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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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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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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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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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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DUMMY

-연-



“대장님. 대족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족장의 수많은 알현실 중 나를 볼 때만 사용하는 곳으로 향했다.


알현실의 문 앞에 서자 친위대가 가로막으며 내게 용무를 묻는다.


“어찌한 일로 오셨습니까?”


“대족장님이 날 찾으십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친위대 하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연님. 죄송합니다. 저희도 그냥 들여보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절차라···.”


남은 친위대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괘념치 않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딸이 잠가위의 습격으로 인해 깨어나지 못한 후부터 대족장은 과도할 정도로 보안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누가 올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도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안에 들어갔던 친위대가 밖으로 나온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연님.”


“고맙습니다.”


인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나를 맞이하는 건 대족장이 아니라 시녀장과 시녀들이다.


“연님.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네. 부탁드립니다.”


나는 거절할까 하다 이건 순수한 도움의 의미가 아닌 감시의 목적에서 제안한 도움이기에 거절하지 못했다.


시녀들이 내 옷을 하나하나 벗겨내 한쪽에 개어둔다.


알몸이 되자 시녀장이 내 몸을 훑어보고는 시녀들을 향해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시녀들이 준비한 옷을 하나하나 입혀준다.


“실례했습니다. 대족장님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시녀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로 들어갔다.


“연! 왜 이렇게 늦게 오는것이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시오?”


“네. 죄송합니다.”


“아닐세. 자네가 내게 죄송할 게 뭐가 있는가? 다 내 편집증 때문이지.”


대족장이 씁쓸히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그러네. 자네는 날 이해하지?”


“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길 바랍니다.”


“고맙네. 자, 어서 앉게.”


대족장이 자신의 오른쪽 앞에 있는 푹신한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 내외의 짐승을 토벌하고 있네.”


“그렇습니까?”


“그래. 놀란 기색이 없는구먼.”


“아닙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그 놀라움의 감정은 긍정적인가 아니면 부정적인가?”


“당연히··· 긍정적인 놀라움입니다.”


“하하, 그래. 이런 상황인데 나도 내 고집을 꺾어야지.”


대족장은 짐승과 공존 할 수 있을 거란 철옹성 같은 신념을 가진 자였다.


하지만 그 철옹성 같은 신념은 세월과 전쟁 그리고 딸의 아픔이라는 풍파를 만나 바스러져 버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짐승을 정리하지 않으면 굉장한 혼란과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짐승의 공작원이 이곳에 있는 짐승을 이용해 침투할 수 있으니.”


“정확하십니다.”


“내 아랫것에게 일러두었으니 자네가 언제 한번 시찰을 나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게.”


대족장이 날 물끄러미 본다.


날 불러낸 이유는 짐승의 소탕에 관해 내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이것이겠지.


“그래. 좋은 소식이 있는가?”


“어린 도깨비가 다른 사람의 꿈에 잠깐이나마 침투할 수 있는걸 알아냈습니다.”


“오오! 그래서? 계속해보게.”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잠가위의 영향으로 잠에 빠진 사람이 깨어나는 걸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대족장이 몸을 들썩인다.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 말을 듣는 순간 희망이 꺾여버릴지도 모른다.


“제가 사정을 설명했지만, 어린 도깨비는 이곳으로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 아니. 왜? 내가 말한 걸 약속하지 않았는가?”


“했습니다만 어린 도깨비는 단칼에 거절하고 요람으로 돌아갔습니다.”


대족장의 표정이 굳는다.


“강제로라도··· 아닐세.”


대족장 자신도 도깨비를 강제로 데려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급히 말을 마무리 지었다.


“우리가 그곳에 가는 건 어떻나?”


“그것이···.”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대족장이 손으로 깍지를 끼고 고개를 푹 숙인다.


“알았네. 이만 물러가게.”


“죄송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족장에게 인사한 후 방을 나섰다.


들어올 때와는 반대로 시녀장와 시녀들이 날 맞이하지 않는다.


