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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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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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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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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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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화.

DUMMY

쿠르르릉!

마른하늘이었다.

굉음과 함께 한차례 울려 퍼진 우레는 퇴근길을 서두르던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

잠시 우레가 번쩍이는 곳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관심을 돌렸다.

비슷한 시각.

시청 앞에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외치는 시위대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

“실현하자!”

“정부는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라.”

“기울여라!”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시위대는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쌀쌀한 겨울 날씨에 움츠려질 만도 하건만 분위기는 갈수록 뜨거워졌다.

낮부터 시작된 시위는 밤이 되면서 질서유지란 명목으로 전경부대가 투입되었고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들도 기삿거리를 건지기 위해 기웃거리고 있었다.

“현실에 맞는 등록금을 쟁취하자.”

“쟁취하자!”

한 순에 진압봉과 방패를 든 전경들이 벽을 치듯이 가로막고 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해수는 시위대의 앞자리를 차지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묵고 투쟁이라는 머리띠를 두른 얼굴에는 투지가 가득했다.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한국대학교의 졸업반인 해수는 학생운동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탓에 공부 외에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일 분, 일 초를 쪼개가며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하는 해수에게는 남들이 흔히 하는 연애조차도 사치에 불과했다.

그런 해수가 오늘은 시청 앞에 모인 시위대에서 악을 쓰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해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믿지 못할 모습이었다.

‘한 시간만 버티면 업무 종료다. 힘내자. 장 해수!’

해수는 더욱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시간은 돈이다. 라는 말을 생활신조로 삼는 해수가 시위 현장에 나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번 시위를 계획한 전국대학생 연합의 간부진은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줄 학생을 모집했었다. 일종의 선봉장이었다. 회장단은 얼굴빨 좋고 말빨 좋고 목소리까지 큰 학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그러나 그런 학생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얼굴이 받쳐주면 머리가 딸렸다. 얼굴과 머리가 받쳐주면 목소리가 작았다. 그나마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시위에 관심이 없었다.

하긴 그런 조건이면 벌써 연예계에서 캐스팅을 했을 것이다.

결국, 간부진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시위대 알바.

대학가에서 알바의 달인으로 불리는 해수를 시위대의 선봉장으로 고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급은 시간당 2만원.

올해의 최저 시급이 6,030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시급이었다.

이제 한 시간만 지나면 오늘의 업무는 종료가 될 것이고 해수의 손에는 16만원의 알바비가 들어올 것이었다.

‘내일도 시위를 했으면 좋겠다.’

해수는 열심히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빌었다.


“답답하구먼.”

전경부대 뒤에 자리 잡은 지휘차량에서 시위대를 보고 있던 기동대 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모자 아래로 언뜻 보이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처량하게 보였다.

본청에서는 이미 진압명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기동대장은 망설이고 있었다.

자식과도 같은 나이의 젊은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잃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해산이라는 명목 하에 짓밟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은 경찰이다. 명령을 받았으면 따라야 했다.

“이봐, 경고 방송 다시 내보내.”

“예!”

-시위대 여러분―!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방송이 시위현장에 울려 퍼질 때였다.

치익!

-기동대장!

무전 음이 들리자 기동대장이 무전키를 누르며 인상을 썼다.

데모 진압을 전문으로 하는 기동대의 책임자 계급은 총경이다. 흔히 말똥이라 불리는 작은 무궁화 4개의 계급으로 경찰서장에 해당하는 계급이다.

그런데 대뜸 반말로 호출을 한다?

그렇다면 경찰청의 높으신 양반임이 분명했다.

-예, 기동대장입니다.

-나, 본청 차장인데.

-예! 차장님.

기동대장의 목소리에 바짝 날이 섰다.

-뭐하는 거야?

-예?

-진압 명령이 내린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러고 있냐 말이야? 날 샐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이고 나발이고 빨리 해산시켜!

-해산하도록 경고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자유해산을 유도하겠습니다.

-그런다고 해산할 거면 진즉 했지. 저러고 있겠어? 좀 있으면 경무관 승진 인사 있는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알아서 처신해. 이번 기회 놓치면 경찰 생활 끝나는 거야. 옷 벗어야 한다 말이야! 제대로 처신해. 알았어?

-알겠습니다.

무전을 끊은 기동대장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가슴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머리는 현실에 순응하라 하고 있었다.

“휴우······.”

깊은 한숨을 내쉰 기동대장이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경고방송 끊고, 진압 실시해.”

“바로 말입니까?”

“위에서 하라잖아.”

“알겠습니다.”

치익!

-여기는 기동본부, 각 중대는 지금부터 진압작전에 들어간다. 반복한다. 진압작전에 돌입한다.

