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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님의 서재입니다.

돛대 없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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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냐
작품등록일 :
2022.05.27 23:51
최근연재일 :
2022.12.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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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6,472

작성
22.06.2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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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무괴의 본능, 본성

DUMMY

“음······저게 무괴의 본능인거군요. 지원, 어떡하죠?”


찬호가 물었다.


지원은 이마에 손가락을 짚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아주 난감한 고민에 빠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원은 당장에 어떤 뾰족한 수법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대장의 무능력을 탓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무괴에 대해 지원보다 못하면 못했지 결코 더 나은 이해를 갖추지 못했다. 사실, 전 세계의 해양생물학 석박사들을 싹 다 긁어와도 한창 싸우기 시작한 무괴들을 말릴 방법 같은 걸 아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결국 지원은 자신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이 상황을 타개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찬호, 츠카, 일단 갑판 아래에서 연료통을 꺼내주십시오. 비어있는 것 하나와 어제 쓰다 남은 것으로.”


찬호는 조종실에서 여분의 램프와 성냥을 가져왔다. 지원은 찬호와 츠카가 끙끙거리면서 연료통을 위쪽으로 옮기는 동안 그들의 위에서 램프의 빛을 비추어 주었다. 동시에 계속해서 기르불의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기르불에 의하면, 타카슬을 포함한 4마리의 무괴들은 서로를 전부 다 적으로 여겨 네편내편 할 것 없이 닥치는대로 물어뜯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계속해서 수면으로 밀어붙였는데, 바다 안에서 수면은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는 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지원은 그 중 타카슬만을 몰래 빼내야 했다. 피냄새에 흥분한 무괴들은 지금쯤 판단력이 아주 흐려졌을 것이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찬호와 츠카는 연료통을 갑판 위로 올렸다. 찬호는 힘들어하면서 망토를 벗어 시원한 바람에 땀을 말렸다. 지원은 찬호의 맨몸을 보지 않기 위해 뒤로 돌았다.


지원은 무괴들이 싸우는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그저 기르불이 보는 것을 전해듣기만 할 뿐이었지만, 그들이 격렬하게 싸우면서 내는 요란한 물소리와 가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까지 내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는 소름끼치도록 잘 들렸다.


그때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지원에게 츠카가 걱정스레 물었다.


<이걸로 어떡하려고? 설마 기르불한테 쓸 건 아니지?>


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지원은 천천히 뒤를 돌았다. 찬호는 여전히 망토를 나풀거리면서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츠카를 내려다보았다.


“츠카, 지금 타카슬과 연결되어 있습니까?”

<어? 어어. 지금 우리 말 다 듣고 있어. 무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화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일부러 안 들려주고 있는데 엄청 험악한 말들만 하고 있어.>

“연결 끊으십시오. 기르불과 루니와 찬호에게만 연결하세요.”


츠카는 루니와 함께 타카슬에게 열려 있던 텔레파시를 닫았다.

지원이 타카슬을 제외한 일행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무괴들의 싸움을 말릴 겁니다. 타카슬이 죽기 전에 서둘러야 하니 빠르게 말하겠습니다.

첫째로, 저 비어있는 연료통을 밧줄에 묶어서 배 주변에 매달아둘 겁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석유 냄새가 무괴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둘째로는 저 가득찬 연료통을 루니와 츠카가 들고 공중에서 무괴들에게 뿌려야 합니다. 석유는 물에 뜨기 때문에 수면 근처에서 싸우는 무괴들 사이사이에 골고루 섞일 겁니다. 기르불은 여기서 선상으로 귀환합니다. 석유는 당신한테 해로우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석유에 불을 붙이는 건데, 조종실 안에 구조용 신호탄이 몇 개 있는 걸 봤습니다. 찬호가 그걸 사용해서 무괴들을 구워보도록 합시다.”


일행은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었다.


지원에게 가장 익숙했던 루니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굽는다고? 내가 잘못 들었나?>

“죄송합니다. 말을 잘못했습니다. 튀기는 거라고 해야겠군요.”

