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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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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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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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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Episode 01. 묶인 천사-귀신 소동(1)

DUMMY

그 길로 응급실로 달린 소인은 이미 숨이 차오르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숨이 점점 막혀왔지만, 쓰러진 소민을 발견하는 순간 허탈하게도 몸이 풀렸다.


“소인아.”

소민과 같이 있던 세정이 소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선생님···”

소인은 세정의 존재에 당황했지만, 돌아가신 부모님, 아픈 형, 타지에 있는 친척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녀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선생님과 마주하기 죄송스럽기 그지없었다. 다음 주부터 소민을 데려오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과 다름없었지만, 그 약속마저 지킬 수 없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소인은 고개를 숙였다. 혼자서 하려 했지만, 그랬기에 발이 묶여버리고 말았다.


“소인아···”

세정은 침착하게 소인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서 떨어진 빛나는 깃털 같은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소인은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아끼라는 해성의 조언이 있었음에도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터진 탓에 참을 수 없었다.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세정은 그를 꼭 안아주었고, 소인은 그녀의 어깨가 젖어가는 것도 모른 채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소민의 상태는 심각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무언가에 베인 살은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는 괴로워하며 이따금 중얼거렸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소인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소인아, 무슨 일인지 선생님에게 말해줄 수 있니?”

“죄송해요, 선생님.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무슨 일이 있었니?”

세정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소인은 흠뻑 젖어버린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었다.


소인은 세정에게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일부터 시작해 결론적으로 소민이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것, 그리고 괴물의 마석을 비롯한 일을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세정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회하고 있니?”

“네,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소인은 울먹거리며 후회를 움켜쥐었다. 세정은 힘이 잔뜩 들어간 그의 주먹을 살살 쓰다듬었다.


“나한테라도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선생님께 말해도 해결해 주지는 못하시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세정의 말은 단호했고, 소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많이는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금같이 소민이가 다쳐서 돌아오지는 않았을 거야.”

“그, 그건···”

소인은 할 말이 없었다. 세정의 말대로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았을 것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소인이 알리지 않았기에 소민이 다쳤다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 누구도 널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말아줘.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니?”

“그들에게는 사건을 해결할 힘이 있고, 선생님을 비롯한 일반인에게는 그런 힘이 없잖아요.”

“소인아, 꼭 힘이 있어야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네.”

“그래?”

세정은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말을 이어갔다.


“소인아, 의식 불명 사건을 조사하다가 다친 경찰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니?”

“아뇨.”

“왜 의식 불명 사건을 조사하다 다쳤는지는 알리지 않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란다.”

“그렇다고 일반인은 아니잖아요.”

“경찰은 포우처럼 초월적인 힘을 가진 것도, 엄청 빠른 속도를 가진 것도 아니야. 그저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일반인이지.”

소인은 포우라는 말에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경찰은 대단했지만, 엄연히 그들도 보통 사람들이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걸 확신할 수 있으세요?”

“그야 포우가 우리를 지켜준다고 믿으니까. 그리고 천사도 있잖아.”

“처, 천사요?”

소인은 당황스러웠다.


“소인이는 요즘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천사에 대해서 알고 있니? 그런 존재가 있기 때문에라도 선생님은 확신할 수 있단다.”

“그, 그렇군요.”

소인은 헛기침했고, 세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튼! 경찰서장이 직접 쫓아냈다고 해서 모두가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건, 소인이, 네 생각이 짧았던 거야. 그들이 그렇게까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거든. 엄연히 그들도 너와 같은 사람이지.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란다.”

“선생님···”

“소민이의 일은 괴물의 마석? 그런 사건이지? 그런 일은 경찰들도 해결할 수 없을 거야.”

“그걸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늦어버린 걸까요?”

소인은 소민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세정은 소민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 그의 곁에서 위로했다.


