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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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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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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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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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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DUMMY

-짐승-



“엄마!”


엄마라는 소리가 들리자 선님은 휘두르던 칼을 급히 멈추고 희를 쳐다본다.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요!”


희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선님을 때린다.


“엄마? 너, 너 지금 이 짐승보고 엄마라고 했어?”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요!”


희가 선님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선님에게 팔을 휘둘렀다.


“일단··· 상황을 봐야겠소.”


어느새 가까이에 온 주인님이 선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씀하셨다.


“어, 어? 그래 알았어.”


선님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주인님의 손길에 따라 뒤로 물러났다.


“엄마, 엄마. 괜찮아요?”


“그래, 엄마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렴.”


저 짐승이 희의 엄마라고?


짐승이 사람을 낳을 리는 없고.


데려다가 키운 거라는 건가?


왜? 설마 탈을 얻을 목적으로?


“짐승, 우리는 얘기를 나눠야겠군.”


나를 보고 말씀하는가 싶어 주인님을 쳐다보니 내가 아닌 엄마라고 불린 짐승을 향해 말씀하셨던 모양이다.


“네. 알겠어요. 우선 이 아이를 진정부터 시키고···.”


“아니! 네가 안에 들어가서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선님이 신경질적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우리 엄마한테···.”


희가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엄마는 그런 희를 다독인다.


“아가, 나는 괜찮단다. 잠깐 저 사람분들과 얘기를 하고 올 테니 얌전히 있을 수 있겠지?”


“하, 하지만···!”


“우리 희는 착한 아이지?”


엄마가 희를 똑바로 보며 묻자 희는 어쩔수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좋아. 안으로 들어가렴. 가실까요?”


선님이 엄마를 위협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인지 태연히 행동하며 주인님과 선님을 이끌었다.


우리는 근처의 빈집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채 서로를 쳐다봤다.


선님은 상황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모습이다.


주인님은··· 주인님은 평소의 표정과 다른 바 없다.


“말해. 어떻게 된 건지.”


“네. 우선, 제가 저 아이들을 거둔 경위부터 얘기하자면···.”


엄마의 이야기가 끝나자 선님은 콧방귀를 뀌었다.


“너는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지껄인 거야? 짐승이 사람의 아이를 거둬 기른다고? 이 씨발새끼야. 차라리 범이 곶감을 먹는다고 해라.”


“선, 일단. 진정하시오.”


“너는 지금 저 새끼가 한 말을 믿을 수 있어? 사람의 자리를 빼앗겠다고 온갖 개지랄을 하는 새끼들이 어린 사람이 불쌍해 기르고 있다고?”


“모든 짐승이 그런 건 아니잖소? 저 짐승이···.”


“너 지금 저 새끼 편드는 거야!?”


선님이 주인님의 말을 끊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너도 지금까지 봤잖아! 짐승 새끼가 사람한테 무슨 짓을 하는지 말이야! 그런데 짐승을 두둔하고 싶어? 너 제정신이야!?”


“선.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됐어! 그래, 네 뜻대로 할 테니까 너 알아서 해!”


선님이 주인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주인님의 표정이 살짝, 아주 살짝 일그러졌다.


그리고 저건 몹시 화가 났다는 뜻이다.


“죄송해요. 제가···.”


“입 다물어. 토막 내서 개밥으로 던져주기 전에.”


주인님이 눈을 감고 이마를 짚은 채 말했고, 지금까지 동요하지 않던 엄마가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굳어버렸다.


주인님은 그렇게 꽤 긴 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똑똑.


“엄마, 안에 있어요?”


침묵을 깨는 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대답하지 않고 주인님의 눈치를 살핀다.


주인님은 그런 엄마의 시선을 느낀 모양이신지 고갯짓으로 문을 가리킨다.


“그럼, 엄마는 괜찮단다. 무슨 일 있니?”


“그 사람들 또 왔어요.”


그 사람들?


“아, 알았다. 어서 가보자.”


엄마가 표정을 굳히더니 다시 한번 주인님의 눈치를 보고 문을 열었다.


“괜찮으세요?”


“그래, 엄마는 정말 괜찮으니 어서 가보자. 그 사람들 화내기 전에.”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선이 어디 있는지도 알아보고.”


