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윤하느님의 서재입니다.

흑사(黑死)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윤하느님
작품등록일 :
2017.06.26 22:26
최근연재일 :
2017.09.25 22:3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760
추천수 :
107
글자수 :
249,912

작성
17.07.20 10:30
조회
252
추천
2
글자
10쪽

#27 카나벨(part 2)(완)

재밌게 읽어주세요!




DUMMY

“.....”

“.....음... 할아범?”

카나벨이 울음을 다 멈춰갈 무렵, 방으로 기환이 들어왔다.

기환은 문을 열자마자 어지럽게 어질러진 방과 웬 낯선 여인을 안고 있는 무영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무영은 기환의 갑작스런 등장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읃고 다시 차분한 얼굴로 상황을 설명했다.

기환은 그 애기를 듣고, 방부터 치우라고 한 뒤, 한참 뒤에야 다시나타나 이런 상황이 된 것이었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바로 이런 상황이.

무영은 탁상에 턱을 괴고, 마주 앉아 있는 카나벨과 기환을 한 번씩 쳐다봤다.

기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카나벨을 관찰하듯이 쳐다보고 있었고, 카나벨은 그런 기환의 시선에,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처음의 카나벨로 돌아온 것이었다. 소심한 카나벨.

‘낯을 많이 가리는가보네.’

무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기환이 입을 열었다.

“피의 계약이라고 했느냐?”

“어. 혹시 아는 것 있어?”

무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을 했다.

이 방안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를 조금이라도 빨리 걷고 싶어서였다.

카나벨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기환을 쳐다봤다가, 기환과 시선이 마주치자 다시금 고개를 푹 숙였다.

카나벨에겐 아직 기환이 무서운 인상인 듯 했다. 뭐, 기환이 무섭게 생기긴 했지.

기환은 한 동안 곰곰이 생각하는 듯 탁상을 두들겨 댔다.

“어떤 원리의 술식인지는 알 것 같다. 따로 낙인을 찍었다고 했었지?”

“응.”

무영은 기대에 찬 눈으로 기환을 쳐다봤다. 기환이 술식을 알고 있다면, 푸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다는 걸 무영은 잘 알고 있었다.

흑사에 있었을 당시만 해도 그가 풀 수 없는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유감이지만 계약을 할 수는 있어도, 푸는 건 무리일 것 같구나.”

“뭐?!”

무영은 예상과는 다른 답변에 탁상을 치며 몸을 반쯤 일으켰다.

기환이 말을 이어나갔다.

“피라는 매개체가 들어갔다. 그것은 곧 그 사람의 생명을 뜻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이런 관계를 풀겠다는 것이냐? 그건 무리다. 서로의 피가 섞여 낙인 된 계약을, 마법진의 원리만으로 푼다는 건.”

“크윽...”

“하는 건 간단하지만 절대 풀 수 없도록 만들어졌구나. 미안하구나.”

기환이 안타까운 얼굴로 마주앉아있던 카나벨을 쳐다봤다.

무영이 자리에 주저앉아 조심스레 카나벨에게 시선을 돌렸다.

카나벨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었지만, 좀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있었다.

그럴 만도했다. 지금껏 자유를 잃고 살아왔는데, 앞으로 남은 인생마저도 자유가 아닌 속박의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말이다. 실낱의 희망마저도 사라져버린 지금, 카나벨의 마음이 어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차라리 기환의 대답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무영이 피의 계약이란 걸 알았더라면 카나벨이 자유를 잃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무영은 죄책감을 느꼈다.

“카나벨······.”

“.....”

카나벨이 말없이 고개를 들어 무영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아요, 주인님!”

무영은 안타까운 표정을 쉽게 풀지 못했다. 카나벨의 미소가 억지로 지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영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주인님.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카나벨은 무영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기환과 무영은 그런 카나벨의 노력에 애써 표정을 밝게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동안의 정적이 이어졌다.

무영은 그 분위기에 가만있질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위기도 분위기였지만, 벌써 점심때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어제 파티를 하느라 식량을 다 써버려서 장을 보러 가야했다.

지금 당장 먹을 것조차 없을 정도였으니.