시영은 근처에서 슬픔을 삼키며 밖으로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소민의 상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세정은 울다 지쳐 잠든 소인 대신 소민의 상태의 소견을 들었다.


그렇게 소인이 잠에서 깨자, 소민도 눈을 떴다.


“소인아.”

“소민아!”

서로의 이름을 부른 쌍둥이, 오랜만에 보는 반쪽의 모습이었다. 이유는 달랐지만 서로 상처투성이였다.


“꼴이 왜 그래.”

소민은 키득거렸고, 소인은 울컥했지만 마석의 영향이 사라진 것 같아 억지로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너야말로 이상한 짓이나 하면서 돌아다니고!”

“누나가 추했지? 미안해.”

소민은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결코 편해 보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누나 타령이냐. 미안하면 이대로 일어나라고···”

“일어나라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는데?”

“이 상황에 아이스크림이···!”

화를 내는 소인, 차마 더 낼 수는 없었다. 억지로 힘을 내는 소민이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오자 치밀어오른 화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녹차 맛으로!”

소민은 말을 마치자마자 콜록거렸다. 소인이 놀라 다가갔지만, 소민은 그런 그에게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소인은 거절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야말로 늦을 수 없었다.



세상이 매정하게도 이럴 때마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품절이었다. 그 어떤 가게를 가도 녹차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전부 팔린 상태였다. 그럴 때마다 소인은 지친 숨소리마저 아끼며 뛰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어떻게든 진정된 소인의 감정은 다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 녹은 감정은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그는 눈물을 닦고 달렸지만, 그럴수록 감정은 더 빨리 녹아내렸다.


소인은 흠뻑 젖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달리던 중, 누군가와 부딪쳤다. 그들은 뒤로 넘어졌고, 과잉된 감정 때문에 소인은 누운 채로 흐느꼈다.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소인은 그 소리가 소민이 깨지는 것만 같은 소리로 느껴졌다.


“저, 저기!”

소인과 부딪친 사람이 다급하게 그를 흔들어 깨웠다. 소인은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와 부딪친 사람은 후드를 쓴 여성이었다. 후드 때문에 가린 얼굴은 입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다급해 보이는 입만으로 뭔가 큰일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 도와주셔야 하는데요···”

후드의 목소리는 떨렸고, 주변에서 느껴지는 오싹한 느낌에 소인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귀신?!”

주변에는 이미 귀신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들은 후드 옆 깨진 수정구에서 나오고 있었고, 후드는 그것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 그쪽이랑 저랑 부딪쳐서 이게 깨졌거든요?”

후드는 최대한 침착하게 깨진 수정구를 가리켰다. 소인은 저 설명이 그녀에게 있어 가장 최선이라는 걸 알고는 이를 갈았다.


“어떻게 하면 되죠?”

“네?”

“어떻게 해야 저 망할 귀신들을 처리할 수 있는 거냐고요.”

소인의 짜증 섞인 물음에 후드는 다급하게 품속에서 새 수정구 한 개를 꺼냈다. 소인은 그것을 빼앗듯 낚아챘고, 후드는 소인의 박력에 겁을 먹었다.


“이걸 가져다 대면 유령이 들어온다는 거죠?”

소인은 수정구를 부술 정도로 세게 잡았고, 후드는 그 사나운 모습에 불안해졌다.


“아, 빨리요!”

“네, 네!”

소인은 후드의 대답을 듣자마자 냅다 달렸다. 비록 지쳤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도 용납될 수 없었다.


그저 기적을 바라며, 소민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 귀신 소동을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야 했다.



의외로 일이 쉬웠던 건지, 적성에 맞았던 건지 소인은 꽤 쉽게 귀신들을 회수할 수 있었다. 수정구를 사슬로 묶어 이리저리 귀신들에게 휘두른 덕분이었다. 자칫하면 수정구가 깨질 수 있었지만, 요 며칠 쉬지 않고 싸운 덕분에 사슬을 다루는 숙련도는 꽤 늘어나 있었다.


