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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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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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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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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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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DUMMY

-짐승-



“엄마, 엄마! 으아앙!”


“그래, 그래. 나는 괜찮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곤란한 상황에 나는 분님을 쳐다봤다.


마찬가지인지 분님도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함을 표한다.


“어떡하죠? 짐승만 있다면 모를까 사람이 있는데요. 억지로 데려갈 수도 없고.”


살며시 옆으로 가 작게 속삭였다.


“엄마, 엄마. 죽는 거야? 죽지 마-!”


“엄마 안 죽어. 걱정하지 마.”


“하지만, 하지만! 내가 다 들었단 말이야! 앙갚음이 찾아온다고 내가 들었다고! 나도 앙갚음이 뭔지 알아! 엄마 혹시 누구한테 못된 짓 했어!?”


원로의 표정이 잠깐 굳어지고 다시 풀어진다.


“아니야, 저 사람하고 짐승이 오해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절대 안··· 안 죽어. 저기, 안에서 아이들하고 얘기 좀 나눠도 될까요?”


“빨리 끝내.”


원로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저거 전부 연기니까 속지 마!.”


집안에 들어가는 걸 본 연님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짐승인데 저런 상황이 닥칠 거라고 예상 하나 못했겠어? 연기하는 거야. 동정심을 유발해서 우리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거라고.”


그럴 수도 있겠네.


이거 하나 예상하지 못한 건 말이 안 돼.


그나저나, 연님의 입장에선 어느 것이든 좋은 게 아닌가?


다님을 살리면 그것도 좋고.


다님이 희생하면 모든 짐승이 세상에서 사라질 테니까 그것도 좋고.


··· 대족장의 딸을 살리는 걸 반대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


정신이 번쩍 든다.


이걸 노렸구나!


저 원로가 이걸 노렸어.


다님의 생사를 두고 사람들끼리 갈등시키기 위해!


원로는 짐승을 멸종시킬 생각이 없어.


이걸 이용해서 3명의 대족장 중 하나인 쏟아지는별 안을 내부에서 붕괴시키기 위해 이런일을 벌인 거야!


“연님!”


“왜?”


“허허! 이보게 경비단장. 아직 짐승은 못 찾았나 보군.”


다님의 궐을 지켜야 할 근위대장이 뒤에는 근위대를 이끌고 너털웃음과 함께 나타났다.


“근위대장님, 여기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닐세. 내 여기 볼일이 있어서.”


“볼일이요? 다님을 경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단 말입니까?”


“그래. 그 짐승은 어디에 있나?”


“짐승은 제가 데려가기로 한 거 아닌가요?”


연님이 자세를 고치며 근위대장을 마주 본다.


“자네가 데려가면 어떻고 내가 데려가면 어떤가? 어디 보자, 그 집 안에 있는 모양이군.”


근위대장이 손짓하자 뒤에 서 있던 근위대 3명이 원로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저 새끼 원로를 죽일 셈이야.


“연님! 막아야 해요! 저 근위대장은···!”


내가 말을 맺을 틈도 없이 근위대가 달려들었다.


연님이 재빨리 칼을 뽑아 휘둘렀고 근위대의 투구 깃이 날아간다.


“근위대장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자자, 이보게 연. 자네 혹시 이런 생각해 본 적 없나?”


연님은 대답하지 않고 근위대장을 노려본다.


“하나가 전부를 살릴 수 있다고 말이야.”


역시.


저놈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어.


대족장의 딸을 희생시킬 셈이야.


“당신은, 대족장님에게 충성을 맹세한 신하입니다. 대체 그 충정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입니까!?”


“내 아들이 죽었을 때부터!”


근위대장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친다.


“내 아들이 짐승 새끼에게 죽었을 때 그 충정은 희미해졌다! 그런데도 대족장은! 내 아들이 짐승에게 죽었다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짐승에게 손을 내밀었지!”


“처음 듣는···.”


“그런데도 웃긴 건 자기 딸이 잠가위에 잠식당하자, 그 화풀이를 짐승에게 풀었다! 내가 그렇게 읍소했을 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작자가! 그때, 그때 대족장을 향한 충심은 모두 사라졌다!”


“대족장님의 이중적인 행동이 다님이 죽어야 할 당위성을 부여하진 않습니다!”


“다님이 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다님 하나만 희생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모든 짐승이 불행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듣기 싫군. 자네에게 더 이상 설명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하지만 아쉽군.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었는데.”


