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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깜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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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판게아의 중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연재 주기
아랑깜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8
최근연재일 :
2020.06.12 09:0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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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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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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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판게아의 중원 (2화)

DUMMY

- 2화


에이, 그건 이곳을 잘 모르시니까 하시는 얘기죠. 이 벽도가 옛날의 그 촌구석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여기가 그 여씨세가의 사가가 있는 마을 아니겠습니까? 어제 그 사달이 나서 그렇지 가주되시는 여근추 대인께서 그, 뭐시냐. 그래, 무림칠절. 그거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앉으셨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허면, 이 무림칠절이라는 건 대관절 무엇이냐. 그러니까 쌈박 질을 어마어마하게 ... 예? 허허, 이게 참 이 동네에선 중요한 대목인데.. 뭐 설명 할 필요 없다고 하시니까.


암튼 그래서. 이 여씨세가에 줄 한번 대보려는 놈들부터 시작해서 어중이떠중이들이 죄다 동네로 모여들게 됐다 이겁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이 자리에서만 삼십년 물장사하고 있는 저라 해도 그거 일일이 다 기억 못합니다. 아, 하루에 몇 백 명이 가게를 드나드는뎁쇼. 그걸 어찌 다 기억하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죠. 여 대인께선 원래도 종종 저잣거리며, 마을 돌아가는 모습을 직접 살피시러 나오곤 하셨습니다. 우리 같은 아랫것들에게도 워낙에 스스럼없이 대하시니까 사람들이 참 존경 했었습죠.


어제요? 아, 어제는 그런 것은 아니었고. 이게 참, 이걸 또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하나.


무튼 그 여씨세가에 소(小) 가주 되는 장남이 한 놈 있습니다. 아, 그래요? 여민을 아십니까? 그럼 이해하시기가 좀 편하겠습니다. 암튼 이 여민이라는 놈이 어릴 때부터 여간 희한한 놈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멍 한 놈이었습죠. 뭐랄까, 세상만사 관심이 없는 얼굴이랄까. 근데 이놈이 또 들리는 풍문에는 엄청난 고수라는 말이 있었습죠.


당연히 없습죠. 저 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도 그 놈이 어느 정도나 쎈 지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놈이 평소 떠들고 다니는 지론이 이래요. 그놈 말을 빌려보자면..


[서로 죽여 보겠다고 칼을 들고 설쳐대는 것만큼 웃긴 것이 없다. 게다가 사내놈들끼리 땀을 뻘뻘 흘려가며 칼부림을 해대는 건 경멸해야 할 짓거리다. 칼의 길은 그런 것이 아니다.]


가문을 이어받아야 할 놈이 이지경이니, 대인께서 복장이 안 터지려야 안 터질 수가 있었겠습니까? 이 망나니 놈을 사람 만들어보겠다고 대인께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니, 그 성화에 못 이겨 이놈이 어느 날 마을을 떠나갔습죠. 한 십년은 됐을 겝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놈이 없어지고 나서 더 흉흉한 풍문이 마을을 떠돌았습죠.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놈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위 대결이라는 걸 하는 법이 없는 놈이죠. 간혹 실랑이가 벌어져도 제 놈이 먼저 물러서면 물러설까, 드잡이 질은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민이라는 놈이랑 실랑이가 있었던 사람들이 안 보이는 겁니다. 그냥, 어느 날 문득, 어라? 이러면 마을에 없어요. 하나를 안 빼고 여지없이 그랬습죠. 그런데 이놈이 마을을 떠나니까 그런 일이 안 생기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말이 돌기를..


어헛, 헴. 그렇게 큰 소리로 말씀하시면 어쩝니까, 조사관 나리. 쉿쉿. 자 가까이, 귀 좀.


예, 맞습니다. 살인귀라는 소문이 있는 겁니다. 뭐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 한 둘 안 죽여 본 무인이 있겠냐만, 이놈은 그런 것과는 다른 놈이죠. 일을 도모하고자 부득이 살인을 하는 것과, 살인을 하고자 부득이 일을 만드는 것의 차이랄까. 끝도 없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습죠.


네? 아, 그 또한 본 사람은 없습니다만, 허나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것이 있습죠.


이미 아십니까? 예, 바로 그것입죠. 그 놈이 등짝에 매달고 다니는 두루마리 봇짐. 무인이라는 사람들은 통상 자신의 애검, 혹은 자신만의 무기 하나나 둘 정도를 허리춤 달고 다니지 않습니까. 근데 이놈은 봇짐 채 매고 다닌 다는 거 아닙니까.


