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ran 님의 서재입니다.

추적과 진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reran
작품등록일 :
2021.07.19 23:42
최근연재일 :
2021.09.26 17:01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16
추천수 :
1
글자수 :
68,769

작성
21.07.22 22:43
조회
30
추천
0
글자
10쪽

1장 소년에서 검사로 -1화 세상을 향해 가다.(4)

DUMMY

그 뒤 싸움은 사내들의 우세로 가고 있었다. 동료를 뚫고 나오는 예상할 수 없는 공격에 잔상처가 많아지는 커스였고 동료의 검에 상처를 입었어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끝까지 공격을 이어갔다. 결국 상처가 많아진 커스의 몸에서 피가 많이 흐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자 커스의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캉’

“헉 헉”

“무엇입니까? 보여준다 하지 않으셨나요? 한때 최강의 자리에 있던 검을.”

“크크크크. 세월이 무섭기는 하구나.”

“하지만 놀랍습니다. 저희 한 부대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싸우시다니. 솔직히 제 판단에는 한 소대만으로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소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드리지요.”

“하하하하. 이걸 좋아해야 하는 것이냐?”

“그럼 마지막은 저와 일대 일로 끝내시죠.”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상태로 체력이 소모된 커스와 달리 뒤로 빠져서 상황을 지켜보던 대장이었기에 그는 자신만만했다.

“크크. 오냐. 오너라.”

“그럼.”

검을 들고 커스를 향해 달려드는 대장의 모습과 함께 검을 들어 올리는 커스였고 커스와 대장의 검이 부딪힘과 동시에 커스의 검에 있는 루비가 떠오르는 태양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마을을 방문했던 상단을 따라 마을을 나선 데니는 출발하고 하루가 지나서야 세스브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같이 왔던 상단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선 데니의 눈에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처음 보는 신 세상이었다. 세스브린은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바닷가마을과 수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교역도시로서의 성장이 이루어져 중형도시로는 클 수 있었다. 그런 세스브린이었지만 데니의 눈에는 그것도 너무나 거대해 보였다.

사실 그에게 세스브린이 처음은 아니었다. 아주 어릴 때, 데니를 혼자 집에 둘 수도 없었고 아직 마을 사람들과 친하지도 않은 커스가 가죽을 팔러 올 때 한번 같이 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거대해 보였지만 지금과는 느낌이 달랐다. 아니, 관점이 달라졌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데니에게 많은 건물과 많은 사람들만으로 놀랐다면 지금의 데니의 눈에 보이는 것은 곳곳에 갑옷을 걸치고 다니는 용병으로 보이는 이들과 치안을 위해 중간 중간에 서있는 병사들이었다.

“비켜라.”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용병들과 병사들을 바라보는 데니의 눈에 큰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십여 마리의 말들이었다. 하지만 데니의 눈은 그 말위에 있는 기사들에게 향해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갑옷을 두른 채 얼굴만이 드러나는 투구와 함께 갈색의 말과 잘 어울려 보이는 갈색 가죽으로 된 검 집은 데니의 눈을 빛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게 데니의 눈은 이미 도시를 떠나 보이지 않는 기사단들이 사라진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스브린을 떠난 기사단의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고 있는 사내의 말에 바로 뒤에서 달리고 있는 부관의 말이 이어졌다.

“선발대가 흔적을 찾고 있기는 하지만 숲속에서 흔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들의 정체나 목적은 아직 모르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중년의 기사단 리더는 부관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찌그러지는 인상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달리던 기사단은 얼마 가지 않아 선발대를 만날 수 있었다.

“놈들이 움직인 방향은?”

“그, 그것이 찾고 있습니다.”

선발대인 자들의 모습을 보고 기사단의 리더는 결국 화를 참지 못했다.

“뭐하는 짓이냐? 이것이 이 나라가 자랑하는 기사단의 실력이란 말이냐!”

숲을 울려 대는 그의 외침에 모두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작기는 하지만 한 나라의 최고 기사단이라는 자신들을 꾸지람하는 한 중년의 사내의 말에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중년의 사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그 사내의 말이 너무나도 옳은 소리였고 그 소리에 반박을 할 수 없는 자신들이 부끄러운 것이었다.

“동쪽 100미터 전방에 알 수 없는 무리의 이동이 포착되었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단원들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던 사내는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말에 올랐다.

“움직인다. 절대 놓치지 마라.”

앞서 가는 사내를 따라 기사단원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사단으로부터 100미터 떨어진 숲속을 달리는 이들이 있었다. 말도 없이 그저 다리로만 달리고 있었지만 그 속도는 도저히 달리는 것 같지 않았다. 많아 보이는 그들 중 앞서 있는 자의 손에는 키의 반보다 작은 검은 색 검 집의 검이 들려져 있었다.

“서쪽으로부터 접근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사단들 갔습니다.”

“젠장. 생각보다 너무 늦어졌다. 지금부터 분대단위로 이동한다. 각 분대장들은 각자의 분대원들을 이끌고 돌아와라. 만약 잡힐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그들의 리더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수십 명의 사람들은 9명씩 나뉘어 각자의 방향으로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조금은 돌아가는 상단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내린 데니의 인사에 상단은 그저 손인사만을 하며 멀어져 갔다. 아무런 대꾸도 없는 상단을 향해 손을 흔들던 데니는 자신의 시야에서 상단이 사라지고 나서야 손을 내리고 마을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이미 하루가 지나고 해가 지고 있는 저녁에야 집으로 돌아가는 데니였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손에는 한 자루의 검이 있었다.