“개소리하네! 씨발. 좋은 동료는 무슨. 반역자 새끼가. 아들이 뒤졌으니 3대를 멸할 필요는 없겠네.”


여, 연님은 화가 나면 입이 거칠어지는구나.


그것도 상당히.


“예를 갖춰서 보내드려라. 그럴만한 대우를 받을만한 분이니까.”


“씨발, 내가 본 실력을 안 보여주니까 좆으로 보였나 보지? 경비대장 따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봐. 그런데 말이야, 내 실력이 형편없었으면 대족장님께서 왜 날 혼자서 다님의 치료 방법을 찾으라고 보냈을까?”


근위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건 생각해 볼 만···.”


“내가 알려줄게. 애미뒤진 새끼야.”


그 순간 연님이 앞으로 박차고 나가 칼을 가로로 한번 휘둘렀고 근위대장이 황급히 땅에 칼을 박아 넣는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며 뒤로 쭈욱 밀려난다.


하지만, 반응하지 못한 근위대의 허리춤에서 피가 뿜어지고 상체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제법 쓸만하군. 대족장이 왜 갑자기 널 받아들였는지 알 것 같아.”


근위대장이 일어남과 동시에 상하체가 분리된 근위대를 쳐다보고 다시 연님을 쳐다봤다.


“지랄하네! 병신.”


“뭐, 뭐!?”


“씨발, 죽은자는 말이 없다는데 말이 왜 이렇게 많아?”


“뭐, 뭐라고 씨불이는 거야!? 내가 죽었다니!?”


“요즘 유행하는 말인데 몰라?”


“뭐, 뭐···.”


“너는 이미 죽어있다.”


“뭐라고!?”


근위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찬가지로 허리춤에서 피가 뿜어지더니 상체가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좆도 아니게 까불고 있어.”


이, 이 사람 괴물 아냐?


실력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는 입을 벌린 채 연님을 멍하니 쳐다봤다.


“뭘 봐? 사람 죽는 거 처음 봐?”


“아, 아뇨. 그, 그냥···.”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노예기사는 나보다 더하니까.”


“네!?”


“아, 됐고. 빨리 원로나 데려와. 안에서 뭘 하는 거야?”


“아, 알겠어요.”


원로의 집 문을 두어 번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희님과 동생은 어느새 또 잠에 들어 새근거리고 있고 원로는 자는 두 아이를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정말로 저 어린 사람이 자신의 아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고도의 연기일까?


정황상, 다님을 이용해 사람들을 반목하게 했으니, 연기라고 봐야 하겠지.


그래, 저건 연기다.


원로는 어린 사람을 단순히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써 사용하고 있는 거야.


생각을 마친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 원로의 손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가증스러운 연기는 그만하지, 그래?”


“연기?”


끝까지 시치미 떼는군.


“네 연극에 놀아줄 시간 없으니 순순히 따라와.”


거칠게 팔을 잡아끌자 따라오면서 두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


“내가 가면 저 아이들은?”


“어차피 가면이 벗겨진 마당에 뭐 하러 그런 연기를 하는 거야? 네가 언제 사람을 신경 썼다고?”


“연기? 그래, 연기든 뭐든. 저 아이들은 어떻게 할 거지? 그리고, 딸이 전해줬던 편지는 준에게 전해줬나?”


편지는 주인님이 받으셨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오기나 해!”


원로를 잡아끌고 연님의 앞에 데려다 놨다.


저항하지 않는 걸 보니 따라가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저, 연님. 저 아이들은 어떡하죠?”


“보나 마나 성은 아비규환일 텐데.”


“저 아이들을 두고 가면 난 절대 움직이지 않겠어.”


연님이 난처한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데리고 가지 뭐. 어차피 근위대장이 말을 끌고 왔으니까 내 앞뒤에 적당히···.”


갑자기 연님이 인상을 팍 쓰며 원로를 쳐다본다.


“야, 짐승.”


“네? 저 말씀이세요?”


“저 애들 사람이 맞는지 확인해 봐.”


짐승이··· 아니었는데.


“제가 보기엔 짐승이 아니었어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구, 군에 있으면 감이 좋은 짐승을 대상으로 훈련하거든요. 제가 받았고요.”


“그래? 난 또. 저 애들은 내 앞뒤에 태우고 가면 되겠다. 너무 여유 부렸네.”


연님이 집안에 들어가서 포대기를 이용해 각각 등과 배에 업는다.


