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페인트칠을 하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가끔,
이른 새벽의 찬 공기를 맞으며
푸르스름한 배경 속에 날 묻을 때면
순간이지만, 아주 느릿하게
날 뚫고 지나가는
어릴 적 내 자신이 느껴져.
그 잠깐 사이에
부끄럽게만 여겼던 어린 시절의 내가
텅 빈 나의 맘 속을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그림을 그리는 거지.
한없이 높아만 보였던 회색 도시,
무섭게 내려다 보던 키 큰 빌딩 숲에 가려진
그 뒷골목,
색바랜 낮은 지붕들과
검은 전선이 엉켜있는 위태위태한 흰 전신주,
반쯤 뜯겨져 너덜거린채 붙어있는 광고지,
부숴져 가루가 된 검붉은 벽돌 냄새까지.
마주하기 싫었던
상처받기 쉬웠던
나를
그리고 필름처럼 노이즈가 낀 황갈색 공간을
그렇게나 도망치고 싶어 안달이 났었던 날들이었는데
여명처럼 떠오르다, 새벽바람처럼 멀어지는
점차 번져가는 그림이 왜인지 아쉬워
참나,
갑자기 비가 오네
그렇게 애꿎은 날씨 탓을 하며
흐린 눈을 비비며 주춤주춤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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