저도 우연히 딱 한 번 본적이 있습니다만, 희한하게도 그 안엔 병장기가 없습디다. 무기라 할 수 있는 건 없고, 도축용 칼 같은 것이 종류별로 수십 자루나 있더군요.


예, 예.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런 놈이 어제 십년 만에 귀향을 할 거라 하더군요. 그건 여씨세가 사람에게 들었습죠. 아침나절에 대인께서 저희 객잔으로 행차하셨습니다. 식솔 둘을 대동하시고 저쪽, 예, 출입구가 정면으로 보이는 저 자리로 잡으시곤 차를 주문하시더이다.


그 식솔 중 한 분이, 평소 저랑 여차저차 얼굴 좀 트고 지내는 사이가 되는지라, 물었습죠. 아침나절부터 객잔엔 웬 행차시냐, 그랬더니 여민이 올 거라 하지 뭡니까. 자, 이 여민이라는 놈은 또 대관절 누구인가. 아, 죄송합니다. 장사를 오래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그만..


벽도를 향해 오고 있다는 소식통은 있었지만, 제 놈이 곧장 집으로 올 리가 없기 때문에 행차하셨다고 하더이다. 그런데 여민이 놈이 진짜 객잔으로 들어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떡하니 저 문으로 말입니다.


혼자는 아니었고, 동행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차림새로 보아 무림명가의 자제분쯤으로 보이긴 하였으나, 여민과 동행이라면 뭐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었겠죠.


놈은 들어서자마자 분명히 대인을 보았죠. 그런데 못 봤다는 듯 동행과 능청을 떨며 지나쳐가는 그 꼴이 가관이었습니다. 하나도 안 변했구나, 싶었습죠. 대인께서는 어찌하나 두고 볼 심산이셨던지 그대로 두더이다.


대인께서 계속 가만히 있으시니까 이놈이 속이 타는지 초조해 하더군요. 머리를 벅벅 긁기도 하고. 양 옆자리에 앉아있던 식솔들하며, 손님들 중에서도 사연을 알 만한 사람 한 둘이 눈치를 보며 피식피식 거렸습니다.


제 놈이 별 수야 없었겠죠. 체념한 듯이 쭈뼛쭈뼛 건너와 대인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뭐라 하문하시길 기다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어쩐지 대인께서 계속 침묵하고 계셨습니다.


급한 놈이 우물을 판다고, 제 놈이 먼저 입을 열 수 밖에 없었습죠.


[무탈하셨습니까. 불초자 여민. 아버님의 슬하를 떠난 지 어언 십 수..]


딱, 정확히 여기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휙 날려 대인께 한달음에 다가섰죠. 놀란 식솔 둘이 반응하여 여민을 향했습니다. 뒤로 길게 동여 맨 대인의 머리칼을 여민이 들어 올려, 뒷덜미를 뚫어지게 보았습니다. 그리곤 식솔들을 싸늘하게 쏘아보며 이렇게 말했습죠.


[돌아가셨다. 어찌 된 영문이냐.]


허허, 나 이거야 원. 정말 아무도 몰랐다니까 그러십니까. 심지어 내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식솔조차 몰랐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명색이 여씨세가 가주되시는 분의 행차에 따라 나설 정도면 이게 또 한 따까리씩은 하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근데 몰랐다니까요.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닙니까, 이게.


희한하더라고요. 저도 다가가서 대인의 뒷덜미를 보니, 윗 어깨쭉지부터 목 아래쪽 부분을 훑고 지나간 상흔이 있지 뭡니까. 그전에 대인 뒤로 몇 번을 지나갔는데 저는 정말 못 봤습니다.


여민은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문외한이라고는 하나, 여민이 손을 썼을 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었습죠. 게다가 그놈이 그 식솔들을 따귀를 올려붙였다는 거 아닙니까. 뭣들을 하고 있던 거야하면서 말입니다. 내 평생 그놈이 그런 역정을 내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이놈도 사람 새끼긴 했구나, 싶었다니까요. 그러니 여민은 아니라고 보셔야 할 겁니다.


음, 글쎄요. 그거 말고 또 여민이 다른 말을 했었던가.. 특별히 이상한 행동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대인의 몸에 남은 상흔을 한참 살펴보더니, 아! 그래. 그 같이 온 동행 놈하고 대인의 상태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받는 거 같았습니다. 그 중에, 그 뭐랬더라..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날이 없는 물건으로 사람의 목을 뼈째 베었다. 거기다 단 칼에 이미 베었는데, 베어져 벌어진 틈을 재차 갈랐다. 아마도 삼 연격.]


