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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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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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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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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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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2)

DUMMY

-짐승-



“말해봐. 해결책을.”


“간단해요. 잠가위가 다른 대상에게 관심을 두게 만들면 돼요.”


“다른 대상에게?”


나는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어.


잠가위가 다른 곳에 옮겨붙은··· 잠깐.


분명히 그놈은 주인님에게도 붙었었어.


또한, 주인님은 그곳에서 대족장의 딸을 봤다고 말씀하셨고.


그 말인즉슨 한 대상이라 아니라 동시에 붙었다는 말이야.


둘에게 붙으면 둘을 초과하는 대상에게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해.


“맞춰볼까요?”


“말해봐.”


“당신의 주인도 같은 잠가위에게 잠식되었죠.”


이 새끼들이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대족장에게 짐승의 첩자가 붙었나 보군.


하지만 난 놀라움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듣기만 했다.


“둘에게 붙었으니 셋, 그리고 그 이상도 문제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죠?”


“말하고 싶은 바가 뭐야?”


“걱정하지 마세요. 둘이든 셋이든 무한정으로 공급할 테니까.”


“무한정으로?”


“네. 둘에게 붙으면 셋. 셋에게 붙으면 넷. 계속해서 공급해 줄게요.”


“잠깐, 잠깐! 공급한다니!?”


잠가위가 달라붙을 짐승을 내어주겠다는 거야?


“잠가위도 한계가 있겠죠. 계속해서 잠식하다 보면 처음에 잠식됐던 족장의 딸을 보낼 수밖에 없을 거예요.”


미쳤어, 미쳤다고.


동지들을 죽을 곳에 던지겠다고?


“당신들 제정신이야?”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부 군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에요.”


“그렇다고 의미 없이···!”


말을 급히 멈추고 탈을 쓴 짐승을 쳐다봤다.


“의미 없지 않아요. 그 짐승들의 희생으로 인해 이곳에 있는 수많은 동지를 구할 수 있으니깐요.”


대족장이 자신의 딸이 살아난다고 해도 태도를 바꿀까?


글쎄.


나는 부정적이다.


“그 짐승들도 알고 있어?”


“대충은요.”


대충은요는 무슨.


내 경험상 원로가 찍어 눌렀겠지.


아니, 단순히 죽으라고 던져주는 걸 보니 원로 얼굴을 보기는커녕 하급 간부가 하달했을테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병일 거야.


수락하지 말아야 해.


“그래서. 어떡할 거예요?”


“···좋아.”


하지만 나는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을 내가 해결해야 주인님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해결까진 못해도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어야 돌아갈 수 있기에.


죄책감은 잠시지만 주인님과는 영원하니까.


나를 욕하지 마.


욕하려거든 너에게 그런 제안을 한 짐승을 욕해.


그런 제안을 한 군을 욕하라고.


솟구치는 죄책감을 애써 억누르며 나를 위로했다.


“좋아요. 나는 당신이 승낙할 거로 생각했어요.”


“어디에 모아뒀지?”


“그전에. 승낙부터 받으세요. 짐승을 대족장의 딸 곁에 두어야 하니깐요. 아마 쉽지 않을 거예요.”


“내가 승낙을 받았다 치고. 어디서 다시 접선하지?”


“저희가 접촉할 거예요. 아, 돌아가서 첩자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일이 제대로 흘러가길 원한다면.”


그것들이 어떻게 침투한 거지?


대족장에겐 분명히 거울이 있을 텐데.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알았어. 가 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요. 늦어도 내일 안에 해결해야 해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족장의 딸 곁에 짐승을 두게 만드는 일을 하루 안에 해결하라고?


아무리 급해도 절차라는 게 있어.


이놈들이 나를 이용해 침투해서 수작 부리려는 건 아니겠지?


“무슨 개수작이야?”


“뭔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서 족장의 딸은 죽어요.”


“내일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잠가위가 족장의 딸을 잡아먹기라도 하는 모양이지? 너희들 너무 수상한데. 어떻게 잠가위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거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부 알력 때문이에요.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


“내부 알력? 그게 뭐지?”


