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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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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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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글자수 :
77,662

작성
18.07.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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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6화.

DUMMY

‘이번에는 꼭 잡고 만다.’

고배율 망원렌즈를 통해 천마의 허벅지를 조준하며 호흡을 가다듬던 저격수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하나, 둘, 셋. 응?’

속으로 숫자를 세어가며 방아쇠를 당길 찰나 앞이 캄캄해지더니 저격 총이 번쩍 들렸다.

“뭐야?”

걸걸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저격수는 고개를 쳐들었다.

눈앞에는 쭉 찢어진 눈매에 주먹코가 돋보이는 사내가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다.

두툼한 입술을 감싸고 있는 덥수룩한 수염과 떡 벌어진 어깨에 어울리는 울퉁불퉁한 근육의 사내였다.

그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저격소총을 요리조리 살폈다.

심지어는 총부리를 얼굴로 향하게 한 후 눈을 갖다 대기도 했다.

“이건 뭐하는 물건이야?”

“당신 미쳤어? 당장 총 안 내놔!”

사내는 히죽 웃더니 총부리를 저격수에게 겨눴다.

“어어어!”

저격수는 두 손을 번쩍 쳐들었다.

“이걸 당기면 되는 건가?”

“위, 위험해!”

“괜찮아.”

사내는 능글맞게 웃으며 저격수의 어깨에 두툼한 손을 척 올리고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몇 번이나 쏘았지?”

“뭐, 뭐가 말이오?”

“쓰읍!”

사내가 이마를 좁히자 쭉 찢어진 눈가가 하늘로 치솟았다.

인상으로 살인을 할 수 있다면 바로 이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내에게서는 진한 피 냄새가 났다.

“꿀꺽!”

저격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다, 다섯 번이오.”

“다섯 번이라······.”

사내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저격수의 위아래를 훑었다.

“팔과 다리면 네 곳인데 한 곳이 모자라는군. 그렇다고 목을 분질러 버리기에는 그렇고. 어떻게 한다?”

“뭐, 뭐요?”

저격수는 왠지 모를 불길함에 몸을 떨었다.

“이곳이 천계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 오늘은 주군께서 천계에 오르신 첫날이니 이 정도로 넘어가는 거다. 예전 같으면 벌써 네놈의 목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대, 대체 누구요?”

“나?”

저격수의 물음에 사내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본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마신교의 십칠 대 천마이신 주군을 호위하는 수라대의 대주. 오달이다.”

“수라대주? 오달?”

“그렇다. 내가 바로 저분의 방패이자 칼인 수라대주 오달이다.”

오달은 그 말과 함께 저격소총을 단숨에 부러트렸다.

뚜둑!

“헉!”

주물과 쇠를 혼합하여 만든 저격소총을 마치 수수깡을 꺾듯 단번에 부러트리다니!

저격수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하지만 이어진 오달의 말은 저격수의 가슴을 더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네놈 목은 이것으로 대신했으니 팔다리를 분지르는 것으로 이번만은 눈감아 주마.”

“나는 경찰이야. 경찰을 공격하면 중대한 범죄······.”

저격수는 발악하듯이 외쳤다.

그러나 오달은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두뚝!

“으악!”

“괜찮아. 두어 달만 고생하면 본래대로 돌아올 거야.”

오달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저격수의 팔과 다리를 똑똑 분질렀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그저 무생물을 다루듯 팔을 꺾고 다리를 꺾었다.

그 극심한 고통에 저격수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까뒤집었다.

“끄으······. 이, 미친 새끼.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저격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악을 썼다.

혹독한 훈련과정을 견뎌내야 하는 특전사 출신임에도 팔다리가 부러진 고통에는 이가 저절로 떨렸다.

“자꾸 징징거리면 분근착골이 뭔지 보여줄 수도 있다.”

“끄윽!”

오달의 한마디에 저격수는 입을 다물었다.

깊게 가라앉은 오달의 눈에서 섬뜩한 의지를 읽은 탓이었다.

“옳지.”

오달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저격수의 어깨를 툭툭 쳤다.

비록 주군께 저지른 불경에 대한 죗값으로는 모자란 감이 있지만, 일단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명심해라.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다음에는 네놈의 목을 벨 것이다. 알겠느냐?”

“미, 미친.”

“그래도 천계의 병사라 그런지 기백은 있구나.”

오달은 히죽 웃으며 덜렁거리는 저격수의 다리를 툭 건드렸다. 저격수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쳐댔다.

“끄악!”

그날 저격수는 악마를 보았다.


“저런 미친 새끼!”

권총을 빼든 중대장은 이를 갈았다.

수백 명의 경찰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동료의 팔다리가 무참히 꺾였다.

그것도 모자라 무기를 빼앗고 저항하지 않는 동료를 짓밟았다.

이것은 명백한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었다.

“뭘 해? 쏴!”

중대장이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겨누고 있는 부하들에게 악을 쓰듯이 외쳤다. 하지만, 경찰들은 섣불리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잘못하면 저격수가 맞을 수 있습니다.”

“제기랄,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거야? 어차피 두 발은 공포탄이잖아. 일단 쏴!”

