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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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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10 21:0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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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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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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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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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2

DUMMY

-연-



대장이 뭔가를 할 것 같았지만 전혀 그런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뭐야. 괜히 쫄았잖아? 어이! 괜히 분위기만 잡고,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 하하!”


대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알아챈 범죄자가 빈정댔다.


대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옆에 있는 감옥 앞에 선다.


“하나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저리 꺼져. 뒤지기 싫으면.”


대장이 용건을 말하기도 전에 말을 끊어버린다.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모두 봤으니 저런 행동을 하는 거겠지.


설상가상 이번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드러누운 채 대답했다.


“그렇군.”


“병신새끼. 주둥이만 살아서는.”


범죄자가 이죽거리며 대장을 쳐다본다.


대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이번에도 옆 감옥으로 옮긴다.


내가 화가 날 지경이지만 대장은 이상하도록 반응하지 않는다.


“당신은 잠가위에 대해 알고 있소?”


옆 감옥의 범죄자들은 답조차 하지 않는다.


“이 3곳에 있는 쓰레기는 필요가 없는 것들이군.”


“뭐야!? 쓰레기!?”


“야 이 개새끼야. 이 창살이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


아직 물어볼 범죄자들이 많은데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나설까 했지만, 대장은 절대 나서지 말라고 내게 단단히 말해뒀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가져와.”


날아드는 욕설과 협박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던 대장이 허공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짐승이 어디선가 손에 통을 하나 들고 나타난다.


기름 냄새.


“이 3곳에 나눠서 뿌려.”


짐승이 아무 말 없이 통에 든 기름을 범죄자들에게 끼얹는다.


“이 짐승 새끼가 미쳤어!?”


“뭐, 뭐야! 이거 기름 아니야!?”


“이 씨발놈이! 너는 내가 여기서 나가면 뒤졌어! 개새끼야!”


짐승이 묵묵히 범죄자들을 향해 기름을 끼얹고 사라진다.


대장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흠뻑 젖어있는 범죄자들을 쳐다본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인지 아까와 같은 조롱과 욕설은 하지 않고 죽일 듯이 쳐다만 본다.


대장이 성냥을 꺼내 불을 붙여 각각 3곳의 감옥에 던진다.


감옥 안이 비명과 몸부림으로 불지옥으로 변한다.


나는 차마 그 광경을 볼 수가 없어 자리를 피해버렸다.


밖으로 나와도 비명은 계속해서 들린다.


짐승이 날 쳐다본다.


“지금이라도 특권을 회수해야 해요.”


기름통을 든 짐승이 단호하게 말했다.


“회수하지 않으면 주인님은 이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정보를 얻는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을 죽여버릴 거예요.”


이놈이 전에 말하길 대장은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고 있다고 했지.


“대장은 왜 분노하는 거야?”


“그건···.”


짐승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닫아버린다.


“안 가져오고 뭐 하는 거지?”


어느새 밖으로 나온 대장이 짐승을 쳐다보며 재촉했다.


“아, 대장.”


“연, 보기 불편하면 들어오지 마시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사람을 불태워 죽였는데 대장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대장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짐승은 내 눈치를 보고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이어 또다시 매캐한 냄새와 함께 비명이 들린다.



///



주막.


대장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밥을 먹고 있다.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고 짐승은 교도소의 일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의 눈초리 때문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얻은 건 있어요?”


“없소.”


“네?”


“없다고 했소.”


“교도소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불태워 버렸는데요?”


“어차피 갱생이 불가능한 족속이 아니었소? 쓸모도 없는데 불태워 없애버리는 게 맞지.”


“그, 그 사람들은···.”


“연, 당신이 어떻게 말해도 그놈들은 사회의 쓰레기들이오. 쓰레기는 소각해야지.”


“그 사람들은 정당한 법의 판결에 따라 죗값을 치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충분한 죗값을 치르면 다시 사회에 나갈 사람들이었다고요! 그 사람들의 가족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나의 큰 목소리 때문에 주막에 있던 사람들이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모여든다.


대장도 숟가락질을 멈추고 날 쳐다본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오?”


“생각하고 자실 게 뭐가 있어요!? 그 사람들은···.”


“연. 내 몇 가지만 묻겠소. 쓰레기에 용도가 있소?”


“···없어요.”


“그렇다면 그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땅에 파묻거나, 불에··· 태워야죠.”


나는 대장이 원하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쓰레기는 땅에 묻거나 태워야지.”


“그 사람들은 범죄자지 쓰레기가 아니잖아요.”


“연, 왜 이렇게 답답한 말씀을 하시오? 그 교도소에 있던 범죄자들은 모두 중범죄자요.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범죄를 저지른 놈이란 말이지. 사회에 있어봤자 하등 쓸모없는 놈들이오.”


“하, 하지만···.”


나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장은 이미 확고한 신념에 따라, 혹은 확고한 신념으로 포장한 더러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내게 말했으니까.


둘 중 어느 것이든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짐승이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특권을 요구한다고 했지.


아무래도···.


“다음엔 빈민가로 가볼까 하는데 안내를 해주시오.”


“거기 있는 사람들도 불태워 버릴 거예요?”


나도 모르게 퉁명스레 말을 하고 했다.


대장이 날 쳐다본다.


“그래야 한다면.”


나는 대장의 말을 끝으로 뚝배기에 고개를 박고 깨작거리고 있는데 어디서 큰 소리가 들린다.


“아이, 씨발! 밥 먹는데 누가 냄새나는 짐승을 데려오는 거야!?”


고개를 들어보니 누가 봐도 양아치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가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으니 충분한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웃통을 벗어 던져버린다.


비대한 몸에 형형색색의 문신이 가득하다.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내 모습을 본 양아치가 더욱 의기양양해진다.


