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9 21:00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5,010
추천수 :
1
글자수 :
960,238

작성
23.08.05 21:05
조회
20
추천
0
글자
12쪽

109(2)

DUMMY

-연-



눈에 자신의 팔뼈가 박힌 험악한 사람이 뒤로 쿵 넘어진다.


이제 주막에 남은 사람이라곤 대장과 나, 부관 그리고 단원밖에 없다.


부관과 단원은 내가 명령을 내리는 순간 뛰쳐나가겠다는 생각인지 칼집에 손을 얹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다.


내가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을 거니까.


대장이 죽어버린 남자를 내려다보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몸을 돌린다.


이제 나한테 오겠지?


나한테 와서 날 도와달라고 말할 거고.


그럼 나는 못 이기는 척하면서 대장을 도와줄 거야.


나한테 감동한 대장은 나와 같이 가자고 말할거고. 흐흐.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대장이 몸을 완전히 돌려 걸어나갔다.


어···? 걸어오는 게 아니라 걸어나간다고?


그리곤 내 시야를 벗어나 버린다.


남아있는 짐승만이 내 눈치를 보고 쭈뼛거리더니 대장을 후다닥 따라가 버린다.


“다, 당장 저것들을 잡아!”


“예!”


사냥감을 눈앞에 두고 목줄에 매여있던 사냥개가 풀자마자 뛰쳐 가는 것처럼 달려간다.


“아, 다짜고짜 칼을 들이밀면···.”


벌써 내 시야를 벗어나 버렸다.


“너희들이 죽을지도 몰라···. 이런!”


재빨리 대장이 사라진 곳으로 뛰어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결투를 벌이는 대장과 부관 그리고 단원이 보였다.


대장은 2명을 상대하고 있지만, 밀리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부관과 단원이 당황한 채로 계속해서 합공하지만 대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고작 왼손에 쥔 단검 하나로 손쉽게 막아낸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고 단원이 칼을 놓친다.


칼을 놓친 단원이 손에 얼얼함을 느낀 것인지 양손을 떤다.


하지만 내가 이때까지 가르친 보람은 있는 모양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칼을 수거하려고 오른팔을 뻗는다.


대장은 그걸 보지도 않고 오른손으로 단검을 꺼내 칼의 손잡이를 잡으려고 하는 단원에게 던진다.


아끼던 단원의 머리나 심장에 단검이 박히리라 예상했지만,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단검이 칼을 쥐려는 손의 손가락 사이에 박혀버린다.


“어···?”


단원이 멍청한 표정을 하고 손가락 사이에 박힌 단검을 쳐다본다.


내가 단원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사이 부관도 칼을 놓쳐버린 듯 칼이 저 멀리 날아가 있다.


대장이 무방비 상태가 된 부관에게 걸어간다.


부관은 죽음을 예상한 듯 눈을 감는다.


“대장, 잠깐만!”


내 고함에 대장이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항복한다.”


대장이 날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양손을 뒤통수에 댄다.


“뭐라고?”


부관이 눈을 뜨고 영문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괴상한 신음을 내뱉었다.


“하, 항복한다고?”


대장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아버린다.


근처에서 숨어있던 짐승이 눈치를 보더니 살금살금 다가와 대장의 옆에 꿇어앉고 마찬가지로 양손을 뒤통수에 댄다.


“이제부턴 내가 지휘한다!”


나는 재빨리 대장의 앞으로 뛰어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칼부림이 일어나 도망갔던 부족원들이 어느새 모여 이쪽을 향해 기웃거리고 있다.


“부관.”


“네? 아, 네!”


“저 인파를 해산시켜. 입단속 하는 것도 잊지 말고.”


“하, 하지만 이놈은···.”


부관을 쳐다보고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부관이 내게 고개를 숙이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단원을 데리고 인파를 향해 걸어갔다.


부관과 단원을 쳐다보는 척을 하며 눈을 밑으로 내려 대장을 쳐다봤다.


내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걸 알고 있음에도 미동도 없다.


눈이라도 뜨게 만들어 날 쳐다보게 할 목적으로 노골적으로 쳐다봤지만, 반응이 없다.


손을 묶을 목적으로 대장의 양손을 잡았다.


그리곤 대장의 귀에 대고 “손을 묶을 거예요. 단단히 묶지 않을게요.”라고 말했다.


“내가 도망이라고 가면 어쩌려고 하시오?”


대장이 내게 손을 맡기며 말했다.


“그러면··· 그러면 더 좋겠어요. 대장하고 도망갈 수 있으니까.”


대장은 말하지 않을 테니 이런 말을 해도 상관없다.


옆에 짐승 한 마리가 있긴 하지만 전에 내가 입을 닥치고 있으라고 경고했으니 이것도 괜찮다.