“예!”

눈치만 보던 경찰들이 오달을 향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이건 또 뭐야?”

오달은 귓가를 때리는 총성에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소리만 요란한 거였군.”

오달이 피식 웃으며 버스 지붕에서 날듯이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천마를 향해 몸을 날렸다.

“주군!”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오달에게 천마는 마뜩잖은 눈빛을 보냈다.

“네가 여기에 왜 있는 것이냐?”

“주군의 뒤를 따라왔습니다.”

“허어! 이제 교를 이끌어야 할 신분이거늘, 어찌 이리 경망스러운 짓을 했더냐?”

“저에게는 다음 대 천마로서의 임무보다 수라대주로서의 임무가 더욱 소중했습니다. 어떤 처벌을 내리신다 해도 달게 받겠사오니 부디 내치지만 말아 주십시오.”

오달이 비장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허리춤에 매달린 천마신검을 끌러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하아······.”

천마신검을 받아든 천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같으면 자신의 명을 어기고 뒤쫓아 온 것에 대해 불호령과 함께 그에 따르는 벌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천계로 향하는 통로인 줄 알았건만 엉뚱한 곳으로 와버렸고 통로는 이미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중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잘된 일일수도······.’

천마가 오달의 널찍한 등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중대장을 비롯한 경찰들이 넓게 원을 그리며 포위를 하고, 밖을 전경들이 몇 겹으로 에워쌌다.

권총을 겨눈 채로 중대장이 외쳤다.

“경고한다. 무기를 내려놓고 순순히 체포에 응하라. 불응할 시에는 발포하겠다.”

“뭐라?”

오달이 시뻘게진 얼굴로 일어나 천마를 막아섰다.

곰 같은 덩치의 오달이 막아서자 호리호리한 체격의 천마는 머리 끝자락만 보였다.

“나, 오달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 주군의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총 맞고 후회하지 말고 무릎 꿇어!”

“그딴 장난감으로 위협을 한다고 통할 줄 알았더냐.”

콧김을 펑펑 쏟아내며 외치는 오달의 기백에 중대장과 경찰들은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마른 침만 꼴깍 삼켰다.

“똘아이도 아니고 진짜 미치겠네.”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 잡아야지.”

“하지만, 실탄을 사용하기에는 보는 눈도 많은데다 오발 사고가 생길 수도······.”

“그럼 동료가 당했는데 보고만 있을 거야?”

중대장은 애꿎은 부하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지금도 동료는 팔다리가 부러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가십거리로 치부할 것이 뻔했다.

총기를 빼앗긴 경찰이라는 타이틀 아래 과잉진압이라는 기사를 내보낼 것이 분명했다.

그 후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권 단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경찰을 공격할 것이었다.

“제기랄!”

생각이 그에 이르자 중대장의 눈에 핏발이 섰다.

주춤거리는 부하들을 제치고 한발 앞으로 나선 중대장은 제식 권총인 M10 38구경 6연발 권총의 총부리를 오달의 허벅지에 조준했다.

“이제부터는 실탄이다. 무릎을 꿇고 양손을 머리에 올려라.”

“이놈!”

오달이 퉁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내지르며 두 팔을 쭉 벌려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까짓 암기로 무엇을 하겠다는 거야? 자신 있으면 네놈 마음대로 해보거라.”

“미친 새끼! 꼭 잡아서 콩밥을 곱빼기로 먹여주마.”

중대장의 입이 거칠어졌다.

체포조가 박살이 났고 저격수까지 중상을 입었다.

진압부대의 현장 책임자로서 지휘 책임을 면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였다.

만일 저 미친놈들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중징계까지 감수해야 할지도 몰랐다.

중대장은 권총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꽉 주며 크게 외쳤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11조 3항에 의거 3회 이상 투항을 명령한다. 무기를 버리고 체포에 순순히 응해라.”

두 번, 세 번.

투항 권고를 3번 한 중대장은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을 당겼다.

탕!

총구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총알이 튀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천마의 신형도 움직였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하듯 잔상을 남기며 오달의 앞을 가로막은 천마는 천마신검을 아래로 내렸다.

캉!

천마신검에 총알이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으음!’

손목이 찌릿한 것이 아까 날아왔던 탄알과는 확연히 달랐다.

오달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천마의 앞을 막아섰다.

“주군!”

“오달아.”

“예, 하명하소서.”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자꾸나.”

천마는 겸연쩍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근엄하게 말은 했지만 도망가자는 뜻.

“알겠습니다. 제가 길을 트겠습니다.”


“훅, 훅!”

천마와 오달은 무작정 앞만 보고 내달렸다.

“주군, 조심하십시오!”

빠아앙!

오달이 외치는 순간 달려오던 차가 경적을 울리며 천마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끼이익!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마찰하면서 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렸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뒈지려면 집에 가서 곱게 죽던가.”

광화문 앞 10차선 도로는 천마와 오달 덕분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천마와 오달이 차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 무렵 구원자가 나타났다. 천마가 나타날 때부터 숨어서 지켜보던 해수였다.

길 건너편에서 해수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저기요. 여기에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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