“아, 네, 네.”


주인님의 말씀에 나도 집을 나서 엄마를 따라갔다.


내가 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엄마가 몸을 돌려 날 쳐다본다.


“오지 마세요. 오면 당신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거예요.”


“명령을 받은 거라서요. 저는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알겠어요. 부탁이니 저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나서지 마세요.”


“네.”


대충 상황을 보니 해코지하러 온 거 같은데.


거리가 멀지 않아 희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앞엔 판금 갑옷을 입은 사람 하나와 가죽 갑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오는 걸 알아챈 것인지 몸을 돌려 우리를 쳐다본다.


“어라, 짐승이 하나 더 불었네?”


가죽 갑옷을 입은 남자 사람이 간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짐승은 저와는 상관없는 짐승이에요.”


“그건 보면 알겠지. 자, 빨리빨리 하자고. 네 큰아들이 몸 성히 있는걸 원하면 말이야.”


가죽 갑옷이 손바닥을 내보이며 무언가를 요구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에 있어서.”


엄마가 판금 갑옷과 가죽 갑옷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판금 갑옷은 기사고, 가죽 갑옷은 부하 정도로 생각하면 되나?


얌전히 기다리기 심심했던 건지 가죽 갑옷이 내게 시선을 돌려 이리저리 살펴본다.


“어이, 너 여기 왜 왔어? 뭐 떨어진 거 주워 먹을 게 있나 싶어서 온 거야? 더러운 짐승 새끼. 퉤!”


가죽 갑옷이 내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고 가래가 얼굴을 타고 주르륵 떨어진다.


“헤헤, 네 맞아요.”


나는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가죽 갑옷의 말에 대답했다.


“제법 눈치가 있는 놈이네. 오늘 이 기사분의 기분이 좋아서 봐준다. 야! 빨리 나와!”


싱겁게 반응하자 흥미를 잃은 듯 내게 관심을 끄고 엄마를 재촉했다.


“빨리 안 나오면···. 어라? 킁킁.”


가죽 갑옷이 과장되게 냄새를 맡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형님. 어디서 고깃국 냄새 안 나요?”


“난다.”


“그렇죠? 이거 고깃국 맞죠?”


아까 설렁탕.


“이것들 봐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감히 사냥을 해?”


가죽 갑옷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곧바로 엄마가 나와 가죽 갑옷에 주머니를 내민다.


가죽 갑옷은 주머니를 품에 넣고 엄마의 어깨를 거칠게 민다.


“야, 이 겁대가리 없는 새끼야. 네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네 뚫린 코는 냄새 맡는 기관이 아닌가 봐?”


“아···. 한 번만 봐주세요. 네?”


엄마는 가죽 갑옷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는지 황급히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었다.


“보자보자, 내가 널 지금까지 봤는데 넌 사냥할 실력이 없어. 그런데 고기가 생겼다?”


가죽 갑옷이 날 쳐다본다.


“네가 사냥했구나?”


“저는 주인님의 허락을 받고···.”


“주인? 주이인? 너한테 주인이 있다는 말이야?”


“네.”


나는 목을 쭉 빼 목에 걸린 표식을 보여주었다.


“이 새끼 봐라? 너 그거 어디서 훔쳤어?”


“저는 훔친 게 아니라···.”


가죽 갑옷은 내 말을 마저 듣지 않고 칼을 빼 들어 내게 휘둘렀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 나는 다급히 뒤로 물러나 공격을 피했다.


“피해? 지금 내 칼을 피한 거야? 오냐,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지금 뭐 하는 거요?”


가죽 갑옷이 다시 내게 달려들어 칼을 휘두르려고 하는데 뒤에서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죽 갑옷은 공격을 멈추고 건들거리며 주인님을 쳐다본다.


“너는 또 누구야?”


“왜 내 짐승을 공격하는 거지?”


“뭐야? 진짜 네 주인이 있었어?”


가죽 갑옷이 주인님과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리곤 다시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주인님을 보고 입을 연다.


“당신 짐승이 사냥한 건 알고 있어?”


“알고 있소.”


“아무리 네가 허락했다고 해도 짐승에게 사냥을 시키다니. 도중에 다른 짐승한테 빼돌리면 어쩌려고?”


