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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동굴

종이 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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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눈썹
작품등록일 :
2014.03.26 13:42
최근연재일 :
2017.06.26 11: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3,846
추천수 :
274
글자수 :
17,506

작성
14.05.29 19:19
조회
560
추천
3
글자
2쪽

Marine - 1.

DUMMY

1.


하늘에 어느새 주홍빛깔이 스며들었다. 지평선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바위산 곁에 수줍은 달이 바짝 붙어 있었다. 바람에 쓸리는 금빛 모래는 떠오르기 시작하는 별들처럼 반짝이며 빛을 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러나 사막 위를 행군하는 병사들은 자연이 연출하는 수려한 장관을 느낄 수가 없었다. 바람은 아쉬운 듯 그들의 머리 위를 스치며 소리를 냈다.


저벅저벅 걷는 그들의 발걸음은 황무지 위로 진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늘이 진 족적에는 육중한 전투복의 무게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고단함이 실렸다. 그러나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 똑같은 몸짓으로 행군을 계속하는 그들의 눈빛에는 어떠한 감정도 남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초점 없는 시선은 앞 사람의 뒤통수만을 향했다. 어깨에 멘 소총이 덜그럭거리며 주인을 괴롭혀도 그들은 아무런 불평도, 어떠한 신음이나 한숨소리도 일체 내지 않았다.


세상이 모두 깜깜해져 전투복 어깨에 달린 전등불이 그들의 발 앞을 간신히 비출 즈음에야, 병사들은 막사에 겨우 도착했다. 가까스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병사들은 맨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다. 하늘에는 은하수가 길게 흐르고, 그들의 뺨 위로 유성 같은 눈물이 꼬리를 남겼다.


긴긴 밤이 되길 원해도 어느새 잔인한 아침이 오리란 것을 알기에, 그들은 눈을 감기 두려워 숙소 안에서도 잠이 들지 못했다. 파리하게 떨리는 전구가 팟 소리를 내며 꺼져도, 그들은 어두컴컴한 허공을 오래토록 끔뻑이며 보기만 했다.


작가의말

비밀글이었던 것을 그냥 풀었습니다. 

언젠가는 다음 내용을 이어나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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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세상 +2 14.06.25 782 6 1쪽
23 거울 +2 14.06.11 660 4 1쪽
22 Marine - 2~3. 14.05.29 458 2 2쪽
» Marine - 1. 14.05.29 561 3 2쪽
20 빗방울 +2 14.05.21 653 4 1쪽
19 저녁 +3 14.05.09 649 8 1쪽
18 좋은 소설? +3 14.05.07 570 5 2쪽
17 별이 빛나는 밤 +2 14.05.06 600 6 1쪽
16 울음 +3 14.05.03 538 10 1쪽
15 도피처 +5 14.04.30 663 7 3쪽
14 Backspace +2 14.04.29 605 3 1쪽
13 7번째 날 +2 14.04.28 651 8 5쪽
12 방랑자의 길 +4 14.04.26 524 6 1쪽
11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2 14.04.24 482 5 2쪽
10 민들레 +3 14.04.22 556 5 1쪽
9 일기장 +3 14.04.21 539 6 1쪽
8 웅덩이 +6 14.04.20 584 9 1쪽
7 고래 +2 14.04.17 550 6 1쪽
6 가로등 +5 14.04.13 613 10 1쪽
5 모니터 +7 14.04.10 880 9 2쪽
4 그래도 아직 +2 14.04.08 749 15 1쪽
3 USB +2 14.04.04 770 10 1쪽
2 구름 +2 14.03.29 663 15 1쪽
1 도시의 봄 +5 14.03.26 850 1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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