<그런 문제가 아닌데······. 됐어 뭐. 무괴인데 죽기야 하겠어? 해보자.>


츠카가 재빨리 만류했다.


<아니아니 잠깐만! 왜 갑자기? 쟤네를 왜 튀기는 건데?>


지원은 나름의 이유를 댔다.


“무괴는 차가운 물에 익숙한 동물들이라 뜨거운 것에 약합니다. 몇 안 되는 약점이지요. 당신이나 루니가 염력으로 노력해본다 하더라도 저들의 가죽에 구멍을 뚫는 건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불을 사용하는 게 가장 쉽습니다.”

<기르불은?>

“기르불이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연료가 없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타카슬은 이미 한 번 불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무괴입니다. 다른 무괴들보다는 덜 당황할 테니, 혼란을 틈타 타카슬을 진정시키고 저들 사이에서 빼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루니를 제외한 일행은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찬성에도 반대에도 근거를 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괴들이 흥분해서 석유 냄새에 오히려 이끌려 배를 향해 돌격해오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서는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반대표는 무산되고 말 것이다.


결국 일행은 지원의 계획에 순순히 따랐다.


츠카는 혼자서 하늘을 날아 석유로 가득찬 연료통을 하늘까지 올려보냈다. 염력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는 그는 고작 1배럴(약 116kg)의 무게를 들어올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다행히 중간부터는 루니가 거들어주었다. 루니는 무괴들이 싸우는 위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기르불을 츠카와 연료통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면서 배 위로 옮겨주었다. 기르불은 하늘을 나는 내내 불꽃의 색깔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 이후, 루니와 츠카는 기르불에게 무괴들의 위치를 계속 확인받으면서, 그들의 머리 위로 석유를 한통 가득 부었다. 바람에 석유가 엉뚱한 곳에 떨어지지 않게 염력으로 세밀한 조정을 가했다.


찬호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느새 가져온 신호탄을 전용 총에 넣고 바다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그 역시 루니와 츠카처럼 무괴가 어디 있는지 직접 볼 수 없었다. 기르불의 지시에 따라 허공을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석유가 무괴들의 머리 위에 안착하자마자, 기르불은 신호를 보냈다. 찬호는 신호탄을 발사했다.


무괴들은 기름 냄새에 역겨움을 느꼈지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찬호의 신호탄이 그들에게 직격했다.


신호탄은 불갈대처럼 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다. 석유에 성공적으로 불이 붙었다. 서로를 수면을 향해 밀어붙이던 무괴들은 불길에 휩싸였다.


무괴들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종류의 격통에 당황했다. 그들은 심지어 불을 끄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오직 타카슬만이 수면 아래로 도망쳐나왔다. 그는 기르불에게 지져지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전의와 살의보다도 생존 본능을 우선시했다.


츠카는 타카슬의 정신이 일순간 맑아지는 걸 감지하고는 그에게 강렬한 텔레파시를 보냈다.


<타카슬, 거기서 나와!>


타카슬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괴의 흐릿한 시각에, 무괴들을 튀기고 있는 석유에 붙은 불과,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찬호가 쏜 조명탄의 불빛, 그리고 기르불의 희미한 불빛이 잘 구분되지 않았다.


그때 지원이 츠카와 루니에게 지시해 비어있는 연료통을 또 하나 꺼내 바다에 풍덩 담갔다. 그러자 매캐한 석유 냄새와 속이 빈 금속 통이 수면에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타카슬은 시각이 나쁜 대신에 청각과 후각이 뛰어났다. 덕분에 일행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었다.


타카슬은 쏜살같이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그는 석유냄새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말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석유입니다. 이곳에서 벗어나면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을 겁니다. 타카슬, 지금부터 저희는 ‘도망’칠 겁니다.”

“도망?”


타카슬은 어이없어하면서 되물었다. 동족을 등 뒤에 두고 도망을 가라니? 논리적인 근거를 들 수는 없었지만, 그건 굉장히 해선 안 될 짓 같았다.


