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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깜이의 서재

표지

독점 판게아의 중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연재 주기
아랑깜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8
최근연재일 :
2020.06.12 09: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109
추천수 :
119
글자수 :
103,821

작성
20.06.08 10:0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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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판게아의 중원 (15화)

DUMMY

끝없이 펼쳐진 너른 초원 속을, 각각 사람을 태운 세 필의 말이 나아가고 있다. 말의 걸음도, 말을 모는 사람도, 서두름이 없어 여유롭다.


하늘을 읽어보던 첸첸이 전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 너른 초원에 들어 선지도 어느덧 십 여일이 지나간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첸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저 지평선은 한 치도 가까워짐이 없었다.


그랬던 저 풍경으로, 하루만 더 가면 산이 불쑥 올라올 거라 한다. 그 산이 장백산이라고.


손가람이 흐르는 바람결에 얼굴을 씻어본다. 이곳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일은 한 달이 넘었다. 오직 이동만 했었다면 열흘 남짓에 올 수 있었을 거리이지만, 그만한 시간을 따로 더 소모할 필요가 있었다,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물건이, 첸첸의 등에 매달린 채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다.


묵빛의 활. 그리고 같은 재료로 만든 율의 짤막한 검.


이곳에 이르기 이십 여일 전. 흙과 돌뿐인 광야를 내달려, 율이 말한 장소에 닿았다.


고대의 퇴적층. 지금에 와선 검은 사막이라고 부르는 장소.


대륙이 하나로 모여지던 때. 태초의 땅 위에, 땅이 아닌 모든 것들이 흘러들어와 녹아내린 곳. 그것이 이런 땅이 생긴 유례였음을 율의 설명을 통해 처음 듣게 됐다.


태초부터 생명이 잉태되지 않는, 죽어버린 땅.


당연히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진 못했다. 설명을 해준 율마저 전해들었을 뿐인 이야기. 이 땅 깊은 곳에 묻혀있는 검은 물질의 정확한 정체는 율도 모른다. 그저, 그런 것이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을 뿐.


그렇게 구한 재료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여 활과 검을 만들었다. 율은 되는대로 모양만 갖췄지만, 첸첸은 여러 날이 걸려 독특한 모양의 활대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유선형이 아닌, 마치 동물의 뿔을 연상시키는 형태. 크기도 매우 작은 이색적인 모양의 활에 시위를 걸고 당겼을 때, 활대가 거의 원형이 되도록 휘어졌다.


설명이 안 되는 특성. 견고하지만 어마어마한 탄성을 함께 가졌다. 활을 완성하고 시험 삼아 쏘았을 때, 첸첸은 활의 탄성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뜨렸었다.


그랬던 것을, 매일 밤마다 율을 통해 공력의 이치를 알아가고, 그렇게 깨달은 내력을 활에 불어넣으며 길들였다. 처음엔 시커먼 덩어리 같던 활은, 며칠이 지나자 은은한 광택이 덧입혀졌다. 첸첸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첸첸 또한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공력을 통하여 무(武)의 길에 이르는 방도가 필요 없었을 뿐, 대자연을 살아 온 첸첸의 자질이 결코 중원인에 못 미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지금, 손가람은 날아든 화살을 맞아버린 동물 한 마리를 목도하고 있다.


약 이각 전. 첸첸이 어딘가로 화살을 쏘더니 율과 함께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손가람은 그저, ‘음. 오늘도 저녁거리가 생겼나보군.’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말을 터덜터덜 몰아 이각의 시간동안 이동하여 뭘 맞췄는지 알게 됐다.


‘실망스럽게도 그닥 먹음직스런 놈은 아니군.’


다리가 여덟 개나 달린 팔뚝만한 도마뱀. 이런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사람의 터전인 중원에서 그만큼 멀리 나왔다는 반증이기도하다. 세상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넓게 이해하고 있는 밀월단원의 판단으로, 이정도면 더 이상 중원이 아니다.


해가 기울어가는 목초지를 얼마간 더 이동한 후, 숙영지를 마련했다. ‘그닥 먹음직스런 놈이 아닌 것’이 노릇노릇 잘 구워지고 있다. 화톳불로 모여든 첸첸과 손가람이, 저 멀리에 서있는 율을 보고 있다.


하늘아래 홀로 서있는 것 같은 율의 존재감이, 대자연의 그것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율은 몸 안 구석구석을 향해 운기를 해본다. 단전에서 뻗어 나온 내기로 각 기혈을 타통 시켜 일주천 하는 것이 아니다. 온 세상을 가득채운 자연의 기에 대고 스스로를 연다. 그럼 자연히 들어찬다. 그것을 닫으면 몸 안에 가두는 것이요, 열면 그저 타고 흐를 뿐이다.


공력의 도량을 초월한 경지. 그것이 우도에서 율이 되찾은 필생의 깨달음이었다.


마저 되찾지 못한 것은 깨달음이 아닌 기억. 그 장구한 세월동안 쌓여갔을 기억들. 그 근원에 대한 물음.


본디, 왜 이 길을 걷고자 하였는가. 시작은 어디였으며, 끝은 어디에 닿아있는가.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한 가지 의문. 전 대의 본인은 왜 위시를 부쉈는가.


율은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보다 관뒀다. 고개를 주억거려본다.


