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계의 초침은 어느 때 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밝았던 창 밖은 어느 새 붉게 물들었다.
솟아오른 고층 빌딩 사이로
피처럼 번져나가는 노을.
그 가운데 그렁그렁한 눈이
지평선 너머로 길게 눈물 자국을 남긴다.
슬퍼도 울지는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었다.
표정을 애써 지우며.
그러나 나는,
돌아보면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조용히 몸을 돌려
거울을 본다.
슬퍼도 울지는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었다.
그러나 거울 속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사람의 뺨 위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한 줄기의 슬픔은 무엇인지.
시계의 초침은 어느 때 보다 느리게 움직인다.
창 밖. 하늘은 서서히 쪽빛으로 물들었다.
그 가운데 이름없는 구름이 눈물자국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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