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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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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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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62

작성
18.07.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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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3화.

DUMMY

놀란 천마와 오달은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소리가 난 곳에 정신을 집중했다.

“주군!”

“괜찮다. 들킨 것이 아니다.”

잠시 후 소리가 잦아들자 멧돼지가 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공기에서 화약의 매캐한 냄새와 짐승의 피 냄새가 났다.

“설마 우리 위치를······.”

“짐승이다. 우리가 아니다.”

천마가 내린 결론은 함정. 그것도 폭약을 설치한 함정이었다.

천마는 초소 쪽을 보았다. 그들은 놀라지도 않았는지 하품을 하고 있었다.

“초병의 태도를 보니 숨겨 놓은 함정이 많은 듯하다. 오달. 앞으로 신중히 이동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오달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공이 있다면 저 정도의 폭발은 무섭지 않았다.

열 걸음의 거리에서 조총을 맞아도 피부에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내공이 충만할 때의 천마와 오달은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그러나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저 단련된 인간일 뿐이었다. 칼에 베이면 상처가 나고 둔기에 맞으면 뼈가 상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야생의 멧돼지를 순식간에 산산조각낼 정도의 폭약이라면 자신들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지금까지 달려올 때 이질감이 들었던 것들이 함정이었나 봅니다. 주군.”

“정교하기 그지없는 폭약이다. 조심하거라.”

사실 천마와 오달이 무의식적으로 피한 지뢰가 많았다. 땅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곳은 단련된 경계심으로 알아서 피했다.

그러나 일부 오래된 지뢰는 천마와 오달도 쉽게 구별하지 못했다.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함정의 정체를 알게 되자 더는 이전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 둘은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난감하군.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경계와 동시에 함정까지 피해야 하다니.’

빨리 영약을 찾아 이곳을 탈출하고 싶었다.

갑자기 해수의 집이 그리워졌다. 호화롭지는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었다.

영약을 찾으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무리 인사도 시원찮게 했으니 작별인사 때문에 왔다고 둘러대면 될 것이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무엇이 말이냐?”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너무 걱정마십시오. 이 오달! 하늘이 무너져도 영약을 찾겠습니다!”

오달은 큼직한 주먹으로 가슴을 펑펑 내려쳤다. 충직한 그 모습에 천마는 빙그레 웃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찾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오달은 하늘을 보았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까지 한시진 정도가 남은 듯했다. 더 깊게 들어가는 것은 과욕이었다. 해가 저물면 함정을 피하기 힘들어지고, 어떤 산짐승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함부로 움직이면 초소의 병사들에게 발각될 수도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이 돕는 것일까?

천천히 탐색하며 걷던 천마와 오달에게 빨간 풀꽃이 보였다.

“헉!”

오달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하나가 나올 거라 생각했으나, 손톱만한 도라지 같은 것이 두 개가 뒤엉켜 끌려 올라왔다.

새끼 산삼이었다.

오달은 산삼에 묻어있는 흙을 털기 시작했다.

“세상에, 해수의 말이 맞았습니다. 새끼삼이지만 진짜 산삼이 있습니다.”

“지세를 보니 이보다 훨씬 크고 많은 영약이 있을 것이다!”

흙을 다 털어내고 천마와 오달은 사이좋게 삼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천마의 것이 아주 약간 더 잔털이 많았지만 사사로운 것이었다.

산삼을 씹어 삼키자 텅 비어버린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났다. 소화가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이 차오른다.

‘효과가 있지만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구나.’

역용술을 한번 펼칠 정도의 내공이 모였다.

천마는 그래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오달을 보았다. 단순한 녀석이니 상심감이 클거라 생각했는데, 오달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오달아!”

절망 때문에 쓰러진 줄 알았는데 오달은 그게 아니었다. 바닥에 머리를 집어넣을 기세로 땅에 바짝 붙어 조금이라고 수상하게 생긴 풀을 다 잡아 뜯고 있었다.

“주군! 하나 더 건졌습니다!”

