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랑깜이의 서재

판게아의 중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아랑깜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8
최근연재일 :
2020.06.12 09: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373
추천수 :
119
글자수 :
103,787

작성
20.05.19 11:00
조회
72
추천
6
글자
10쪽

판게아의 중원 (8화)

DUMMY

한양을 빠져나와 한참 산행을 하여 당도한 깊은 산속. 에 위치한 산적단의 본거지. 였던 것으로 보이나, 지금은 누군가에게 털렸는지 산적들이 바닥에 너부러져있는 난장판. 에서 대낮부터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있는 두 남자가 있으니..


여민과 이치승


이치승이 고기를 꿴 막대기를 집어 들어, 한입 크게 베어물고는 말했다.


“크하- 또 저질러 버렸네.”


여민은 별 반응을 하지 않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다 익었다.”


그래도 여민이 반응이 없자, 이치승이 버럭 소릴 질렀다.


“야! 다 익었다고! 뭔 생각을 그리 해?!”


크게 소리를 질러도 여민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손으로 턱을 괴고, 타오르는 모닥불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만 살짝 벙긋거렸다.


“아무래도 다시 돌아가야겠어. 그놈, 신경 쓰여, 미치도록.”


“그 난리를 쳐놨는데 돌아간다고? 그럴 거면 그때 손을 썼어야지! 목격자였잖아, 목격자!”


여민의 얼굴에 어쩐지 음산한 느낌을 주는 미소가 잠시 머물렀다.


“이상한 기분이었어. 저 놈은 지금 날 보며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정말이지 전율적인 감각.”


“아주 저세상까지 가셨구만.. 그럼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갈 길 떠나면 되겠다. 그치?”


“하아- 그니까 너라도 좀 죽여두지 그랬냐. 젠장, 정말 미치겠네.”


이치승이 검지를 치켜세워 좌우로 까닥거렸다.


“으응.. 난 누구처럼 함부로 살생을 저지르지 않는 분이시라.”


여민이 멍한 눈초리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산적들을 바라보고 있다.


“저기를 조금 전에 귀하께서..”


“으응.. 그 일은 함부로 일어난 것이 아니올시다. 빠른 것만 믿고 까부는 것들은 아작을 낼 필요가 있음이오. 그것이 아무리 하룻강아지라도 말이외다.”


여민이 한 번 째려보더니 일어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 만치 앞에 가서 다시 뒤돌아 째려보더니..


“어으 미친놈.”


“먹던 건 먹고 가자! 이보시게, 성격 급한 양반!.. 젠장.”


이치승이 고기를 입에 물고 뒤 따랐다.




[무림맹 맹주 관저]


무림맹주 추서길은 보기에도 아주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족자며, 문서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예언의 노래?”


“예, 맹주님. 혹, 들어보셨는지요.”


“금시초문이군. 이런 것이 있었던가? 그러니까 이것들이 금 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말인 게냐? 흑안의 용?”


벽도사건을 총괄하고 있는 혁우는, 혹시나 맹주라면 이 예언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전혀 모른다는 답을 듣게 됐다. 이로써 현 무림인사들 중에선 기대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 무림인사들 중에선..


“관련이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유사성을 가진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유사성이라..”


맹주는 오래 된 문서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발견하고 한 동안 읽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객이 어느 날 나타나 당대의 천하제일검을 꺾었는데, 그 자가 무림사에 예언의 귀인이라 전해져 온 인물이었다는 것이로군.”


“예. 또한 기록에 묘사 된 그자의 무기와 검법이 매우 특이합니다.”


“그래, 여근추에게 남은 검흔과 상당히 유사하구나. 날받이가 달린 날이 없는 단검은 뭘 말하는 건지 유추조차 안 되지만, 그래서 닮은 점이 있는 게로군.”


“예. 게다가 고금의 무림 사에 찾아 볼 수도 없었던 해괴한 검법과 이자의 검법이 동일해 보입니다.”


맹주 추서길이 문서의 어느 대목을 손으로 짚어가며 읽어 내려갔다.


