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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 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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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
작품등록일 :
2018.07.21 21:51
최근연재일 :
2018.08.08 14:3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767
추천수 :
120
글자수 :
77,662

작성
18.07.21 22:03
조회
850
추천
10
글자
8쪽

1화.

DUMMY

쿵!

천마의 호위대인 수라대의 대주 오달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얼마나 세게 찍었는지 청석으로 된 바닥이 푹 꺼지며 거미줄 같은 금이 생겼다.

“수라대주 오달! 주군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오달은 절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오달은 더욱 힘차게 외쳤다.

“그럴 수 없습니다. 이 한목숨 주군을 위해 바치기로 맹세한 몸입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주군을 모실 겁니다.”

“후유~”

천마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삼십 년 동안 곁을 지켜온 수하였다.

어릴 때는 시동으로, 커서는 교주의 호위대인 수라대의 대주로서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충성을 바쳤다.

자식이 없는 천마에게는 아들과도 같은 아이기도 했다.

“오달아.”

“예, 주군.”

“너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훗날 마선의 경지에 이르거든 그때 따라오너라. 그동안은······.”

천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달을 달랬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불같은 성격에 한번 꼬이면 서슴없이 목을 날리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주군!”

오달은 대답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다. 너는 내가 천계로 우화등선하는 것이 싫더냐?”

“주, 주군.”

오달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말이 좋아 우화등선이다. 막말로 죽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주군이 저리 기꺼워하고 있으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십 년이다. 반로환동을 이루고, 십 년을 기다리던 순간이다.”

천마는 잠시 말을 멈추고 넘실거리는 기운 너머로 보이는 통로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같이 명상에 잠겨 있던 중 갑자기 느껴진 엄청난 기운에 눈을 떠보니 생겨난 구멍이었다.

천마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토록 염원하던 천계로 가는 길이 나타났다는 것을 말이다.

“마선의 경지에 들어 선계로 안착하는 것은 나의 마지막 염원이다. 부디 내가 편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도와다오. 이것은 내 마지막 명령이자 부탁일지니.”

“주군!”

오달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뿌연 습기 때문에 주군의 마지막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다.

천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반로환동을 이룬 후 세상사에 관심이 멀어진 탓에 후계자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오달은 실 끊어진 연 신세가 될지도 몰랐다.

그리된다면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천마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오달을 내려다보았다.

“이리 오너라.”

“주군.”

“이리 오래도.”

“예!”

오달은 천마의 채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늘같은 주군 앞에서 이 무슨 추태인가.

아무리 주군께서 천계로 떠나신다지만 자신은 천마신교의 교주를 호위하는 수라대의 대주였다.

그런데 교주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질질 짜고 있다니.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명하소서.”

“들어라.”

“예, 주군!”

“천마신교의 십칠대 교주로서 명하노니 수라대주 오달은 이제부터 천마신교의 십팔대 교주가 될 것이니라. 오달은 천마신검을 받으라.”

“예. 예?”

오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교주라니?

내가?

왜?

오달의 머릿속은 금세 뒤죽박죽으로 변해버렸다.

“주군, 가당치도 않습니다. 제가 교주가 된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나, 천마의 뜻이다.”

“하지만······.”

“다음 대 교주를 정하는 것은 현 교주인 본좌의 고유 권한이다. 물론 강자존의 법칙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겠지만 말이다.”

천마가 강자존의 법칙을 강조하자 오달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였다.

“주군, 제가 그리도 미우십니까? 어찌 저를······.”

오달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평생 주군을 지키는 방패로 살아왔다.

주군을 위해서 죽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자 명예였다.

그러나 자신이 다음 대 교주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주군, 주군께는 일 공자를 비롯해 세분의 제자가 있습니다. 그분들을 제치고 어찌 제가 감히······.”

“그만! 내가 너를 그리 가르쳤더냐?”

“주군.”

“제자라 할지라도 자격이 안 된다면 교주가 될 수 없다.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은 나의 절기를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동안 쌓인 경험을 믿기 때문이다.”

“하오나.”

“잠자코 들어라!”

“예.”

천마의 호통에 오달은 몸을 납작 엎드렸다.

“네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느니. 그러나 해보기도 전에 피하는 것은 무인의 자세가 아니다. 나, 천마는 너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적도 가르친 적도 없다.”

천마는 오달의 널찍한 등을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이렇게 할 것이었다.’

천마에게는 세 명의 제자가 있었다.

장로원주의 손자인 큰 제자, 가득염.

호법원주의 손자인 둘째 제자, 구자기.

마지막으로 집법원주의 손자인 종대보.

모두 장로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받은 제자였다. 하나같이 무공에 특출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아이는 없었다.

살가운 성격도 아니었지만, 천마는 늘 제자들에게 차갑게 대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강호일통을 이루고 목표가 사라지자 한때는 제자들에게 관심을 보인 적이 있긴 했었다.

그러나 반로환동을 이루고 난 후에는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자연히 제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선계로 오르는 이 순간까지도······.

‘무심하기는 했지. 하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을 어쩌리오.’

고르고 고른 탓에 뛰어나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십만에 달하는 마인을 이끌어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오달은 달랐다.

제자들이 온실 속의 화초라면 오달은 잡초였다.

아무리 밟고 밟혀도 꿋꿋이 자라나는 잡초!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다.’

때가 이른 감이 있어 걱정되기도 했지만, 천마는 믿었다.

오달이라면 천마신교를 잘 이끌어 나가리라고······.

“오달. 고개를 들어라.”

“예.”

천마는 허리춤의 검을 끌러 오달에게 내밀었다.

“받아라.”

“주, 주군.”

“어서!”

“크흑!”

천마의 명은 지엄한 법!

오달은 흐느끼며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오달의 두 손에 교주의 상징인 천마신검이 놓였다.

“이제부터 네가 십팔 대 천마다.”

“크흑!”

오달은 차마 대답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잘 있거라.”

“주군!”

천마는 홀가분한 얼굴로 방안을 둘러보았다.

삼십 년 동안 지내던 곳이지만 걸치고 있는 장포 외에는 가져갈 만한 것이 없었다.

‘무엇을 위해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았는지. 참으로 부질없구나.’

잠깐의 상념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한 천마는 천계로 가는 통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이글거리는 통로가 어서 오라는 듯 반겼다.

천마는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새로운 시작인가? 아니면 끝인가?’

미지의 세계로 간다는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흥분과 설렘이 함께했다.

천마가 통로로 들어서자 강렬한 빛이 흘러나와 감쌌다. 그리고 곧 천마의 뒷모습이 점점 흐려졌다.

이윽고 천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오달은 대성통곡을 했다.

“주군!”

애타게 불러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일렁거리는 통로만이 보일 뿐이었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오달이 벌떡 일어났다.

천마가 들어가고 난 후 통로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어른 셋은 넉넉하게 드나들 정도의 크기가 어느새 어른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줄어들었다.

오달은 천마신검을 옆구리에 찔러 넣고는 미리 준비해 놓았던 보따리를 챙겼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었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오달은 통로를 향해 냅다 몸을 날렸다.

슈웅!

통로는 오달이 뛰어든 후 순식간에 크기가 줄어들더니 이내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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