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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연재수 :
1,0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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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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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47,234

작성
21.01.07 19:42
조회
2,215
추천
77
글자
11쪽

최악의 날, 최고의 날

DUMMY

뢰프 중령이 한스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가 전차 소대를 통솔하는 것으로 아는데 왜 바그너 상병에게 존칭을 쓰나?”


“아 그것이···바그너 상병이 저보다 나이도 많아서..”


뢰프 중령이 단호하게 말했다.


“군에서는 계급을 칼같이 지켜야 하네. 한스 파이퍼 하사. 자네의 실력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네. 하지만 통솔력을 갖추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네.”


‘토···통솔력?’


한스가 어안이 벙벙해하자 뢰프 중령이 한스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서 너 명 정도 조직이라도 군대에서는 정확히 서열을 정해두고 그에 따라서 위계 질서가 바로 잡혀야 하네. 하물며 자네가 이끌고 있는 전차 소대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네. 앞으로는 자네가 상상도 하지 못할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수 있네. 그 때 자네가 통솔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평소부터 미리 규율을 다져놔야 한다는 말일세. 어떤 돌발 상황에서라도 자네가 저들을 모두 지휘해야 한다 그 말일세. 알아 들었나?”


“네! 알겠습니다!”


뢰프 중령이 자리를 떴고 한스는 여기 저기서 따사롭게 불빛이 보이는 이 작은 마을을 느긋하게 관찰했다. 전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주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우리는 죽을 고생을 하는데 누구는 편하게 일상을 즐기고 있군..’


그 때, 마을 이장이 한스에게 말했다.


“거 참 고생이 많으시군요.”


“아···아닙니다.”


“우리 집에 와서 포도주나 한 잔 하겠습니까?”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한스는 거절하기도 뭣해서 사람 좋아 보이는 이장의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아까 전에 보았던 그 미인이 집에서 식탁을 차리고 있었다. 이장이 말했다.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시죠.”


“감사합니다.”


한스는 허겁지겁 배 속에 음식을 쑤셔 넣었다. 앞에 아까 보았던 그 흑발의 미인이 앉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장이 조금 밥을 먹다가 이야기했다.


“잠깐 헛간에 가서 가축들을 보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 디저트도 편히 드시고 계십시오.”


“아···네···”


식탁에는 그 흑발의 여자와 한스 둘만이 어색하게 남아 있었다. 그 여자가 한스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한스는 어색해서 고개만 쳐 박고 다 먹은 그릇만 숟가락으로 긁어댔다. 그 여자가 프랑스 어로 말했다.


“불어를 할 줄 아시나요?”


한스는 김나지움에서 불어를 배웠기 때문에 대충 여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 할 수 있습니다.”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쟁에서 싸우는 것은 힘들지 않으세요?”


“뭐 저보다 제 동료들이 고생하죠.”


여자는 자신의 그릇을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한스의 다 먹은 접시를 치우고는 한스 옆 자리에 앉아서 턱을 괴고 한스를 바라보았다. 한스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여자는 한스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


“참 잘생기셨네요. 저희 아버지는 늦게 올 거에요.”


한스는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는 당황해서 눈을 돌렸다.


‘뭐···뭐지?’


한스는 엠마를 안아본 경험은 있었지만 살아생전 여자가 이렇게 들이대 본 적이 없었기에 무척 당황했다. 순간, 한스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버지가 딸을 군인이랑 단둘이 두고 집을 나가지?’


그 순간, 한스는 온 몸이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는 여자가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한스는 여자가 경계하지 않도록 태연한 척 하면서 집의 구조를 머리 속으로 생각했다.


‘저 쪽 화장실···그리고 저 쪽에 옷장···’


한스가 말했다.


“저도 이렇게 아름다운 분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여자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저는 모든 독일 군인을 싫어하진 않아요. 저희 프랑스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들이 우리 땅을 침범하고 빼앗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라면 말이 통할 것 같네요?”


이제는 더 볼 것도 없었다. 한스가 여자를 안심시키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한스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여자가 싱긋 웃으며 한스의 군복에 손을 갖다 대며 말했다.


“저는 담배는 피우지 않아요. 이게 그 훈장이란 건가요?”


한스가 여자의 손을 살포시 잡으며 말했다.


