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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동굴

종이 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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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눈썹
작품등록일 :
2014.03.26 13:42
최근연재일 :
2017.06.26 11: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3,833
추천수 :
274
글자수 :
17,506

작성
14.05.29 20:49
조회
457
추천
2
글자
2쪽

Marine - 2~3.

DUMMY

2.


아침부터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존은 생활관을 나서 복도로 미적거리며 걸어갔다. 한쪽 복도를 메운 사람들을 간신히 헤치고 나가자, 사방으로 튄 핏자국이 그의 눈에 뜨였다. 기어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 A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시체는 이미 간데없고, 고통스러운 붉은 자취만 벽과 바닥에 붙어 말라가고 있었다. 멍하니 보고 있던 존을 누군가 툭툭 치며 비키라는 손짓을 했다. 곧이어 철푸덕- 하고 물에 적신 대걸레를 그가 들이밀었다.


저걸 그냥 지우는 거야?

존이 물었다.


글쎄, 뭐, 상관없잖아?

대걸레를 미는 병사는 대충 대꾸했다.

그렇지. 하고 존은 고개를 꾸벅였다. 미끈거리는 혈흔이 걸레질 따라 서서히 흐려졌다. 그리고 다시금 찾아온 일상에 더 이상 병사 A는 존재하지 않았다.




3.


해가 중천에 뜨자 3소대의 행군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그들의 황량한 뒷모습을 멀찍이 떨어져 보던 신병이 존에게 물었다.


매일 같이 어디로 가는 겁니까?

글쎄.

존은 무심히 답하며 입에 문 담배를 손으로 옮겨 쥐곤 긴 연기를 내뿜었다.


오늘 아침에도 한 명이 자살을 했다던데…

그랬지.


신병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존은 눈만 굴리며 신병을 힐끗 보았다. 눈썹 위로 짜증 섞인 주름이 패었다.


저놈들한테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신병.

왜입니까?

저것들은 범죄자였던 놈들이야. 교도소에서 썩거나 목에 밧줄을 감기 싫어 억지로 총을 잡은 것들이라고. 녀석들이 무슨 끔찍한 일을 하던 알 바 아니야. 저렇게 죗값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


존의 대답에 신병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바람이 그들을 휘감자 주변에 모래먼지가 일었다. 존은 담배를 땅에 비벼 끄고는 던져버렸다. 타들어가는 재는 바람에 휩쓸려 같이 사라졌다. 존은 먼저 뒤돌아 막사를 향해 걸어갔다. 신병은 홀로 남아 사라지는 머린들을 마냥 바라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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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세상 +2 14.06.25 780 6 1쪽
23 거울 +2 14.06.11 660 4 1쪽
» Marine - 2~3. 14.05.29 458 2 2쪽
21 Marine - 1. 14.05.29 560 3 2쪽
20 빗방울 +2 14.05.21 652 4 1쪽
19 저녁 +3 14.05.09 649 8 1쪽
18 좋은 소설? +3 14.05.07 569 5 2쪽
17 별이 빛나는 밤 +2 14.05.06 600 6 1쪽
16 울음 +3 14.05.03 538 10 1쪽
15 도피처 +5 14.04.30 663 7 3쪽
14 Backspace +2 14.04.29 605 3 1쪽
13 7번째 날 +2 14.04.28 650 8 5쪽
12 방랑자의 길 +4 14.04.26 524 6 1쪽
11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2 14.04.24 482 5 2쪽
10 민들레 +3 14.04.22 556 5 1쪽
9 일기장 +3 14.04.21 538 6 1쪽
8 웅덩이 +6 14.04.20 583 9 1쪽
7 고래 +2 14.04.17 550 6 1쪽
6 가로등 +5 14.04.13 612 10 1쪽
5 모니터 +7 14.04.10 879 9 2쪽
4 그래도 아직 +2 14.04.08 748 15 1쪽
3 USB +2 14.04.04 769 10 1쪽
2 구름 +2 14.03.29 662 15 1쪽
1 도시의 봄 +5 14.03.26 850 1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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