짐승이 내 눈길을 느낀 모양인지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나는 대장이 아니라 천이라고 말했소.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내가! 내가 알고···!”


내가 알고 있어요!


대장과 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장은 잊어버렸을지 모르지만 부우!


당신이 죽··· 당신이 해방해준 짐승!


그리고 아직 세상을 떠돌고 있거나 세상에 묻혀버린 우리 동료들!


내가 전부 기억하고 있다고요!


당신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단장님. 전부 끝났습니다.”


야속할 정도로 일을 빨리 마친 부관과 단원이 와서 보고했다.


“단장님. 범죄자 인도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아직 손을 묶지 못한 내 모습을 본 부관이 말했다.


“그래.”


나는 부관에게 포승줄을 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내가 이 범죄자를 포박할 테니 자네는 이 짐승을 즉결처분하게.”


“알겠습니다.”


부관의 말과 동시에 대장이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봤고, 단원은 칼을 휘두르려고 하고 있었다.


“그만!”


내 명령과 동시에 단원이 휘두름을 멈추고 날 쳐다본다.


“왜 그러십니까?”


“그놈도 조사해야겠다.”


“하지만 대족장님의 명은···.”


제법 똘똘한 놈이라 생각해 데려왔건만 아까 천과의 전투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캐낼 정보가 있는데 캐내지 않는다면 그것도 대족장님의 명에 반하는 것이지. 안 그렇습니까, 단장님?”


부관은 내 심중을 헤아린 것인지 단원의 칼을 집어넣게 만들며 내게 말했다.


“그렇지.”


“제가 단장님의 생각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네는 먼저 가서 보고하게. 우리가 데려갈 테니.”


“알겠습니다.”


부관의 말에 단원이 내게 고개를 숙이고 부리나케 뛰어갔다.


“눈치가 없어서 그렇지 실력은 있습니다.”


“실력··· 그래. 일단 가자.”


뭐라고 말할까 하다 입을 닫았다.


부관도 느끼는 바가 있으니까 알아서 처리하겠지.


대장을 포박하고 일으켜 세웠다.


대장은 짐승에게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자마자 다시 눈을 감고 순순히 내 의도에 따라주었다.


대장이 여길 왜 온 거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


그렇다면 왜?


내게 무언가를 요청하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한 우연?


그러고 보니 선이라는 여자가 안 보이네.


혹시나 우릴 따라오고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런 기색은 없다.


“문제 있으십니까?”


내가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자 부관이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아니.”


“네, 알겠···.”


“자연스럽게 빠져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가 있는지 찾아봐. 사람이야.”


“알겠습니다.”


부관은 내 의아한 명령에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고 내게 짐승의 포승줄을 넘겨주고 빠졌다.


이제 대장과 나밖에 없다.


“대장. 천. 여기엔 왜 온 건가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날 만나러 온 건가요? 곰무덤은요? 벌써 임무를 끝냈나요?”


“나는 단지 이곳에 물품을 보충하러 왔을 뿐이오.”


거짓말.


그렇다면 왜 나의 시선을 끌었고 날 보고 행동을 멈춘 거예요?


“여자는요?”


아무런 말이 없다.


헤어졌나 봐.


“천은 성 한복판에서 사람을 죽였어요. 얼마나 큰 죄인지 알고 있죠?”


“나는 노예기사요. 아가씨가 모욕받은 이상 가만히 있을 노예기사는 없지.”


“안타깝지만 노예기사라는 이유가 살인의 정당화를 만들어주진 않아요.”


극형을 받는 건 최대한 막아야겠어.


“이곳의 대족장이 누군지는 알고 있죠?”


“글쎄.”


“쏟아지는별 안이에요. 그분의 딸인···.”


“딸의 이름이 다인가?”


“네, 네?”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대장을 멍하니 쳐다봤다.


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맞는가 보군.”


“자, 잠깐만요. 대장이 그걸 어떻게···?”


“내가 알면 안 됐었나?”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대족장의 이름은 모르면서 딸의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예요?”


“더 놀랍게 해주겠소. 다라는 아이가 잠가위에 잠식되었던 적이 있었지 않소?”


“아니!? 그걸 어떻게!”


나는 정말 깜짝 놀라 서둘러 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우두커니 서서 대장을 쳐다봤다.


대장은 어느새 몸을 돌려 날 쳐다본다.


잠깐.


그런데, 있었다고?


뭔가 알고는 있는 거 같은데 사실과는 살짝 다른데.


“지금 있었다고 했어요?”


“아직도 안 깨어났소?”


“잠깐! 잠깐만요! 대장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나는 천··· 됐소. 나도 잠가위에 잠식된 적이 있었소. 그곳에서 별이쏟아지는 다라는 아이를 봤지.”