그저 날 맞이하는 건 덩그러니 놓인 내 옷뿐.


옷을 갈아입고 나가니 대족장의 딸을 모시는 노예기사 분이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내가 가져온 소식이 궁금했나 보다.


“연님. 대족장님과의 얘기는 좋게 끝나셨습니까?”


나는 대답 없이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안 그래도 굽은 분의 등이 오늘따라 더 굽어 보인다.


“시간이 있으시면 잠깐···.”


“네. 같이 다님을 뵈러 갑시다.”


분의 제안에 난 다를 보러 가는 걸 동의했다.


분이 앞장서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어린 도깨비를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네.”


“하지만 오려고 하지 않았군요.”


“정확합니다.”


“제가 다님을 모시고 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도깨비요람에서 어린 도깨비를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지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는 다행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들이면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아니지, 불구덩이를 돌아다니고 종잡을 수 없는 바늘 찾기라 해야 하나요?”


분이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어느새 다가 있는 방의 문 앞에 도달했다.


다를 본 친위대가 아무 말 없이 우리를 통과시켜 준다.


원칙대로라면 대족장을 만났을 때와 같은 절차를 겪어야 했지만, 분이 있어서 그러지 않았다.


어느 미친놈이 노예기사 앞에서 아쥔타를 죽이겠느냐는 안일한 생각 덕분이다.


“아가씨. 연님이 오셨습니다.”


다에게 말했지만, 당연히 답은 없다.


분이 누워서 잠을 자는 다의 옆에 앉아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해준다.


“이렇게 있으면 거짓말처럼 눈을 뜨실 것 같습니다.”


“곧 그렇게 될 겁니다.”


분이 고개를 숙인 채 다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자신의 이마에 댄다.


기도하는 모양이다.


“아가씨. 제발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제 말에 답해주세요. 제발···.”


울먹이는 분의 목소리가 방안을 맴돈다.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내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주인에겐 예외다.


대장···도 그럴까?


노예기사가 된 대장도 나에게는 무미건조하게 말했지만 아쥔타 앞에선 헤픈 미소를 지을까?


대장.


내가 대장을 겨울개천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


“···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여전히 울먹이는 분을 뒤로하고 다의 방을 나서 집무실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시찰을 나갈 테니 준비해.”


“혹시···.”


“아니. 성안을 시찰할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너하고 대원 하나만 준비해. 암행이니 참고하고.”



///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관이 분위기를 환기할 목적으로 쾌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찰하면서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습니다! 정말 대족장님은 세상에서 제일가시는 분이십니다! 성안뿐만 아니라 밖에 있는 짐승까지 토벌하시다니! 정말이지 대족장님은··· 크흑!”


부관은 분명 나에게 말했지만, 대원이 대족장에 대한 충성심을 열렬히 나타내며 부관의 말을 받았다.


“그렇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습니다!”


바보 같은 만담을 펼치는 둘을 뒤로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익숙한 사람 하나가 짐승을 대동한 채 주막을 들어온다.


대장!?


눈을 씻고 쳐다봐도 분명히 대장이다.


옆에 있는 건 항상 따라다니는 그 짐승이고.


여, 여기에는 왜?


대장이 주변을 한번 둘러본다.


나도 모르게 황급히 얼굴을 가렸고 부관과 대원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어디 문제가 있으십니까?”


“아니, 없다.”


“그런데 왜···.”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밥이나 먹어.”


“아, 알겠습니다.”


표독스럽게 쳐다보며 말하자 부관이 침을 한번 삼키고 뚝배기에 얼굴을 파묻고 밥을 먹었다.


다시 대장을 보니 어느새 자리에 앉아 주문하고 있다.


주문을 받는 주모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필히 짐승 때문이다.


저 짐승은 어떻게 이 성안으로 들여온 거지?


저항이 제법 있었을 텐데.


그리고 옆에 있던 여자는?


여자는 어디로 간 거지?