“할아범. 카나벨이랑 장 좀 보고 올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무거나 상관은 없다. 네가 하는 요리 중에 맛없는 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 알았어. 카나벨은 옷 입어. 바로 가자.”

“네, 주인님.”

무영은 서랍을 조심스레 열어, 자신의 지갑을 꺼내 안을 살펴보았다.

지갑에 남아있는 돈은 3만 라운드 뿐이었다.

‘하긴... 어제 지출이 너무 많긴 했지.... 백재화님한테 땡겨서 받아야겠군.’

무영은 한숨을 내쉬며 지갑을 닫았다.


무영과 카나벨은 자신의 집 바로 앞에 있는 시장으로 나왔다.

무영이 앞장서 걸었고, 그 뒤로 나풀거리는 하늘색원피스를 입고 있는 카나벨이 뒤따랐다.

시장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평소만 해도 이 시간대면 사람이 북적이고 있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으니 뭔가가 이상했다. 하지만 사람이 없어 혼잡하지 않으니, 무영은 그것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다.

무영이 뒤를 돌아봤다.

카나벨은 무영의 뒤에 바짝 붙어서 쪼르르 뒤따라오고 있었다.

카나벨이 무영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천진난만해 보이는 표정이 꼭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한 소녀 같았다.

무영은 카나벨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카나벨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영의 옆으로 다가갔다.

무영은 미소를 지으며 카나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뒤에서 걷지 말고 앞에서 걸어도 돼. 노예는 무조건 주인의 뒤만 따른다며? 넌 노예가 아니야. 그러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알았지?”

“ㄴ,네! 주인님.”

“무영이라고 불러.”

“ㅇ, 아, 그..무....영....님”

카나벨이 당황한 듯한 얼굴을 지어보이며 난감해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무영의 옆에 붙어 다정히 걸었다. 그 모습에 무영은 씩 웃으며 앞을 바라봤다.

카나벨과 애기를 하느라 발견을 못했었는데, 무영의 앞쪽으로는 수십 명의 인파가 몰려있었다. 그 인파를 보고 있자니, 왜 시장 쪽에 사람이 없었는지 단번에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그 곳에는 호위병사로 보이는 병사들도 여럿 섞여있었다.

“저기 좀 가볼까?”

“네, 무영님.”

무영은 카나벨과 함께 사람이 북적이고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웅성이며 어느 한 곳에 일제히 시선을 두고 있었다.

무영은 카나벨의 손을 잡고, 북적이는 사람들을 헤쳐 나갔다.

카나벨은 갑자기 무영이 자신의 손을 잡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무영은 앞의 사람들을 헤치는데 전념을 다하고 있어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가기를 잠시, 무영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무영에게 손을 잡혀 따라가던 카나벨은 무영의 갑작스런 정지에 그의 등에 부딪쳤다.

“아야!”

카나벨은 부딪친 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들어 무영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무영은 시선을 앞에 둔 채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

카나벨은 무영이 무엇을 보고 갑자기 멈춰선 건지 보기위해 무영의 뒤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었다.

무영의 앞으로는 병사들에게 호위를 받고 있는 미모의 귀족이 무영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하필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랑 마주치다니...

무영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어색하게 한 손을 들어올렸다.

“아, 안녕. 마녀공주.”

“....”

설화는 무영의 말에 한 치의 대꾸도 없이 고개를 돌려 발길을 옮겼다.

그녀와 병사들이 가는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옆으로 비켜서, 설화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는 분이에요?”

카나벨이 설화가 사라지자, 무영의 뒤에서 나와 그의 옆에 서며 말했다.

“뭐, 알긴 알지.”

무영은 어색하게 들었던 한 손을 급히 내렸다.

설화의 냉담한 태도를 보아하니, 그녀는 아직까지도 초이를 죽인 무영을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백재화가 만나보라고 했을 때 안 만났던 건 어찌 보면 좋은 선택인 듯 싶었다.

무영은 설화의 뒷모습을 흘깃 보고는, 카나벨의 손을 잡고 발길을 돌렸다.


설화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시몬가의 사건에 대해서는 백재화에게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초이는 어떤 집단과 거래를 했었고, 그게 바로 설화를 죽이려는 것이었다고.

