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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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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10 21:0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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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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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DUMMY

-짐승-



주인님은 대답 없이 단검을 쥔 손을 축 늘인 채 연님을 쳐다보신다.


“대장은요! 그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죽이는 거잖아요! 내··· 제가 그걸 모를 줄 알아요!? 대장은 옛날부터 그랬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죽여버리면 세상이 이 모양이···.”


“그만!”


주인님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지으신 채 고함을 지르셨다.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오!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하오!? 더 이상 내 과거를 들먹이지 마시오! 계속해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들먹이지 말란 말이오! 나는 노예기사요! 아쥔타를 위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 노예기사란 말이오! 나에게 과거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에 불과할 뿐이오!


“저는 아니에요!”


연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부우도 아니고요! 대장이 안식하게 만든 그 짐승도!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떠돌고 있는 동료도! 대장을 기다리다 하늘로 떠나간 동료도 아니에요! 대장이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 과거가 사라지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좋아요! 대장이 노예기사라고요!? 근데 그거 알아요!? 분님이 왜 대장을 보고 긴가민가했을까요!? 제가 알기론 노예기사는 보는 순간 상대방의 정체를 알지 않나요!? 그런데 왜 분님은 왜 대장이 노예기사라고 확신하지 못했을까요!?”


“내 등이···.”


“대장! 대장은 정말 노예기사가 맞아요!? 정말로 노예기사가 맞는다면 왜 아쥔타와 떨어져 있는 거죠!? 당장 분님을 보면 한시라도 다님과 떨어지지 않잖아요! 분님이 능력이 없어서 해결책을 못 알아냈을까요!? 아뇨! 분님은 다님과 한시라도 떨어지지 못하니까 저를 내세워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거예요! 다시 한번 물을게요! 대장은 노예기사 정말 맞는 거예요!? 대장의 아쥔타는 어디에 있는 거죠!?”


“···대답하지 않겠소.”


주인님은 누구보다 랑님을 그리워하시는데.


랑님도 누구보다 주인님을 그리워하시고.


랑님이 사도라는 특수한 상황이 두 분을 갈라놓으신 거야.


주인님이 이상한 노예기사라서 그런 게 아니라.


“대장. 이제는 못 참아요. 그만 하세요.”


“싫소.”


연님이 자세를 취한다.


“대장을 막겠어요. 대장이 더 이상 사람들을 죽이지 않게 막겠어요.”


연님이 주인님을 향해 정직하게 칼을 휘둘렀고, 주인님은 뻔히 보이는 칼의 궤적을 읽고 막았다.


불꽃조차 튀지 않을 정도로 약하디약한 공격과 방어였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주인님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걸 볼 수 없어 달걀귀신이 준 활을 꺼내 연님을 향해 쐈다.


탕,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연님이 자리에 쓰러진다.


“하아, 대, 대장!?”


연님이 자리에 쓰러지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주인님을 쳐다본다.


주인님이 깜짝 놀란 표정을 하며 쓰러지는 연님에게 급히 다가가 부축하셨다.


“괜찮소!? 어디에 맞았소!? 어디에 맞았냔 말이오!?”


주인님이 연임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물으셨다.


“대장···.”


“왜 그러시오!? 이쪽이오!?”


“그게···.”


“빨리 말씀하시오!”


주인님이 연임의 몸을 계속 만지며 말씀하셨다.


“제 몸 그만 더듬으세요···.”


“뭐요?”


“그만 더듬으라고요···.”


“아, 흠!!”


주인님이 깜짝 놀라 연님의 몸에서 손을 떼신다.


“저는 괜찮아요. 종아리 쪽에 따끔함이 느껴지긴 했는데···.”


“실례하겠소.”


“네···.”


주인님이 연임의 종아리를 들어 확인하신다.


“저는 대장이 정말로 나를 공격한 거로 생각했어요.”


주인님은 아무 말 없이 연님의 바지까지 걷어 꼼꼼히 살펴보신다.


“그래서 정말 충격받았어요. 하지만 대장의 반응을 보니 그게 아니었군요.”


“찰과상이군. 다행이오.”


“대장이 절 걱정하는 걸 보니 안심이 돼요.”


“혹시 모르니 소독하고 과도한 움직임은 삼가시오.”


“종아리가 따끔한 찰나, 대장이 정말로 날 죽이려고 했다는 배신감 때문에 정말로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경비병은 어디에 있지? 경비병!”


“대장. 부탁이에요. 그만 하세요.”


“우리를 감시하는 역은 다른 사람이 맡는 게 좋겠소.”


두 분이 각각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어디선가 경비병이 헐레벌떡 다가와 나를 한번 쳐다보고 연님의 종아리를 살폈다.


“찰과상이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게 없으니, 당신이 연을 직접 의원에게 데려다줬으면 좋겠군.”


“저는 괜찮아요. 제가 계속해서···.”


“고집 그만 부리시오. 어서 연을 데리고 가시오.”


주인님이 연님을 다그침과 동시에 경비병을 재촉하셨다.


“알았어요. 대장, 제 말은···.”


“··· 자제하겠소. 하지만 안 하겠다는 게 아니오. 단지 내가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대족장의 앞에서 그 말을 한게 아니오.”


“알아요. 고마워요.”


주인님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셨다.


연님 또한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이내 경비병의 부축을 받으며 의원이 있는 쪽으로 사라졌다.


주인님은 그런 연님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셨다.


그리곤 몸을 돌려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오셨다.


내가 연님이 공격하는걸 막았으니까 칭찬을 해주시겠지?


“헤헤, 제가···.”


주인님은 내가 뭐라고 말을 맺기도 전에 내 머리채를 쥐어 잡으시고 뺨을 짝, 짝! 하고 때리셨다.