“숙녀분, 잠시 바깥에서 담배 좀 피우고 오겠습니다.”


여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


“빨리 와 주세요.”


한스는 태연하게 집 밖으로 걸어나가서 담배를 피웠다. 마침 저 쪽에 보초를 서는 독일 군인이 있었다. 한스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그 독일 군인에게 손짓을 해서 불러서 속삭였다.


“이 집 여자 스파이네. 집 안에 화장실, 침실, 그리고 옷장 안에 놈들이 숨어있을 수 있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백 프로야. 빨리 권총으로 무장해서 다른 군인들을 불러와!”


한스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슬쩍 권총을 장전시켜두었다. 그리고는 담배를 끄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서 여자에게 미소 지었다.


‘옷장에 최대 두 명···화장실에는···침실 쪽에도..’


여자가 말했다.


“담배를 참 오래 피우시네요.”


“숙녀분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침대에서 편히 쉬셔도 좋아요.”


한스는 초조해졌다.


‘이 자식들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전 숙녀분과 대화를 조금 더 하고 싶군요. 개인적으로 숙녀분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서요.”


그 검은 머리에 프랑스 미녀가 조소 같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러죠. 저에 대해 뭐가 그리 궁금하세요?”


밖에서 군화소리가 들렸고 한스가 숙녀의 눈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집 안에 몇 명의 프랑스 병사를 숨겨 두었는지..”


그 순간 독일 군인들이 발로 대문을 걷어 차고 들어왔다.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마치 걸렸다고 일부러 신호를 주는 것 같았다. 한스는 권총으로 옷장 쪽으로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타앙! 탕! 타앙!


“침실이랑 화장실 쪽에 있을 거야!”


한 독일 병사가 발로 침실 문을 걷어찼다. 그 안에 있던 프랑스 병사가 권총으로 로빈에게 총을 쏘았다.


탕!


“아아악!!”


로빈이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울부짖었고 이 모습을 본 분노한 독일 병사가 기관단총을 갈겼다.


타타탕 타타타탕


프랑스 병사가 총을 맞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바닥에 쓰러졌다. 여자가 소리쳤다.


“오빠!!”


한스가 소리쳤다.


“화장실도 있을 거야!!”


독일 병사가 화장실 문 밖에서 기관단총을 갈겨댔다.


타탕 타타타탕


그리고 발로 걷어 차서 문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총을 맞고 신음하는 프랑스 병사가 둘 있었다. 한 독일 병사가 말했다.


“이 징그러운 놈들···”


“빌어먹을···”


집 밖에서도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났다. 독일 병사들이 재빨리 그 쪽으로 달려갔다. 뢰프 중령이 소총 소대로 숨어있던 프랑스 병사들을 잡아낸 것 이었다. 그 프랑스 병사들은 총 뿐만 아니라 낫도 들고 있었다. 만약 방심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기도 끔찍했다. 뢰프 중령은 그 포로들을 즉결 처형하기로 했다. 그 때, 요나스를 보고 한스가 외쳤다.


“요나스! 전차들은 무사하지!”


“물론이야!”


니클라스가 한 프랑스 포로를 발로 후드려 까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 오늘 네놈들 모두 처형될 거야! 네놈들 다 뒤진다고!”


한스는 머리 속으로 아까 그 프랑스 여자가 떠올랐다.


‘내가 알 바 아니지.’


뢰프 중령이랑 독일 병사들이 마을 이장을 잡아 왔다. 그 마을 이장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상태로 질질 짜며 애원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제 딸년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꾸민 일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한 독일 병사가 프랑스어로 외쳤다.


“저딴 여자가 뭘 안다고 이런 일을 꾸민다는 거야! 네 놈이 꾸민 거잖아!”


마을 이장이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정말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 딸년만 죽이세요. 아주 고얀 년입니다! 전 진짜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프랑스 여자는 증오의 눈빛으로 독일 군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독일 병사들이 말했다.


“그냥 이 자식들 다 처형시켜요!”


한스는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가게에서 술을 외상으로 사오라고 어린 한스를 두들겨 패며 심부름을 시켰다. 가게 주인은 나중에 외상값을 받으러 한스의 집을 왔지만 한스의 아버지는 한스를 두들겨 패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게 주인은 혀를 차며 외상값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한스가 말했다.