그리고 그걸 저지하기 위해 무영이 초이와 부딪쳤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초이를 죽여 버렸다. 물론 초이를 완전히 죽인 건 그가 아니었다.

자신도 분명히 봤었다.

어디선가 칼이 날아와 그녀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 것을.

그때도 무영이 자신을 초이와 떨어트리지 않았다면 자신 또한 죽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나자 자신의 마음은 전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껏 무영만을 원망하며 초이가 죽은 걸 그의 탓으로만 돌려왔었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다. 아니,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그걸 계속해서 부정해 왔던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될까?

무영을 마주친 순간 느낀 감정은 원망도, 미안한 마음도, 좋아하는 마음도 아니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정확히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대체 무엇일까? 이 느낌은.

자신은 무영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럴수록 머릿속만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어느샌가 눈가에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설화는 화들짝 놀라며 급히 눈물을 닦아냈다. 눈물이 언제부터 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왜 흘렀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설화는 자리에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까지 무영이 서 있던 자리에 그는 이미 어디론가 가서 사라진 후였다.

“왜 그러십니까, 설화님?”

설화의 옆에 붙어있던 병사 하나가 그녀에게 물었다.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니라.”

설화는 무영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몸을 돌려 발길을 옮겼다.












#27 카나벨(part 2)(완) -끝-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


작가의말

애매한 목요일이 와써요!와아아아...진짜 목요일 너무싫어ㅠㅠㅠ



글꼴 맑은고딕, 크기 15, 줄간격 200으로 보시면 재밌게 보실수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사(黑死)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하겠습니다. 17.09.29 149 0 -
공지 프롤로그를 비롯 다른화를 수정했습니다. 17.08.17 93 0 -
53 #52 레인수VS실버(part 1) 17.09.25 186 1 9쪽
52 #51 흑사의 리더(part 5)(완) 17.09.18 164 1 10쪽
51 #50 흑사의 리더(part 4) 17.09.11 167 1 9쪽
50 #49 흑사의 리더(part 3) 17.09.04 144 1 10쪽
49 #48 흑사의 리더(part 2) 17.08.28 148 1 9쪽
48 #47 흑사의 리더(part 1) 17.08.21 176 1 10쪽
47 #46 외전 1. 흑사토벌작전Ⅰ(part 3) 17.08.20 159 1 9쪽
46 #45 외전 1. 흑사토벌작전Ⅰ(part 2) 17.08.19 179 1 13쪽
45 #44 외전 1. 흑사토벌작전Ⅰ(part 1) 17.08.18 154 1 11쪽
44 #43 깨진 그림자의 방(part 2)(완) 17.08.17 142 1 9쪽
43 #42 깨진 그림자의 방(part 1) 17.08.14 189 1 10쪽
42 #41 격돌(part 9)(완) 17.08.07 190 1 14쪽
41 #40 격돌(part 8) 17.08.04 262 1 9쪽
40 #39 격돌(part 7) 17.08.03 213 1 10쪽
39 #38 격돌(part 6)(그림자의 방 3층) 17.08.02 216 0 15쪽
38 #37 격돌(part 5)(그림자의 방 2층) 17.08.01 224 0 14쪽
37 #36 격돌(part 4)(그림자의 방 1층) 17.07.31 226 0 14쪽
36 #35 격돌(part 3) 17.07.29 278 0 11쪽
35 #34 격돌(part 2) 17.07.28 351 0 9쪽
34 #33 격돌(part 1) 17.07.27 250 0 9쪽
33 #32 추격(part 3)(완) 17.07.26 247 1 9쪽
32 #31 추격(part 2) 17.07.25 250 1 10쪽
31 #30 추격(part 1) 17.07.24 246 1 9쪽
30 #29 그림자단의 습격(part 2)(완) 17.07.22 249 2 10쪽
29 #28 그림자단의 습격(part 1) +2 17.07.21 474 3 14쪽
» #27 카나벨(part 2)(완) 17.07.20 253 2 10쪽
27 #26 카나벨(part 1) 17.07.19 248 2 10쪽
26 #25 흔들리는 나무(part 3)(완) 17.07.18 312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