“한 번 휘둘러, 베고, 베고, 베었다. 흠.. 무슨 목적으로 창안 된 검법인지 알 길이 없군. 유례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검법이라 이번일이 없었다면 웃고 말았을 터인데, 유사한 검법에 대한 기록을 찾은 것이로구나.. 헌데 말이다.”


“예, 맹주님.”


“기록이 너무 허무맹랑하구나. 천지가 요동하는 굉음을 내며 날았다. 용을.. 격퇴. 크흠. 혁우야, 넌 용이라는 것을 보았거나, 혹은 봤다는 사람을 본적이 있더냐?”


조사총괄 혁우는 민망한 표정을 보였다.


“어, 없습니다.”


“그래, 나 또한 없다. 이 고 문서에도 언급만 있을 뿐, 실제로 용이라는 게 뭘 어떻게 했다는 내용은 없구나. 헌데 이걸 어디서부터 알아 볼 참이더냐?”


“그것이..”


맹주의 앞에 흩어져 있는 문서 중 하나를 혁우가 집어서 전달했다.


“이것이 무엇이냐?”


“당시에 귀인이라는 자와 동행을 했다고 기록 된 인물들이 언급 돼 있습니다. 보시면 익히 아시는 존함이 있사온데..”


“아는 이름이 있다?”


맹주가 건네받은 문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이름을 하나씩 소리 내어 말했다.


“영일교의 추림. 밀월단주 손무영. 화산의 장문인 영교. 낭인 서무제.. 서무제!“


“예, 낭인 서무제. 장백진인의 존함과 같습니다.”


“이건 한 번 알아 볼만 한 일이구나. 하여, 장백산을 오를 생각이더냐?”


“길이 그쪽으로 열렸습니다. 진상을 소상히 파악하라하신 맹주님의 명을 따르자면 가야겠지요.”


맹주는 오랜 시간 숙고하고 있었다. 장백진인의 이름이 등장 한 것만으로 문서는 상당한 신빙성을 갖게 된다. 자신은 알지도 못했던 일이 과거에 있었다. 용과 예언. 벽도에서 일어난 사건은 이제 또 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다.


“출발은 언제 할 예정이더냐? 내가 함께 가겠다. 너 혼자 간다면 뵙지도 못 할 확률이 더 높으니.”


“허면,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혁우가 서둘러 나간 자리에서, 맹주는 홀로 남아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한양을 조금 벗어난 지점. 한적한 길을 첸첸과 율이 걸어가고 있었다. 율은 이곳의 경단꼬지가 입에 맞았던지, 떠나는 길에 하나 사 들고 온 것을 아껴가며 먹고 있었다. 그리고 한 걸음 뒤로 빠져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첸첸. 꼬락서니로 보아 뭔가 율에게 아쉬운 것이 있는 모양.


“이것은 분명히 재고의 여지가 있음이야.”


언제나 퉁명스런 율은 그저 경단을 입에 문채로..


“월?”


“극진히 모셔다드리겠다고 하는데, 호의를 굳이 거절하는 것도 사람들끼리의 예법에 어긋난다고나 할까.. 상대방 입장도 있고 하니,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는 것이 어떨..까?”


천연덕스럽게 표정까지 바꿔가며 첸첸이 애원을 해봤지만, 율은 묵묵히 나아간다.


“빨리 만나고 싶어. 단주가 왜 나한테 그런 말을 전했는지.”


“?”


밀월단의 단주가 어떤 말을 전했다면 그 암호문을 말하는 것. 두 가지 문장 모두 시일, 장소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됐지만, 율에게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면 두 번째 문장일 것이라 생각했다.


“흑월이 사라진 밤에?”


“그건 아무 의미 없어. 그게 아니야.”


닷새 뒤 특정한 시간에 흑월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던가, 그게 아니라면 뭔가 은유적 표현이었던 걸까.


그런 생각을 첸첸이 하고 있는 동안에 율이 말을 이어갔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로.


“ㅇ ㅜ ㅣ. ㅅ ㅣ. ㄹ ㅡ ㄹ. ㄴ ㅐ. ㄱ ㅏ. ㅂ ㅜ. ㅅ ㅜ ㅓ ㅆ. ㄷ ㅏ.”


