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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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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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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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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662

작성
18.07.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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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화.

DUMMY

‘걱정도 안 되나?’

해수가 난감한 얼굴로 한숨을 쉴 때였다.

오달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저기서 나온 소리가 무엇이더냐?”

“수배가 되었데요. 아저씨들이요. 하하, 이거 큰일이네요.”

“주군께서 저런 오합지졸들을 두려워할 것 같으냐!”

“아니 경찰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지명수배라고요! 전 국민이 아저씨들 얼굴을 안 다고요. 그리고 목소리나 좀 낮춰요. 제발.”

모두가 다 봤단 소리에 천마와 오달은 당황했다.

경험한 바로 경찰이란 놈들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전투를 벌이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귀찮은 일이 돼버렸다.

천마는 자신의 몸 안에 남은 내공을 살폈다. 한 줌. 이전에 비하면 부스러기라고 표현해도 시원찮을 만큼의 내공만이 남아 있었다.

오달도 비슷할 것이다.

“귀찮게 되었구나.”

천마의 말에 오달은 가슴을 두들겼다.

“저런 허접한 군졸들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주군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되었다. 이 한 몸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수배자라니. 기가 찰 노릇이군.”

천마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오달의 말마따나 군졸들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었다.

“아무래도 역용술을 써야겠다.”

“주군! 안됩니다.”

오달은 저도 모르게 외쳤다. 이내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터져 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감히 주군께 안 된다는 말을 하다니.’

오달은 식은땀을 흘렸다.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할 언사였다.

그러나 천마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내공이 아쉽다만 귀찮은 일은 피해야겠다. 이 처자에게도 해가 될 수도 있잖느냐. 그리고 이미 택시란 놈도 우리의 얼굴을 봐버렸다.”

“하오나. 하오나······.”

지금 남은 내공에서 역용술을 사용한다면 내공이 모두 바닥날 것이 분명했다. 이곳에선 내공이 쉽게 모이지 않았다. 모인다 해도 모이는 족족 역용술에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러다 감당하기 힘든 적이라도 만난다면?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하늘같은 주군의 명이었다.

“알겠습니다.”

오달은 고개를 힘없이 떨궜다. 비참한 심정이 되었다. 자신이 이러한데 천마는 어떻겠는가.

천마 역시 입맛을 다셨다.

“저기, 무슨 소리에요? 역용술이 뭐에요? 특수 분장인가? 그런 거예요?”

갑자기 심각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해수는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발랄하게 물었다. 하지만 둘은 대꾸도 없이 묵묵히 바닥만 볼 뿐이다.

“같이 하자꾸나.”

“예. 주군.”

오달과 천마는 눈을 감고 단전 깊숙한 곳에 남은 내공을 끌어 올렸다. 얼마 안 되는 내공을 운용하는 것은 익숙지 못한 것인지라 집중이 필요했다.

내공은 혈맥을 타고 돌더니 얼굴의 미세한 혈관으로 퍼져 나갔다. 이윽고 눈 코 입에 가까운 뼈에 내공이 집중되었다.

천마와 오달은 동시에 역용술을 펼쳤다.

우두둑!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까악!”

해수는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눈앞에서 두 사람의 얼굴이 변해갔다. 뒤틀리듯 꿈틀거리더니 눈 코 입이 살아 있는 뱀처럼 꿈틀거렸다. 그러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며 굳어갔다.

연예인이나 모델 같던 천마는 수수한 외모로 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힐끗거리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오달은 험악한 얼굴이 약간은 평범해졌다.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봐줄 만은 했다.

자세히 보면 이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인상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도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해수가 탄성을 토했다.

“세상에!”

“어떤가? 우릴 알아보겠나?”

천마의 물음에 해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설마 자유자재로 얼굴을 바꾸는 기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제야 해수는 덜컥 눈앞에 있는 인물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주군. 제가 봐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겠습니다.”

“너도 얼핏 봐선 너인 줄 모르겠구나. 근골까지 바꿀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내공이 바닥나고 말았다.”

천마는 혀를 찼다.

단전에서 낯선 공허함이 느껴졌다. 언제나 꽉 차있던 단전은 말라비틀어진 것처럼 한 줌의 내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꼬르륵~.

갑자기 허기가 담긴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천마는 시치미를 뚝 뗐다.

“오달아. 배가 고프더냐?”

“예?”

“요상한 소리가 들려서 말이다.”

“그, 그건······.”

“배가 고프면 말을 할 것이지.”

오달은 억울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내공이 바닥나며 허기가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본래 내공이란 것은 생체 에너지와 같은 것인지라 내공을 무한대로 사용하던 천마는 굳이 끼니를 챙기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었다.

그저 유흥 삼아 술과 고기를 먹는 정도였다.

오달은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며칠 끼니를 챙기지 않아도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내공이 바닥나자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연신 천마의 배가 울렸다.

“하하하하!”

해수는 웃음을 터트렸다.

천마는 오달을 계속 나무랐다.

감히 자신의 배에서 난 소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어 오달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 시장기가 생깁니다. 주군.”

오달은 환장할 노릇이다.

