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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37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8.05 09:30
조회
833
추천
32
글자
12쪽

12화_종이를 쓰는 불순한 부류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12화>


종이를 쓰는 불순한 부류



* * * * *



‘결국 적극 관리대상이 되었어.’


경하는 적극 관리대상이 되었다. 적극 관리대상이 될 경우 모든 일상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었다.


파라다이스의 일상은 모든 것이 공개가 기본이었다. 사람들은 개인 일상의 자유로 인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개인에 대한 일상의 비밀을 포기했다. 개인에 대한 비밀이 드러나서 불편한 것보다 위험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숨겨지지 않는 것에 위로를 가졌다.


사람들의 일상은 비밀이 없어졌다. 처음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일상의 공개를 받아들였다. 그 후로도 사람들은 너무도 큰 펜데믹을 겪은 후라서 다시 혼란을 겪고 싶지 않았다. 혼란을 겪고 싶지 않은 불안함은 일상의 공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점점 은둔자가 되어 갔다. 은둔자로서 행복을 찾기 위해 결국 인간들은 가상공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가상공간에서 가지는 행복은 현실의 불안을 뛰어넘었다. 현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낸 차선일 수 있었다.


지동일과 영통이 자유스러운 것은 가상공간을 사는 이들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경하 씨,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 알아?”


“몇 시예요?”


“새벽 4시.”


“그런데 이 시간에 안 자고 있었어요?”


“생각할 것이 있어서. 그리고 경하 씨가 부를까 기다리고 있었지. 그래서 부르자마자 달려왔잖아.”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니까 저 인간을 어떻게 신뢰하냐고. 재수 없어.’


“감동스러운가 봐요. 여하튼 난 이만 들어가 잘게요. 내일 일찍 일이 있어요.”


“그래요. 들어가세요.”


“참, 내일아침 일찍 직접 들를게요.”


“왜요? 일이 있어요?”


‘내일 출근시간은 내가 아니라 장혁이 들를 건데 장혁이 가기 전에 내가 미리 들를게 전해야 할 것도 있고.”


“뭔데요?”


“내일 아침 보면 알아. 안녕, 잘 자. 굿나잇.”


지동일은 키스 모션을 하면서 들어갔다.


‘미쳤어. 성추행으로 고소하면 어떻게 하려고? 내가 신고하지 않을 걸 아는 놈. 아, 화가 나.’


경하는 이불을 발로 걷어찼다. 언제부터 자신에게 잠꼬대 버릇이 생긴 건지. 정말 건강검진을 새로 받아야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은 정상이 아니었다.


‘잠꼬대로 사람을 부르다니. 다음엔 잠들 때 통신을 모두 오프 시킬까? 그러다 통신 오프로 더 경고를 먹으면 어떡해?’


여러 가지로 복잡한 일이었다. 경하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잠이 들었다. 잠들기 전에 날아다녔던 꽃잎들이 떠올랐다. 다시는 그 꽃들을 만나지 말아야 했다. 잠들지 전 약을 먹으려다 그만 두었다.


‘꽃들이 찾아오는 걸 어떻게 하겠어. 그냥 자야지.’


그 뒤로 경하의 꿈은 꽃들이 더 많이 피어 있었다.


<경하 씨, 지동일 씨 오셨습니다.>


경하는 꽃들 속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는데 바비가 경하를 다시 불렀다.


<지동일 씨 오셨습니다.>


‘내가 또 지동일을 불렀어? 아, 언제까지 이런 잠꼬대를.>


경하는 꿈이 이어지는 줄 알았다.


“딩동”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하는 문소리를 듣고 현실의 소리인 것을 깨달았다.


‘정말 난 요즘 정상이 아닌가봐.’


경하는 대충 걸치고 서둘러 침실에서 나왔다. 지동일은 경찰국 제복을 완벽하게 갖추고 나타났다.


“경하 씨, 안녕? 우리 자주 보는 거지?”


“아침 일찍, 무슨 일이에요?‘


“보고 싶어 왔지. 바비, 잠시 자리 좀 비켜 줄래요?”


지동일은 경하를 보며 부탁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바비. 자리 좀 잠깐 비켜줘.”


