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윤하느님의 서재입니다.

흑사(黑死)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윤하느님
작품등록일 :
2017.06.26 22:26
최근연재일 :
2017.09.25 22:3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701
추천수 :
107
글자수 :
249,912

작성
17.07.18 10:30
조회
309
추천
2
글자
10쪽

#25 흔들리는 나무(part 3)(완)

재밌게 읽어주세요!




DUMMY

“마스터. 니아 단장이 도착했습니다.”

“들여보내거라.”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고, 웅장하게 자란 나무들이 바람을 통해 서로의 몸을 비비자 음침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음침한 소리 때문일까?

하늘은 분명 밝게 빛을 비춰주는 태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은 마치 어둠과도 같은 적막함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성.

높게 솟아 한 때 바른의 전성기 때를 고스란히 표출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그 성은 곳곳이 부서져 거의 폐허가 된지 오래였다.

니아는 그런 성의 입구에 멈춰 섰다. 아직 성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느껴지는 살기에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마 이정도 살기라면 마스터일 것이다. 다르디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살기였으니.

니아는 천천히 발을 떼 성의 내부로 들어갔다. 매번 오는 길인데도 니아는 항상 성의 입구에 멈춰서 긴장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더 더욱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마스터에게 이틀간 보고를 하지 않았으니,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끼익

커다란 문을 열고 성의 내부로 들어서자 그녀의 맞은편 끝자락으로, 흰색의 가면에 몸통은 온통 검은 남자 하나가 왕좌에 앉아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고개를 받치며 들어오는 니아를 쳐다봤다. 그의 주위로는 기다란 칼을 등에 메고 서 있는 하이넬과 웃는 얼굴의 가면에 망토를 뒤집어 쓴 다르디, 온 몸이 근육질인 실버가 각각 마주보며 서 있었다.

니아는 왕좌에 앉아있는 남자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한 뒤, 가운데에 길게 펼쳐진 레드카펫을 따라 발을 내딛었다. 모두의 시선이 니아에게 꽂혔다. 니아는 묵묵히 걸어가 남자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안트지부 단장 니아. 마스터를 뵙습니다.”

“.....”

‘크큭.’

다르디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미소를 지었다. 가면을 쓰고 있어, 여기 있는 모두는 다르디의 표정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다르디는 아직도 찢어진 자객복을 입고 있는 니아를 보고 안 웃으려야 안 웃을 수가 없었다. 이틀간 보고도 하지 않았지, 너덜너덜한 자객복까지.

다르디는 그가 마스터에게 어떠한 처벌을 받을 지 기대했다. 이정도면 사창가로 팔려가거나, 마스터의 낙인으로 고통을 받다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다르디는 그녀가 사창가로 팔려가 영원히 고통을 받다가 죽는 걸 원하고 있었지만.

“뭘 하다 이제야 온 거지?”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그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싹 가라앉았다. 그것만으로도 다르디는 마스터가 자신보다 한참 강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니아는 고개를 더 숙여 움직이지를 않았다. 어차피 이미 각오를 하고 나온 니아였다.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 어제 있었던 즐거운 연회랑 카나벨과 목욕을 하던 것, 그리고 술을 거부하던 무영의 잔에 억지로 술을 따라 결국 대형 참사를 저지른 일이 생각나는 건 어째서 일까....?

생각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만 같았다.

그때 니아의 오른 어깨에 각인 된 보랏빛의 마법진이 빛을 발했다.

“크윽.”

니아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며 자리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땅을 받치며 숨을 헐떡였다. 숨을 쉬기가 무척이나 힘들어졌다. 그러기를 잠시, 니아의 심장으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니아는 왼쪽 가슴을 부여잡으며 자리에 쓰러졌다.

“끄으아아악!”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고통에, 입술을 깨물며 버티려던 니아의 입으로 커다란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입술은 통증으로 인해 너무 꽉 깨물어서인지,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너무 아파왔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꽉 부여잡고 터트리려는 것만 같았다. 니아는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더욱 세게 붙잡고 몸서리를 쳤다. 니아의 눈으로 눈물과 함께 땀이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그러나 통증은 전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점점 더 자신의 심장을 조여 왔다.