“가보는 것 말고는 어차피 답이 없다. 가봐야 알 수 있을 일.”


율은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짧은 검을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 후 땅바닥에 검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손바닥을 폈다. 그러나 손바닥에서 풀려난 검은 허공에 그대로 있다. 이내 검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맺혔다. 검강. 눈에 보일정도로 형태를 이룬 검에 맺힌 이형의 기운. 그것을 넘어, 형태를 이룬 기운 정도가 아닌, 하나의 물질이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후, 율의 손바닥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검이, 횡축회전을 하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이르러 율은 신체를 기동하고자했다.


짧은 순간 음속에 도달하고, 곧바로 넘어섰다. 지면에 거의 닿을 듯이 날아가는 율의 손바닥 아래에서 회전하는 검강이, 지면위로 솟은 낮은 풀들을 둥글게 연격하여 베어가고 있다. 그러다 마지막 때에 율은 신형 자체를 회축하며 검을 틀어쥐고는, 그대로 휘둘러 공간을 베었다.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에야, 첸첸과 손가람의 눈에 율이 움직여 일으킨 현상들이 벌어졌다. 가만히 율이 서있던 자리에서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공간이 찢어져나가는 게 눈에 보였다. 절대 익숙해 질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여기까진 전에도 보았던 것.


반월의 형상이 지면의 풀들을 일직선으로 잘라내며 나아가더니, 저 멀리 율이 도달한 지점에서 달빛과도 같은 광파가 하늘로 날아갔다. 저 멀리서 새때가 날아오르고, 큰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순간 손가람의 멍해진 머릿속에 떠오르기를.


[이봐 꼬마야. 옛날엔 말이다, 전설의 무림고수가 검으로써 산을 허물고, 능히 바다를 갈랐다고들 하지.]


손가람과 첸첸이, 눈을 끔뻑끔뻑 거리며 그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하늘에 산이 걸려있었다면 필시 허물어졌을 것이오, 바다가 있었다면 능히 갈라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는데 어느 결에 율이 와 있었는지 화들짝 놀란 듯 소리 질렀다.


“야야! 고기 이거 다 탔잖아! 뭣들 하는 거야 진짜!”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하는 수 없이 굶어야했던 손가람이 배고픔에 눈을 떴다. 터덜터덜 걸어 나와 화톳불로 향했는데.


먹었다. 새까맣게 탄 고기를 밤새 누군가 먹었다. 뼈를 발라 논 모양새를 보아 틀림없이 인간의 소행. 처음 든 생각은 분명히 ‘이 따위 걸 어떻게 먹을 수가 있어?’였는데, 다시 출발하기 위에 한 자리에 모인 율과 첸첸을 마주하니 어쩐지 깊은 배신감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말을 몰아 길을 나섰다. 아직은 먼 거리이지만 장백산의 전경이 다 드러나 보이는 곳에 이르니, 또 다른 많은 산들이 주변에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 어느 산을 둘러지나갈 때 보게 됐다. 사람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일무리가 나무위에 올라서서 일행을 내려 보고 있었다. 첸첸은 손가람의 말을 통해 그들의 정체를 들었다.


“산인(山人)들입니다. 규모로 보아 큰 부족 같군요.”


첸첸이 보니 하나같이 커다란 면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손가람이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귀면인. 축귀의 풍습이죠. 터전에 무서울 거라곤 같은 사람밖에 없는 중원에선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생활방식입니다.”


저렇게 해서 쫒아내야 할 위협이 산재하는 땅을 사는 사람들. 첸첸이 살아 온 땅도 많이 다르진 않으나, 어째선지 저런 풍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무엇으로부터 터전을 지켜냈던가, 아니면 무엇이 터전을 지켜줬던가. 그런 생각에 이르렀을 때, 첸첸의 눈에 각기 다른 모양의 귀면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음이 보였다.


코. 하나같이 코 부분을 길게 쭉 빼놨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철의 왕이 생각 나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저 위의 바위산에 서넛의 산인들이 따로 모여 있었다. 지도자들로 보였다. 눈길을 주지 않고 나아가는 율을 향해, 그들이 엎드려 조아렸다. 그대로 나아가 거리가 한참이나 멀어질 때까지 그들은 그러고 있었다.


“신기하군요. 중원인과는 또 다른 기감을 가졌나봅니다.”


손가람이 이렇게 말하자, 첸첸이 곧장 받아쳤다.


“아니면 어젯밤 일을 목격했거나.”


율이 별다른 말이 없어, 그저 나아갔다. 이제 목전에 이른 장백산을 향해.



-16화에 계속


작가의말


더 붙이기도 뭐하고, 늘리기도 뭐해서 분량이 좀 짧게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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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9 그라시아S
    작성일
    20.06.08 10:20
    No. 1

    재밌게 읽었어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쏙소리
    작성일
    20.06.08 10:43
    No. 2

    재밌는데 기왕이면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볼 수 있으면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추천꽝!

    작가 홍보란에 홍보해 보셔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아랑깜이
    작성일
    20.06.08 14:51
    No. 3

    주 연재횟수가 다른 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여, 홍보 같은 걸 하긴 좀 그런 면이 있네요 ^^

    그럼에도 이렇게 찾아와주시고, 재밌게 읽으셨다는 댓글을 달아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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