천마 앞이라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해수가 있었다. 무림인도 아닌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서 배 곪은 소리를 냈다는 사실에 오달은 울고 싶어졌다.

“아저씨. 배고파요?”

해수가 웃으며 물었다.

“그, 그런 것 같다.”

“그럼 이야기를 하지 그랬어요?”

“사내대장부가 그까짓 시장기에 구걸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오달은 호기롭게 외쳤다. 그러나 박력은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해수는 주방 쪽으로 가더니 컵라면을 들고 왔다.

음식을 가지고 준다더니 커다란 잔 세 개만 가지고 오자 오달은 화가 치밀었다. 자연히 말투가 거칠어졌다.

“밥 준다더니? 그게 뭐야?”

“왜요? 가지고 왔잖아요. 밥.”

컵라면 껍질을 벗기고 요상한 가루를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붓자 매콤한 냄새가 퍼졌다. 정체는 알 수 없어도 음식냄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덩달아 오달의 배도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냈다.

“조금만 참아요. 컵라면은 익어야 제맛이니까.”

천마와 오달은 바닥에 얌전히 앉아 기다렸다. 알 수 없는 음식에 서로 눈치만 보았다.

해수는 바닥을 굴러다니는 자신의 옷가지들을 한쪽으로 쭉 몰아내고는 컵라면의 뚜껑을 뜯었다. 순식간에 먹음직스런 냄새가 방안을 채웠다.

“오. 잘 익었네. 배고플 텐데 빨리 드세요.”

천마와 오달은 멀뚱멀뚱하게 보고만 있었다.

먹으라지만 먹는 방법을 모른다. 생긴 것은 국수 같이 생겼는데 면이 꾸불꾸불하다.

해수가 나무젓가락을 뜯어 후루룩하고 한 입 먹자 천마와 오달도 해수를 흉내 내 컵라면을 한 입 먹었다.

“흠!”

중원에선 맛본 적 없는 맛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란 점과 공복감이라는 최적의 환경이 더해지자 컵라면은 산해진미보다 더한 맛을 선사했다.

후루룩 후룩!

누가 훔쳐가기라도 할까.

천마와 오달은 순식간에 컵라면을 비웠다. 그래도 모자람을 호소해 해수는 결국 두 개의 컵라면을 또 대령했다.

배가 불러오자 나른함이 찾아왔다.

천마와 오달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야 내공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인간의 욕구에 형용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오달아. 너도 느끼느냐?”

“예. 주군. 졸음이 느껴집니다.”

곁눈질로 해수를 힐끔 보니 해수도 눈치를 챘는지 장롱을 열었다.

“내가 이불을 어디 뒀더라?”

혼잣말을 하며 이불을 뒤적거리는 해수를 보며 천마와 오달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눈치가 빠른 여자였다. 하마터면 잠자리를 준비해 달라는 말을 꺼내 체면을 구길 뻔했다.

‘안 그래도 밥까지 준비해 준 여인인데 잠자리까지 준비해 달라면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천마는 해수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두터운 겨울 이불을 꺼내 든 해수의 말에 그 마음은 땡볕 아래 첫눈처럼 싹 사라지고 말았다.

“바깥 평상에서 주무시면 돼요. 겨울 이불이니까 덮고 자면 안 추울 거예요.”

“감히 천마님께!”

오달의 관자놀이 부근에 혈관이 툭 불거져 나왔다.

천마는 그런 오달을 말리지 않았다. 묵묵히 팔짱을 끼고 집 앞에서 본 평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해수와 같이 한 집에서 자는 것은 여색을 멀리하는 천마에게도 꺼려지는 일이었다. 도움을 받고 있다는 자각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오달의 말대로 천장 없는 평상에서 이불 하나 덮고 자라는 것은 분명히 자존심이 긁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납득하고자 한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물론 당장 해수를 등지고 가버릴 수도 있었다.

그럼 아까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것은 귀찮았다. 그러니 참아야 했다.

그러나 오달은 달랐다. 계속해서 눈을 부라리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 계집애야! 네가 나가면 될 일이 아니더냐!”

“여기 내 집이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감히 주군께 노숙을 하라니?”

“그럼 내가 나가서 잘까요?”

“당연한 거 아니야?”

“뭐? 당연?”

“그래.”

“싫으면 나가!”

오달의 억지에 해수도 폭발하고 말았다.

역용술로 오달의 외모가 다소 온순해진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밥도 주고 잠자리도 마련해 주는데 집을 왜 줘! 이 배은망덕한 산적 놈아!!”

“으윽!”

배은망덕이란 말에 오달은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평소 무림인이란 자부심이 강했던 오달은 해수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축 떨궜다. 악인이란 말은 들어도 상관없었다. 천마신교의 무인은 악인이란 말을 밥 먹듯이 들었다.

그러나 배은망덕이란 말은 견디기 힘들다.

“이불을 이리 내주거라. 우리는 밖에서 자겠다.”

천마는 순순히 해수에게 이불을 건네받고 말없이 바깥으로 나갔다.

약간 쌀쌀했다. 하지만 내공은 없어도 육체가 단련되어 있어 이 정도 추위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천마의 자부심에 약간의 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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