오달은 신이 나서 천마에게 작은 풀을 건넨다.

천마가 그것을 받아 살펴보니, 영락없이 도라지였다. 산삼이 아니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오달은 멧돼지처럼 땅을 들쑤시고 있었다.

천마는 도라지를 주머니에 넣고, 아무 말 없이 오달의 옆에서 같이 흙을 파기 시작했다.


***


“김병장님?”

“왜?”

제대가 코앞인 김병장은 심기가 불편했다.

김병장이 있던 부대는 말년이면 어느 정도 초소경계를 빼주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러나 김병장은 지금 초소에서 전입 온지 얼마 안 되는 최이병과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얼마 전 휴가 중 술을 먹고 민간인과 시비가 붙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김병장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을 법한 그놈들은 의도적으로 김병장에게 접근한 듯했다.

애인과 술을 먹고 있던 김병장에게 시비를 걸었고, 군복을 입고 있던 김병장은 필사적으로 참았다. 하지만 그놈들은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은 시비가 붙어도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을 아는지 계속해서 김병장과 그의 애인을 희롱했다.

결국, 참지 못한 김병장은 폭발하여 멱살잡이를 하고 말았다. 경찰서까지 가게 된 김병장은 부대로 복귀하자마자 영창에 가게 될 처지에 놓였다.

다행히 중대장의 배려로 영창 행은 면했지만 대신 김병장은 말년병장의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전역하는 순간까지 초소에서 말뚝 근무를 서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감히 이제 막 전입한 이등병이 근무 중에 말을 건 것이다. 중요한 사항이 아니면 내리갈굼으로 눈물 젖은 건빵을 먹게 해주리라.

“제가 간첩을 본 것 같습니다.”

“간첩이 옆집 개도 아니고 여기 왜 있어? 정신 똑바로 안 차려!”

황당한 이등병의 말에 김병장은 뚜껑이 열렸다.

“진짜입니다.”

“이게 헛것을 봤나? 정신 안 차려?”

김병장이 버럭 화를 내자 이등병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당돌하게 숲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분명 제가 봤습니다. 지금 나무 뒤에 가려졌지만 분명 바닥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지뢰매설이 분명합니다.”

김병장은 기가 찼다.

어느 간첩이 미쳤다고 아직 해가 떠 있는데 당당히 지뢰를 매설한단 말인가.

당장 눈물 쏙 빠지게 갈구고 싶었지만 갈굼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활 신조였다.

“내가 봤을 때 없으면 넌 지뢰밭에서 얼차려 받을 줄 알아! 알았어?”

김병장은 씩씩거리며 최이병이 가리킨 방향을 주시했다.

그렇게 한참을 보던 중에 나무 뒤로 두 명의 사람이 나왔다.

한 명은 덩치가 크고 등산복을 입었고 다른 한 명은 체구가 작은 대신에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었다.

간첩이라기에는 이상한 복장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민간인은 절대 접근하지 못하는 DMZ였다. 게다가 겁도 없이 주위를 돌아다니며 흙을 파고 있었다.

척 봐도 지뢰매설이었다.

“어떻게 합니까? 지휘통제실에 보고 올립니까?”

“가만있어 봐라.”

김병장의 말에 최이병은 깜짝 놀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활짝 웃으며 눈가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야, 우리 군 생활 폈다.”

“보, 보고를······.”

“자식아! 선조치 후보고 몰라! 우리가 저놈 잡으면 너도 남은 군 생활 완전 피는 거야!”

김병장의 머릿속엔 직접 간첩을 잡을 생각밖에 없었다.

군 생활이 폈다는 말에 최이병도 이성을 잃었다. 훈련소에서 받은 정신교육 중에 간첩을 잡아 남은 군 생활 내내 강연만 하고 다녔다는 병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꿈에서나 가능한 내용이었다.

최이병이 마른침을 삼켰다.

“쏩니까?”

“쏘자!”

김병장은 신난 목소리로 외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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