“이 애들은 내가 데려갈 테니까 너는 원로를 챙겨.”


“네, 알겠어요.”


“뭐해?”


내가 멀뚱멀뚱 말을 쳐다보고 있자 연님이 짜증 섞인 투로 물어본다.


“저, 말 탈 줄 몰라요. 아시잖아요.”


“내가 그런 거까지 알려줘야 해?”


“내가 알아. 그러니까 내 등 뒤에 타.”


원로가 말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아, 그래.”


“먼저 가. 나는 뒤에서 따라갈 테니까.”


“이랴!”


원로가 박차를 가했고 말이 울음소리와 함께 앞으로 뛰어간다.


“··· 무슨 생각이야?”


“무슨 생각?”


“네 목적이 뭐냐고.”


“말했잖아? 짐승의 멸종을 바란다고.”


“밑도 끝도 없이?”


“밑도 끝도 없든 있든 난 신경 안 써.”


그렇겠지.


마땅히 설명할 거리를 찾지 못했으니까.


어설픈 이유를 댈 바에 입을 닫아버리는 게 백배 천배 낫지.


“네 진정한 목적은 위대한 강물에 있는 사람들을 반목시키는 거잖아.”


원로는 아무런 반응도 내지 않고 말을 몰기만 한다.


“정곡을 찔렸나 보지?”


“무슨 소리야?”


“다님을 지켜야 한다는 파와 이용해야 한다는 파로 나뉘게 만들어 갈등하게 하려는 속셈이잖아.”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 아, 그래서 근위대장이라는 적자가 날 죽이려고 했군.”


“그래, 근위대장은 짐승에게 아들을 잃었으니까 반드시 행동할 거로 생각했겠지.”


“어이가 없네. 그러니까 넌 지금 내가 온 짐승의 목숨을 담보로 사람들을 서로 싸우게 만든다. 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믿고 있었던 거였어?”


“그래.”


“미쳤군. 간이 아무리 커도 그런 모험을 하는 짐승은 없어.”


듣고 보니.


위험에 비해 얻는 게 그리 크지 않잖아.


내가 너무 지나친 억측을 했나?


그럼.


그렇다면 도대체 이 짐승의 목적이 뭐야?


뭘 얻으려고 그런 행동을 한 거야?


··· 설마.


진짜로 온 짐승을 멸종시키기 위해?


“너, 설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사실이니까 인제 그만 물어봐. 그리고··· 나도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싸울 줄은 몰랐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고?


왜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한데?


우리는 그 말을 끝으로 침묵으로 일관하며 성으로 달려갔다.



///



예상과는 달리 성은 아비규환으로 번지지 않았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만, 내성안의 일이라 소문이 많이 퍼지지 않았던 면도 있고, 경비단이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동요하는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다가가 단속했기에.


“우리 애들 일 잘하네.”


연님이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모든 근위대가 동조하진 않은 모양이에요.”


“그렇겠지. 우리가 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온 걸 보면 급하게 온 거야. 시간이 많이 없었을 테니까 동조할 사람을 모으기도 힘들었을 테고.”


그래서 서둘러 움직이지 않은 건가?


“죄송해요.”


“죄송? 뭘 죄송해?”


“근위대장의 아들이 짐승에게 죽었다고 했잖아요. 그거 말이에요.”


“뭐? 하하하!”


왜 웃지?


“야, 너 그 말을 믿었냐? 그 개도 안 믿을 소리를?”


아니야?


“그 사람 평생 독신이었는데 뭔 아들?”


응?


“그, 그럼, 아들이 죽었단 말은 뭔가요?”


“몰라, 거기 있던 근위대를 그렇게 설득했거나 제 딴에 조그마한 명분 같은 걸 섞고 싶었나 보지.”


그렇구나··· 라고 할 사항이 아닌 것 같았는데.


아무리 봐도 그건 연기가 아니었어.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 앞에 있던 짐승의 의중은 도대체 무엇이며, 내 옆에 있는 연님, 죽어버린 근위대장 그리고 주인님.


“내성문보인다. 빨리 가자.”


주인님은 왜 그렇게 애를 써가며 대족장의 딸을 구하려고 하실까?


평소엔 다른 사람의 일에 무심하도록 관심을 두지 않으시는 분인데.


살인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해?


단순히 대족장에게 의뢰를 받았기 때문에?


이곳에 더 이상 볼일이 없으신데 신의를 지켜서 뭐 하게?


그냥 도망가 버리면 될 텐데.


