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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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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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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글자수 :
77,662

작성
18.07.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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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화.

DUMMY

10화.



컵라면과 밥을 먹으니 천하일미가 따로 없었다. 어제 먹던 컵라면도 진미였지만 밥과 같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한참 정신없이 컵라면을 먹던 오달은 흠칫 거리며 천마를 보았다. 천마 역시 컵라면에 몰입해 있었다.

‘내가 손가락으로 저었던 국수가 어떤 것이더라?’

입에서 면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오달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왜 그러느냐. 오달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오달은 고개를 숙여 컵라면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마는 이 세계에 오자 오달이 조금 이상해진 것 같아 걱정스러워졌다.

밥통 안에는 제법 많은 밥이 있었지만, 순식간에 동이 났다.

허기가 해결되자 천마는 진지하게 지금 상황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TV라는 것을 보니 역시 이곳은 천계가 아닌 듯했다. 중원처럼 이곳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복식과 문화만 다를 뿐이었다.

이런 생각은 아침 드라마에서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는 장면이 나오자 더욱 확고해졌다. 천계라면 사람이 죽을 리가 없지 않은가.

“오달아. 역시 이곳은 천계가 아닌 듯하다.”

“주군. 너무 낙담하지 마옵소서.”

“원래의 곳으로 돌아가려 해도 이곳은 내공조차 모이지 않는구나.”

오달은 시선을 떨궜다.

천마가 실망하는 눈빛을 차마 마주 볼 수 없었다.

오달에게 있어 천마는 하늘과 같다. 천마의 곁이 오달이 있을 곳이다. 수상한 문을 통해 천마와 같이 이곳으로 올 때도 오달은 천마와 같이 죽겠다는 결심을 했다.

천마가 힘주어 말했다.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일단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니 소저가 올 때까지 저 상자로 이 세계를 살펴보아야겠다.”

“탁월하신 선택이옵니다.”

천마와 오달은 집중하며 TV 드라마를 살펴보았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오는 광고 하나 사소히 놓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다 홈쇼핑 광고가 나왔다. 환한 영업용 미소를 지은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나와 작은 알약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요즘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몸이 처지시는 분들이 많아지셨는데요.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제품은······.”

기력 회복을 도와준다는 말에 천마와 오달은 두 눈을 빛내며 TV를 보았다. 그렇게 한참 TV를 보다가 그들은 눈을 마주했다.

서로가 희망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것이다.”

“예! 주군. 영약입니다! 영약으로 내공을 키우는 겁니다.”

“그 생각을 왜 못했지? 소저가 오면 저 영약에 물어봐야겠다.”

당장 내공을 키워주는 영약과 약재가 수십 가지는 떠올랐다. 그런 약재가 이곳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뚜렷한 가능성이 생겼다.

천마와 오달은 감격에 겨웠다.

“돌아간다! 돌아갈 수 있단 말이다.”

“주군! 감축 드립니다.”

둘의 웃음소리가 요란히 옥탑방을 울렸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나도 해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천마는 조바심이 났다.

“어찌 여인이 이토록 오래 집을 비운단 말이냐.”

“밤에 돌아온다 하였으니 조금 더 기다려 주옵소서.”

중원의 여인들은 집안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밭일을 돕기 위해 자리를 비워도 집에서 멀리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20세기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여대생은 바쁘다.

해수는 강의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간다. 아르바이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천마는 잠시 어딘가 들렀다 오는 정도로만 이해했었다, 그런데 해수의 귀가가 늦어지자 조바심이 났다.

“어린 애도 아니니 때가 되면 돌아올 것입니다.”

“빨리 영약에 대해 알아봐야 하건만.”

“그런데 주군. 혹시 시장하진 않으십니까?”

오달의 물음에 천마는 시계를 보았다.

시계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시간의 흐름은 유추할 수 있었다.

시계는 오후 4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늦게 먹었다지만 아침을 먹고 제법 시간이 흐른 셈이었다.

과연 오달의 말대로 시장기가 느껴졌다.

“어디, 간단한 요기 꺼리는 없더냐?”

“찾아보겠습니다! 주군.”

말은 호기롭게 꺼냈지만 무엇을 대접해야 할지 막막했다. 컵라면이 아무리 맛있기로서도 3끼 연속으로 그것만 먹는 것은 질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조금 더 주군께 익숙한 음식을 찾자.’

오달은 방안을 쭉 둘러보았다.

부서진 밥통과 깨진 접시가 바닥을 굴러다녔다. 쓰러진 양념 통도 보이지만 오달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오달에게 중요한 것은 주군께 대접할 음식이었다. 당장 눈에 차는 것이 없으니 오달은 수납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아로마 향초였다.

‘떡인가?’

향초라는 것을 모르는 오달은 떡이라고 오해하고 말았다.

‘하지만 떡이라기엔 너무 단단하지 않은가?’