“야, 이 개새끼야! 누가 너 보고 사람한테 총 쏘라고 그랬어!?”


“네, 네?”


나는 어안이 벙벙해 멍청하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주인님이 머리채를 더 강하게 쥐어 잡으신다.


머리카락이 뽑혀 나갈 것만 같다.


“귓구멍이 막혔어!? 내가 시원하게 뚫어줄까!?”


주인님이 내 손에 있는 총이란 물건을 뺏으시고 내 귓구멍에 대셨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비명을 지를 수는 없었다.


“다른 짐승 새끼처럼 사람의 피를 보고 싶었어!?”


“아, 아닙니다! 절대, 절대 아닙니다!”


“잘 들어. 내가 여태껏 널 데리고 다닌 이유는 단 하나야. 아가씨께서 널 데리고 오셨기 때문이야. 네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네, 네! 명심하겠습니다.”


“한 번만 더 내 사람한테 그 이빨 들이밀었다간···.”


주인님이 내 귀에서 총을 떼자마자 탕, 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삐- 하는 소리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당장이라고 귀를 부여잡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이어 주인님이 내 입에 총을 쑤셔 넣으시고 뭐라고 말씀하셨지만 들을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급히 끄덕일 뿐.


주인님은 그런 나를 한참이나 쳐다보시더니 입에서 총을 빼내셨다.


그리곤 능숙하게 다뤄 남은 하나의 화살을 챙기곤 나를 지나쳐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



주인님은 내게 어떻게 하라는 말씀도 없이 사라지셨고 나는 목적 없이 길을 떠돌아다니는 개처럼 온 마을을 방황했다.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의 적의 어린 시선과 함께 내 주위로 모여드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서둘러 후미진 골목에 들어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숨었다.


어두워질 때까지 여기서 있어야겠어.


쪼그려 앉아 허벅지에 머리를 파묻고 아까 일을 상기했다.


··· 주제넘은 짓을 한 걸까?


나는 단지 주인님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주인님은 그렇지 느끼시지 않은 것 같다.


···나를 버리신 걸까?


어떡하지?


나는 이제 어떡하지?


갈 곳이 없는데.


어디로 가야 하지?


내가, 내가···.


상념에 빠져있는 와중에 누군가가 이리로 걸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이쪽으로 들어간걸 본 사람이 따라온 걸까?


황급히 몸을 숨겼다.


숨자마자 여자 사람이 내가 앉아있던 곳 근처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날 죽이러 온 사람이야.


내가 이곳에 들어간··· 어!?


저 여자.


탈을 쓴 짐승이잖아.


왜 날 따라온 거지?


“당신에게 제안할 게 있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손톱을 뺐다.


이쪽으로 오면 바로 찌를 수 있게.


“여기 있는 거 알아요. 그러니까 나와요.”


“사람이 나하고 무슨 할 얘기가 있다는 거지?”


여자가 탈을 쓴 짐승이란 건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능청을 떨었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지 말아요. 당신은 훈련받았잖아요.”


내가 군에 있었던 걸 알고 있어.


필시 내가 도망쳐 나온 것도 알고 있을 거야.


죽여버려야겠어.


여자를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들린다.


“혹여나 날 죽일 생각은 하지 말아요. 내가 아무런 대책 없이 여기에 오진 않았을 테니.”


씨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 앞에 섰다.


“조금이라도 허튼짓하는 낌새가 보이면 이판사판이야.”


“후훗. 알았어요.”


사람도 아닌데 사람처럼 웃기는.


“내가 묻고 넌 답한다. 알았어?”


“좋아요.”


“우리를 쫓던 무리가 있었는데 너희였나?”


“아뇨.”


“짐승?”


“글쎄요. 제가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라서.”


“대족장의 딸이 잠식된 일. 너희와 관계있나?”


“없어요.”


“음···.”


물어볼 게 없는데.


괜히 무게 잡았나?


“다 물어봤어요?”


“원하는 게 뭐야?”


“잠가위. 저희가 해결책을 알려드릴 테니 당신의 주인에게 그대로 알려주세요.”


뭐라고?


이놈들이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역시, 네놈들이 잠가위에 잠식되게 했어.”


남은 한쪽 팔의 손톱마저 빼내어 금방이라도 달려들듯 자세를 취했다.


“진정해요. 문제를 낸 자가 해결책을 낼 수도 있지만, 아닌 자가 해결책을 낼 수도 있는 거예요.”


“계속해 봐.”


“우선 이것부터 정확하게 할게요. 우리도 왜 대족장의 딸이 잠가위에 잠식되었는지 몰라요. 그저 추정하기론 여느 때의 괴물과 같이 재해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요? 그놈들은 제 마음대로 오가고 하는 종자들이니깐.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있었어요?”


“그래요.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그게 아니라는 합리적인 보고가 이곳저곳에서 들어왔죠.”


“내용은?”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당신이 이제 군에 있지 않으니깐요.”


이놈들이 했군.


저질러놓고 경과를 보니까 짐승에게 온화하던 대족장이 태도를 바꿔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으니,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싶은 거야.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괴물을 부린 거지?


“당신에게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기회인 거죠. 당신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했다? 주인도 당신을 다시 받아들일 거예요.”


“어린 도깨비를 이곳에 데려오기라도 할 작정인가?”


“제안을 받기 전까지 말해줄 수 없어요.”


수상한데.


하지만 동기가 명확하고 제대로 일이 굴러간다면 나도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야.


“좋아. 받아들이겠어.”


“잘 생각했어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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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14(1) 23.08.28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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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09(1) 23.08.05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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