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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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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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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662

작성
18.07.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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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DUMMY

해수는 천마가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나타나 시위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모습을 모두 보았다.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저들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지금쯤 경찰 버스에 끌려가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꽤 비싼 시급의 알바였지만 경찰에 끌려가는 것은 사양이었다.

두 사람은 척 봐도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기브 앤 테이크

받은 것이 있다면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는 해수는 천마와 오달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서요! 여기로요!”

다급히 손짓하며 부르는 여인의 모습에 천마는 멈칫했다.

처음 보는 여인이었다.

‘어떻게 한다?’

망설이는 사이에도 쇳덩어리로 만든 마차들은 미친 듯이 달려왔다. 불빛을 번쩍이는 마차에 탄 인간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칠 때마다 욕설을 내뱉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평소 같으면 단번에 저 쇳덩이를 날려버리고 욕설을 내뱉는 인간들을 단죄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내공이 바닥을 보이다 못해 단전이 쩍쩍 갈라지고 있는 상태였다.

한두 대라면 모를까.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수십, 수백 대의 쇳덩어리를 날릴 수는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자.”

“예, 주군!”

천마와 오달은 해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요! 빨리!”

천마와 오달이 가까이 오자 해수는 천마의 손을 덥석 잡고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해수는 길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에 천마와 오달을 밀어 넣었다.

“헉헉! 아저씨, 상암동이요.”

해수는 택시 기사에/게/서 목적지를 불러주며 뒤를 보았다.

체구가 큰 오달은 천마가 불편할까 봐 몸을 움츠리고 있고, 천마는 창문 밖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의외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괜한 짓을 했나?’

고개를 돌려 앞을 보는 해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도움을 받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남자였다.

험한 세상에 이름도 모르는 남자 둘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에이, 몰라, 몰라!’

해수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는 것은 체질에 안 맞았다. 도움을 받았으니 그만큼 돌려주면 되는 일이라 여겼다.

부우웅!

이윽고 택시가 달리자 오달은 신기한 듯 택시 안을 둘러보았다.

“헐! 말도 없이 움직이는 마차라니?”

온갖 신기한 물건이 널린 천마신교에서도 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아하니 여러 가지 기관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움직이는 속도가 꽤 빨랐다. 비록 경공의 고수보다는 느리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무사의 경공보다는 훨씬 빨랐다.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물건이었다.

오달이 내심 감탄을 하는 동안 천마는 시선을 창 밖에 고정하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낯설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낯설었다. 하는 짓도 낯설었다.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 다니는 남녀, 달구지를 끌고 폐지를 줍는 노파, 술에 취해 높다란 기둥을 붙잡고 구토하는 남자, 손바닥만 한 상자를 보며 걷는 사람들······.

모두 중원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밤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형형색색의 빛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이 빛을 내뿜는 모습을 천마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오만가지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저씨? 무슨 생각해요?”

한참 전부터 넋 나간 사람처럼 창밖을 보던 천마에게 해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감히 천마님께 아저씨라니!”

“쿨럭! 크흠!”

오달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나이가 지긋한 택시기사가 헛기침을 터트렸다.

“죄송해요. 맛이 살짝 간 사람이라서요. 이해하세요.”

해수는 택시기사에게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오달은 찢어진 눈을 부릅뜨며 맹렬히 쏘아 보았다. 천마에게 무례를 저지른 것에 대해 사죄를 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두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흥!”

해수는 오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둘에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오달의 험악한 외모와 말투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천마 쪽은 달랐다.

노인들이나 쓸 말투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얌전히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리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외모도 나쁘진 않잖아.’

해수는 곁눈질로 천마를 훔쳐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깊은 우수에 잠긴 천마의 얼굴은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 거기에 조각 같은 외모는 덤이었다.

‘그런데 뭐하는 사람인지 도통 감을 못 잡겠네.

영화에서나 봤던 무술 동작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보면 쿵푸도장의 사범 같기도 하고 중국식 복장을 한 것을 보면 무술전문 배우나 스턴트맨 같기도 했다.

아무튼, 묘한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끼익!

한참을 달려온 택시가 해수에게 익숙한 주택가에서 멈췄다. 해수는 택시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택시 바깥으로 나갔다.

천마와 오달은 멀뚱멀뚱하게 택시에 앉아 있었다. 택시 기사가 시큰둥한 얼굴로 물었다.

“안 내릴 거요?”

오달이 대답 대신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구조를 모르니 함부로 행동하기가 께름칙했다.

기관을 잘못 건드렸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천마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어쩐다?’

오달이 전전긍긍하는 사이 해수가 택시 문을 벌컥 열었다.

“안 내리고 뭐 해요?”

“안 그래도 내리려고 했다.”

오달은 당당했다.

사내는 언제나 위풍당당해야 한다고 여겼다.

폼생폼사!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문득 이 말을 가르쳐준 서역인 마르샤가 떠올랐다.

