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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동굴

종이 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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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눈썹
작품등록일 :
2014.03.26 13:42
최근연재일 :
2017.06.26 11: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3,845
추천수 :
274
글자수 :
17,506

작성
14.04.28 02:34
조회
650
추천
8
글자
5쪽

7번째 날

DUMMY

쿠르릉 쾅!! 쾅!!


화창해야할 정오의 하늘은 밝은 태양 대신 깜깜한 어둠만이 가득했다. 시커먼 구름이 마을의 상공을 감싼지 6일째가 되었다. 주민들은 때마침 울리는 요란한 천둥소리에 이제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사태가 일어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건만, 동리 내 사람들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바깥세상 사람들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텅 빈 거리는 바람에 뒹구는 쓰레기만 있을 뿐,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하기사, 번개가 사정없이 내리치는 바깥을 감히 어느 누가 나설 수 있겠는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럼, 엉망이 된 건물 안에 틀어박힌 사람들이 무얼하는가 하면, 초점없는 눈빛으로 깨진 창문 앞에 서서, 그렇게 하염없이 하루종일 서 있다가 미친듯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무슨 소리인지 모를 괴성을 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전부 밖으로 표출한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농담이 아니라, 상황을 본 사람들은 그 말에 더할나위 없이 공감할 터였다.


물론, 그들이 첫날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4일째 까지는 많은 이들이 그나마 정상적이었다. 그때까지는 사람들이 방에 앉아 TV를 보면서 언제쯤 이 해괴망측한 사태가 끝날까, 우스겟소리를 섞으며 대화하곤 했었다. 그러나 끊이지 않고 번쩍이는 하늘과 요란한 천둥번개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5일째가 되었을 때, 마을은 호러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게 쿵쾅거리는 천둥번개를 피해 많은 이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차를 몰기도 하고, 차를 훔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어떤 이들은 몸싸움마저 벌였다. 때때로 번개 소리에 섞여 총성이 울려퍼지면, 밖으로 나설 용기가 없는 이들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런 광경은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무서울라치 만큼의 생욕(生慾)이라기 보다는 하늘에서 빛나는 섬광다발에 이성을 놓아버렸다고 말하는게 더 적합할 것 같았다.


결국, 그로부터 하루가 더 지나 엿새가 되자, 언제나 새까만 흑운(黑雲)속에 뒤덮힌 마을 속에서 유일한 빛은 눈깜짝할 새 사라지는 번개 뿐이었고, 송전탑은 더 이상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길가에 쓰러져있거나 우뚝이 서서, 이러한 상황을 그저 재미있게만 여기는 제 3자에게 참담한 마을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줄 뿐이었다.


이렛날, 가끔 번개가 치지 않을 때면 어둠 속 정적을 깨고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히히덕 거리는 웃음소리가 섬뜩히도 귓전에 울렸다. 금속판에 손톱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 이빨이 부드러운 육질을 집어뜯는 소리, 액체가 사방으로 튀면서 또 다시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용기를 내어 손을 더듬어 창가로 다가가면 갑자기 우레소리와 함께 세상이 번쩍 빛이났고, 그럴 때면 온통 피로 물든 옆집의 창문으로 악귀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그걸 본 사람도 미치는 것이었다.


이러한 것의 연속이었다.


귀신이었을까. 아니면 악마? 실제한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온갖 기괴한 존재들?

그러나 그 때는 아무도 몰랐다. 그 정체는 사태가 일어나기 얼마 전까지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마을 주민들이었다. 스스로가 자신의 살점을 뜯고 비명을 지르고 헐떡거리며 웃었다. 핏덩어리같은 혀는 입 밖으로 내민 채.


쾅!! 쾅!! 쿠르릉...














8일째. 마을의 인구는 4분의 1로 줄었다. 사라진 사람들의 1/4은 마을에서 가까스로 도망친 사람들이었고, 나머지는 죽은 이들이었다. 번개에 희생된 이들도 있었고, 질병, 살해, 사고 등의 사인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이 자살로 사망하였다. 일부는 일가족들을 다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였다.


이 일을 언론에서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 표현했고, 종교인들은 심판의 날이 도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연신 떠들어댔으나, 정부에서는 단순 기상이변의 비극으로 치부하고 생존자들에게 소량의 보상금을 지불할 의견을 짤막히 발표하였다.


작가의말


고1 때 썼던 글인데,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보게 됬네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썼던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4.28 03:37
    No. 1

    우아... 전에 비해 나름 적나라한 글이네요ㅋㅋ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외기인
    작성일
    14.04.28 09:21
    No. 2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있잖아요.
    또 울적해진다. 에휴~. 비도 온건만...어제도 마셨는데...또 먹고싶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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