충격을 좀 받은 것 같긴 했습니다. 대단히 심각해졌더라고요. 뭐 아무리 개차반이어도 아비가 비명에 갔으니.. 좀 측은하기까지 합디다. 그 여민에게 그런 맘이 들었단 말입니다.


글쎄 당일이고 앞뒤로 며칠이고 간에 별 일 없었다니까요. 특별히 기억이 없다는 건, 별다른 낌새도 없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에이, 그 얘길 빼먹은 건 아닙죠. 그건 뭐 소란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남루 문 샛길에서 포목점 하는 오 할머니가 손주랑 같이 왔습죠. 그때 뒤따라 들어왔을 겁니다.


아니, 아니. 일행은 아니었습죠. 여자 둘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갓 스물이나 됐나 싶은 검은 색 옷차림의 짧달막한 여자 한 명이, 웬 넝마를 뒤집어 쓴 꼬마여아를 하나 달고 있었습죠. 면식이 없었으니 지나가는 객이었을 터인데, 아마도 동구 밖에서 부랑하는 것들 중에 하나 불쌍해서 데리고 왔었나봅니다.


고 부랑아 녀석이 대인에게 잠시 다가갔던 일인데. 제가 보니까 대인이 허허 웃으시면서 자신이 쓰던 젓가락을 내주시더이다. 쇠 젓가락이 좋아보였던 건지, 대인께 때를 썼던 모양인데.. 흔쾌히 내주셨죠.


별 건 아니고 그냥 흔해빠진 쇠 젓가락입니다. 그래도 영업을 해야 하는지라 중요한 손님께만 대접해드리는 작은 경영감각이라고나 할까. 요런 작은 부분까지 배려하는 세심한 차별화. 장사치로선 남다른 면모랄 수 있지요.


암튼 그 부랑아는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만두를 먹고, 그리고 계산도 하고 갔습죠. 그게 답니다. 에헤~엠.



벽도 신월객잔 주 이을령의 취조록 –상세 본 특이사항 제법 말 많음





“음, 너 좀 낯설다?”


“뭐가?”


“여민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네. 감정을 보이다니. 음, 아무리 너라도 피붙이는 달랐던가보네?”


이치승이 지난 몇 년 간을 함께 동해하며 알게 된 여민은 인간에 대한 감정이 별로 없다. 도움을 받거나 주거나. 함께 술을 마시거나. 대화를 하거나


심지어 죽여 버릴 때에도.


모든 것이 그저 한 순간의 변덕일 뿐인 사람. 거기에 살인 예찬에 대한 동질감. 이치승 자신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생각한 여민에게,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하아, 아버지여서가 아니고, 이건 다른 문제거든.”


“다른 문제가 있다라.. 뭘까 그게? 사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선 거의 말을 하지 않으니까.”


“뭐, 너라면 상관없겠지. 떠벌리고 다닐 성격도 아니고”


산꼭대기에 올라 아무 바위에나 걸터앉아있는 두 사람. 이렇게 내려다보니 벽도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빽빽이 둘러 싼 숲 속에 덩그러니 떠 있는 섬 같은 마을. 그래서 붙여진 이름, 벽도.


마음 한편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이곳을, 이젠 정말 훌훌 털 수 있겠다 생각하는 여민이었다.


“크큭. 불쌍한 양반. 이딴 깡촌에서 그 발악을 하더니만.. 비명횡사라니, 크크큭.”


숨을 한 번 크게 내 뱉으며 말을 이어가는 여민


“후우. 너 그 양반 별호가 뭔지 알고 있지?”


“방탄강기 여근추? 무림칠절 중에서도 유일하게 명가 출신이 아닌 일대종사. 무림인들에게 추앙받는 명호이지. 그게 왜?”


“그래, 그놈의 방탄강기. 찔러오는 검이 되레 부러진다는 극한의 호신강기. 누구도 벨 수 없는 금강불괴. 크크크. 그게 말야, 사실 다 사기였지.”


“사기라니? 그럼 그게 다 거짓이었다는?”


“엄밀히 말하면 거짓은 아니지. 아무도 벨 수 없다? 그건 그거대로 사실이야. 헌데 그게 그 양반의 독전절기였느냐. 그건 아니었거든. 후후, 비밀은 갑주였어.”


“갑주? 놀라운 얘기이긴 한데, 그런 신통방통한 물건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당연히 그렇겠지. 그 어떤 곳에도 기록되지 않은 물건이니까. 말은 갑주라고 했지만 이상한 물건이야. 천 같기도, 금속 같기도 한 듣도 보도 못 한 신물. 입으면 실 피막 같은 것을 몸에 겹친 것 같아서 잘 보이지도 않아. 베어서 겉옷이 다 잘려나갔는데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으니 진짜 그럴듯하지.”