“내가 그걸 말할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야 내가 그 사실을 가지고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고 재촉하지.”


탈을 쓴 짐승이 턱을 매만지며 고민한다.


“알았어요. 적당히 말해줄 테니 적당히 알아들으세요. 조만간 이곳을 담당하는 원로가 바뀔 거예요. 그리고 그 원로는···.”


그 원로라는 짐승은 이 작전을 탐탁지 않아 하는군.


이곳에 있는 짐승이 탄압당하고 죽어도 대족장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놈이야.


또한 내 생각처럼 딸을 살려도 이런 행동을 멈춘다는 보장도 없고.


“대충 이해가 돼. 그만 가 봐.”


탈을 쓴 짐승이 날 멍하니 쳐다봤다.


“뭐야? 기껏 생각해서 말해주려고 했더니 이젠 나보고 가라고 그러네?”


“이젠 안 들어도 사정이 이해되니까 가라고.”


“이상한 짐승이야, 정말! 일 처리 제대로 해요!”


탈을 쓴 짐승이 내게 화를 내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일단 이 일을 알려야 하는데.


누구한테 알려야 하지?


주인님? 연님?


주인님···.


어디 계신지 찾을 수가 없어.


시간이 촉박하니까 제외.


설령 찾는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선 날 맞아주실지 의문이야.


연님···도 제외.


날 보는 순간 입을 열기도 전에 머리를 날려버릴 거야.


대···족장.


생각도 하지 말자.


분님.


분님을 만나봐야겠어.


생각을 마치고 급히 종이와 붓을 꺼내 휘갈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을 빠져나갔다.


빠져나가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모여든다.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대족장의 궐로 향했다.



///



“그 짐승이 맞나?”


“짐승은 다 똑같이 생겨서 말이야.”


내성을 지키는 경비병이 나를 보며 갸웃거린다.


“맞으니까 이렇게 당당하게 오는 게 아니겠어?”


“그걸 노리는 암살자일 수도 있지.”


“저를 들여보내 달라는 게 아니에요. 단지 이 편지를 분님에게 전해드렸으면 해서···.”


“분님? 다님의 노예기사 말이지?”


“네, 네. 맞아요. 다님의 노예기사요.”


“알았어. 이리 줘 봐.”


이놈 이거, 행동하는 걸 보니 읽어보는 건 물론이고 제대로 전달도 안 할 거 같은데.


“아,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 보니 편지랑 전해 줄 물건이 있는데 가져오지 않아서···.”


“수상한데? 빨리 주지 못해!?”


내가 이상하게 행동하자 유하던 경비병이 목소리를 높였다.


재빨리 뒤로 돌아 길을 내달려 큰 항아리에 몸을 숨겼다.


문을 지키는 경비병이라 멀리까지 쫓아오지 못해 다행히도 잡히지는 않았다.


여유 부릴 시간 없어.


누구든지 이걸 빨리 줘야 하는데.


“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어디선가 고함이 들려 고개만 쭉 빼어 보니 한 남자 사람이 비틀거리며 다른 남자 사람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고 있었다.


반대편의 사람은··· 주인님이다!


주인님께 이 사실을 알려드려야겠어!


서둘러 항아리에서 나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해드리려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 개새끼가··· 끄윽! 내가 누군지 알고··· 다시 한번 말해봐.”


주인님에게 얼굴을 들이밀어 트림하며 말했다.


“그만하라고 했소.”


주인님은 참는듯한 얼굴을 하며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네가 뭔데 나, 나보고 하라 마라야?”


여전히 비틀거리며 더 나아가 주인님의 뺨을 툭툭 친다.


주인님이 곁에서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 사람을 한번 쳐다본다.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끼고 있다.


“어, 어! 이 벼락 맞을 년이! 나 몰래 딴 남자 만나고 있었구나! 어쩐지 내가 벌어둔 돈이 없더라! 이 더러운년이 내 돈을 전부 이 놈에게 갖다 바쳤구나!?”


남자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구타하기 시작했다.


주인님은 그런 남녀를 쳐다보지 않고 하늘을 쳐다본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아까 연님이 말했던 바를 상기하고 계시는 걸까?