‘다시는 그 녀석을 볼 수 없겠지?’

갑자기 우울해졌다.

그러나 고개를 한차례 흔드는 것으로 떨쳐버렸다. 지금은 그런 값싼 감정에 휘말릴 때가 아니었다. 하늘같은 주군을 보필해야 할 때였다.

‘하아! 하여튼 간에 정이 안 가요.’

해수는 고개를 흔들며 택시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택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멀어졌다.

“저게 무엇이지?”

천마는 멀어져 가는 택시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해수는 택시와 천마를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택시 말하는 거예요?”

“저 철로 만든 마차 이름이 택시인가?”

“아저씨 그런 농담 완전 재미없어요. 아무튼, 여기까지 왔으니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세요.”

해수는 앞장서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천마는 건물의 외곽을 흩어보고는 해수의 뒤를 따라 걸었다.

건물 크기에 비해 계단의 폭이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원과는 전혀 다른 건축방식이었다.

태연한 척 걷는 천마와는 달리 오달은 연신 사방을 살폈다.

천마의 곁에는 언제나 그를 해하려는 자들이 많았다.

낯선 곳에서도 경각심을 낮출 수는 없었다.

계단을 계속 올라가자 천장 대신 밤하늘이 보였다.

해수가 돌아서서 말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집이라니?

천마와 오달은 어리둥절했다.

어디를 봐도 집은 없었다.

“이놈! 설마 주군을 속인 것이냐! 여자라고 해도 봐주지 않는다!”

오달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달의 눈에 해수는 더 이상 평범한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천마를 해하려는 계집. 혹은 천마를 유인한 끄나풀 정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산적두목 같은 오달이 살기를 내뿜자 해수는 몸이 굳었다. 숨이 턱 막혔지만 어떤 상황에도 할 말은 하는 해수였기에 뻣뻣한 혀를 놀렸다.

“집 있잖아요! 저기요!”

“뭣?”

오달은 해수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헛간 비슷한 것이 보였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건물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헐!”

집이라기에는 너무 작았다. 덩치 큰 사내 서넛이 들어가면 꽉 차서 나오지도 못할 크기였다.

오달은 난감한 얼굴로 천마를 보았다.

“주군, 주군께서 머물기에는 너무 누추합니다.”

“잠시 머무는 것이니······.”

천마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괜찮다.”

문을 열던 해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물러? 누가?’

갑자기 문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괜한 혹이 생기는 게 아닌지 불안해졌다.

덜컹!

결국, 금남의 문이 열리고 해수의 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와! 이게 여식의 집이더냐.”

오달은 감탄 아닌 감탄을 했다.

집안은 해수가 벗어놓은 옷가지가 정리되지 못해 늘어져 있고 한쪽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높게 쌓여 있었다.

집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혼, 혼자 살면 누구나 이래요. 들어와요.”

“실례하지.”

집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조그마한 집에 성인 셋이 있자 훈기가 돌았다.

“방 청소 좀 할 거니까 TV라도 보고 있어요. 딴 데 뒤지면 안 돼요?”

“무림인을 어떻게 보고 그런 망언을!”

“오달. 손님으로서 예의를 지켜라.”

“예, 주군.”

하늘같은 천마의 말에 오달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불만까지 가시지는 않는듯했다.

연신 코로 뜨거운 숨을 내뿜는 오달을 등지고 천마는 해수의 집을 둘러보았다. 신기한 물건이 많았다. 어디에 쓰이는지 모를 물건이 산더미였다.

‘별천지로다. 별천지야.’

천마는 내심 고개를 흔들었다.

해수가 청소를 시작하며 TV를 켰다.

시커먼 유리에 팟하는 소리와 함께 영상이 떠오르자 천마는 흠칫거렸다. 오달은 기겁하며 앞을 막아섰다.

“환영술?”

“뭐에요?”

해수는 한숨을 내쉬며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천마와 오달이 흥미 있을 법한 채널로 바꿔주기 위해 리모컨을 이리저리 만지다 뉴스 채널에서 손이 멈췄다.

멈춰 버린 건 천마와 오달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익숙한 얼굴이 화면에 나왔다.

천마와 오달이었다. 천마는 경찰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오달이 총을 꺾어버리는 장면까지 나왔다.

자막에는 긴급수배라는 말이 큼지막하게 떠있었다.

“헐!”

해수는 입을 떡 벌렸다.

대형 사고였다.

해수는 조심스럽게 천마를 보았다. 태연한 표정이었다. 오달은 아예 코까지 후비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이어졌다.

“예, 이상이 시위현장에서 포착된 장면인데요. 정말 믿기 힘든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시위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CG 처리된 영상을 유포한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는데요. 목격자와 직접 인터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김 기자.”

화면이 넘어가자 해수는 TV를 꺼버렸다.

그러나 천마와 오달은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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