“알아듣게 좀 말 해주는 건 어떨까?”


“있는 그대로 말하는 중이야. 겉 옷 안쪽에 입는 전신을 보호하는 갑주. 실제 그런 물건이 있어. 입수경로는 모르겠지만.. 한 이십년은 됐을 거야. 우리 가문이 어땠는지는 너도 알잖아. 이 양반의 대(代)에 와서 갑자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이뤘지만, 그 전엔 사실 보잘 것도 없는 변방의 세력가였지.”


“그건 그렇지. 동쪽 변방의 그저 그런 집안이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유명해졌지. 여근추라는 이름과 함께.”


“그래, 그게 한 이십년 전이지. 분명히 아무도 몰랐을 비밀이었을 텐데.. 놈은 그걸 노렸어.”


“노렸다니? 갑주를? 말이 돼? 그 지랄을 해 놓고, 속에 입은 갑주를 벗겨갔다고?”


“벗겨갔다는 건 아니고, 그 갑주의 목 뒤쪽 부분을 잘라냈어. 거기에 무슨 표식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거든.”


“표식을 잘라냈다? 세 번이나 벴다는 건 그런 의미였나? 대체 그 표식이 뭐기에.”


“표식 자체는 생소하긴 해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모양인데, 문제는 그 도안.”


“도안?”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도안. 느낌상 글자 같기도, 혹은 그림 같기도 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도안.”


이치승이 목에 힘을 좀 주며 말했다.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데. 내가 그래도 ‘한때’ 무림명가 출신인데, 알아 볼 수도 있지 않겠어?”


“도대체 뭘 뜻하는 것인지를 수만 번은 헤아렸으니, 설명하는 건 어렵지는 않아. 하지만 아마 본 적 없을 거야.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으니까.”


주변을 잠시 살피던 여민이 근처의 대나무로 다가가, 줄기의 죽간과 죽간사이의 한마디를 위아래로 베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원통을 이치승에게 내밀었다.


“자. 일단 그걸 눈에 대고 하늘을 봐.”


이치승이 말 그대로 해보았다.


“지금 보이는 하늘을 밤하늘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에 그려놔 일단.”


“음.. 이 모습을 밤이라고 상상하라. 그럼 달이나, 별들이 일단 보일 테고.”


“그렇지. 바로 그거야.”


여민이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려, 원통을 통해 본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곤 중앙부분에 아주 긴 꼬리를 가진 무언가가 그 밤하늘을 선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모양을 넣었다.


“이건 뭐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뭐 별똥별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 문제는 이거야.”


여민은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도안을, 그림의 중심부에 도장을 찍은 것처럼 새겼다. 그렇게 해놨더니 어딘가에 있을 법도 해 보였던 표식이,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것으로 둔갑됐다.


이치승이 보기에 도안이라기 보단 어떤 단체의 상징물 같아 보이기도 했기에, 혹시 자신이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하여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 N A S A ]



“뭐, 대강 이런 표식이야. 이것이 내 방랑의 시작이기도 하지. 정말 안 가본 곳이 없었어.”


여민이 혹시 아느냐고 묻는 듯 쳐다보았지만, 역시나 모르는 눈치였다. 그것도 전혀.


“후훗. 어차피 너한테 기대한 건 아니고, 이제 기대할 곳이 생겨버린 거지. 이런 식으로 길이 찾아 올 줄은 꿈에도 몰랐군. 갑주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상관없으나, 이 표식이 드러나는 것은 상관이 있기에.. 회수해갔다. 크크큭.”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는 반드시 알아 볼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군.”


“어때? 이번 한 번은 빠진다고 해도 암말 안 할게. 너랑은 정말 안 맞는 놈이야.”


“하아. 속도전. 징글징글하긴 한데.. 이런 얘길 들어버린 다음에야 뭐.”


“그냥 하는 말이 아냐. 땀 뻘뻘 흘리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반대로 우리가 죽을 수도 있어.”


“호오. 천하의 여민에게 이런 극찬을 듣다니. 그놈도 각오 좀 해야겠는데.”


“이런 기분은 정말이지 난생 처음이야. 역시 세상은 싸돌아다닐 만 해. 여기까진가 하면 더 이상한 것들이 튀어나온단 말이지.”


“후후”


여민이 먼저, 걸터앉아있던 바위에서 풀썩 뛰어내렸다.



-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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