분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약속을 지키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원로의 말이 내 상념을 뚫었다.


“네가 개수작을 부리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었어.”


“개수작을 부리러 괴물의 아가리에 들어가는 놈이 있을까?”


“그건 모르는 거지. 넌 이미 미친 짓을 벌였으니까. 미친 짓을 처음 하기에는 어려워도 그다음은 쉽거든.”


“넌 아직도 날 못 믿는구나.”


믿을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까.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어떻게 원로가 된 거지?”


이 주제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서둘러 말을 돌렸다.


더 이상 머리 아픈 건 사절이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대족장의 딸이 깨어나면 제일 좋고, 아니라면···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해 봐야지.


내가 원로를 의심하든 하지 않든 나는 이 사항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어? 능력이 되니까 원로자리에 앉혔겠지.”


“역시, 넌 괴물을 조종할 수 있었군.”


“푸하하, 내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여튼, 그렇게만 알아둬. 그리고 다 왔으니까, 말에서 내려.”


근위대 중 하나가 우릴 맞는다.


“경비단장님, 어서 오십시오.”


“그래요, 근위대장님은 어디에 계시고 당신이 날 맞이하는 거죠?”


“저, 그게 갑자기 행방이···.”


“아, 시급한 일이 있으니, 그건 나중에 들을게요. 제가 없는 사이에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아뇨, 그 일이 있고 난 후로는 조용했습니다. 불안할 정도로.”


“알겠어요. 대··· 천님이 말했던 짐승을 찾아왔으니 저는 안으로 들어가 볼게요. 아, 이 아이들을 잠시 맡겨둬도 괜찮을까요?”


연님은 근위대가 뭐라고 할 틈도 주지 않고 자기 가슴과 등에 업힌 아이들을 내려놓는다.


“이 아이들은···?”


“경비단에 준 이라는 대원이 있을 겁니다. 그 대원에게 말하면 알아서 할 거예요.”


“아, 아.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 볼게요. 그럼, 이만.”


근위대가 멍청한 얼굴로 쳐다봤지만, 연임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를 쳐다본다.


“짐승, 너는 여기 남고 원로는 날 따라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보고 싶은데.


하는 수 없이 앞에서 대기한 채 안으로 들어가는 연님과 원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볼 법도 하건만 원로는 무심히 궐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



연임과 원로가 들어간 지 제법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경과가 없다.


“추, 충성!”


별안간 어리바리해 보이는 남자 사람 하나가 나타나 아무도 나를 제외한 누구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음에도 허공에 경례를 날렸다.


큰소리에 근위대가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보지만, 경비단의 복장을 확인하곤 다시 눈길을 돌린다.


그중 우리를 맞았던 근위대가 무슨 생각이 난 건지 남자에게 다가간다.


“어떻게 왔어?”


“그, 그게 이곳에 제 동생들이 있다고 해서···.”


“오빠!”


여태껏 잠만 자고 있던 아이들이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깨어나 달려든다.


원로가 부탁했던 중이라는 아인가 보네.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아, 짐승의 새끼?”


근위대가 비웃으며 준을 쳐다봤다.


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자기 다리에 달라붙은 동생들을 끌어안는다.


“제, 어, 어머니는···.”


“이것 봐라? 진짜 짐승을 어미로 아나 보네?”


준이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깨문다.


끼어들어야 하나?


내가 끼어들면 상황만 더 악화하게 하는거 아닌가?


끼이익-


고민에 휩싸인 와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근위대가 재빨리 자세를 잡고 온 신경을 문에 집중한다.


나오는건 연님.


나는 재빨리 연님에게 다가갔다.


열린 틈으로 뭐라고 볼 수 있을까 봐.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 어떻게 됐어요?”


“잘됐어.”


“네?”


“잘됐다고. 그러니까 짐 싸.”


“지, 짐을 싸라고요?”


“그래. 우린 바로 여길 떠날 거니까.”


이렇게 도망치듯이?


아무리 갈 길이 바쁘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우리?


“아니, 짐 쌀 필요도 없겠어. 근처에 보급할 곳이 있으니까 거기서 하면 돼.”


이윽고 주인님이 나오셨다.


피곤하신 듯 표정이 좋지 않으시다.


“가지.”


나는 그렇게 의문에 대한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하고 도망치듯이 성을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10월 1일에 업로드할지 안 할지 모르겠어요


안 할 가능성이 높긴 한데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1) 읽으시는분들은 이번주 업로드는 이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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