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시시컴컴한 밤 하늘
별들도 자는 시간에
습관처럼 숨을 쉬고, 습관처럼 밥을 먹듯
습관처럼 이 자리에 앉아 있겠지.
네모난 경광을 뿜어내는
네모난 모니터처럼
네모낳게 앉아서.
행복한 척,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무심한 척, 남들의 댓글을 확인하고,
그러나 사실은 이렇게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데
직접 기타를 치기보다는
직접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모니터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음에 만족하는데
색색의 자극적인 빛들과
어지럽게 들려오는 효과음과
높아져가는 숫자들에 목을 매는데
너는 네모난 모니터 안에 숨어서
네모난 방에서 탈출하고 싶었겠지.
이 자리에 네모낳게 앉아서.
너를 모니터 앞으로 몰아낸
네모난 사회를 탓하며
네모난 책상을 탓하며
그러나 몰아내졌을지라도
결국 이 자리에 앉은 것은
너 스스로라는 것을
네모난 창문을 열면
조금은 차가울지라도
바람이 네 눈물을 가져갈텐데
네모난 아파트가
일출하는 지평선을 가려도
푸른빛 여명이 새어나올텐데
결국엔 이 자리에 앉아 잠에 빠지고
별도 뜨지 않은 컴컴한 밤에
환하게 빛나는 모니터 앞에서
오늘도 네모낳게 앉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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