양아치가 가까이와 나를 한번 흘끗거리고 대장의 근처에 앉아 어깨동무한다.


“야, 네가 이 새끼 데려왔냐?”


“그렇소.”


“아 나, 이 새끼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여기가 어디라고 짐승을 데려와?”


“그 문신.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있소?”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혹은 가치관이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렸소?”


“이 새끼가 오늘 죽고 싶어 환장했나.”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어이, 오늘 향냄새 맡고 싶어서 그래?”


양아치가 어깨동무를 풀고 대장의 머리를 기분 나쁘게 검지로 툭 민다.


“죽고싶···.”


눈 깜짝할 사이에 대장이 양아치의 뒤로 가 머리채를 쥐어 잡고 뒤로 당긴다.


젖혀진 목이 훤히 드러난다.


“너, 잠가위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전부 말해.”


“뭔 개소리야 이 씨발놈아. 이거 안 놔!?”


“나는. 문신한 새끼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뭐라는···!”


대장은 양아치의 말을 듣지도 않고 단검을 빼 들어 목을 그어 상에 처박아 버린다.


뿜어진 피가 뚝배기에 쏟아진다.


피가 뚝배기를 다 채울 때쯤에야 양아치가 버둥거리는 걸 멈추고 축 늘어진다.



///



“적당히 덮어놔. 어차피 별 볼 일 없는 놈이었잖아?”


“그, 그게···.”


신고받고 출동한 단원이 내 눈치를 본다.


“왜?”


“제가 듣기론 저놈의 아버지가 꽤 잘나간다고···.”


“대족장님과 관계있는 분이야?”


“아,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놔둬. 저 사람은 대족장님께 면책 특권을 받았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면책 특권 말씀입니까?”


단원이 대장을 잠깐 쳐다본다.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처리해.”


“그, 그럼, 교도소도···.”


교도소라는 말에 나는 눈에 힘을 주고 단원을 쳐다봤다.


“죄, 죄송합니다!”


“가 봐.”


단원이 내게 경례하고 사라진다.


“대장. 저랑 잠깐만 얘기 좀 해요.”


“알았소.”


대장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저곳으로 가요.”


나는 근처에 있는 긴 의자를 가리켰다.


“길어질 이야긴가 보군.”


대장이 혼잣말하고 의자로 걸어간다.


대장과 나는 의자에 앉아 한동안 침묵했다.


“할 말이란 게 뭐요?”


“그만 죽이세요.”


“싫소.”


“네?”


“싫다고 했소.”


나는 대장이 이런 말을 할 줄 전혀 몰랐다.


적어도 고민해 보겠다거나 자제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계속 그렇게 죽일 거예요? 저기 저 사람 안 보여요?”


각별한 관계였던 건지 남자가 양아치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오열하고 있다.


대장이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가 대장의 시선을 느낀 건지 고개를 들어 대장을 쳐다본다.


남자가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온다.


본능적으로 대장이 양아치를 죽인 사람인 걸 알아챈 듯하다.


대장은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남자가 우리 앞에 서서 날 한번 쳐다보고 대장을 쳐다본다.


“네가 그랬어?”


“그렇소.”


“뭐라고?”


남자는 대장이 순순히 답할 거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했소.”


“왜, 왜! 도대체 내 아들을 왜 죽인 거야!?”


“모기를 죽인 적 있소?”


“선문답하지마, 이 개새끼야!”


남자가 대단한 인내심을 보인다.


나 같았으면 당장 칼을 빼 들었을 텐데.


“해가 되니까. 그리고 당신도 보아하니 이 세상에 해를 끼칠 것 같군.”


순간.


대장이 벼락같은 움직임으로 품에서 단검을 꺼내 남자의 심장을 찌르려 한다.


나는 생각할 겨를없이 칼을 빼 들어 대장의 칼을 쳐냈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며 대장의 단검이 저 멀리 날아간다.


“허억!”


남자가 기겁하며 저 멀리 달아난다.


대장과 나는 남자는 보지도 않고 서로를 쳐다본다.


“무슨 짓이오?”


“그만 하세요.”


“나를 막겠다는 말이오?”


나는 아무 말 없이 대장을 쳐다봤다.


대장이 또다시 품에서 칼을 꺼내 남자가 뛰어간 방향으로 던진다.


이내 쿵 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도망치던 남자가 등에 칼이 꽂힌 채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왜?


왜 죽이는 거야?


이 사람이 뭘 했다고?


“연, 당신의 임무가 뭐지?”


대답하지 않고 대장을 노려보기만 했다.


“노려보는 건 답이 될 수 없소.”


“··· 다님을 구해야 해요.”


“그래. 그런데 당신은 나를 훼방하고 있군.”


“훼방은···! 제가 언제 방해했다고 그러세요!?”


“지금 당신의 행동이 그렇지 않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정말 화가 나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왜 사람을 죽이는 게 다님을 구한다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는 해요? 단지 다님을 핑계 삼아 저 짐승이 한 말처럼 단순히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고요!?”


대장이 짐승을 쳐다본다.


짐승이 움찔하며 시선을 내리깐다.


“지금 대장은 그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할 행동을 하고 있어요! 쓰레기라서 죽인다고요!? 지금 대장은요! 단순히 자신의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살인귀에 불과하다고요!”


“···그래서 당신이 말하고 싶은 바의 요지는 뭐요?”


“대장을 막을 거예요. 대장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걸 막을거라고요.”


대장이 아무 말 없이 남은 한 자루의 단검을 품에서 꺼낸다.


“그게 대답이에요? 단검을 꺼낸 게 내 말에 대한 대답이냐고요.”


작가의말

월, 토 업로드 X


오늘 출근해서 한편밖에 못 썼어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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