-충성! 부대 진압작전 시작합니다.

“제기랄! 꼭 이래야 하나.”

기동대장은 시위현장을 보며 나직하게 욕설을 뱉었다.


“부대 전진!”

“부대 전진!”

중대장의 명령에 전경들이 크게 발을 구르며 복창했다.

쿵! 쿵!

방패를 바닥에 찍으며 한 발 내딛는 전경들의 모습에 해수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여러분, 물러서면 안 됩니다.”

해수는 마치 독립을 외치는 열혈투사처럼 앞으로 나섰다.

뒤를 받치듯 시위대도 구호를 외치며 한발 앞으로 나섰다.

순간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언론이 지켜보는데 지들이 어쩔 거야.’

해수는 굳게 믿었다.

아무리 욕을 먹는 정부지만 언론이 불을 켜고 있는 상황에서는 함부로 시위대를 진압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전경들은 카메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방패로 교묘하게 기자의 시선을 막으며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쿵! 쿵!

수백 명의 전경이 동시에 발을 구르며 방패로 바닥을 찍어대자 땅이 뒤흔들렸다. 그중에는 곤봉을 휘두르며 위협을 가하는 자도 있었다.

쿵! 쿵! 쿵!

전경들이 한발 내디디면 시위대가 한발 물러서는 일이 반복되었다.

“여러분 여기서 밀리면 안 됩니다.”

해수는 옆 사람과 팔짱을 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분의 말이 맞습니다. 여러분!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우리를 핍박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물러나면 이제까지의 고생은 물거품이 될 겁니다. 힘냅시다.”

해수의 외침에 시위대는 뒷걸음질을 멈추고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정부는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라.”

“전경들은 물러가라.”

그러나 전경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위협적으로 시위대를 향해 다가왔다.

시위대도 서로 팔짱을 끼고 한발 앞으로 나서며 구호를 외쳤다.

“우~ 우~ 물러가라!”

쿵! 쿵!

진압하려는 쪽과 맞서는 쪽이 서로 다가서는 가운데 기자들의 카메라는 심판을 보듯이 양쪽을 향해 연신 플래시를 터트렸다.

“부대 진압 개시!”

“진압!”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경들은 짧게 복창을 하고는 일제히 시위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은 헬멧에 진압복을 입은 전경 수백 명이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하자 시위대는 두려움에 뒤로 물러났다.

“초전박살!”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좁히던 전경들은 그물질을 하듯 시위대를 몰아가더니 급기야 시위대의 앞쪽 부분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퍽퍽! 퍼퍽퍽!

“아악!”

“물러서면 안 됩니다.”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시위대는 전열을 잃고 하나 둘 뒤로 물러났다.

“여러분 흩어지지 마세요. 뭉쳐야 합니다. 여러분―!”

해수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나 시위대는 놀란 메뚜기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해수와 팔짱을 끼고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덜컥 겁이 났다.

저 커다란 방패에 찍혀 죽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국정원 같은 곳에 끌려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것은 아닐까?

퍽!

“악!”

전경이 사정없이 휘두른 곤봉이 어깨를 때리자 해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돼!”

해수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경은 더욱 세차게 곤봉을 휘둘렀다.

부웅!

박달나무로 만든 곤봉에 맞은 시위대의 비명이 뒤엉키자 시청 앞 광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였다.

빠지지지찍!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강력한 스파크가 튀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스파크는 본격적인 진압에 들어간 전경부대와 연신 뒤로 물러서며 저항하던 시위대 사이에서 맹렬하게 피어올랐다.

빠지지지찍!

하늘로 치솟아 오르던 스파크는 어느 순간 옆으로 퍼지며 범위를 넓혀나갔다.

“뭐, 뭐야?”

사람들은 맹렬히 피어나는 스파크를 피해 우르르 물러났다.

전경들은 방패를 들어 얼굴을 가리기 바빴고 시위대는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그 와중에도 기자들은 두려움을 잊은 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빠지지지직!

스파크는 순식간에 범위를 넓혀갔다.

반경 5미터가 넘는 넓이로 번진 스파크는 타원형의 막을 형성하더니 끊임없이 타올랐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스파크의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5미터에 달하던 스파크의 범위는 1미터 정도에 이르자 힘을 다한 듯 약해지기 시작했다.

쉬이이이!

스파크가 완전히 소멸 되고 달아오른 아스팔트에서 뿌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수증기가 어느 정도 사라지자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사람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수증기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스팔트 위에 큰 대자로 뻗어 있는 형체는 분명 사람이었다.

복장이 낯설기는 했지만 틀림없는 사람이었다.

순간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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