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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동굴

종이 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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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눈썹
작품등록일 :
2014.03.26 13:42
최근연재일 :
2017.06.26 11: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33,779
추천수 :
274
글자수 :
17,506

작성
14.09.16 14:54
조회
668
추천
2
글자
2쪽

근황

DUMMY

갑작스레 울리는 벨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오랜만에 전화주신 S선생님의 성함이 떠 있었다.

"XX야, 학원 문 닫았다는 얘기는 들었다. 이쪽으로 와보지 않겠냐..."


세 근무지 중 한 곳이 문을 닫긴 했지만, 덕분에 두 곳에 집중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된 터였다. 일정이 빠듯해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드리긴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그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일단 와보라는 말만 하신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학원에서는 지금 나가고 있는 두 아동복지시설보다 급여를 훨씬 더 쳐줄터였다.

출근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끙끙 앓다가 반폐인 같은 행색으로 출근을 했다. 시설 아동들과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돈이 급한 처지지만 차마 일을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웠다.


퇴근 후 결국 S선생님과 그 학원의 원장님을 뵙고 사정을 말씀드렸다. 겨울학기에라도 나올 수는 없겠느냐 말씀하시지만.. 그마저도 어렵겠다.


밤늦게 선생님과 둘이 호프집서 치킨을 뜯으며 맥주 한 잔을 기울였다.

근황이 궁금한 다른 여러 선생님들에 대해 여쭙다가 피식 웃으며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사실 전 아직도 어린애같은데 애들 가르친다는게 우습네요. 애들 얼굴 보면 저도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매번 들어요.."


"XX야, 세상 살기 힘들지?"


"그렇네요." 하면서 오히려 과장되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어쩌겠냐. 이럴 때일수록 한 걸음 더 나가야되는거야. 응? 그래서 10년 후에도 '아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이 안들게 말야. 그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과거로 만들어야지.."


참 당연한 말인데도 이상하게 가슴을 찌르는게

표정을 감추려 일부러 고개를 푹 숙이고 잘 뜯끼지 않는 치킨을 포크로 쑤셔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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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황혼이 흐르는 허드슨 강 17.06.26 78 0 1쪽
53 슬픔 17.01.06 132 1 1쪽
52 자아 16.11.15 376 1 1쪽
51 본질 16.10.28 489 1 1쪽
50 Elim +2 16.08.11 520 2 1쪽
49 그 날 밤의 교통사고 +2 16.07.05 578 3 1쪽
48 2011.06.30 16.05.15 573 2 1쪽
47 신자유주의의 왕 +3 15.12.24 711 3 1쪽
46 무제 +2 15.11.19 560 3 1쪽
45 슬픈 공제선 +1 15.11.03 626 2 1쪽
44 어른 +2 15.09.18 557 6 1쪽
43 사랑 +5 15.09.16 513 2 1쪽
42 기다림 +4 15.06.09 625 5 1쪽
41 요즘 세상에 - 2 +2 15.03.27 592 4 2쪽
40 +2 15.02.16 626 8 1쪽
39 +3 15.01.21 795 3 1쪽
38 눈물 +2 15.01.20 757 4 1쪽
37 내 안에 페인트칠을 하다. +3 15.01.19 722 3 1쪽
36 아기의 눈 +1 15.01.12 641 4 1쪽
35 요즘 세상에 +2 14.12.17 746 4 3쪽
34 그의 12월 14.12.16 701 3 1쪽
33 시민의식? +2 14.10.20 709 5 1쪽
32 게임이 끝난 뒤 14.10.08 752 3 2쪽
31 짝사랑 14.09.18 629 4 1쪽
» 근황 14.09.16 669 2 2쪽
29 노을 +1 14.09.04 701 2 1쪽
28 마침표 +1 14.08.26 755 6 1쪽
27 +2 14.07.25 900 4 1쪽
26 천둥 +1 14.07.18 722 4 1쪽
25 나무 +1 14.06.29 858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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