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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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울리는 벨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오랜만에 전화주신 S선생님의 성함이 떠 있었다.
"XX야, 학원 문 닫았다는 얘기는 들었다. 이쪽으로 와보지 않겠냐..."
세 근무지 중 한 곳이 문을 닫긴 했지만, 덕분에 두 곳에 집중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된 터였다. 일정이 빠듯해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드리긴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그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일단 와보라는 말만 하신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학원에서는 지금 나가고 있는 두 아동복지시설보다 급여를 훨씬 더 쳐줄터였다.
출근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끙끙 앓다가 반폐인 같은 행색으로 출근을 했다. 시설 아동들과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돈이 급한 처지지만 차마 일을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웠다.
퇴근 후 결국 S선생님과 그 학원의 원장님을 뵙고 사정을 말씀드렸다. 겨울학기에라도 나올 수는 없겠느냐 말씀하시지만.. 그마저도 어렵겠다.
밤늦게 선생님과 둘이 호프집서 치킨을 뜯으며 맥주 한 잔을 기울였다.
근황이 궁금한 다른 여러 선생님들에 대해 여쭙다가 피식 웃으며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사실 전 아직도 어린애같은데 애들 가르친다는게 우습네요. 애들 얼굴 보면 저도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매번 들어요.."
"XX야, 세상 살기 힘들지?"
"그렇네요." 하면서 오히려 과장되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어쩌겠냐. 이럴 때일수록 한 걸음 더 나가야되는거야. 응? 그래서 10년 후에도 '아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이 안들게 말야. 그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과거로 만들어야지.."
참 당연한 말인데도 이상하게 가슴을 찌르는게
표정을 감추려 일부러 고개를 푹 숙이고 잘 뜯끼지 않는 치킨을 포크로 쑤셔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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