하긴 서랍 안에 오랫동안 방치되었으니 딱딱하게 굳는 것도 이해가 갔다.

오달은 조심스럽게 향초의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과일냄새가 났다.

‘혹시 독이라도 있을지 모르니.’

오달은 향초를 한입 베어 물었다.

“윽! 퉤퉤!”

입안 가득 느끼한 맛이 번졌다. 떡은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상한 음식을 주군께 드릴 수는 없었다.

오달은 사납게 향초를 집어던졌다.

그러다 냉장고가 눈에 띄었다. 아침 드라마에서 본 것이었다. 저것을 열면 음식이 가득히 들어 있었다.

“주군! 제가 식량창고를 찾았습니다.”

오달은 호기롭게 외치며 냉장고를 열어젖혔다. 하지만 냉장고 안에 텅 비어 있었다.

‘분명 환영이 나오는 상자 안에서는 안 이랬는데.’

드라마에서는 냉장고 안에 식자재가 가득했지만, 해수의 것은 초라했다. 허전한 냉장고 안에서 오달은 익숙한 물건을 찾아냈다.

달걀이었다.

오달은 달걀을 꺼내 들고 귓가에 흔들어 보았다. 단련된 오달의 귀에 흰자가 출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제법 싱싱했다.

‘익힐 만한 것이 없나?’

주군께 날달걀을 대접할 수는 없었다. 날달걀은 조리기구가 없는 천한 것들이나 먹는 것이었다.

익힐 방도가 없나 싶어 살펴보니 전자레인지가 보였다. 환영이 나오는 상자에서는 저것을 걸쳐 나온 것들은 뜨거워지는 듯했다.

“오호!”

전자레인지를 찜통이라고 짐작한 오달은 드라마에서 본대로 전자레인지를 열고 계란을 넣었다.

그러나 조작방법을 몰라 단추 같은 것을 이리저리 눌렀다. 그러지 윙하는 소리와 함께 찜통 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됐다.”

오달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잠시 후면 주군께 삶은 달걀을 대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펑!

“무슨 일이냐!”

천마는 폭약이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오달은 반쯤 익은 계란 범벅이 되어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주, 주군.”

오달은 이 사태가 마냥 당혹스러웠다.

“일단 씻어라.”

습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방금까지 성취감에 젖어 있던 오달은 알 수 없는 패배감이 들었다.

‘주군께 삶은 계란을 대접해 드리려 했는데.’

이미 박살이 나버린 전자레인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달은 그저 허망한 눈빛으로 계란을 볼 뿐이었다.

“아직 입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본 것은 있는 오달이 이번에는 가스레인지로 향했다.

돌출된 손잡이를 비틀면 불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방금 전 전자레인지를 폭파시켰기 때문일까?

오달은 조심스럽게 가스레인지의 레버를 돌렸다.

취익-.

하지만 가스만 새어 나올 뿐 불은 나오지 않았다.

오달은 실망스러웠다. 실패만 반복되어 부끄러워졌다.

그러다 혹시 이것에 불을 가까이하면 불이 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해서 나쁠 건 없었다. 하지만 무엇으로 불을 붙일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내공이 충만하다면 불 따위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약간의 내공이라도 아쉬웠다. 내공이 모이는 족족 역용술에 써야 하는 상황인지라 내공을 헛되게 쓸 수 없었다.

뭔가 불을 붙일만한 도구가 필요했다. 골똘히 생각하다 아로마 향초 옆에 있던 부싯돌 같은 것이 생각났다.

그것도 TV에서 본 것이었다. 이곳의 사람들이 그것으로 불을 지피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오달아.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듯하구나.”

천마가 코를 킁킁거렸다. 오달이 이전부터 켜 놓은 가스레인지 탓에 가스가 방안을 가득 찼다. 그것이 가스라는 것을 모르는 오달은 천연덕스럽게 능청을 부렸다.

“아마 상한 계란냄새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를 톡 쏘면서도 역한 것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곳의 계란은 이상한 냄새를 내며 썩는군. 폭발하기도 하고 말이야.”

실로 기괴한 세상이었다.

오달은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자연스럽게 계란이 폭발한 것이 넘어갔다.

여기서 불을 피우는 것만 성공하면 체면이 선다.

크게 기뻐하며 오달은 라이터를 찾아내 동그란 부분을 살살 돌리기 시작했다.

너무 천천히 돌린 탓에 라이터는 불이 붙지 않았다. 힘을 주면 부서질까 봐 불이 피어날 때까지 부싯돌을 천천히 굴렸다.

밀폐된 공간에 가스가 가득 찬 상황.

그러나 오달은 삶은 계란을 만들어야 한단 생각뿐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해수가 들어왔다.

“아니 이게 무슨 냄새······.”

해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난장판이 되어 버린 집. 설상가상으로 가스는 새고 있고 오달은 멀뚱히 자신을 보며 라이터를 켜기 위해 돌을 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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