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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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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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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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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글자수 :
77,662

작성
18.08.0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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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7화.

DUMMY

밤이 되자 해수는 상기된 얼굴로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등에는 백팩을 메고 두 손엔 커다란 봉투를 쥐고 있었다. 해수의 발소리를 들은 오달은 문을 열어 해수를 반겼다.

“늦었구나.”

“옷 좀 사느라.”

오달의 입이 벌어졌다. 일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옷이 생겼다는 점과 음식이 손에 쥐여져 있다는 것에 마음이 들떴다.

“무겁지 않느냐?”

해수의 손에서 음식이 든 봉투를 낚아챘다.

“어쩜 사람이 저래? 나보다 음식이 반갑다 이거지?”

“내가 그리 속물로 보이느냐?”

말은 그렇게 해도 오달의 표정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오달과 같이 해수 또한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생긴 천마가 해수의 곁으로 다가가 봉투에서 나오는 옷가지를 보았다.

“아하.”

천마는 탄성을 질렀다. 봉투에서 나온 옷은 길에서 보아온 옷들과 비슷한 것이었다. 진청색의 청바지가 네 벌. 색이 다른 티가 여섯 벌이었다.

“신발은 돈이 없어서 못 샀어.”

해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말에 천마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없는 살림에도 자신들을 이렇게 도와주는 해수의 마음이 마냥 고마웠다.

“고맙소. 정말로 고맙소. 낭자.”

“일단 입어봐. 나는 잠깐 나가 있을게.”

“뭐가 그리 급하냐? 먹고 하는 게 어떠냐?”

음식을 눈앞에 두고 못 먹게 되자 오달이 툴툴거렸다. 해수는 그러거나 말거나 문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성질 급하기는.”

“그러지 말거라. 마음이 고맙지도 않느냐.”

천마는 가장 먼저 청바지를 집어 들었다. 이전에 교복 바지를 입어본 경험 덕에 어렵지 않게 청바지를 입을 수 있었다. 천마가 옷을 입는 모습을 오달은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딱 맞는군요. 주군.”

“움직이기에 편한 옷은 아니구나.”

피부에 달라붙는 청바지가 거추장스러운지 천마는 연신 바지를 잡아당기고 다리를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했다.

“이곳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옷을 작게 입는군요.”

“그만큼 평화롭다는 뜻이겠지.”

천마는 중원에 있을 때를 떠올렸다.

그곳의 옷은 품이 넉넉했다.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곳과 비교해 보면 활동하기에 편한 옷뿐이었다.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농민은 농사를 짓기 위해 많이 움직여야 했고 상인은 많이 걸어야 했기에 편한 옷이 필수적이었다.

이곳의 사람들처럼 몸에 붙는 옷을 입는 사람은 은신을 해야 하는 살수 정도였다.

천마와 오달 역시 무림인이었으나 입었던 옷들은 모두 품이 넉넉했던 활동적인 것들이었다. 싸우기 쉬운 옷들이었고 권위를 내세우기에 좋은 풍요로운 것들이었다.

따라서 이런 옷은 익숙지 못했다. 낯선 착용감에 천마는 불편했다.

“금방 익숙해지겠지.”

“그리될 겁니다. 걱정치 마옵소서.”

“상의를 주거라.”

천마가 회색 티셔츠를 받아 들고 옷을 벗었다. 단련된 단단한 근육이 드러났다. 내공을 잃었어도 괴력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극도로 단련된 근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이거 입다 찢어질지도 모르겠군.”

천마는 셔츠에 팔을 집어넣었다. 뒤집어쓰듯 옷을 입은 천마는 옷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셔츠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몸에 옷을 맞췄다.

옷을 다 갈아입은 천마는 긴 머리만을 제외한다면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곳이 없었다. 복장만 바꿔도 확연히 바뀐 천마의 모습에 오달은 감탄했다.

“잘 어울립니다. 주군.”

“너도 입어보아라.”

오달은 바닥에 놓인 옷 중에서 커다란 바지를 집어 들었다. 아무래도 이것이 자신의 바지인 것 같았다. 바지를 갈아입기 위해 바지를 내리자 문이 열렸다.

“다 갈아입었지? 어때? 마음에 들어?”

