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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66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8.27 10:20
조회
363
추천
14
글자
9쪽

34화_사육당하다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34화>


사육당하다


* * * * *





“제가 경하 씨에게 관심이 없었더라도 이렇게 갈등을 했을까? 오래도록 생각했어요.”


“지금 저에게 관심이 있어서 갈등이 있으셨단 말씀인가요? 아니면 갈등하지 않았을?”


“윤리적으로 보자면 갈등이 있어야 했겠지만 그냥 업무적으로 파악하는 정도로 생각했다면 갈등이 적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파라의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화면에 보이는 검진실이며 검진 캡슐 내부의 화면은 아무리 봐도 무서운 현실이었다. 내일 검진을 온다면 누군가 몰래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린되고 있을 것이었다.


경하는 화면으로 눈길이 가자 몸서리가 쳐졌다.


“아, 미안합니다.”


안지훈이 버튼을 누르자 시시티비 화면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초원의 풍경이 펼쳐졌다. 작은 바람소리까지 함께 들려왔다. 아주 작은 바람소리까지 화면에 따라 숨을 쉬는 것 같았다.


“휴우...”


자신에게 닥친 위험이 어디까지일지 가늠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은 더 큰 위험일 것 같았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결코 작아질 수 없는 위험일 것이었다.


“경하 씨는 한 달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았습니다. 전 사실 검진에 대한 인계를 받을 때 특별한 지병이 있어서 그런 관리를 받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특별관리 대상이긴 해요.”


“저도 단순히 생각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상하게 항상 채혈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채혈을 하지 않습니다. 오메가 선이 나와서 모든 진단이 가능해진 까닭이지요.”


“채혈은 저의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들었어요.”


“네....”


“아니었던 건가요?”


그때였다. 갑자기 실내에 무언가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경하 씨, 어서 나갑시다. 나가는 길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내일 경하 씨 점검이 있는데 그것을 준비할 것 같습니다.”


“시스템이 있는데 뭘 더 준비하죠?”


“그럼 한 가지만 더 보고 나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더 놀랄 일이라 그저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안지훈은 옆의 버튼을 한 번 터치했다. 그러자 경하의 채혈에 대한 영상이 보였다.


경하는 검진 캡슐에 잠들어 있고 채혈을 위한 바늘이 경하의 팔에 꽂아져 있고 라인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피는 라인을 통해 어떤 기계를 통과했다. 그리고 몇 단계의 라인으로 피가 지나가고 있었다. 몇 단계의 기계장치는 매우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요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검진실에서는 푸른 초원을 달리는 바람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한없이 자유로운 바람의 소리는 한 인간을 유린하는 순간과 너무 대조적인 음향이었다.


이제 기계를 거친 어떤 라인의 피는 작은 유리캡슐에 담기고 어떤 라인은 다시 경하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주 긴 시간동안 느리게 움직이는 과정이었다. 사실 인간의 몸이 이런 과정을 견디려면 이런 느린 시간조차 엄청난 충격일 것이었다.


잔인한 일이었다.


옛날 미개한 시절에 살아있는 곰의 쓸개를 채취하기 위해 쓸개에 빨대를 뽑고 인간이 그 쓸개를 빨아먹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경하는 마치 몸이 결박당한 채 빨대에 꽂혀 있는 곰과 같았다.


경하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한 이유로 자신은 긴 시간 동안 기억이 없었으며 몸이 늘 힘들었던 것이었다.


안지훈이 경하의 어깨를 토닥였다. 경하는 이제 자신의 몸에 닿는 터치가 조금은 익숙해졌다. 온몸에 천둥처럼 몰아닥친 충격은 너무도 컸다.


“울지 말아요.”


경하는 조금 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큰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그저 암담한 충격과 공포가 온몸의 소름으로 옥죄이고 있었다.


“저건 혹시?”


경하가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그것이 맞냐는 물음의 표정을 지었다.


“네, 맞아요. 필요한 혈청을 분리하는 작업이에요.”


안지훈은 화면을 껐다. 다른 장치들도 모두 원상복귀시켰다.


“나가요. 산책길에서 이야기해요.”


“산책길요? 이런 상태로 산책을 어떻게 해요? 저에게 대체 뭘 원하시는 거예요?”


“원하는 거 없어요.”


“그럼 왜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차라리 모르는 게 좋았어요.”


“그래도 전 경하 씨를 위해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 이만 돌아갈게요.”


“위험해요. 이제 파라가 경하 씨에 대한 감시를 조금 더 강하게 할 것 같아요.”


“이 이상 더 어떻게요? 이 정도면 사람을 사육하는 거 아닌가요? 거의 사육인데 얼마나 더 강하게요?”


“경하 씨, 진짜 사육처럼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어요.”


“식물인간요?”


“혈청 확보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더 관리가 쉽다고 했어요.”


“누가요? 팀장님도 그런 일에 직접 관여를 했던 건가요?”


“아, 아니에요. 저는 그저 실무자 정도의 입장인데 어떻게 그런 일에 관여하겠어요. 우연히, 진짜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에요. 그리고 전 경하 씨의 혈청이 이렇게 분리되어 다른 곳에 쓰이는 줄은 몰랐어요.”


“몰랐다는 것이 말이 돼요?”


“경하 씨도 아시잖아요. 검진 캡슐에 들어가면 저희 의료진도 모두 퇴장해요. 왜냐면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경하 씨를 위한 치료를 한다고 했었어요. 경하 씨에게 특별한 광선치료를 한다고 들었어요. 모두 그런 줄만 알았어요.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검진실에서 나와야 했어요. 그 광선이 의료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했어요. 그리고 광선치료가 모두 완료된 다음에 검진실에 돌아올 수 있었으니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 말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세요?”


