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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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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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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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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662

작성
18.07.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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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9화.

DUMMY

해수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옥탑방에서 생면부지의 남자와 밤을 보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해수는 문을 잠그고 자물쇠까지 가져와 문고리에 걸었다. 유리창도 꽁꽁 닫았다.

“허허.”

천마는 밤하늘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천하의 천마가 노숙이라니.

천계로 넘어간다며 좋아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오달은 그런 천마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다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군.”

오달은 부리나케 집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잠시 후 돌아온 오달의 옆구리에는 누런 종이박스가 들려 있었다.

“저는 이것을 바닥에 깔고 자겠습니다! 천마님과 같은 곳에서 잠들 수 없습니다!”

“편한 대로 하거라.”

천마는 평상에 이불을 아무렇게 던져 놓고 몸을 눕혔다.

바로 몇 시간 전만 해도 자신은 천계에서 환영받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비참했다.

천마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천마는 그 이유를 옆에서 들려오는 오달의 코 고는 소리 때문이라 여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눈이 스르르 감겼다.

혼란스런 하루를 보낸 탓에 천마와 오달은 깊은 수면에 빠져들었다. 반복되는 충격과 실망에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였다.

천마와 오달은 평소와 달리 늦은 아침까지 깨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와~!”

일어나자마자 천마와 오달이 걱정돼 문을 열은 해수는 자유분방하게 잠들어 있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을 내뱉었다.

자면서 심하게 뒤척거렸는지 천마의 상의는 얼굴까지 둘둘 말려 있었다. 편한 자세로 평상에 늘어져 코까지 골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달에 비하면 얌전한 모습이었다.

오달은 맨바닥을 뒹굴며 자고 있었다.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벗었는지 이상하게 생긴 속옷 하나만 입고 있었다. 곁에는 종이박스가 구겨져 굴러다녔다.

해수는 혀를 찼다.

“기상!”

“끄어어어어!”

오달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가지가지 한다.’

해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달의 괴성에 천마도 깼는지 부스스하게 일어섰다.

“방금 무슨 소리더냐?”

“무슨 소리요?”

해수는 시치미를 뚝 뗐다.

천마는 부스스한 얼굴로 평상에서 내려왔다.

여긴 중원이 아니다. 살수도 없다.

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닐 확률도 높다. 어찌 되었건 자신을 해하려는 자가 있더라도 지금의 나를 모른다.

천마는 기지개를 쭉 폈다.

실로 오랜만에 겪는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어쩌면 살면서 처음으로 맞는 평화로운 아침일지도 몰랐다.

중원에 있을 때에는 언제나 위협이 가득했다. 침소 주위에는 믿음직스런 호위를 둘렀으며, 그마저도 오달이 옆에 있지 않을 땐 잠을 자지 않았다.

아무리 천마라도 수면은 가끔씩 취해야 했다. 그런 수면이 매번 살벌한 경계 속에서 이루어졌으니, 천마에게 오늘 같은 여유로운 아침은 환상과 같았다.

“오달아 실로 홀가분하구나.”

“예. 주군.”

오달이 씩 웃었다.

끈적끈적한 사내들의 우정이 담긴 아침의 전경이었지만, 오달의 반라 때문에 해수에게는 해괴망측하게 보일 뿐이었다.

“빨리 옷부터 입어요.”

“허어! 이 몸의 아름다운 육체미가 보이지 않더냐?”

“육체미 같은 소리 하네!”

해수는 소리를 지르며 문을 쿵 닫아 버렸다.

잠시 후.

다시 나온 해수는 아침의 부스스한 해수가 아니었다.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깔끔한 청바지와 하늘색 셔츠를 입은 모습은 절로 눈길이 갔다.

변신에 가까운 해수의 모습에 천마와 오달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괴였던가?’

해수는 못난 얼굴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미인이었다.

시위현장에서는 땀이 범벅이 되어 미모가 빛을 바랐고, 아침에는 화장기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저 수수한 미모의 정도로만 인식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가벼운 화장과 단장이 더해지자 해수는 천마의 눈도 번쩍 떠질 만한 미모로 변신했다. 모두 화장 덕분이었다.

“소, 소저.”

오달이 떨리는 목소리로 해수에게 말을 걸었다.

계집애라고 부르던 호칭이 어느 순간 한층 격상되었다.

“왜요?”

“이제 그 모습만 하고 다니시게.”

그제야 오달과 천마의 묘한 태도를 이해한 해수가 웃음을 터트리며 바닥의 박스종이를 집어던졌다.

“뭐야 진짜! 나 원래 예쁘거든요!”

오달은 해수가 무서워졌다. 웃다가 갑자기 역정을 내는 모습이 요물처럼 보였다.

‘필시 저것은 요괴다.’

오달은 해수가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못하게 경계했다.

“아무튼, 난 이제 학교 가니까. 그때까지 얌전히 있어요? 사고 치면 나 진짜 화낼 거니까.”

“우릴 믿어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지만 역효과였다.

해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속사포처럼 주의사항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른 건 손대지 마요. 컵라면 꺼내놨으니까 가능하면 그것만 먹고요. 다른 건 손대지 말고 집에 돌아왔을 때 이 모습 이대로 있어야 돼요.”

천마와 오달은 고개는 끄덕였지만, 표정이 시큰둥했다. 그나마 천마는 눈이라도 마주쳤지만 오달은 하품만 쩍쩍하고 있었다.

