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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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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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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글자수 :
77,662

작성
18.07.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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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2화.

DUMMY

다음 날 아침.

천마와 오달은 일찍 일어나 해수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영약을 찾으러 가기 전에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함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두 번 다시 볼 수도 없을 은인이었다.

갈 때 가더라고 인사는 해야 옳았다. 그것이 무림인의 예의였다.

“일어났어?”

문이 열리고 부스스한 얼굴의 해수가 나오자 천마와 오달은 손을 포개어 해수를 향해 허리를 살짝 숙였다. 정통적인 무림인의 예법이었다.

“그간 신세를 졌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어? 응?”

해수는 갑작스런 천마와 오달의 행동에 당황했다.

이놈들이 또 무슨 사고를 치려는 걸까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우리는 영약을 찾으러 갈까 하네.”

“우리의 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어. 그래.”

해수는 천마와 오달이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저들은 갈 곳도 없었다.

‘어젯밤 잔소리를 좀 했더니 삐졌구나.’

해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히려 당황한 건 천마와 오달이었다.

감동적인 이별의 모습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해수가 덤덤하게 나오자 서운함이 밀려왔다.

천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저. 이름을 알려주시오.”

“이름?”

해수는 큰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오달이야 계집애니 뭐니 하면서 자신을 불렀다.

이름으로 불러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천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수는 웃음을 지으며 천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해수야. 바보같이 서로 이름도 몰랐네.”

악수를 모르는 천마는 눈만 깜빡였다.

답답한 마음에 해수는 천마의 손을 낚아채고 강제로 악수를 했다.

“당신들, 이름은 뭐야?”

“천마라고 기억해주게.”

천마는 잔잔하게 말했다.

“오달이다.”

오달도 평소와 달리 굴곡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오달은 스스로 생각했다. 낯선 세상에 와 처음으로 만난 은인과의 이별은 앞으로 펼쳐질 여정의 서막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얌전히 있어야 돼.”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건 오달뿐이었나 보다.

해수는 타이르듯 천마와 오달에게 당부하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탁.

문이 닫혔다. 불투명한 유리창으로 해수의 그림자가 멀어져갔다.

천마와 오달은 천천히 등을 돌렸다.

목표는 북쪽이었다.

천마와 오달은 태양의 위치로 방향을 잡아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 달리기 시작했다.

“주군! 아무래도 복장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할듯하다. 이목을 너무 끄는구나.”

아직도 중원의 복장을 입고 있던 천마와 오달은 자신들의 복장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주는지 거리로 나오자 단번에 알게 되었다.

“오달, 옷을 공수해 오거라.”

“넵!”

오달은 바로 한적한 주택가의 옥상으로 도약했다.

커다란 몸집의 오달이 날다람쥐처럼 몇 번의 발 구름으로 3층 높이의 주택꼭대기에 진입했다.

옥상에는 오달의 예상대로 옷이 널려있었다. 천천히 그것들을 하나씩 흩어보며 살폈다.

‘이 정도면 주군과 내가 입을 수 있겠구나.’

거리에서 사람들이 어떤 복장을 하고 다니는지 유심히 살펴두었다.

자신이 입을 옷으로 검은색 등산복을 고르고, 주군에게 드릴 옷으로는 교복 바지와 흰색 와이셔츠를 골랐다.

오달은 옷가지를 소중히 옆구리에 끼고는 서슴없이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쿵.

내공을 쓰지 못해 체술만 이용한 착지였다. 그럼에도 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오달은 천마에게 훔쳐온 옷가지를 건넸다.

“주군. 옷을 가져왔습니다.”

“집을 기억해 두어라. 언젠가 이 옷을 돌려줘야한다.”

“알겠습니다. 주군!”

오달은 무겁게 외쳤다. 천마는 빌린다고 말했으나 실상은 도둑질이었다.

그것은 무림인을 떠나 천마와 오달에게 있어 커다란 수치였다.

오달은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엄한 곳으로 전이되는 봉변을 당해 이런 수모를 겪지만, 언젠가 떳떳한 모습으로 이 옷을 돌려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천마와 오달은 한적한 곳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천마는 훤칠한 외모 덕에 교복 모델 같았다.

교복의 원래 주인은 건전한 학생이 아닌 듯 몸에 타이트하게 붙도록 수선되어 천마의 몸매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천마의 경우 훈훈하다 볼 수 있지만 오달의 경우는 상태가 심각했다.

커다란 체구의 체대생 같은 외모. 거기에 검은 등산복을 입으니 마치 조폭 같은 느낌이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천마는 긴 머리카락을 질끈 묶으며 오달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나무랄 데 없이 이곳 사람들 같구나.”

