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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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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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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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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2)

DUMMY

“재미있어? 어떤 면에서?”

“그냥 재미있어. 그런데 뭐라고 하지? 엄청 슬퍼 보였어.”

“그래?”

시영은 미처 풀지 못한 짐에서 노트북을 꺼내 유마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이름은 고유마, 검색하면 바로 나올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바이올런스?”

그는 유명한 생명공학 과학자로서 대표적으로 바이올런스(Biolence) 이론에 관한 논문을 비롯한 다양한 업적을 가진 사람이었다. 시영은 그가 바이올런스 이론에 관한 책을 낸 것을 발견했고, 지금도 나름대로 잘 팔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마의 정보, 정확하게는 그의 업적은 체계적으로 나와 있었다. 시영은 그의 업적 중 하나인 스크롤을 관심 있게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D-Zero를 해결한 장본인이라는 것과 스크롤은 D-Zero의 여파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흥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이게 스크롤이었구나.”

시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6장의 스크롤을 꺼냈다. 노바는 그를 바라보며 슬며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잠깐 생각에 잠긴 노바는 시영이 노트북 전원을 끌 때 입을 열었다.


“시영아, 스크롤 배틀할래?”

“스크롤 배틀?”

시영은 자신이 가진 스크롤과 노바를 번갈아 보았다.


“카드 게임 같은 거야?”

“음, 카드 게임 같은 건데, 컴퓨터 게임 같기도 해.”

노바는 자신이 가진 백금 테두리의 스크롤을 꺼냈다.


“이거, 어떻게 하지? 난 지금부터 밖에 나가려고 했는데.”

“어? 어디 갈 거야?”

스크롤을 흔들려던 노바의 눈빛이 흔들렸다.


“다브에 가려 했어. 민화 보려고.”

“노바도 갈래!”

“하지만 노바는 스크롤 배틀을 할 거잖아.”

“그, 그건 혼자서는 못해! 그리고 재미없어!”

갑작스럽게 다급해진 노바는 자신의 스크롤을 내려놓았다. 시영은 고개를 돌린 채로 키득거렸다.


“잠깐 나갔다 올게.”

“가, 같이 가!”




두 사람이 간 곳은 다브(Darb)라는 이름의 빵집이다. 혜성의 명물 중 하나로 불리는 다브는 시영의 친구인 민화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다.


시영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단발머리의 순한 인상의 민화가 갓 나온 빵을 진열하고 있었다.


“어서 오··· 시영아!”

민화는 오랜만에 보는 친구에게 다가갔다. 노바도 민화를 알고 있었기에 다브는 세 사람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잠깐만 기다려.”

민화는 맛있어 보이는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신중하게 고른 5개의 빵과 함께 시영과 민화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아주머니는 안 계셔?”

“잠깐 나가셨어. 시영아, 이거 좀 먹어봐. 노바도 먹고.”

민화가 건넨 빵은 6개월 전에는 없던 빵이었다. 시영은 그 중 녹차 앙금 빵을 집었다.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민화는 미소 지은 표정으로 시영을 바라보았다.


“그냥 여행 다녔어.”

시영은 빵을 베어 물자 터져 나오는 녹차 앙금에 당황했다.


“좋겠다. 나도 여행 다니고 싶어.”

민화는 내심 부러운 눈길이었다. 시영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자 미소를 지었다.


“웃지는 말아줘, 안 그래도 요즘 엄청 바빴단 말이야.”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워서 그래.”

“그건 나도 그래.”

시영과 민화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에서 팥 크림빵을 먹던 노바는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


“노바도 민화가 보고 싶었어!”

“그래, 우리 노바, 귀여워!”

민화는 노바의 하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는 찹쌀떡 같은 볼을 살짝 꼬집었다.


시영은 민화의 행동에 안도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느꼈던 변화의 위화감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았다.


“시영아, 무슨 일 있어?”

민화는 시영의 위화감을 눈치챈 것일까,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 일 없어.”

“예전부터 그랬지만, 시영이 너는 속마음이 얼굴로 다 드러나. 지금 표정은 고민 있다고 광고하는 것 같은데?”

민화의 말대로였다. 하지만 시영이 드러내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좋게 말하면 정직한 것, 나쁘게 말하면 속마음을 읽기 쉽다는 것이다.


“실은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내가 알던 혜성이 아닌 느낌이야.”

“그래? 음, 나는 잘 모르겠는데.”

민화 역시 해성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쯤 되니 시영은 그저 자신이 예민했다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도와주고 싶은 애가 있어. 문제는 그 애가 이유는 모르겠는데, 날 싫어해.”

“언제 만났는데?”

“오늘 새벽에도 봤고, 여기 오기 전에도 만났었어.”

