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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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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00
연재수 :
1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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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1
추천수 :
1
글자수 :
1,012,098

작성
23.10.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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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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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

DUMMY

-(■■■)-



준하의 말에 앞을 바라보니 과연 미노타우로스 무리가 이쪽으로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연이라는 여자는 그것도 모르는지 그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정부에선 무슨 생각으로 저런 여자를 믿는 거야?


한민이도 그렇고.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그렇다고 보기엔 헌터에 관한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던전도 이번이 2번째라며?


그냥 폼만 잡는 사기꾼아니야?


회장님의 사생아가 저 여자한테 죽었다는 언질은 듣긴 했는데, 그 새끼가 싸가지는 없었어도 제법 싹수는 있었단 말이야.


그걸 보면 영 맹탕은 아닌 거 같고.


죽으면 골치 아프니 일단 말려야 하나?


정체는 이곳에 나가면 내가 밝혀내면 되니까.


쯧, 그나저나 걱정이네.


한시라도 빨리 클리어해야 하는데.


괜히 이상한 여자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잖아.


중국이 내민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나···.


“이봐요! 죽기 싫으면 빨리 이쪽으로 와요! 뭐 하는 거야, 정말!”


연이라는 여자가 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간다.


“아니···!”


언제 저기까지 걸어간 거야!?


그것보다 죽겠어!


“한민아, 빨리 저 여자 구해야 해! 정말 죽겠어! 이봐요! 빨리 이쪽으로 와요!”


준하는 이미 공격 준비를 마쳤고 나도 서둘러 스태프에 마력을 집중했다.


“저러다 같이 쓸리겠어! 빨리 가!”


“아뇨, 오지 마세요. 오면 다쳐요.”


한민이가 그제야 앞으로 뛰어가는데 여자가 이해 못 할 말을 내뱉었다.


“한민이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다치게 생겼다고. 빨리 나와! 안 그러면 저 소대가리 새끼들하고 같이 태워줄 거니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가 몸 뒤쪽에 부스터를 단것처럼 총알같이 앞으로 튀어가더니 칼을 허공에 횡으로 크게 한번 휘두른다.


“뭐 하는···.”


휘두르자마자 모든 미노타우로스가 자리에 우뚝 서더니, 그 사이에서 휘두르고 남은 칼의 잔상이 온 사방에 생기고 사라진다.


“쓰읍, 다급에서도 최하위? 괜히 그랬나?”


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했다.


“저, 저게···.”


한민이와 준하는 자신이 할 일을 잊은채 그저 멍하니 서서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쳐다봤다.


푸하학-!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미노타우로스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다.


“미, 미노타우로스를 칼질 한 번에···. 아, 아니 내가 보기엔 분명 한번 휘둘렀는데 어떻게 저렇게 되는 거야?”


준하가 입을 떡 벌리고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혼잣말한다.


아마 내 표정도 저것과 다름없을 거다.


“저, 저 여자 뭐야!? 정한민, 저 여자 뭐냐고!”


“나도··· 이 정도일 줄이야.”


“어머, 미안해요. 제가 너무 무리했나 봐요.”


연이 웃음을 지으며 우리에게 걸어온다.


“여, 연씨!”


“이제 제 이름을 불러주시네요. 이아은씨”


“그, 그건 무슨 스킬이죠?”


지금까지 연을 이 여자, 저 여자라고 불렀다는 자각이 들어 얼굴을 붉혔지만, 그런 부끄러움도 잠시 나는 연에게 질문했다.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건 알지만, 너무 궁금해 어쩔 수 없었다.


자칭, 타칭 검의 끝을 봤다는 검성도 저런 기술을 쓰지 않았기에.


“네? 스킬이요? 스킬이 뭐죠?”


진짜 어디 조선시대에서 살다 온 거 아니야?


복장도 그렇고 어떻게 간단한 영어단어 하나 못 알아듣는 거야?


“아, 저기. 기술이요. 방금 쓴 그 기술은 뭐죠?”


“뭐긴요? 그냥 칼질이죠.”


“스킬··· 기술명이 칼질이라고요?”


“저는 그런 이름 같은 거 안 붙여요. 하하하. 아니지 굳이 말하면 연의 칼질이라고 하면 되나?”


“그렇다면 당신이 그 기술을 창안한 건가요?”


준하가 갑자기 끼어들어 연에게 물었다.


“그런 건 아닌데. 누가 가르쳐주긴 했어요. 그러니까···.”


연이 입만 뻥긋거리고 말하지 못한다.


“왜 그래요?”


“뭐, 뭐야!? 아닌데 목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그러니까···.”


또다시 입을 뻥긋거릴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연이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금제가 걸렸나 봅니다.”


한민이가 내 옆에 서서 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금제요?”


“그 기술을 알려준 사람이 정체가 밝혀지길 원하지 않았나 봅니다.”


“아닌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리고 애초에···! 아이, 씨발!”


“네, 네?”


연이 욕을 하면서 급발진하자 나를 비롯해 모두가 아까 그 스킬을 본 것처럼 얼이 빠져 쳐다봤다.


“아에이오우, 잘 나오는데 왜···!”


연이 짜증을 부리며 팔을 이리저리 휘두른다.


“생각은 되는데 왜 말을 하지 못하냐고! 미치겠네, 정말!”


진이 빠져버린 연이 바닥에 대자로 누워 씩씩거린다.


그동안 미노타우로스가 몇 번이나 들이닥쳤지만, 우리가 나설 틈도 없이 화가 난 연이 달려들어 도륙을 내버렸다.


“이제 좀 알겠어. 내 주변 인물만 말할 수 없다 이거군. 무슨 괴물인지 몰라도 아주 웃겨, 웃겨도 정말 웃긴다는 말이야. 나를 다른 세상에 보내놓은 것만 해도 부족한가 보지?”


