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끝난 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꾸욱.
본체의 버튼을 누른다.
부팅이 되는 동안 나는 목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어제의 환상은 이미 재가 되어 남았고, 나는 아직 식지 않은 연소의 산물을 끔뻑거리는 눈꺼풀로 쓸어담았다.
어제는 어제로 남는다. 오늘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쓸어담은 재를 묵묵히 기억이라는 창고에 털어넣는다.
휴우-
어제의 또 다른 일부는 한숨이 되어 날아간다.
내 가슴 안에서 뜨겁게 타오른 환상이 날아간다.
내가 담고 싶은 것은 아직 채 식지도 않은 까맣게 탄 재가 아닌, 한숨이 되어 날아가는 뜨거운 기류다.
그러나 아지랑이를 일으키며, 그것은 내게서 멀어졌다.
무엇이 나에게 남았나.
나는 무엇을 남기었나.
나는 타버린 자국만을 남겼고, 나는 그저 식어가는 환상의 시커먼 재를 얻었다.
몇 번 되뇌이고도, 너무나 허무해서
눈을 뜨고도 켜진 모니터를 그렇게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 후에야 마우스에 손을 뻗지만, 포인트는 방황을 멈추지 않는다.
길은 끝났지만, 나는 아직 휴식처를 얻지 못해서
그냥 그 길에 서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 소각로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저 구석 어디에서인가.. 나 스스로를 태우기를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 작가의말
자다가 프로게이머가 되는 꿈을 꾸었거든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