‘헤헤. 아버지가 모르게 숨겨 놓아야지.’

너무나도 단순한 롱소드였지만 데니의 생각에는 너무나 고가의 제품이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아버지에게 숨기려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이 검술을 배우는 것을 반대한 아버지였다. 최근에 검술 교본을 주었지만 그러고도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자신의 몸을 보호할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검을 사온 것을 안다면 자신을 혼낼 것이 분명했기에 숨겨야 했다. 그래서 일부러 이 시간에 돌아온 이유도 있었다. 지금 시간에 아버지는 보통 사냥을 나가 있기에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에 빨리 집으로 가야 했다. 그런 데니였기에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집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 데니의 발길이 조심스러워 졌다. 최대한 소리 없이 다가가던 데니는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

조금은 낯익은 모습의 누군가의 등. 그리고 그 아래에 펼쳐져 있는 붉은 색의 액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몇몇의 시체. 눈에 보이는 그 광경에 데니의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졌다. 그리고 그의 입은 자신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이 움직였다.

“아, 아빠. 어디 있어? 아빠!”

자신의 손에 검이 있고 그 검을 보고 아버지가 자신을 혼낼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데니는 오히려 그 소리가 들리기를 바랐다. 그렇게 집안 곳곳을 뒤지기 시작하는 데니였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집을 뒤지는 그의 행동은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와서 부엉이가 울 때 까지 계속 되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좁디좁은 집을 뒤지던 데니의 뇌는 그제야 눈에 보였던 광경을 받아들이고 낯익은 모습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어깨를 잡아 돌리면서도 자신이 판단한 모든 상황이 거짓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십여 년을 익숙하게 보아온 얼굴. 세상에 유일한 가족. 세상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유일한 사람. 세상에서 자신이 믿는 유일한 사람.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그 사람이었다. 이미 배에서 흐르던 피는 굳어져 버렸고 땅위에 고인 피도 굳어져 있었다.

“아, 아버지 이런 곳에 쓰러져서 뭐해? 나, 나 돌아왔어. 하하. 이거 봐라. 거, 검도 사왔다. 예, 예쁘지. 응? 아버지 말 좀 해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질문에 아버지는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대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뇌가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의 이 상황을.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미쳐버릴 것 같았기에 데니로써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이미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오두막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년의 앞에는 나지막한 무덤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알 수 없는 시체 몇 구가 있었다. 조금은 멍하니 무덤을 바라보는 소년의 손은 피와 흙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소년이었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버지의 무덤을 파고 그곳에 아버지를 묻었다. 그런 소년의 손에 알 수 없는 문장이 그려져 있는 배지가 있었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자에게 복수를 하고 꼭 이 자리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아버지의 아들 데니는 죽었습니다. 다시 돌아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의 아들 데니가 돌아왔다고.”

그렇게 돌아서는 소년의 허리에는 검이 차져 있었다.

작은 마을에서만 살던 한 소년이 그렇게 험난한 세상을 향해 발길을 내딛고 있었다. 작은 마을에서만 살며 밖을 동경하고 꿈꾸던 소년이었지만 그 밖으로 향하는 소년은 결코 행복하거나 기뻐 보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추적과 진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장 소년에서 검사로 -4화 처음격는 세상(2) +1 21.09.26 20 1 11쪽
15 1장 소년에서 검사로 -4화 처음격는 세상(1) 21.09.26 15 0 10쪽
14 1장 소년에서 검사로 -3화 최초의 몬스터사냥(5) 21.09.26 19 0 7쪽
13 1장 소년에서 검사로 -3화 최초의 몬스터사냥(4) 21.09.20 17 0 8쪽
12 1장 소년에서 검사로 -3화 최초의 몬스터사냥(3) 21.09.20 16 0 10쪽
11 1장 소년에서 검사로 -3화 최초의 몬스터사냥(2) 21.09.08 18 0 11쪽
10 1장 소년에서 검사로 -3화 최초의 몬스터 사냥(1) 21.09.08 21 0 11쪽
9 1장 소년에서 검사로 -2화 인연 또는 운명의 시작.(4) 21.08.30 23 0 12쪽
8 1장 소년에서 검사로 -2화 인연 또는 운명의 시작.(3) 21.08.29 19 0 7쪽
7 1장 소년에서 검사로 -2화 인연 또는 운명의 시작.(2) 21.08.24 21 0 11쪽
6 1장 소년에서 검사로 -2화 인연 또는 운명의 시작.(1) 21.08.24 26 0 10쪽
» 1장 소년에서 검사로 -1화 세상을 향해 가다.(4) 21.07.22 31 0 10쪽
4 1장 소년에서 검사로 -1화 세상을 향해 가다.(3) 21.07.22 31 0 9쪽
3 1장 소년에서 검사로 -1화 세상을 향해 가다.(2) 21.07.19 35 0 10쪽
2 1장 소년에서 검사로 -1화 세상을 향해 가다. 21.07.19 49 0 9쪽
1 프롤로그 21.07.19 56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