“여자는 살려두죠.”


한스의 말에 몇 독일 병사들이 꺽꺽대며 웃었다.


“뭐? 뭘 하려고 여자만 살려둬?”


뢰프 중령이 말했다.


“이런 여자를 살려두면 나중에 또 비슷한 수법을 저지르겠지. 하물며 우리가 저 여자의 오빠를 죽였는데 복수를 안 할 것 같은가?”


그 여자는 여태껏 독일 군인들이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독일 병사들을 보고 있었다. 한 독일 병사가 말했다.


“남자 포로들은 안 저러는데 저 여자는 뭘 믿고 저럴까?”


몇 독일 병사가 저속한 욕을 내뱉었고 한스는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떴다.


‘내가 알 바 아니야.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빌! 전차 정비하러 가자!”


한스와 빌이 전차의 시동을 켜고 안에서 몸을 녹였다. 빌이 말했다


“진짜 천만 다행이야···우리 쪽 사상자는 없지?”


그 때, 마을 저 쪽에서 총성이 여러 번 울리며 비명 소리가 멈추었다.


한스가 대답했다.


“이등병 하나가 손가락 두 개가 날라갔는데 그 외엔 부상자도 없어. 그 친구는 아마 고향으로 돌아가겠지. 방아쇠도 못 잡는데.”


빌이 중얼거렸다.


“운이 좋네.”


로빈은 일주일 뒤, 손에 붕대를 감고 고향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머니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


“로빈!!”


어머니가 달려와서 로빈을 껴안으며 얼굴을 살폈다.


“어···어떻게 된 거니? 휴가 나온 거니?”


“아니에요! 전 이제 안 싸워도 됩니다! 집에서 계속 쉴 수 있어요!”


로빈의 어머니는 로빈을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로빈의 손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다.


“으흑···으흐흑···.”


로빈이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제가 운이 엄청 좋은 거에요! 전 이제 다시 전쟁에 안 나가도 된다구요! 더 심하게 다친 병사들이 많아요. 다들 저보고 행운아라고 했는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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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역사의 흐름 +12 21.01.11 1,918 65 11쪽
103 패배 +9 21.01.11 1,957 70 11쪽
102 탈출 훈련 +7 21.01.10 1,874 61 11쪽
101 아놀드 중위 +13 21.01.10 1,945 61 11쪽
100 연막 속 전투 +13 21.01.09 2,002 65 11쪽
99 마크 A 휘핏 +7 21.01.09 2,002 63 11쪽
98 달리는 기관총 +6 21.01.09 2,126 68 11쪽
97 패튼 +7 21.01.08 2,245 68 11쪽
96 병실 조크 +20 21.01.08 2,197 71 11쪽
» 최악의 날, 최고의 날 +17 21.01.07 2,216 77 11쪽
94 위화감 +17 21.01.07 2,207 75 11쪽
93 2020년 겨울 +11 21.01.06 2,286 65 11쪽
92 철조망 +8 21.01.06 2,035 77 11쪽
91 눈보라 속 전투 +11 21.01.05 2,047 74 11쪽
90 기습 +6 21.01.05 2,093 67 11쪽
89 쌩고생 +4 21.01.04 2,150 71 11쪽
88 갈대밭 +14 21.01.03 2,245 73 11쪽
87 한스 훈장을 받다 +10 21.01.03 2,391 73 11쪽
86 비둘기 +5 21.01.02 2,118 64 11쪽
85 담배 몇 개피 +6 21.01.02 2,119 72 11쪽
84 엄폐 +7 21.01.01 2,129 67 11쪽
83 용기 +9 20.12.31 2,186 72 11쪽
82 자주포 +9 20.12.30 2,203 73 11쪽
81 삽질 +1 20.12.30 2,174 74 11쪽
80 남부 전선 +4 20.12.29 2,201 75 11쪽
79 알력 다툼 +5 20.12.29 2,197 78 11쪽
78 전쟁 범죄 +5 20.12.29 2,255 72 11쪽
77 뮐러 씨의 취미 생활 +19 20.12.29 2,266 69 11쪽
76 베를린의 개츠비 +13 20.12.28 2,250 65 11쪽
75 탈출 성공! +9 20.12.28 2,244 7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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