“그 시간에 항상 공식적인 일정이 있었어요. 경하 씨가 검진실에 들어간 후에 우리들은 항상 보건국 회의실에 있었어요. 항상 세미나를 했어요. 굳이 그 시간에 세미나를 한다고 싫어했는데 사실, 힘든 과정이 아니고 차크가 관리했던 사람들의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어요. 경하 씨의 혈청 분리시간 동안에요. 그래서 우리들은 자유롭지도 않으면서 자유로운 시간을 누렸던 것이지요. 아무도 시간을 구속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아신 거예요?”


“지난 번 오류가 떠서 검진하지 못한 때 있었죠? 바로 그 전에 있었던 검진에서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그날은 검진에 오류가 나도록 나름 장치를 했던 것이고요.”


‘뭔가? 행정국장은 자신이 준 약물 때문에 오류가 나왔다고 말한 것 같았는데?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거지?’


무엇이든 경하를 위한 일이었다고 행정국장도 안지훈도 지동일도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다.


“그럼 제 검진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은 팀장님이 이유인가요?”


“사실은 그것만은 아니었어요. 전 그날 장치에 살짝 어떤 조치를 취하긴 했는데 그것이 작동하기도 전에 오류가 떴어요.”


‘그럼 행정국장의 말이 맞았던 것인가?’


그런데 안지훈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경하 씨, 지금 나가면 안 될까요?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산책요? 아니요. 산책 싫어요. 이만 들어가서 쉬고 싶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런 것이...”


<안지훈 보건팀장, 이경하 씨 심화 검진을 위한 TF팀에 배정되었습니다. 지금 진료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안지훈은 자신에게 날라온 메시지를 보여줬다.


“결국 제가 이경하 씨의 혈청 분리작업에 동원되는 팀에 배정되었나 봅니다. 전 결코 그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


“알죠, 그런 구조. 우린 모두 자유롭지만 파라에 예속되어 있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단 이곳을 피하고 상황을 보려고 합니다.”


안지훈은 경하의 등을 밀었다. 둘은 안지훈의 진료실로 나왔다.


“경하 씨, 이런 문자까지 와서 산책은 제가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네요. 일이 어떻게 되는지 상황을 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안지훈은 진심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가시죠.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경하는 안지훈의 뒤를 따랐다.


지금은 여유롭게 진료실을 나서고 있지만 잠시 후면 사육당하는 자신의 혈청 채집을 위해 이들이 행할 일들은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전 과연 파라다이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사육당하는 이런 상태에서 살아남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 ky******..
    작성일
    21.08.27 10:32
    No. 1

    정말 끔찍한 일이네요.
    작가님의 상상력 대단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lb******
    작성일
    21.08.28 04:06
    No. 2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생물의 종가운데 인류는 가장 위대합니다. 여러차레 대재앙에서도 잘 버띠어 살아남아있는 인류 자연의 회복 뿐만아니라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부분도 함께 다루어 주시면 **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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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_사육당하다 +2 21.08.27 364 14 9쪽
33 33화_안지훈이 알고 있는 비밀 +1 21.08.26 363 13 7쪽
32 32화_진료실 뒤편에 무언가 있다면 21.08.25 385 16 8쪽
31 31화_혈청의 비밀 +8 21.08.24 417 20 13쪽
30 30화_파라의 추격 +2 21.08.23 434 22 12쪽
29 29화_자작나무 왕자 +2 21.08.22 458 22 13쪽
28 28화_나무의 아이를 기다리는 자작나무 +1 21.08.21 487 23 13쪽
27 27화_Dream 존에 들어가다 +1 21.08.20 516 25 14쪽
26 26화_경하는 나무의 아이 +4 21.08.19 542 23 11쪽
25 25화_사이보그 뇌 장혁 +1 21.08.18 550 24 12쪽
24 24화_안지훈의 데이트 신청 +1 21.08.17 593 25 12쪽
23 23화_스킨십, 신성하고 경이로운 의식 +3 21.08.16 641 26 13쪽
22 22화_금기가 없는 은밀한 데이트 +3 21.08.15 668 25 12쪽
21 21화_우효린은 은데공의 여신 +3 21.08.14 672 27 12쪽
20 20화_성적 욕망 분출 프로그램 +2 21.08.13 720 28 14쪽
19 19화_은밀한 관계는 변화무쌍한 법 +3 21.08.12 719 30 13쪽
18 18화_의심스러운 보건국 음모 +3 21.08.11 720 34 12쪽
17 17화_ I love 19 +3 21.08.10 738 32 17쪽
16 16화_경계구역으로의 출근 +4 21.08.09 742 29 13쪽
15 15화_자작나무와의 약속 +3 21.08.08 758 30 13쪽
14 14화_원하지 않는 사람의 방문 +4 21.08.07 789 31 11쪽
13 13화_엑스트라 족 리아 +3 21.08.06 818 32 12쪽
12 12화_종이를 쓰는 불순한 부류 +8 21.08.05 834 32 12쪽
11 11화_적극 관리대상 +6 21.08.04 820 32 14쪽
10 10화_보건국 재검진 명령 +6 21.08.03 830 33 15쪽
9 09화_지동설과 지동일 +5 21.08.02 805 33 11쪽
8 08화_보건팀장 안지훈 +3 21.08.01 802 32 13쪽
7 07화_파라의 자만추 +4 21.07.31 814 37 14쪽
6 06화_바비의 감정지수는 비밀 +3 21.07.30 821 40 14쪽
5 05화_스킨십 금지 세상 +6 21.07.29 803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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