '응축'의 여파였다.


나무 위에 숨어서 제이드의 싸움을 지켜보던 칼은 턱을 매만졌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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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레드홀의 잔재(3) 22.01.06 353 10 12쪽
23 23.레드홀의 잔재(2) 22.01.05 385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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