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무적가주의 증표(證票) (1)
“ 어이, 가주, 어서 오시게. 간 일은 잘 되었고?”
“ 네. 모용가주님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잘 되고 있네요. 근데, 누구신지? ”
“ 인사 하시게. 개방의 방주 사제로 요녕 분타주를 맡고 있는 신풍개라고 하네.”
집사 할아범이 자신을 소개하는 동안 신풍개는 무적가주의 전신을 예리한 눈매로 살피고 있었다.
‘ 무공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마군자 선배가 아랫사람으로 있지? 뭔가 이상해’
속으로 무럭무럭 솟아나는 궁금증을 뒤로 밀어 보내고 포권을 취하며 말문을 열었다.
“ 저는 마군자 선배의 소개대로 요녕 분타를 맡고 있는 신풍개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 아, 네. 중원에 들어와 처음 뵙는 개방도 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무적가의 가주
을지 문준이라고 합니다. 저희 식구를 소개 드려야 겠군요. 방금 말씀 하신 분이 저희 무적가의 집사직을 맡고 계시고 저 깃발 옆에 있는 사람이 병부주, 그 옆에 계신 낭자는 지부주, 그 옆에 있는 두 남녀는 당문의 당대희, 서영 남매 입니다.”
무적가의 식구들이 가주의 주위로 모이며 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 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무적가의 지(智)부를 맡고 있는 제갈 문희라고 합니다. 신풍개 선배님의 위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 어, 제갈 문희라면 제갈 지화 라고 불리는…… 그런데, 왜 여기에?”
“ 저는 병 (兵)부를 맡고 있는 김 무성 이라고 합니다.”
“ 당문의 당대희라 합니다.” “ 당문의 당서영 이라고 해요.”
‘ 이게 도대체 뭐야? 마군자 선배는 뭐고 제갈 지화는 또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리고, 당대희는 죽었다고 알려 졌는데 멀쩡하고 독중화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기로 유명한데, 어떻게 같이 있는 거지? 이 무적가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이야?’
“ 사부.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우. 안녕 하쇼, 나는 여기 있는 신풍개를 사부로 모시고 생 고생하는 조동이라고 하오. 아직 별호는 없수.“
갑자기 조동이 제자리에 주저앉자 그 위로 신풍개의 솥뚜껑 만한 손이 휭 지나간다.
“ 맨 날 맞는 줄 아나.” 하며 씨익 웃는데, “ 펑 “ 소리와 함께 신풍개의 두 발이 조동의 등짝에 틀어 박히며 저 만치 날아 간다.
“ 어디,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데 나서고 지랄이야!”
“ 참 사이가 좋은 사제 지간 이신 것 같네요.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제가 뭐 도울 일이라도 있나요?”
문준의 질문에 신풍개가 바로 입을 연다.
“ 내가 원래 방주의 사제로 총단에서 구르고 있어야 되는데, 이 놈의 호기심이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아 이렇게 무적가주를 뵙게 되는 구먼요.”
“ 저 보다 연배가 훨씬 많으신 것 같은데 말씀 놓으셔도 됩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말을 받는다.
“ 그래, 정말 고마우이. 내 한가지 무적가주에게 부탁이 있네.”
집사 할아범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넉살 좋게 말을 잇는다.
“ 아까 이야기 했다시피 난 궁금증이 생기면 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데, 나 좀 데리고 다닐 수 있나? 당분간만이라도……..”
“ 아니. 사부! 여기는 어떻게 하고 또 떠나려구? 방주님이 알면 가만 안 계실 텐디.”
몸에 묻는 먼지를 툭툭 털며 일행 쪽으로 오다 신풍개의 이야기를 듣고 쌔앵 하니 달려 왔다.
“ 여기는 당분간 니가 맡고 난 하늘이 두 쪽나도 여기를 따라 갈 테니까 사형 한테는 니가 알아서 잘 알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문준이 집사 할아범에게 눈길을 주자 집사 할아범이 어깨를 으쓱 하며 알아서 하라는 몸짓을 한다.
“ 제 일행에게 해가 되는 일만 하지 않으면 동행을 허락 하겠습니다. 만일, 조금 이라도 제 일행 에게 위해가 가해 진다면 바로 헤어지는 것으로 하지요.”
“ 알았어…요!”
호기롭게 문준에게 반말을 하다 집사 할아범과 눈이 마주치자 말끝이 흐려진다.
전각 쪽에서 여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일행에게 다가 오다 신풍개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목례를 하고는 문준에게 이야기 한다.
“ 모용 가주님이 모든 제반 사항 준비가 다 끝났으니 모시고 오라 십니다.”
“ 집사 할아범, 같이 가요.”
“ 나는….요?” 라고 나서는 신풍개에게 문준이 말한다.
“ 저희 와의 동행은 여기 요녕 성 내를 벗어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단호한 무적가주의 말에 신풍개가 풀이 죽어 이야기 한다.
“ 다녀 오시게.”
문준이 집사와 함께 모용승이 있는 전각 안에 들자 모용승이 반갑게 맞이 한다.
“ 무적가주님, 집사님! 어서 오시지요. 이제 어느 정도 일의 준비가 다 끝난 것 같습니다.”
“ 네, 모용가주님의 덕분으로 여러 달이 걸릴 일을 이삼일 안에 다 마칠 것 같네요. 어제 밤 새 돈일, 돈이 형제에게 제 가문의 침술에 대한 책자와 요령을 가르쳤으니 저도 제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군요. 아, 한가지가 남았네요.”
“ 그것이 무엇 인지요? “
“ 직접 보시는 것이 낫겠지요. 죄송 하지만 요녕 성 내 백성들과 관리들을 여기 연무장에 모으실 수 있는지요? 되도록 이면 요녕 성 내 관리들은 다 모았으면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까요?”
“ 내일 오전 중에 초대 형식으로 모이게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럼, 부탁 드립니다, 모용 가주님 “
“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닐런지요? “
“ 가주님께 절대 해가 되는 일은 아니오니 저를 믿어 주시지요.”
“ 제가 무적가주님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나오는데 집사 할아범이 묻는다.
“ 어렴풋이 가주의 생각을 알 것 같은데, 그게 맞나? “
“ 아마 맞을 거예요, 크크. “
“ 내일 아주 재미 있겠구먼, 클클클”
날이 밝자 모용세가의 연무장에 천막과 의자들이 자리를 잡으며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기 시작 했다.
“ 나라에서도 못 하는 일을 모용세가에서 하시니 제가 장안(長安)에 소식을 넣어 상을 받도록 힘을 써 봐야 겠군요, 껄껄껄.”
“ 성주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려, 허허허.”
서로간의 덕담이 오고간 후 자리들을 잡자 무적가주가 연무장 한 가운데로 걸어 나오는데,문준의 전신에서 다른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유형화된 기운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 어, 누구지? “ “ 글쎄, 누구지, 모용세가에 새로운 무사인가?”
관리들이 어수선해지자 모용승이 자리에 일어나 소개를 한다.
“ 이 모든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의가를 제안하고 추진해 주신 무적가의 가주님 이십니다.”
일제히 연무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을지문준에게 쏠리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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