다른 세상?


준하와 내가 서로 마주 보고 각자가 들었던 게 맞는지 눈빛으로 확인했다.


그리곤 한민이를 쳐다봐 그 사실을 재확인하려 했다.


한민이가 내 시선을 느꼈음에도 애써 고개를 돌린다.


사실인가 봐.


저 연이라는 여자는 다른 곳에서 온 외계인··· 외계인이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네.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내가 한 말을 전부 못 알아들었고 던전에도 익숙하지 않았던 거야.


어라?


그런데 어떻게 한글을 쓰고 우리말을 하는 거지?


세종대왕께서 그 세상에 가셨나?


이런,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렇다면 연은 이곳에 어떻게 온 거고, 목적은 무엇이지?


침략을 위해 정찰 온 거 아니야?


··· 그런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겠지.



///



던전 공략을 진행 할 수록 연이 눈에 띌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모습을 보인다.


처음엔 향수병이나 익숙지 않은 던전을 겪어 느끼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금제가 걸렸다는 것에 대해 알고 난 후부터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마지막 괴물만 죽이면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을 다독이는데, 한민이를 쳐다봐도 자신도 모르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다.


이 던전을 공략하면 돌아간다는 건가?


누가 되돌려 보내준다는 거지?


정부가?


아니면 이 빌어먹을 시스템이?


“드디어 만났군.”


한민이가 자신의 두 손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번에도 끼어들지 않는 건가요?”


준하가 연의 눈치를 보며 내게 물었다.


“글쎄, 그래도 조금이라도 거들어야 하지 않을까?”


“비키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연이 우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여전히 고개만 숙인 채 말했다.


“아, 아니에요. 이번에는 저희도···.”


“비키세요.”

“비키세요.”


연이 고개를 홱 들어 준하에게 소리쳤는데 연의 목소리 이외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준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자기 얼굴을 잔상이 생길 정도로 아주 빠르게 좌우로 떤다.


“비켜!”

“비켜!”


“어, 어···.”


한민이가 준하를 끌어당긴다.


연은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간다.


“벌레들이···.”


던전의 보스가 옥좌에 앉은 채 무언가를 말하려는데 연이 기다리지도 않고 5층 높이에 앉아있는 보스에게 점프해 목을 베어버린다.


연이 그 상태로 칼을 잡지 않은 왼손을 뻗어 보스의 머리채를 쥐고 바닥에 착지한다.


“이놈인가요?”


목소리가 하나로 돌아왔다.


“그, 그렇겠죠?”


연이 왼손에 쥔 머리채 눈앞에 갖다 대 한번 쳐다보곤 바닥에 내팽개친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연이 고개를 들고 두 눈을 감는다.


“이 몸이 그깟 칼질 한 번에 죽을 것으로 생각했느냐? 죽어라, 벌레 놈!”


보스의 목숨이 아직 끊어지지 않은 건지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가 위로 둥둥 떠오르곤 금세 자기 몸을 회복해 연의 머리를 향해 칼을 내지른다.


“안돼!”


연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건지 미동도 없다.


나를 비롯해 모두가 재빨리 달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칼은 이미 연에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아··· 죽겠어.


그 순간.


연의 등에서 초록색의 정체 모를 사람 형상의 상체가 튀어나오더니 보스의 칼을 쳐내고 반으로 갈라버린다.


-클리어-


-10초 후 던진 밖으로 이동됩니다.-


우리를 맞이하는 환호성이 들린다.


눈을 뜨자 카메라의 플래시와 함께 기자들이 우리에게 달려든다.


협회의 사람들이 서둘러 뛰쳐나와 기자들을 저지한다.


“정한민씨, 지금 심경이 어떻습니까!?”


“이아은씨,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재앙급 던전을 공략하셨는데 소감 한번 말씀해 주세요!”


“박준하씨, 박준하씨!”


“보나 마나 실패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다르게 오직 3명의 헌터로만 클리어하셨는데···.”


협회의 사람들에게 가로막힌 기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밀며 우리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지만, 우리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한 게 없기에.


나도 모르게 연에게 시선이 향했는데, 내 시선을 따라 기자들의 시선이 연에게 모인다.


“그런데 저 여자는 뭐지? 처음 보는데?”


“그러게, 말이야. 던전에 들어갈때부터 있었는데. 단순한 짐꾼인가?”


“짐꾼? 저기에 들어가는데, 짐꾼이 왜 필요해?”


우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점점 연에 대한 관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타이밍 좋게 협회장이 기자들 앞에 나타난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자! 이렇게 기쁜 날인데 이런 곳에서 회견할수 없죠! 1시간 후 협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니 그쪽으로 움직여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협회장의 말에 기자들이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피한다.


기자가 원래 저렇게 말을 잘 들었나?


기자가 모두 사라지자, 협회장이 몸을 돌려 우리에게 걸어온다.


시선을 나도, 한민이도, 준하도 아닌 연에게 고정한채.


그러나 정작 연은 넋이 나가 허공만 응시하고 있다.


“시간이 없네. 일단 움직이지.”


협회장에, 말에 우리는 협회가 준비한 차에 타려는데 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연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협회장을 쳐다본다.


“당신이 말한 괴물을 죽였는데 왜 난 돌아가지 않는 거죠?”

“당신이 말한 괴물을 죽였는데 왜 난 돌아가지 않는 거죠?”


또다시 연의 목소리가 2개로 들렸고 얼굴에는 누군가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일단, 일단 차에 타서 얘기합시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아, 알겠으니 일단 탑시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어떤 개좆같은 새끼인지 모르겠지만, 씨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왜, 왜 말하지 못하냐고!”


연이 고함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었고, 나는 그 모습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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