“뭐 때문인지는 모르고?”

“응.”

시영은 고개를 숙였고, 민화는 안타까워했다.


“잘 모르겠지만, 당연히 시영이 네가 그 애한테 나쁜 짓은 안 했지?”

“물론이지, 내가 나쁘게 대한 건 없어. 오히려 걔가 나쁜 짓을 했거든.”

“그, 그래?”

민화는 눈썹을 긁적거렸다. 오랜 친구이기에 알 수 있었다. 시영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극도로 싫어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것을.


“내가 그 상황에 있던 게 아니라 뭐라 조언하기는 힘드네.”

“조언을 바란 건 아냐. 엄연히 내 일이잖아. 민화, 너희 가게가 잘 되는 것 같아서 바쁜 것 같고.”

“시영아, 그래도 우리가 친구니까 이런 말도 해줄 수 있는 거야.”

“고마워, 민화야.”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네가 정말 그 애를 도와주고 싶다면, 진심을 보여주는 거지.”

“진심을?”

시영은 눈을 깜빡거렸다.


“아마, 힘들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언젠간 마음을 열지 않을까?”

민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시영아, 마저 먹고 가. 다음에 시간 있을 때 더 이야기하자.”

“고마워.”

시영은 미소를 지었다.


“노바는 어떻게 생각하니?”

“뭐가?”

노바는 빵을 먹느라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저 크림 묻은 손가락을 쪽쪽 빨아먹을 뿐이었다.


“아, 아냐. 음, 서연 씨 문병 갈 건데, 빵 좀 고를까?”

“그래!”


시영은 민화가 선물한 빵을 다 먹은 후에야 문병 선물용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평소 서연은 단 음식을 좋아했고, 시영도 마찬가지였기에 빵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는 잘 맞았기 때문일까, 시영은 최대한 단 빵을 골랐다. 노바는 자꾸 이것저것 쟁반에 담았는데, 시영이 확인해보니 그냥 그녀가 먹고 싶은 빵이었다.


시영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노려보자, 노바는 머쓱하게 웃으며 자신이 가져온 빵을 제자리에 돌려놨다.


“이거 계산 좀, 아 참, 녹차 앙금 빵 진짜 맛있더라.”

“정말? 다행이다. 그거 오늘 새로 나왔거든.”

“아, 그리고 아까 먹은 빵 다섯 개도 계산해줘.”

“왜? 그건 내가 선물한 거잖아.”

“그래도 그냥 받기에는 미안하니까.”

“안 돼. 그거 빼고 계산할 거야.”


노바는 시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물을 마다하다니, 왜 저러는지 도통 알지 못했다. 결국에는 시영의 뜻대로 민화가 선물한 빵 다섯 개도 계산했지만, 노바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민화가 선물로 준 거잖아.”

노바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물었다.


“선물은 고맙지만, 우리도 손님이야. 이유 없이 특혜를 받을 수 없어.”

“정말, 시영이는 알다가도 모르겠어.”

“···사실 나도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을 걸어 혜성 종합병원에 도착했다. 604호까지 가는 걸음은 반가움 반, 걱정 반이었다.


604호는 개인 병실이었고, [홍서연]의 이름이 있었다. 시영과 노바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누구? 아, 시영 씨.”

빨간 나비 머리핀을 끼고 안경을 쓴 지적인 여성이 오랜만에 만난 의외의 손님을 보자 지그시 입꼬리를 올렸다.


“서연 씨, 오랜만이에요.”

“동감입니다. 6개월 만이군요.”

서연은 도도한 미소를 지으며 시영의 손에 들린 문병 선물을 곁눈질했다.


“아직 점심시간은 아니죠?”

“네, 20분 정도 남았습니다.”

서연은 11시 10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가리켰다.


“이건 문병 선물이에요. 쉬다가 심심하면 드세요.”

“고마워요. 어머, 어쩜 제가 좋아하는 빵들만.”

서연은 잠깐이지만 해맑게 미소 지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도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습격받으셨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조심스레 물은 시영이 무안하게도 서연은 오히려 시원하게 대답했다.


“누구에게 습격받았는지는 잘 모르시죠?”

“저도 잘 모르겠지만, 괴인이라 생각됩니다.”

이외에도 서연은 괴인으로 추정되는 이유에 대해 알렸다. 기억나는 실루엣은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결코 인간이라 생각될 수 없는 힘과 속도, 그리고 저항을 해도 꿈쩍하지 않는 내구력 등 [괴인]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괴인이라···”

시영은 옆머리를 넘기는 시늉을 하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영 씨, 오컬트는 어떤 존재인가요?”

서연이 빵을 집었다.


“일단 인간은 아녜요. 일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장한 모습이죠.”