“타카슬, 다른 무괴들과 싸우는 게 무괴의 본능인 걸 압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저희에게는 당신을 도와 저 무괴들을 죽일 능력이 없습니다.

당신과 츠카를 안전하게 가나 대륙으로 옮기고, 다시 당신과 함께 주브만칼리로 돌아와 베카린의 복수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본능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배의 엔진을 가동시킬 테니 속도를 붙이는 것만 도와주십시오.”


타카슬은 그 말을 들으면서 굉장히 비합리적인 반항심을 느꼈다.


작가의말

제 글을 봐주시는 여러분께 굉장히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그런데 정말 주제넘는 부탁이라는 건 알지만, 혹시 주변 사람들에게 ‘돛대 없는 배 볼만하더라’ 한 마디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곳저곳에 꽤 홍보를 했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은 작가의 홍보보다는 독자의 리뷰를 더 주의깊게 읽으니까요.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는 한,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재미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초반부를 읽다가 하차를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어느 부분이 사람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지 제3자의 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4 경훈이의돌
    작성일
    22.06.28 21:25
    No. 1

    전 글을 써 본 적은 없는 사람이니 이런 의견도 있다고 참고만 해주세요. 1화 유입을 지키려면 쳐낼 거 쳐내면서 침투작전의 중요성과 긴박감을 부각시키고 사건 진행 속도를 좀 빠르게 하는 게 나을 거 같긴 해요. 그리고 1화 유입 자체도 적은데 제목을 이리저리 바꿔보면서 어그로 끌어보려는 시도 해보는 것도 좋고요. 다른 작가들도 초반에 오글거리고 이상한 제목으로 어그로 유입 끌다가 원래 제목으로 돌리는 경우 많아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훙냐
    작성일
    22.06.28 21:31
    No. 2

    감사합니다. 확실히 초반 부분은 제가 생각해도 늘어지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되었습니다. 의견 잘 받들어 더 재밌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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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윈스반 22.07.01 21 2 9쪽
35 폭력을 중재하기 위한 폭력 22.06.28 19 2 9쪽
» 무괴의 본능, 본성 +2 22.06.27 28 2 9쪽
33 달빛 없는 밤 22.06.26 23 3 9쪽
32 이름을 모르는 무괴 22.06.25 16 2 11쪽
31 거짓말 22.06.24 20 2 9쪽
30 4형제의 배 이야기 +1 22.06.22 39 3 9쪽
29 왕검 코츠불 22.06.21 18 2 10쪽
28 평화 22.06.21 27 2 13쪽
27 도마뱀 꼬리 +3 22.06.19 40 2 11쪽
26 추적대, 공작대, 구출대 22.06.19 22 2 10쪽
25 공중지원 요청폭격 +2 22.06.18 36 2 11쪽
24 주브만칼리의 상식 22.06.17 22 2 11쪽
23 살기 22.06.16 27 2 11쪽
22 달콤한 휴식 22.06.15 23 2 9쪽
21 구조대 +1 22.06.14 26 3 10쪽
20 화령 +1 22.06.14 30 2 11쪽
19 구조요청 +2 22.06.13 47 2 10쪽
18 서로만, 옥토끼와 인간의 도시 22.06.13 26 2 10쪽
17 우물 안에는 개구리, 아루신 안에는 옥토끼 22.06.12 21 2 10쪽
16 오월동주 22.06.12 31 4 9쪽
15 옥토끼의 본능, 본성 22.06.11 21 3 11쪽
14 적과의 동행 22.06.10 26 4 10쪽
13 영원에 고립된 옥토끼 22.06.09 26 4 9쪽
12 협박, 작은 보복 22.06.07 24 4 11쪽
11 제 3의 세력 22.06.07 22 4 11쪽
10 실패는 결말이 아니다 +2 22.06.06 30 3 11쪽
9 사상검증 +1 22.06.05 30 5 10쪽
8 임무 실패 22.06.04 23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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