음식이 나왔고 주모는 자신이 기분이 나쁘다는 걸 음식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건지 그릇을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대장은 신경 쓰지 않고 짐승은 안절부절못하며 이 자리가 불편한 걸 알렸다.


“아이, 씨발! 밥 먹는데 누가 짐승을 데려오고 지랄이야!?”


소리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누가 봐도 나 성질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서 있었다.


“그러게, 왜 여기까지 짐승을 데리고 오는 것인지.”


대원이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부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대원과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어떡하지?


내가 나서서 중재해야 하나?


험악한 사람이 대장의 앞으로 가서 상을 뒤엎어버린다.


쏟아진 음식물이 대장에게 끼얹어졌다.


저 개새끼가!


나는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제지하려고 했지만, 대장의 눈길을 받은 순간 그럴 수 없었다.


대장은 이곳에 오자마자 내가 있을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장이 나를 쳐다보던 눈길을 험악한 사람에게 돌린다.


“무슨 문제 있소?”


대장은 자신에게 음식물이 쏟아진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듯하다.


“문제? 이 새끼가. 너 탈 쓴 짐승 아니야?”


“나는 사람이오.”


“근데 사람이면 이 새끼야!”


험악한 사람이 대장의 멱살을 잡아 올려 뺨을 툭툭 건드린다.


“네가 사람이면 이 새끼를 왜 데려오는 건데?”


“내 종이라서 데리고 왔소. 저 목에 표식이 보이지 않소?”


험악한 사람이 고개를 돌려 짐승의 목을 쳐다본다.


“어휴, 씨발! 퉷!”


대장을 내팽개치고 침을 뱉어버린다.


“꺼져, 이 개새끼야. 더러운 짐승 냄새나니까.”


대장이 저런 대접을 받는 게 너무 화가 나 다시 한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또다시 대장이 날 쳐다본다.


대장은 자신의 아쥔타에 대한 욕만 아니면 이런 대접을 받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마치, 분처럼.


짐승이 헐레벌떡 대장을 부축한다.


대장은 그런 짐승이 도움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씨발! 저 새끼는 뭐 하는 새끼야!? 여기에 짐승을 데려오다니 말이야.”


대장의 완벽한 저자세에 한껏 신이 난 험악한 사람이 우쭐댔다.


너는, 나한테 죽었어.


말 그대로 내가 널 죽여버리겠어.


험악한 사람을 한번 노려보고 다시 대장에게 시선을 옮겼다.


주막을 벗어나는 대장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하하! 어?”


험악한 사람이 대장이 떨어뜨린 단검을 줍는다.


“꼴에 칼까지 가지고 다니네? 어이! 네 칼 가져가!”


험악한 사람의 말을 들은 짐승이 돌아와서 가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발길질이다.


“이 더러운 새끼가 어디 나한테 손을 내밀어? 네 주인보고 가져가라고 해! 어이! 네가 가져가!”


대장이 험악한 사람의 앞에 서서 손을 내민다.


“옜다! 꼴에 누군가를 지킬 사람이 있나 보지? 보나 마나 병신같은 새끼겠지만. 낄낄.”


대장의 눈빛이 바뀐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눈 착하게 안 떠!?”


험악한 사람이 실실거리며 대장의 뺨을 또다시 건드리려 한다.


대장이 그 팔을 붙잡고 나뭇가지 부러뜨리듯 팔을 부러뜨려버린다.


부러진 뼈가 살가죽을 뚫고 튀어나왔다.


“어, 어? 이, 이 개새끼가!”


험악한 사람이 튀어나온 자신의 부러진 뼈를 보자 기겁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러진 팔을 붙잡아 튀어나온 뼈를 눈에 쑤셔버린다.


“꺄아악!”


온 주막이 비명과 함께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놀란 부관과 대원이 칼을 뽑으려 하는데 내가 급히 제지했다.


“가만히 있어.”


“하, 하지만···.”


“명령이다 가만히 있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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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2편밖에 못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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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09(1과 2사이지만 1과 가장 가까운 어느곳) 23.07.30 3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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