불안해진 해수는 한마디 덧붙일까 하다가 손목시계를 보고는 다급히 움직였다.

“꼭 이 모습 이대로 있어야 돼요?”

“걱정 말거라. 이 몸은 천마이니라.”

“주군께서 한낱 여인의 말 따위 들을 것 같으냐!”

눈치 없게 끼어드는 오달의 말에 해수는 하마터면 오달에게 돌멩이를 집어던질 뻔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밤이나 되어야 올 거예요. 진짜 이대로 있어야 돼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해수는 계단 밑으로 사라졌다.

잔소리가 사라지자 그제야 천마와 오달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허어. 이건 볼수록 신기하구나.”

“고도의 술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시 실력이 뛰어난 환영사일 겁니다.”

오달은 그리 말하며 TV를 신기한 듯 본다.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진 리모컨을 밟자, 채널이 아침 드라마로 바꿨다.

“허억!”

예상치 못한 TV의 변화에 오달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뒤에서 천마가 흥미롭게 TV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이건 다른 장소를 비추는 요술경 같구나.”

TV에서는 보자기를 허리에 두른 여자가 자그마한 상자에서 이상하게 생긴 붉은 덩어리를 꺼내고 있었다. 그것이 김치라는 것을 모르는 천마와 오달은 상자에서 내장을 꺼내는 것처럼 보였다.

“실로 기괴하게 생긴 짐승이로고.”

“그러하옵니다. 주군. 생긴 것은 반반한 것이 하는 짓이 끔찍하기 그지없습니다.”

둘은 흥미롭게 여자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다. 여자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와 두런두런 대화를 하며 아침상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저것을 날로 먹을 듯합니다.”

“야만족이나 할 짓을······.”

“그러게 말입니다.”

오달은 혀를 차며 드라마 속 아침상을 보았다.

뜨거운 찌개와 신기하게 생긴 반찬거리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 김치는 역겹지만 다른 것들은 모두 먹음직스러웠다.

상차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여자는 동그랗게 생긴 상자를 열어 김이 풀풀 나오는 뜨거운 밥을 꺼냈다.

‘쌀밥!’

밥이 나오자 오달은 뚫어져라 드라마에 집중했다.

꼬르륵~.

“허허, 시장하더냐?”

“부끄럽습니다. 주군.”

그제야 오달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천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도 식사를 하자구나.”

“넵! 대령하겠습니다.”

오달은 호기롭게 외치며 한쪽 바닥에 쌓여 있는 컵라면을 주워들었다.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얼마나 뜸을 들여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분명 익지 않으면 맛이 없다 했으렷다?’

이왕이면 맛있는 것이 좋은 법.

주군께 대령해야 하는 음식이니 응당 맛있어야 함이 옳았다.

그러나 당장 얼마나 기다려야 이것이 익는지 모르는 오달은 천마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천마는 드라마에 흠뻑 심취해 있었다.

“오호? 오호!”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며 드라마 속 인간상을 유심히 보고만 있었다.

오달은 울상을 되었다. 살짝 뚜껑을 열어 손가락으로 면을 쓱 저어 보았다. 면이 풀어지긴 했지만 딱딱한 것이 걸리는 듯했다.

‘오호라! 거의 다 익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다 싶은데 갑자기 번쩍하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것은 국물이었다.

그렇다면 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스스로 기막힌 생각이라 여기며 오달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드라마에 나온 밥솥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발견했다.

‘바로 저거다.’

오달은 성큼성큼 밥통으로 걸어가 뚜껑을 힘껏 열어젖혔다.

뚜각!

밥통의 뚜껑 부분이 우악스럽게 뜯겨나갔다.

한 손에 밥솥 뚜껑을 쥔 오달이 힘차게 외쳤다.

“주군! 밥입니다. 밥이 있습니다.”

“그래?”

“분명히 밥입니다.”

오달은 득의양양해져 밥통을 천마에게 보여주었다.

쿵!

전기선이 뽑히며 밥통이 올라가 있던 작은 선반이 앞으로 쏟아졌다. 각종 양념 통이 바닥을 뒹굴었다.

“밥입니다. 주군.”

“잘 되었구나!”

천마는 활짝 웃었다. 둘은 집이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뜨거운 국물과 뜨거운 밥!

천하를 제패 했을 때도 이리 기쁘지는 않았다. 식사의 즐거움을 다시 기억한 천마와 오달은 컵라면과 밥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어서 식기를 챙겨 오거라. 시장기가 도는구나.”

“예, 주군.”

오달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제와 같은 나무젓가락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딘가에는 필히 있을 터였다.

오달은 싱크대 주위를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장을 하나씩 뽑아냈다.

그러나 없었다. 이상하게 생긴 잡기들만 한가득 나올 뿐이었다.

수납장 같은 것을 열어젖혔다. 냄비와 접시만 가득 있었다. 혹시 구석에 있나 싶어 그것들을 한쪽으로 쓸어내 찾아보았다.

연약한 접시가 오달의 손아귀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싱크대 위에 수저통에서 젓가락을 발견했다.

‘이런 눈치 없는 놈 같으니.’

오달은 자신의 부족한 집중력을 꾸짖으며 젓가락과 숟가락을 챙겨왔다.

우여곡절 끝에 식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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