“주군께서도 평범해 보이십니다. 완벽한 변장입니다.”

오달과 천마는 서로를 향해 흡족하게 웃었다.

천마는 기존의 옷을 버리라 했지만, 오달은 그럴 수는 없다며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가방까지 가지고 왔다.

가방이 작아 중원에서 챙겨온 여러 가지 기물과 옷을 우겨넣자 금세 빵빵해졌다.

“벌써 해가 중천이구나. 어서 출발하자꾸나.”

“예, 주군!”

어깨에 가방을 짊어진 오달은 천마와 같이 다시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해가 중천에 떠오르자 천마의 앞에 산이 나타났다. 천마는 땀을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여기가 그곳인 것 같다.”

천마와 오달은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 어느 지점부터 도시가 끊기고 우거진 숲이 나왔다.

“이곳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천마는 우거진 산을 보며 감탄했다. 그동안 천마와 오달은 서울 한복판에서만 지낸 탓에 중원처럼 푸른 산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눈앞에 있는 산은 사람의 흔적도 찾기 힘들다.

‘이 산에는 분명히 영약이 있다.’

천마는 확신했다.

자고로 영약이란 깊은 산중에 있는 법이다. 희망에 찬 천마와 오달은 배고픔도 잊고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 도착한 곳은 DMZ였다. 정확한 이름을 모른 해수가 휴전선으로 알려줬지만 이름을 기억할 천마와 오달이 아니다.

‘영약이 있을 만한 곳.’

이름은 아무래도 좋다.

내공을 회복할 수단만 중요할 뿐이었다.

천마와 오달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신선한 공기가 코를 가득 채웠다.

아직은 DMZ의 테두리였다.

둘은 허름한 나무판에 진한 녹색으로 민간인 출입 금지를 알리는 경고를 무시하고 넘어간다.

“여기까지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는구나.”

“더 깊숙이 들어가면 분명 영약이 있을 겁니다! 주군.”

길은 보이지 않았다.

산짐승이 다니는 길을 따라 천마와 오달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덕에 천마와 오달은 군의 감시망을 뚫고 DMZ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허! 주군. 저쪽을 봐주십시오.”

계속 북쪽을 향하는 천마에게 오달이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도 놓쳤던 작은 초소를 보였다.

“허! 잘도 숨어 있구나.”

그곳에는 군인 둘이 있었다.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는 초소는 숲과 비슷한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군인들의 복장도 초소와 비슷해 보였다.

수풀에 숨어들 때 효과적으로 보이는 얼룩덜룩한 투구에도 녹색무늬를 입혀놓았다. 그렇다 보니 하얀 얼굴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인다.

그들은 아직 천마와 오달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경계초소를 살피며 천마가 말했다

“경계가 무척이나 삼엄하구나.”

“아무래도 이곳에 영약이 있는듯합니다. 괜한 곳을 이렇게 지키겠습니까?”

“네 말이 옳다. 발각되면 귀찮아지니 주의해라.”

“알겠습니다. 주군.”

오달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낮췄다.

그리고 천마와 같이 숲속을 내달렸다. 두 명은 풀 밟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내공이 바닥났기에 수준 높은 경공을 쓰지는 못했다.

그러나 둘이 펼치는 기초적인 수준의 경공이 다른 무림인과 같을 리가 없었다.

비월을 펼치면 10미터의 거리도 한걸음에 좁힐 수 있다. 담을 넘고자 하는 월담을 쓰면 커다란 나무도 단숨에 오를 수 있었다.

수풀 속을 달리는 그들은 사람의 경지를 아득하게 벗어나 있었다.

밤처럼 기척이 없고, 바람처럼 소리가 없었다. 흐릿한 그림자가 수풀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경계가 삼엄하군.’

천마는 밀집된 초소를 뒤돌아보았다. 수십 미터 간격으로 초소가 서있었다.

초병들의 옷차림은 모두 동일했다.

아직은 새파란 애송이들.

그런 녀석들이 눈에 불을 켜고 북쪽을 향해 흉흉한 안광을 내고 있었다.

“실로 잘 훈련된 것 같구나.”

“그래봤자 조총에 의지하는 것들입니다.”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다.”

천마는 몸을 숙였다.

숲속에 들어선 이상 저들은 천마와 오달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몸을 숨기는 은신술은 탐탁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옷의 색이 어두운 색이라면 더 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천마는 빠르게 우거진 숲속을 돌아다니면서도 초병이 자신을 쉽게 찾을 수 없도록 나무나 돌 쪽으로 몸을 숨기며 달렸다.

퍼어엉!

갑자기 폭약 터지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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