그렇게 다브를 지날 때였다. 가게 문을 닫고 어디론가 가려던 민화는 갑자기 나타난 귀신 때문에 위험에 빠졌고, 소인은 수정구를 휘둘러 귀신을 모조리 흡수했다.


“다, 당신은?”

민화는 소인을 알아보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해요.”

“다친 데는 없으세요?”

“덕분에요.”

민화는 미소를 지었다. 반면, 소인은 표정은 이미 미소가 사라졌다.


“누나분은 잘 드시던가요?”

녹차 앙금 빵 이야기였다. 소인은 그것에 대답할 수 없었고, 이상함을 느낀 민화는 무슨 일이 있었냐 물었다. 차마 자세하게 설명을 할 수 없던 소인은 그냥 늦어서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화는 이유를 묻지 못했지만, 소인이 힘들어하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귀신들은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민화의 말에 소인은 정신이 확 들었다. 이 귀신 소동은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다. 소인은 지금 스스로가 너무나도 한심했다. 후드는 엄연히 피해자였고, 그런데도 자신이 짜증을 내며 역으로 화를 내버렸다.


“나, 진짜 최악이네.”

소인은 그렇게 숨을 세 번 쉬고 다시 달렸다. 민화는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쫓았다.



얼마 뒤, 모든 귀신을 흡수한 소인은 후드에게 수정구를 돌려주었다. 후드는 은근히 소인을 무서워했고, 소인은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하며 그녀에게 허리를 숙였다.


“왜, 왜요?”

“죄송합니다.”

단 한 마디, 그 어떤 것도 첨가되지 않은 담백한 사과였다. 소인은 허리를 펴고 후드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후드는 소인의 자세한 사정은 몰랐지만, 그의 부어있는 눈, 흙투성이가 된 옷, 특히 흥건하게 젖은 오른팔 소매를 바라보자 두려움과 화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그저 뭔가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자 그가 안타까워 보였다.


“괜찮아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줘요.”

후드는 자리를 떠났고, 소인은 한숨을 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저기, 무슨 일 있어요?”

상황이 정리되고, 민화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없어요.”

소인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

민화는 눈썹을 긁적이며 소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인은 그 손을 잡고 일어섰지만, 지친 다리가 후들거리며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그리고 밖에서는 굳이 존대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

“하아···”

소인은 모든 힘이 빠져버렸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없을걸요?”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왜 자꾸 도와주려고 해요? 솔직히 모른 척하면 편하잖아요. 오지랖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힘들 때는 서로 돕고 그러는 거지.”

민화가 진심이라는 사실은 이미 소인이 빵을 살 때부터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도움을 받아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녹차 아이스크림 있어요?”

지금 소인이 필요한 건 자신을 도와줄 강력한 힘도, 스크롤, 해방기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닌 그저 녹차 아이스크림이다. 하지만 많은 가게를 돌아다녀도 없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놀리는 것도 아니고, 왜 많고 많은 아이스크림 중에서 그것만 없는지 의문이었다.


없는 걸 민화가 어떻게 도와줄 수는 없었다. 소인은 민화가 곤란해하는 순간 돌아가려 했다.


“우리 가게에 있어!”

민화가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소인은 당황스러웠다. 민화의 손에 이끌려 다브에서 아이스크림을 받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행동이 도움이 된다면 그만큼 기쁜 일은 없어.”

민화는 미소를 지었다.


“어, 얼마죠?”

“돈은 안 줘도 괜찮아.”

“고, 고맙습니다, 누나!”

소인은 허리 숙여 인사했고, 민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결하길 바라.”




잠깐 소동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녹차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응급실에 돌아온 소인은 소민이 편하게 잠들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거짓말처럼 소민의 상태는 아주 좋았다. 상처는 어느새 회복되었다. 의사와 세정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의술의 효과는 아니었다.