<네, 알겠습니다. 저는 잠시 시크릿 모드로 쉬겠습니다.>


바비의 전원이 오프되었다는 표시등이 켜졌다.


“경하 씨, 장혁이 바로 올 테니까 난 금방 갈게.”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어젯밤도 봤잖아요.”


경하는 누가 들을 새라 조용히 말했다.


“이것.”


지동일은 접힌 종이를 건네면서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로 쉬잇, 모양을 하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렸다.


경하는 종이를 받으며 왜? 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동일은 종이를 꺼내 글씨를 써서 보여줬다.


<화장실에서 읽고 화장실에 넣고 물을 내리세요.>


“하하, 경하 씨, 아침에 보고 싶어서 왔는데 역시 보니까 좋아. 그럼 나 갈게. 안녕.”


경하가 대답할 새도 없이 지동일은 가버렸다. 경하의 손에는 지동일이 건넨 종이가 들려있었다. 경하는 갑자기 종이를 숨겨야 할 것 같았다. 서둘러 주머니에 넣었다.


지동일이 문을 닫고 나가자 경하는 바비를 불렀다.


“바비, 오늘의 일정은 어떻게 돼?”


삐이, 소리와 함께 바비가 빙그르르 돌았다. 바비는 등장할 때 한 바퀴 도는 걸 좋아했다. 다른 ABT는 등장할 때 그냥 등장했다.


바비는 어느 날, 경하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경하 씨에게 특별한 걸 선물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바비는 빙그르르 돌았다.


<내가 경하 씨에게 인사할 때 이렇게 인사하면 어때요? 언젠가 영화에서 봤는데 춤추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바비는 경하에게 나타날 때는 늘 빙그르 도는 것이 습관이었다.


<오늘, 지동일 씨와 좋은 시간 보냈어요? 요즘 경하 씨는 지동일 씨와 비밀이 많아지고 있군요.>


“쉿, 비밀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그 정도는 지킬 수 있어요.>


바비는 기분이 좋은지 다시 빙그르르 돌았다.


<경하 씨의 사랑을 생각하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요.>


경하는 바비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냥 두었다. 지금은 잠시 안 좋은 상황이었다.


경하는 씻을 준비를 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가서 문을 잠그고 지동일이 건네준 종이쪽지를 꺼냈다. 경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파라다이스에서 종이를 쓰는 일은 드물었다. 종이책도 드물었다. 종이와 펜을 쓰던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메모할 때 종이와 펜을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핸드폰이나 전자노트를 이용했다.


요즘 파라다이스는 종이와 펜을 쓰는 불순한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종이와 펜을 쓰는 사람들 단속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지동일이 자신에게 종이쪽지를 준 것이었다. 경하는 심장이 쿵쿵쿵쿵, 터질 것처럼 긴장됐다. 종이는 여러 번 접혀 있었다. 접혀진 종이를 펴는 경하의 손이 떨렸다.


<이경하, 당신은 지금 파라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당신은 심각한 위험에 빠졌습니다. 이 종이쪽지는 바로 폐기 바랍니다. 파리의 감시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 연락은 다시 쪽지가 있을 것입니다. 경하 씨 침대 매트리스 아래쪽을 보면 종이와 펜이 있습니다. 연락할 사항이 있을 경우 그 종이와 펜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리아로부터,>


경하는 몇 번을 더 읽었다. 자신이 위험에 빠졌다는 메시지였다. 심각한 위험이라고 했다.


‘심각한 위험이라고? 지금 적극 감시대상인 사실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을까? 그런데 종이 메시지?’


사실 종이 메시지가 경하에겐 더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심각한 위험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리아? 리아는 누구지? 지동일의 예명인가?’


경하는 종이를 화장실에 던져 넣고 서둘러 물을 내렸다. 심장은 쿵쾅거렸고 손은 떨렸다. 종이는 이제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정신은 산란했다.


경하는 어지러운 정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오랫동안 샤워기 아래에 서 있었다. 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생각은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심각한 위험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종이쪽지를 쓰는 지동일의 정체는 무엇인지, 리아란 인물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욕실 벽면에 메시지가 떴다.


