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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동굴

종이 쪼가리

웹소설 > 자유연재 > 시·수필, 중·단편

도깨비눈썹
작품등록일 :
2014.03.26 13:42
최근연재일 :
2017.06.26 11: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3,784
추천수 :
274
글자수 :
17,506

작성
14.06.29 06:45
조회
858
추천
4
글자
2쪽

나무

DUMMY

산이 느릿느릿 걷는 것도

때때로 강이 허리를 트는 것도

그는 알고 있겠지.


긴 긴 시간을 보냈지만

그저 말없이 서서

고동빛 웃음을 지을 뿐이지.


길게 뻗은 팔을 냇물에 넣어 찰랑거리다가

물에 빠져 허둥대는 벌레 한마리를 보고

말없이 한 줌 잎을 흩뿌리겠지.


작년에 왔던 작은 새가

어깨에 앉아 휘파람을 불면

귀찮은 듯 몸을 떨면서도 어느새 품을 내어주겠지.


그러나 어느 날,

유난히 낮게 깔린 하늘이

그동안 미안했어. 그에게 속삭이고.


긴긴 시간 동안

그의 눈물과 화를 받아왔던 오래된 나무는

그저 말없이 서서 고동 빛 웃음을 지을 뿐이지.


다 커버린 아기새의

자유로운 뒷모습에 눈가가 시려

말없이 한 줌 낙엽을 흩뿌리겠지.


아아, 드디어

저벅이는 발소리

그의 앞에 서서 고개를 들고

내리깔아보는 눈매가 무서워

나무는 처음으로 침을 꼴깍 삼키고


요동치는 엔진소리와

파고드는 톱니바퀴에

전날 고개를 내민 새싹이

그의 밑동 아래서 오들오들 떨면


아이야 괜찮단다.

폭풍은 매번 오고

그 뒤엔 항상 맑게 개는 법이란다.


그렇게 말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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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쪼가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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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황혼이 흐르는 허드슨 강 17.06.26 78 0 1쪽
53 슬픔 17.01.06 132 1 1쪽
52 자아 16.11.15 376 1 1쪽
51 본질 16.10.28 490 1 1쪽
50 Elim +2 16.08.11 520 2 1쪽
49 그 날 밤의 교통사고 +2 16.07.05 578 3 1쪽
48 2011.06.30 16.05.15 573 2 1쪽
47 신자유주의의 왕 +3 15.12.24 711 3 1쪽
46 무제 +2 15.11.19 560 3 1쪽
45 슬픈 공제선 +1 15.11.03 626 2 1쪽
44 어른 +2 15.09.18 557 6 1쪽
43 사랑 +5 15.09.16 514 2 1쪽
42 기다림 +4 15.06.09 626 5 1쪽
41 요즘 세상에 - 2 +2 15.03.27 592 4 2쪽
40 +2 15.02.16 626 8 1쪽
39 +3 15.01.21 796 3 1쪽
38 눈물 +2 15.01.20 757 4 1쪽
37 내 안에 페인트칠을 하다. +3 15.01.19 722 3 1쪽
36 아기의 눈 +1 15.01.12 641 4 1쪽
35 요즘 세상에 +2 14.12.17 746 4 3쪽
34 그의 12월 14.12.16 701 3 1쪽
33 시민의식? +2 14.10.20 709 5 1쪽
32 게임이 끝난 뒤 14.10.08 752 3 2쪽
31 짝사랑 14.09.18 629 4 1쪽
30 근황 14.09.16 669 2 2쪽
29 노을 +1 14.09.04 701 2 1쪽
28 마침표 +1 14.08.26 755 6 1쪽
27 +2 14.07.25 900 4 1쪽
26 천둥 +1 14.07.18 722 4 1쪽
» 나무 +1 14.06.29 859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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