소인은 세정의 격려를 받으며 소민을 업고 집으로 돌아갔다.


미리 깨끗하게 청소한 방에 그녀를 눕히고 녹차 아이스크림은 냉장고에 넣었다는 메모를 남겼다. 그리고 소민이 가지고 있던 그녀의 메모리 스크롤과 해방기를 꺼냈다.


이제 소인에게 남은 일은 단 한 가지였다. 그건 소민을 때려눕힌 자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소민이 당했다는 증거는 그녀가 피투성이 상태에서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 하나로 소인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창연, 서늘한 눈빛을 가진 기사다. 어제 두 사람이 싸운 것도 봤었고, 얼음을 사용하는 자는 이 도시에서 그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소인은 고속이 건넨 연락처로 연락했고, 고속은 그의 연락을 받고 2분 만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이름처럼 재빠른 사람이었다.


고속은 동료를 구해준 은혜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소인에게 무료로 정보를 제공했다. 원래 고속의 정보는 돈이 필요했고, 그의 정보는 확실한 만큼 돈을 많이 줘야 했다. 그랬기에 평소에는 그가 정보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보를 얻지 못했었다.




그렇게 소인은 고속으로부터 창연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단순히 그가 어떤 녀석인지에 대한 정보였지만, 고속의 정보였기에 질과 양, 모두 훌륭했다. 그렇게 원하는 정보를 얻은 소인은 그가 자주 간다는 ‘엔트’로 갔다.


엔트는 다브와 같이 해성을 대표하는 가게였다. 엔트의 특이점은 매일 메뉴가 바뀐다는 점이었다. 물론 지금 창연이 먹는 우동을 비롯해 매일 만드는 메뉴도 있었지만, 그건 몇 개 되지 않았다.


인기척을 느낀 창연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소인이 가까이 왔을 즈음에야 곁눈질했다.


“동생 쪽입니까?”

창연은 이미 그가 왜 찾아왔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몇 분 뒤 식사를 대충 마치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 묘하게 힘겨워 보이는 창연의 모습에 소인은 의아해했다.


“왜 소민이를 공격한 거지?”

“말은 제대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창연은 원래 그는 존댓말을 하는 녀석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재수 없는 존대에 불과했다.


“소민 공이 절 먼저 공격했습니다.”

창연은 소인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소인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가 생각해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녀의 움직임은 광인 같았습니다.”

“광인이라고 하지 마.”

“아뇨, 분명 광인이었습니다. 소인 공께서 절 찾으시는 이유도 그것과 관련 있지 않습니까?”

“광인이라고 하지 말라고!”

소인은 분노했지만, 창연은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분을 참지 못한 소인은 사슬을 꺼냈다.


열이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일까, 소인은 지금까지 받은 모든 분노를 뱉어내듯 사슬을 휘둘렀다. 창연은 지쳤음에도 얼음 창을 꺼내 그의 매서운 공격을 막아내었다.


“남매가 절 공격하는 건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광인을 광인이라고 말하는 게 잘못된 겁니까?”

“이 새끼가!”

소인은 소민의 메모리 스크롤을 해방기에 넣고, 입구의 슬롯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방기에서 검 한 자루가 해방되었다. 소인은 그것을 잡고 창연에게 휘둘렀다.


이미 소민과의 싸움으로 지친 창연은 사슬을 막기도 급급했기에 갑작스럽게 날아든 매서운 검의 공격은 피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피하려 몸을 움직였지만, 어딘가 크게 베일 각오는 해야 했다.


그렇게 소인의 검은 어깨를 벴다. 새빨간 피가 붉은 달을 향해 힘껏 솟아올랐고, 소인은 씩씩거리며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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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Prologue(4) +2 20.07.08 74 1 13쪽
3 Prologue(3) 20.07.07 94 1 13쪽
2 Prologue(2) +2 20.07.07 147 1 12쪽
1 Prologue(1) +4 20.07.06 69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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