<경하 씨, 경찰국 장혁 형사가 출근 준비를 돕겠다고 했습니다. 30분 후 도착해도 되겠냐고 합니다.>


“알았어. 지금 준비하고 있어. 엘리베이터 1층에서 30분 후 보자고 전해줘.”


경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하자 장혁이 서 있었다. 장혁이 30분 후에 보자고 했으니 그 시간에 그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장혁은 어김없이 경하를 데리러 왔다 오늘부터 경하는 혼자 다닐 수 없을 것이었다. 장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건조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출근길 동행하겠습니다.”

“동행이 꼭 필요한가요?”

“상부의 지시가 있습니다.”


장혁이 차의 문을 열었다. 경하는 장혁의 차를 탔다. 경하는 계속 종이쪽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자신은 이제 정말 위험인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종이쪽지를 받기 전에는 그저 관리대상이라는 정도의 불안이었는데 이젠 정말이지 심각한 위험인물이 되어 버리고 만 것 같았다.


경하의 표정은 멍했다. 생각이 가득한 까닭에 시선도 초점을 잃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행정국에 도착한 경하를 장혁은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했다.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그리고 이경하 팀장님은 저희 경찰국의 관리대상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퇴근길에 뵙겠습니다.”


장혁은 사이보그처럼 당부의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경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환경정책팀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중간층인 5층에서 잠시 멈췄다. 누군가 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경하는 그 사람이 지동일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잠시 7층에서 내립시다.>


지동일이 경하만 볼 수 있도록 종이쪽지를 보여줬다.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7층에 멈춰 있었다. 지동일이 경하에게 내리라는 눈짓을 했다. 경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긴장되어 가슴만 뛸 뿐이었다.


<잠시 종이와 펜을 쓸게. 말은 하지 말고 고개만 끄덕이든지, 글씨를 써줘.>


지동일이 종이를 다시 보여줬다. 그리고 종이와 펜을 꺼냈다. 경하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했다.


쉿, 지동일은 입으로 손을 막았다. 그리고 종이에 글씨를 썼다.


<우리의 이야기들은 모두 녹화가 될 수 있어.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어. 그래서 종이를 쓰고 있어.>

<종이는요?>

<종이는 시스템에 걸리지 않아. 아나로그 식>


지동일은 눈을 찡긋하면서 종이를 가리키며 경하에게 연필을 넘겨줬다.


<그런데 왜요?>

<알잖아. 적극 관리대상>

<적극 관리대상이라고 조심요?>

<나도 함께 적극 관리대상이 될 수는 없어.>


“결국 지동일 씨 걱정?”


경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화가 났다.


‘그럼 그렇지. 이 인간이 자기 걱정하느라고.’


<말, 안돼요.>


지동일이 서둘러 종이에 글씨를 썼다.


<왜요? 싫어요. 내 걱정이 아니라 순 자기 걱정인 사람한테 내가 왜요?>


<아직 말 못할 일이 있어.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길어지면 의심 받아. 의심 받으면 격리되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어.>


<의심?>

<지금 의심 받고 있는 거 몰라?>

<왜요?>


<아직 말할 수 없어. 적극 관리대상이 되었으니 일이 급하게 되었어. 다음에 다시 연락이 갈 거야. 먼저 들어가. 지금 상황은 위험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지동일은 경하를 엘리베이터로 밀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였고 지동일이 손을 흔들었다. 경하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이 이상하기만 했다.


‘대체, 왜? 내가 왜?’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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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_엑스트라 족 리아 +3 21.08.06 817 32 12쪽
» 12화_종이를 쓰는 불순한 부류 +8 21.08.05 834 32 12쪽
11 11화_적극 관리대상 +6 21.08.04 820 32 14쪽
10 10화_보건국 재검진 명령 +6 21.08.03 829 33 15쪽
9 09화_지동설과 지동일 +5 21.08.02 804 33 11쪽
8 08화_보건팀장 안지훈 +3 21.08.01 802 32 13쪽
7 07화_파라의 자만추 +4 21.07.31 813 37 14쪽
6 06화_바비의 감정지수는 비밀 +3 21.07.30 821 40 14쪽
5 05화_스킨십 금지 세상 +6 21.07.29 803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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