“내가 알아서 할 일이오.”


주인님의 무뚝뚝한 말투에 가죽 갑옷의 비열한 웃음이 깨졌다.


“보상을 해줘야겠어.”


“내가 왜?”


“아니, 그렇잖아? 저 짐승 놈이 고기를 빼돌렸고 그 빼돌린 고기를 처먹은 짐승이 이렇게 날뛰고 있으니 말이야.”


“저, 저는 안 빼돌렸어요.”


“이 새끼가 사람이 얘기하고 있는데!”


가죽 갑옷이 품에 있는 단검을 내게 던졌다.


하지만 실력이 그리 좋지 않은 모양인지 칼 끝이 아닌 자루가 내 몸을 찔렀다.


“크흠, 어쨌거나 보상을 해야겠어. 저기 저 형님 판금 갑옷 보이지? 아니다. 너는 내가 상대할 수 도 있을 거 같은데?

얼마나 실력이 없으면 짐승한테 사냥을 맡기는 거야? 형님. 제가 손 좀 봐줘도 될까요?”


“알아서 해.”


판금 갑옷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것처럼 느낀 것인지 바닥에 앉으며 말했다.


“날 즐겁게 하면 평소의 두 배로 주지.”


“하하! 감사합니다. 형님!”


가죽 갑옷이 판금 갑옷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말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내가 널 꼭 죽여야겠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죽 갑옷이 주인님에게 달려들었다.


“미안하니까 목은 한 번에 날려줄게!”


가죽 갑옷이 아주 정직하게 주인님의 목을 향해 칼을 가로로 휘둘렀다.


금방이라도 주인님의 목이 달아날 것 같았지만, 어느새 단검을 빼내어 목을 향해 내지르는 칼을 막으셨다.


“응? 보기보다 제법 실력이 있네?”


자신의 휘두름이 막히자 가죽 갑옷이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칼을 회수했다.


“안 되겠다. 너는 고통을 좀 맛 봐야··· 끄아악!”


어느새 주인님이 달려들어 가죽 갑옷의 정강이를 걷어 차버렸다.


뼈가 부러진 것인지 정강이가 부자연스럽게 꺾이며 자리에서 허물어진다.


가죽 갑옷은 주인님의 공격 한 번으로 투지를 잃어버리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절뚝이며 판금 갑옷에게 향한다.


“혀, 형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이 놈 보통이 아닙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판금 갑옷이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칼을 뽑아 드는데, 주인님은 그런 판금 갑옷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신다.


“칼 뽑으면 너도 죽는다.”


투구에 가려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침을 꿀꺽 삼켰을 게 분명하다.


“혀, 형님! 아우가 이딴 놈에게 당하고 있습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가죽 갑옷의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판금 갑옷은 주인님의 기세에 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주인님이 가죽 갑옷에게 달려들어 어깨로 받아버린다.


가죽 갑옷의 허리가 비정상적으로 뒤로 꺾이며 척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주인님은 만족하지 않고 가죽 갑옷의 부러진 허리를 붙잡아 들어 올린 후 땅에 꽂으셨다.


가죽 갑옷의 목이 90도를 넘어 뒤통수가 닿을 정도로 꺾여 부러진다.


죽음이 확실해졌건만 주인님은 더 나아가 가죽 갑옷의 양다리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머리를 짓밟아 터뜨려버리셨다.


으깨지다 만 뇌와 오른쪽 눈인지 왼쪽 눈인지 알 수 없는 눈알 하나가 끝에 알 수 없는 살점을 뒤에 달고 자유를 만끽하는 양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주인님은 죽어버린 가죽 갑옷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다리를 내팽개치고 판금 갑옷에게 걸어간다.


떨고 있는 건지 갑옷이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네 동생이 죽어서 분한가?”


“아, 아닙니다! 저놈은 제 동생이 아닙니다! 저놈이 아무 이유 없이 저한테 형이라고···.”


판금 갑옷은 덜덜 떨며 가죽 갑옷과의 관계를 부정했다.


주인님은 그런 판금 갑옷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신 채 가만히 쳐다보신다.


“너는 선이 어디 있는지 찾아.”


“네, 네!”


나는 부리나케 우리가 음식을 해 먹었던 여관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비명이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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