해수가 빨리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약 10분을 기다렸다 들어온 것이었고 현대인의 기준으로는 갈아입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 옷 갈아입는 것이 익숙지 않은 천마와 오달이었다. 무엇보다 그 둘은 동시에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으아악!”

오달의 털이 흉흉한 다리를 보자 해수는 두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난리 통에 천마는 쓴웃음을 지었다.

“낭자는 잠시만 나가주시오.”

“미안해. 오달아.”

해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눈을 가린 채 문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오달은 벙진 얼굴로 닫힌 문을 보았다.

“뭐 저런 여자가 있답니까?”

“나도 조금 당황스럽구나.”

해수가 조금만 빨리 문을 열었다면 천마는 몸을 보일 뻔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안도하며 오달의 등을 토닥거렸다.

“빨리 갈아입어라.”

그 말에 정신이든 오달이 황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바지는 무서울 정도로 오달에게 딱 맞았다. 이어 입은 셔츠도 마찬가지여서 오달의 커다란 근육 모양으로 셔츠 달라붙었다.

“옷을 입어도 민망한 것은 처음입니다.”

힘을 주면 그대로 찢어질 것 같은 셔츠에 오달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곳 옷이 이런 것을 어쩌겠느냐?”

오달이 바닥에 떨어진 옷을 정리하는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이젠 다 갈아입은 거지?”

조심스러운 해수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들어오시오. 다 갈아입었네.”

“그럼 문 연다?”

해수의 얼굴은 조금 붉어져 있었다. 오달의 맨다리를 봐서가 아니라 자신의 실수가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음탕한 것.”

순전히 자신의 다리를 봐서 얼굴이 붉어졌다고 믿은 오달이 대뜸 말했다. 기가 막힌 해수는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네 다리 봐서 그런 거 아니거든?”

“다리까지 다 본 건가?”

해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당장이라도 오달의다리털을 다 쥐어뜯어 버리고 싶어졌다.

“옷은 잘 맞는 것 같소. 고맙소. 낭자.”

“아 맞다.”

그제야 해수는 턱에 손까지 괴고 천마와 오달을 꼼꼼히 흩어 보았다. 어디 가서 수상하단 소리는 듣지 않을 정도로 훤칠한 청년들로 보였다.

“다행이다. 둘 다 잘 어울려.”

“그런데 내 옷은 왜 이렇게 조이느냐? 무서워서 숨도 못 쉬겠다.”

오달의 불평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근육이 풍선처럼 거대한 오달의 체형을 무시하고 눈대중으로 구매한 탓에 옷은 쫄티처럼 타이트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해수는 오달의 불평에 고개를 끄덕였다.

“운동하는 사람으로 보여. 괜찮아 어울려. 멋있어.”

“멋있어?”

오달은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는 면티를 이리저리 쓰다듬는 모습이 해수에게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는 듯했다.

‘약수터 아저씨 같아.’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말한 오달도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풀렸고, 천마는 처음부터 자신의 옷을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니 해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식사를 시작해 볼까?”

접시를 꺼내는 것으로 어제의 식사가 재현되었다. 어제와는 다른 메뉴의 음식이 방바닥에 진열되었다. 셋은 동그랗게 앉아 음식 맛을 가지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사천에는 매운 음식이 일품이지. 이곳의 음식도 맛있으나 중원의 것도 훌륭했다.”

팔보채를 집어 든 오달이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훌륭하군. 가장 내 입에 맞는 듯하다.”

양념게장의 몸통을 뜯으며 천마가 거들었다. 맛있게 양념게장을 먹는 천마의 모습을 보니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게장을 맛있게 먹는 외국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역시 그게 입에 맞는구나. 좋아할 줄 알았어.”

“낭자가 내 식성을 어찌 알고?”

천마가 깜짝 놀라며 물어봤다. 해수는 유튜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할 방법을 찾기 힘들었다. 고심 끝에 결국 대답을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그럴 것 같았어.”

“직감이라는 것인가.”

신기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천마. 해수는 묘하게 죄책감이 들었다.

해수는 몰랐지만 천마가 신기하게 여긴 것은 천마가 과거 고려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해수가 김치를 꺼낸 것에서부터 천마는 이곳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계라고 오해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이곳이 먼 미래의 고향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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