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산이 느릿느릿 걷는 것도
때때로 강이 허리를 트는 것도
그는 알고 있겠지.
긴 긴 시간을 보냈지만
그저 말없이 서서
고동빛 웃음을 지을 뿐이지.
길게 뻗은 팔을 냇물에 넣어 찰랑거리다가
물에 빠져 허둥대는 벌레 한마리를 보고
말없이 한 줌 잎을 흩뿌리겠지.
작년에 왔던 작은 새가
어깨에 앉아 휘파람을 불면
귀찮은 듯 몸을 떨면서도 어느새 품을 내어주겠지.
그러나 어느 날,
유난히 낮게 깔린 하늘이
그동안 미안했어. 그에게 속삭이고.
긴긴 시간 동안
그의 눈물과 화를 받아왔던 오래된 나무는
그저 말없이 서서 고동 빛 웃음을 지을 뿐이지.
다 커버린 아기새의
자유로운 뒷모습에 눈가가 시려
말없이 한 줌 낙엽을 흩뿌리겠지.
아아, 드디어
저벅이는 발소리
그의 앞에 서서 고개를 들고
내리깔아보는 눈매가 무서워
나무는 처음으로 침을 꼴깍 삼키고
요동치는 엔진소리와
파고드는 톱니바퀴에
전날 고개를 내민 새싹이
그의 밑동 아래서 오들오들 떨면
아이야 괜찮단다.
폭풍은 매번 오고
그 뒤엔 항상 맑게 개는 법이란다.
그렇게 말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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