“정말이에요!?”


두 사람이 하나의 잠가위에 잠식되었단 말이야?


그래서 서로 엮인 거고?


“그렇소. 나는 그곳이 잠가위의 세계라는 걸 눈치채고 빠져나왔지만 그 아이는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나 보군.

노예기사를 가졌다고 했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


“분. 분이에요.”


“그렇군. 그 노예기사는 애가 타겠어. 그나저나 당신. 그래서 요람에서 어린 도깨비를 찾았군. 그 아이의 꿈에 개입할 목적으로 말이야.”


“맞아요. 잠깐만요. 대장은 처음부터 다님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나요?”


“아니. 이건 정말 우연이오.”


이건?


“아니, 어쨌든. 이걸 이용해 처벌받는 건 피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대족장에게 대장이 다님과 같은 잠가위에 잠식되었다는 걸 말씀드릴게요.”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같은 잠가위에 잠식되었다고 해도 내가 어찌할 방도는 없소.”


“그래도 모르니깐요!”


대족장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장을 사면하실 거야.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대장이 내게 몸을 돌려 앞을 본다.


일단 대족장님께 말씀드리자.


대장을 보시겠다고 말씀하실 테고, 짐승은··· 대장이 아끼는 모양이니 적당한 곳에 두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되겠지.



///



대장을 집에 데려다 놓고 서둘러 대족장님에게 가기 위해 큰길이 아닌 골목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길을 걷던 와중.


갑자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거센 바람이 분다.


황급히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가려 바람이 멎길 기다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그쳐 대족장님께 향하려는데, 난데없이 어떤 여자가 나타나 내 앞을 가로막고 얼이 빠진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요, 잠시만 비켜주시겠어요?”


여자가 날 쳐다본다.


이상한··· 선?


“연?”


선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마, 말도 안 돼. 당신은, 당신은 죽었는데.”


선이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죽었다뇨?”


그러고 보니 행색이 왜 이러지?


금방 전에 전투를 벌인 듯 드러난 팔과 다리에 생채기가 가득했고 얼굴엔 전에 보지 못한 흉터가 눈에 띄었다.


흉터는 언제 생기고 아문 거야?


“마, 맙소사. 여긴 도대체 어디야?”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여기는 위대한강물이라고요.”


“위대한강물!? 마, 말도 안 돼. 그곳은 제일 먼저···.”


어지럼을 느낀 듯 선이 이마를 부여잡고 휘청이다 내 어깨를 잡는다.


“자귀추적자는요!? 자귀추적자가 이곳에서도 사람들을 죽이고 있나요!?”


“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자귀추적자가 사람을 왜 죽어요?”


이 여자가 뭘 잘못 먹었나?


왜 이러는 거야?


“아, 아니. 천은 살아있나요? 천이 괴한에게 암살당하지 않았느냐고요!?”


“대장이 왜 암살을 당해요?”


“아, 아···”


선이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대장을 보고 싶은 거라면 저쪽으로 나가서 빨간 지붕을 가진 집으로 가세요. 그곳에 있으니깐요. 저는 바빠서 이만.”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헛소리를 해대는 선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날로 먹었네 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2 111 23.08.12 16 0 12쪽
121 110 23.08.07 23 0 11쪽
» 109(2) 23.08.05 21 0 12쪽
119 109(1) 23.08.05 39 0 12쪽
118 110(1과 2사이지만 1과 가장 가까운 어느곳) 23.07.31 19 0 8쪽
117 109(1과 2사이지만 1과 가장 가까운 어느곳) 23.07.30 35 0 11쪽
116 108 23.07.10 22 0 12쪽
115 107 23.07.09 91 0 12쪽
114 106 23.07.08 24 0 12쪽
113 105 23.07.03 33 0 12쪽
112 104 23.07.02 110 0 11쪽
111 외전 23.06.19 22 0 12쪽
110 외전 23.06.19 26 0 12쪽
109 103 23.06.18 20 0 15쪽
108 102 23.06.17 35 0 11쪽
107 101 23.06.12 25 0 12쪽
106 100 23.06.11 32 0 12쪽
105 99 23.06.10 18 0 12쪽
104 98 23.06.05 20 0 12쪽
103 97 23.06.04 103 0 11쪽
102 96 23.05.22 18 0 12쪽
101 95(2) 23.05.21 17 0 12쪽
100 95(1) 23.05.21 17 0 12쪽
99 94 23.05.20 16 0 12쪽
98 93 23.05.15 23 0 11쪽
97 92 23.05.14 99 0 12쪽
96 91 23.05.01 98 0 12쪽
95 90 23.05.01 28 0 12쪽
94 89 23.04.30 29 0 12쪽
93 88 23.04.29 17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