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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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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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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8
추천수 :
120
글자수 :
77,662

작성
18.08.08 14:33
조회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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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8화.

DUMMY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을 거야.”

아침부터 해수가 당당히 선포했다. 한국의 요일 감각이 없는 천마와 오달은 해수가 탈선했다고 생각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군요. 주군.”

“그러게 말이다.”

잠자리를 정리하던 두 사람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해수는 잠깐 대꾸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해가 들자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수업이 없는 날이야. 토요일이라고.”

“그렇구나. 하긴 너도 사람이니 쉬는 날도 있어야지.”

오랫동안 해수를 보아온 것은 아니었으나 해수는 항상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바쁘게 사는 것 같았다. 학업과 노동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둘은 잘 알고 있었다.

“빨리 준비해. 오늘은 아침부터 같이 일하러 갈 거니까.”

그 말에 천마는 해수가 어제 꺼낸 말이 떠올랐다. 일을 하라고는 했지만, 다음날 바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불과 박스를 정리하는 손이 빨라졌다.

“아침은 가는 길에 먹자. 사무실부터 들려야 하니까.”

“일하는 곳은 멀리 있느냐?”

오달이 물음에 해수는 손목시계를 보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멀지 않아. 걸어가면 15분 정도?”

천마와 오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15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으나 멀지 않다는 말은 이해가 되었다. 교통수단이 발달한 이곳에서 여자가 걸어갈 거리라면 정말로 가까운 거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밥은 먹고 가도 되잖아?”

집 밖에서 음식을 먹는단 말에 오달은 거부감을 보였지만 해수는 딱 잘라 말했다.

“안 돼! 나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셋이서 같이 일해야 하잖아. 그런 건 일찍 가야 구할 수 있을 거야.”

전화로 친구와 갈 수도 있다는 말을 사장에게 했을 때 들은 이야기였다. 한 명을 구하는 일자리는 언제나 의뢰가 쉽게 들어왔었다. 그것도 해수 정도의 뛰어난 인재라면 모두 환영해서 의뢰인들은 웃돈까지 주어가며 해수가 와주기를 희망했었다.

하지만 초심자가 두 명이나 끼어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마 당분간은 뷔페 쪽을 가야 할 거야.’

그것이 사장의 말이었다. 그래도 더 좋은 곳이 들어오면 그쪽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덧붙였었다.

“아무튼 가자. 샌드위치 사줄게.”

“그건 맛있는 거냐?”

“그럼!”

해수는 오달이 아직 빵을 먹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과연 샌드위치가 오달의 입에 맞을지 해수도 궁금했다.

“거짓은 아니겠지?”

“진짜 맛있다니까.”

“그 말 믿어보겠다.”

오달은 신발을 고쳐 신고는 천마에게 다가와 고개를 들이밀었다.

“주군. 들으셨습니까? 새로운 식사입니다.”

기대에 들뜬 목소리였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샌드위치를 입에 물자 오달은 화들짝 놀랐다. 부드러운 식감에 촉촉한 내용물. 차가운 만두 같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비교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절묘한 음식이었다.

“어때? 맛있지?”

“험험. 맛있긴 하구나.”

오달은 한입에 자신의 몫을 욱여넣고는 손가락에 묻은 소스까지 빨아 먹으며 해수를 훔쳐보았다.

“뭐야? 이건 내 거야.”

“내가 뭐라고 했느냐?”

억울하다는 듯 말하면서도 오달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신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내공을 잃은 뒤로 유독 식탐이 강해졌다.

“허참. 사람을 돼지로 아나.”

캔 음료를 마시면서 오달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충분히 돼지 같아.”

“뭐라?”

오달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젠 그 눈에 익숙해진 해수도 지지 않고 오달과 눈싸움을 벌였다. 옆에서 천마가 옅은 미소를 띠며 샌드위치를 천천히 베어 먹었다.


“혜수야.”

저 멀리서 통통한 체구의 남자가 거리에서 손을 흔들었다.

“사장님?”

해수가 반갑게 외쳤다. 사장도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친구들인가?”

“네. 군대 가기 전에 아르바이트 좀 하고 싶다고 해서요.”

“이거 든든한데.”

사장은 천마와 오달은 정겹게 반기며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실로 누추하구나.”

눈치 없는 오달은 사무실을 보자마자 실례되는 소리를 입에 담았다. 깜짝 놀란 해수가 오달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었다.

“왜 그래 진짜?”

“내가 틀린 말 했나?”

해수가 작게 말했지만 오달은 떳떳하게 큰 소리였다. 이쯤 되면 감정이 상할 법도 한데 사장은 연신 웃는 얼굴이었다.

“아주 솔직해. 맘에 들어.”

사장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사장의 통통한 손가락이 입구 위의 간판을 가리켰다.

알바지옥.

“이름 기가 막히지? 내가 지은 거야.”

한글을 읽을 줄 모르는 천마와 오달은 고개만 끄덕였다.

끼이익!

막상 사무실로 들어가 보니 누추하단 말도 과분할 정도였다. 정리되지 못한 전기선이 먼지와 함께 굴러다니고 있었고 낡고 허술해 보이는 책상에 전화기와 누렇게 변한 구식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엔 문서가 정리되지 못한 정도를 넘어, 바닥에도 굴러다니고 검은 발자국이 묻어 있는 문서만 족히 다섯 장은 되어 보였다.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것은 방안 중앙의 유리 테이블 정도였다. 의자도 그나마 고급스러운 것으로 준비해 놓은 것으로 보아 접대용 테이블인 것 같았다.

“많이 누추하지?”

“괜찮소.”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누추하다 못해 퀴퀴한 냄새까지 베인 곳이지만 해수의 입장을 고려해주고 싶었다. 오달도 입을 꾹 다물고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사이 사장은 책상 위를 굴러다니는 종이 중 두 개를 천마와 오달에게 건넸다.

“계약서야. 대충 읽고 밑에 사인만 하면 돼.”

계약서에 사인을 하자마자 사장은 수첩을 꺼내 할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남자 두 명이 새로 들어왔다고 연락을 하니까 건설현장에서 연락이 들어왔어. 뷔페 쪽에서는 계속 해수에게 콜 보냈고. 소문이 좋게 나서 다른 호텔 쪽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여기는 해수만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말을 끝낸 사장은 해수의 눈치를 살폈다.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은 해 놓았다. 하지만 사장은 인력을 나눠서 배치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럼 뷔페 쪽으로 가야겠네요. 그쪽에서 몇 시까지 출근해 달라고 했어요?”

사장의 속마음을 눈치 챈 해수가 먼저 선수를 쳤다. 선수를 빼앗긴 사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잡혔다.

“오달, 이 친구는 덩치가 좋아서 건설현장으로 가면 좋겠는데 말이야.”

사장은 오달의 근육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평범한 면티셔츠를 쫄티처럼 만들어 버리는 오달의 건강미를 보고는 힘쓰는 일을 시키면 적격이겠단 생각했다.

그러나 해수는 오늘만 같은 곳에서 일하겠다는 말을 던지고는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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