“크헉.”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녀의 목에서도 더 이상 처음과 같은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누군가 자신을 죽여줬으면 했다. 자결할 수만 있다면 어서 빨리 자결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하이넬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스터의 계약으로 인해 하이넬 또한 저런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이 찢어 발겨지는 듯한 느낌.

차라리 죽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이 드는 극심한 통증.

그 고통을 잠깐 받는데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니아는 지금 지속해서 그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바닥은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땀과 눈물, 침으로 인해 흥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끊이지 않는 듯, 그녀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그녀의 의식은 끈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의 오른 어깨의 보랏빛이 빛을 잃었다.

“허억....허억....”

그녀가 풀린 눈으로 마스터의 다리 쪽에 시선을 둔 채 몸서리치던 몸을 멈췄다.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옆으로 흘러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니아는 그 상태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거친 숨을 내쉴 뿐이었다.

“지금은 이 정도로만 하겠다. 아직 쓸 때가 있으니.”

마스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니아의 배를 툭 밀자, 니아는 그대로 몸이 돌아가 풀린 눈이 허공을 향했다. 마스터가 그녀의 턱을 잡아들어 눈을 마주쳤다.

“개가 주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과 같다.”

“.....”

“명심하거라. 니아 단장.”

“하아...하아...아, 알겠습니다. 마, 마스터.”

니아는 풀린 눈에 아무 정신이 없는 듯 보였지만, 마스터의 말에 바로 대답을 했다.

마스터는 그대로 그녀를 놓고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다르디는 웃음보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크크크크크크큭.’

비록 자신이 원하던 처벌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재밌는 구경 거리였다. 너덜너덜하고 땀으로 흠뻑 젖은 옷차림에, 풀린 눈으로 침까지 흘리고 있는 단장이라니!

같은 단장이었지만, 다르디는 그녀의 고통을 즐기고 있었다.

마스터는 니아를 쳐다보다 이내 다르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다르디는 곧 웃음보가 터질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그의 시선이 닿자 재빨리 무표정을 지어보였다.

지이이익

마스터의 그림자가 쭉 늘어나더니 다르디의 앞에서 멈춰 섰다. 다르디는 갑작스런 마스터의 행동에 움찔했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마스터의 그림자가 위로 솟구쳐 올라 그의 눈앞에 멈췄다. 그림자의 위로는 붉은 끈으로 묶어진 두루마리 하나가 들려있었다. 다르디는 망설임 없이 그 두루마리를 집어 들어 끈을 풀고 펼쳐보았다.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3일. 우리 ‘그림자단’ 은 3일 후에 친위대를 친다.”

“.....!”

“.....!”

“드디어군요.”

하이넬과 실버가 화들짝 놀라며 마스터를 쳐다봤다. 그러나 마스터는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루마리를 읽고 있는 다르디를 보고 있었다.

다르디는 씩 미소를 지으며 두루마리에 적힌 글을 읽어 나가고 있었다.

“다르디. 뇌렉 정도는 쓰러트릴 수 있겠지?”

“이 계획대로라면 뇌렉정도는 충분합니다.”

드디어다. 모든 퍼즐조각은 모였고, 마침내 퍼즐을 끼워 넣는다. 6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의 끝이 보이는 듯 했다.

다르디는 두루마리를 둘둘 말아 거기에 자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불꽃이 일어나더니 두루마리를 휘감았다. 이윽고 두루마리를 모두 휘감은 불길이 한순간 사라지더니 붉은색의 끈이 되었다.

“시간은 보름달이 떠오르는 그 시간. 다르디를 선두로 진행하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니아를 제외한 세 명의 단장들이 한 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자, 마스터의 몸이 그림자로 뒤덮이더니 그대로 허공에서 흩어졌다.

다르디가 마스터가 사라진 걸 흘깃 쳐다보고는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르디는 시선을 옮겨 아직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니아를 쳐다봤다.

“크큭.”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르디는 짧은 비웃음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하이넬은 ‘칫’ 소리를 내며, 실버와 함께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로써, 이 넒은 성 안에 남은 건 니아 단 한 명뿐이었다. 니아의 풀린 눈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깥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사라졌다.