“그만하시오.”


“이, 이 더러운 년이! 하늘 같은 서방을 놔두고···!”


주인님이 남자의 어깨를 잡아 거칠게 떼어놓는다.


“오냐! 네 계집이니까 네가 지키겠다는 거냐!? 그래! 어디 네 마음대로 해봐라!”


남자가 품에서 칼을 꺼내 허공을 향해 두어번 휘둘렀다.


“당신 부인과 아무런 관련 없으니 그만하시오.”


“지나가던 개도 안 믿을 소리를!”


“이보시오, 부인. 뭐라고 말씀 좀 해보시오. 당신의 남편이 오해하고 있지 않소?”


“서, 서방님. 아니에요! 이 남자는 오늘 처음 보는 사이라고요!”


“닥쳐, 이 더러운 년 아!”


남자가 여자에게 발길질하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던 주인님이 품에 손을 집어넣으셨다.


나는 주인님이 칼을 꺼내 저 남자를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


연님의 호소는 무시한 채.


그리고 실제로 주인님은 품에서 칼을 꺼내시고 남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 어!?”


주인님이 칼을 들고 다가오자, 남자는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곤 자기 부인을 거칠게 일으켜 세워 한 손으로 허리를 감고 한 손으로 목에 칼을 갖다 댄다.


“더, 더 다가오면 이년의 목숨은 없어!”


남자가 칼을 덜덜 떨며 말했고 여자도 눈을 꼭 감은 채 몸을 떨었다.


“죽이시오.”


“뭐, 뭐라고!?”


“죽이라고 했소.”


주인님은 남자의 협박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남자를 향해 다가가신다.


“저, 정말 죽일 거야!? 정말 죽인다고!”


남자의 협박이 먹힌 걸까?


주인님이 그제야 자리에 멈추셨다.


“하, 하하! 역시 너도 이 여자가 죽는 걸 원하지 않는 거야!”


주인님이 팔짱을 끼신다.


“당신이 아내를 죽이는 걸 보려고 멈췄소.”


“뭐라고?”


“죽이는 걸 보려고 멈췄다고. 구경해줄테니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봐.”


“이, 이 개새끼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약자를 괴롭히는 것과 욕설밖에 없군. 내 장담하건대 너는 죽이지 못한다. 너 같은 인간은 그럴만한 용기가 없으니까.”


“죽인다! 정말 죽일 거야!”


하지만 남자는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너에게 용기를 주겠다. 네 아내를 당장 죽이지 않는다면 난 널 죽이겠다. 하지만 죽인다면 이 돈을 너에게 주지.”


주인님이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남자를 향해 던지셨다.


“자, 잠깐!”


“5초 주겠다. 하나, 둘···.”


남자와 여자의 떨림이 더더욱 심해진다.


저렇게까지 남자를 몰아 붙어야 할까?


몰아붙인다면 정말로 저지를지도 모르는데.


주인님은 왜 저런 행동을 하시는거지?


이건··· 내가 봐도 너무 하잖아.


“잠깐! 씨팔, 잠깐만! 협상, 그래! 우리 의논해 보자. 이 상황을 좋게 해결할···.”


협상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주인님이 전광석화같이 팔짱을 풀고 남자를 향해 단검을 던지셨다.


“수···.”


이마에 칼이 박혀버린 남자가 눈을 까뒤집고 쓰러진다.


여자는 무슨 일이 일어난 줄도 모른 채 여전히 눈을 감고 덜덜 떨고 있다.


주인님이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내려다본다.


“이게 내 협상 방식이오.”


남자는 당연히 대답하지 않는다.


“꺄악!”


상황을 파악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자마자 기절해 버린다.


여자의 비명이 출발 신호가 된 것처럼 어디선가 숨어있던 사람 두 명이 부리나케 도망친다.


주인님은 쓰러져 버린 여자를 본 척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을 유심히 쳐다보셨다.


나는 주인님을 잡을 수 없었다.


남은 두 자루의 칼이 저들이 아니라 날 향할 것만 같았기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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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14(1) 23.08.28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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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외전 23.06.19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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