‘!!’


무슨 뜻인지 궁금하기에 앞서 우선 크게 놀랐다. 밀월단 단주가 고대의 언어를 알고 있다는 것이 되므로..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이 흐른 뒤엔 그럴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가 알고 있다면, 알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자 갑자기 율에게 의미를 갖는다는 그 말의 뜻이 궁금해졌으나, 첸첸이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에..


“가, 같이 가!”


“빨리! 서둘러 가야 해!”


멈춰 서서 기다리고 있는 율을 향해, 첸첸이 허겁지겁 뛰어가며 말하기를..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밀월단의 ‘극진한’ 호의를.. 마차라도 타고 가는 게 훨씬 편하.. 빠르니까.”



[파-앙!]


이젠 저기로 날아가 버린 율은 마치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표정으로 첸첸을 보고 있다.


‘젠장’


첸첸이 다급하게 뜀박질을 하여 율에게 가까워질 때쯤, 저 앞에서 율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두 남자가 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크윽. 큰일이다. 확실히 뭔가를 본 표정.’


“율아, 언니랑 같이 가야지!”


숨이 차오르도록 달려 와 율의 손을 낚아 채 잡았다.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며 첸첸이 힐끗 보니, 둘 중 한명은 확실히 뭔가 놀란 표정이다.


양쪽이 한발씩 걸어오며 서서히 가까워지자 첸첸은 자기도 모르게 겸연쩍은 말이 튀어나왔다.


“얘는 정말. 호호, 우리 애가 좀 극성맞아서요. 호호-호”


‘제발. 제발 이대로 그냥 지나가. 넌 아무것도 못 본 것이다.’


“저기, 소저.”


‘젠장.’


“실례지만 한양에서 곧장 이리로 나오시는 길이오?”


“네? ... 아, 네 뭐. 그렇습니다만.”


“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나도 좀 전에 한양에서 나온 참인데, 이 길로 오다가 뭘 잃어버렸지 뭐요. 혹시 뭐 본 것 있으시오?”


“.. 뭐, 어떤 걸 잃어버리셨는지를.”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그러니까 그게, 이렇게 생긴 물건인데 말이오.”


말을 하던 남자가 옆에 있던 일행의 검을 건네받고는, 그걸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먼저 곡선을 이어나가 동그란 원을 그렸다. 그리고 거기에 첸첸에게 벽도에서의 일이 없었다면 별이라고 떠올리지 못했을 점들을 찍어 넣었다. 긴 꼬리를 매단 별똥별이 선회하는 밤하늘을..


첸첸이 이미 한 번 본적 있는 고대의 언어를 새겼다.


[N A S A]


첸첸의 낯빛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여민은 '씨익' 웃었다.


-9화에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판게아의 중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판게아의 중원 (17화) +1 20.06.12 48 4 13쪽
16 판게아의 중원 (16화) +3 20.06.10 40 4 18쪽
15 판게아의 중원 (15화) +3 20.06.08 43 5 9쪽
14 판게아의 중원 (14화) +1 20.06.05 46 5 12쪽
13 판게아의 중원 (13화) + 부록 제1편 20.06.03 54 4 19쪽
12 판게아의 중원 (12화) 20.06.01 41 5 14쪽
11 판게아의 중원 (11화) +1 20.05.22 59 7 13쪽
10 판게아의 중원 (10화) 20.05.21 50 5 12쪽
9 판게아의 중원 (9화) 20.05.20 65 6 12쪽
» 판게아의 중원 (8화) 20.05.19 73 6 10쪽
7 판게아의 중원 (7화) 20.05.18 76 5 13쪽
6 판게아의 중원 (6화) 20.05.15 90 6 16쪽
5 판게아의 중원 (5화) 20.05.14 91 6 14쪽
4 판게아의 중원 (4화) 20.05.13 99 9 11쪽
3 판게아의 중원 (3화) 20.05.12 111 11 11쪽
2 판게아의 중원 (2화) 20.05.12 129 13 17쪽
1 판게아의 중원 (1화) 20.05.12 258 18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