무영은 그제야 니아가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 카나벨과 마주앉았다. 대 손님용 방에 단 둘이 남으니 적막한 분위기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카나벨은 당황하며, 두 손을 모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눈을 피했다. 지금까지 무영과 단 둘이 있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리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 어색한 분위기에 먼저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무영이었다.

“카나벨.”

“ㄴ, 네!”

카나벨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청소?

청소라면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지금까지 노예 생활을 하며 밥 먹듯이 해온 게 청소와 맞는 것이었으니까.

아니면 옷을 벗으라고 시키는 걸까? 아니면 채찍질? 그게 아니면······.

그때 무영이 다가와 카나벨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기억 한 곳에 묻혀있던 전 주인의 손길이 떠올랐다.

카나벨이 마주 모은 두 손을 꽉 잡으며,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잊고 있었나보다. 자신은 그저 주인의 장난감이라는 걸······.


무영의 손이 카나벨의 머리에 올려졌다.

그게 끝이었다. 그 이상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카나벨이 슬쩍 눈을 떠 무영을 힐끔 쳐다보자, 무영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25 흔들리는 나무(part 3)(완) -끝-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


작가의말

여름 휴가로 완도 명사십리를 다녀왔는데 이번년도 첫여행이자 마지막여행이네요...

아쉽기도 하고 재밌었기도 하고 ... 여러분은 여름휴가 다녀오셨나요?ㅎㅅㅎ





글꼴 맑은고딕, 크기 15, 줄간격 200으로 보시면 재밌게 보실수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사(黑死)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하겠습니다. 17.09.29 148 0 -
공지 프롤로그를 비롯 다른화를 수정했습니다. 17.08.17 93 0 -
53 #52 레인수VS실버(part 1) 17.09.25 186 1 9쪽
52 #51 흑사의 리더(part 5)(완) 17.09.18 163 1 10쪽
51 #50 흑사의 리더(part 4) 17.09.11 166 1 9쪽
50 #49 흑사의 리더(part 3) 17.09.04 143 1 10쪽
49 #48 흑사의 리더(part 2) 17.08.28 147 1 9쪽
48 #47 흑사의 리더(part 1) 17.08.21 175 1 10쪽
47 #46 외전 1. 흑사토벌작전Ⅰ(part 3) 17.08.20 159 1 9쪽
46 #45 외전 1. 흑사토벌작전Ⅰ(part 2) 17.08.19 178 1 13쪽
45 #44 외전 1. 흑사토벌작전Ⅰ(part 1) 17.08.18 154 1 11쪽
44 #43 깨진 그림자의 방(part 2)(완) 17.08.17 142 1 9쪽
43 #42 깨진 그림자의 방(part 1) 17.08.14 187 1 10쪽
42 #41 격돌(part 9)(완) 17.08.07 189 1 14쪽
41 #40 격돌(part 8) 17.08.04 262 1 9쪽
40 #39 격돌(part 7) 17.08.03 212 1 10쪽
39 #38 격돌(part 6)(그림자의 방 3층) 17.08.02 216 0 15쪽
38 #37 격돌(part 5)(그림자의 방 2층) 17.08.01 224 0 14쪽
37 #36 격돌(part 4)(그림자의 방 1층) 17.07.31 225 0 14쪽
36 #35 격돌(part 3) 17.07.29 277 0 11쪽
35 #34 격돌(part 2) 17.07.28 350 0 9쪽
34 #33 격돌(part 1) 17.07.27 249 0 9쪽
33 #32 추격(part 3)(완) 17.07.26 247 1 9쪽
32 #31 추격(part 2) 17.07.25 250 1 10쪽
31 #30 추격(part 1) 17.07.24 244 1 9쪽
30 #29 그림자단의 습격(part 2)(완) 17.07.22 247 2 10쪽
29 #28 그림자단의 습격(part 1) +2 17.07.21 473 3 14쪽
28 #27 카나벨(part 2)(완) 17.07.20 251 2 10쪽
27 #26 카나벨(part 1) 17.07.19 247 2 10쪽
» #25 흔들리는 나무(part 3)(완) 17.07.18 310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