“그럼 전 오컬트에게 습격당했다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오컬트가 서연 씨를 공격할 이유가 뭘까요?”

시영은 서연이 의식 불명 사건을 조사하다 습격을 당한 것을 생각했다. 말한 것처럼 오컬트가 서연을 습격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여겼다.


“잘 모르겠군요.”

“일단 조사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밥 먹기 전에 그거 드셔도 되겠어요?”

시영의 지적에 서연은 본능적으로 집은 빵을 자각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도도하게 입을 닦았다.


“어쨌든, 제미니라는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구해주었습니다.”

“제미니요?”

“스스로를 [제미니]라는 이름으로 칭했습니다.”

“그 제미니에 대한 특이점이 있나요?”

시영은 수첩을 꺼냈다.


“사슬을 사용했고, 천사를 수하로 두었습니다.”

“천사?”

때마침 뉴스에서 천사의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혜성의 밤하늘에 출몰하는 천사의 이야기였다. 시영은 새벽에 봤던 천사가 떠올랐다. 당시, 단순히 별을 보고 착각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진짜 천사였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네요.”

“네?”

시영은 근처 거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심각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 얼굴, 본인이 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도시, 혜성에는 온갖 도시 전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포우가 제일 유명하죠. 어쩌면 저 천사가 포우일지도 모르겠군요.”

“포우가 뭐예요?”

시영이 수첩에 [포우]를 적고는 서연을 바라보았다.


“포우를 모르시나요?”

서연은 잠깐 당황했지만, 곧 이해했다.


“참, 시영 씨는 기억을 잃었죠. 포우는 6개월 전 D-Zero에서 세상을 구한 영웅의 이름입니다.”

“D-Zero!”

시영은 방금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서연은 D-Zero의 이야기를 꺼낸 걸 후회했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내버린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시영 씨가 여행을 떠난 6개월, 그동안 포우라 생각되는 수많은 존재가 도시 전설로 취급되었습니다. 저 천사고 그렇게 여겨지고 있고, 정말 포우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서연의 걱정 섞인 조언에도 시영은 처음 알게 된 포우의 존재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도 며칠 뒤에 퇴원하신다니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제미니 덕분에 더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어떻게 보면 행운이군요.”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시영 씨는 이제 완전히 돌아온 건가요?”

서연의 물음에 시영은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시영 씨?”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군요. 모쪼록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시영과 노바는 밖으로 나갔다. 시영은 한숨을 쉬며 D-Zero와 포우에 대해 생각했다.


“시영아, 괜찮아?”

노바가 그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시영은 애써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노바의 눈에는 그저 억지웃음일 뿐이었다.


그때, 시영은 익숙한 이끌림을 느꼈다. 묘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새벽의 만난 아미를 발견했다. 시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당황했고, 그 바람에 아미도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미는 시영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지만, 시영은 못 본 척 노바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시영아, 이제 어디 갈 거야?”

노바가 병원을 나서자마자 물었다.


“밥이라도 먹을까?”

“어디서 먹을 거야?”

“뭐 먹고 싶은데?”

“음···”

노바는 인상을 쓰며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시영을 보자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시영이가 만들어 주는 거!”

“아무거나 괜찮아?”

“응!”

노바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다.


“그래, 알았어. 점심은 맛있는 거 먹자.”

그렇게 시영과 노바는 손을 잡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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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isode 01. 묶인 천사-귀신 소동(1) 20.07.18 34 0 17쪽
18 Episode 01. 묶인 천사-후회(2) 20.07.17 43 0 16쪽
17 Episode 01. 묶인 천사-후회(1) 20.07.17 41 0 15쪽
16 Episode 01. 묶인 천사-믿음 20.07.16 33 0 13쪽
15 Episode 01. 묶인 천사-음산한 골목(3) 20.07.15 32 0 12쪽
14 Episode 01. 묶인 천사-음산한 골목(2) 20.07.15 32 0 15쪽
13 Episode 01. 묶인 천사-음산한 골목(1) 20.07.15 34 0 14쪽
12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3) 20.07.13 44 0 14쪽
11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2) 20.07.12 38 0 11쪽
10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1) 20.07.12 35 0 12쪽
»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2) 20.07.12 33 0 13쪽
8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1) 20.07.11 36 0 16쪽
7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3) 20.07.09 48 0 12쪽
6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2) 20.07.09 45 0 11쪽
5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1) +2 20.07.08 92 1 12쪽
4 Prologue(4) +2 20.07.08 74 1 13쪽
3 Prologue(3) 20.07.07 94 1 13쪽
2 Prologue(2) +2 20.07.07 147 1 12쪽
1 Prologue(1) +4 20.07.06 69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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